엔쿠라스 278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5)
"루크 형님!"
"무슨 일이냐."
이미 무슨 사연인지 다 알고 있었음에도 루크는 점잖스런 얼굴을 하고 벤하르트를 맞이했다.
"어째서 대회에 참가를 하신겁니까?"
"디레인이 셋. 한명이 부족했기에 내가 나선것 뿐이다. 뭔가 문제라도 있는거냐?"
"아니. 저와 레니아는 디레인이 되어야 한단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데 왜 형님이 이 대회에 나서느냐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만약 제가 살아남는다고 해도 형님과 싸우게 되어 버리는데 그럴것이면,,"
"벤. 뭔가 착각하고 있는게 아니냐?"
오싹할 정도의 한기가 감도는 눈으로 루크가 벤하르트를 보면서 말했다.
"뭐 뭐를 말입니까."
"너는 내가 무적이라도 되는양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내가 다른 디레인보다 못해서 떨어지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당할수도 있다는쪽으로는 왜 생각하지 않는거냐. 말했을텐데, 인원떼우기라고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신경 써야 하는게 아니냐?"
'아. 나와 싸우기 전에 떨어져 준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네가 생각하는 것과 같을것이다."
루크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때문에 벤하르트는 루크의 행동에 미처 관심을 보이지 못했다. 루크의 왼손은 자신의 애검을 매만지고 있었다.
'믿는 자에게는 여전히 단순한 녀석이야.'
"벤. 루크가 뭐라고 했어?"
"음. 인원수 채우기 용으로 자신이 나갔다고 했어. 아마 내가 끝가지 살아남는다면 중간에라도 져주실 생각이신것 같아."
'글세. 저 루크가 과연 그럴까.'
척 보기에도 레니아의 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보여서 벤하르트는 루크에 대해 해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왠지 안믿는것 같은데 말야. 내 생각은 이래. 디레인이 나서지 않아서 형님이 참가했다는것은 거짓말 같지만, 그래도 형님도 우리의 뜻을 알고는 있으니까, 1팀에 있는 위험인물들을 어느정도 제거해 줄 생각이 있는게 아닐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런 번거로운 일을 루크가 하겠다고 할것 같지는 않은데? 그건 단지 벤 너의 희망사항아니야? 1팀에는 루에인이 있으니까, 그렇게 되길 바란다거나,,"
"그렇지 않아. 루크 형님은 저래보여도 꽤 자상하신 면이 있거든. 나를 다시 이끌어 주시기도 했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루크에 대한 찬양을 늘여 놓는데 그 모습이 마치 광신도 같은 느낌을 줄 정도여서 레니아는 기가찬듯 더이상 그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뭐 아무쪼록 나도 응원할테니까, 꼭 디레인이 되도록 해."
"어 맡겨둬. 왠지 루크형님이 나오니까, 조금 가능성이 보이는것 같기도 한데,"
즐겁게 말하는 벤하르트를 보고 레니아는 팔짱을 낀채 조용하고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잠깐. 그런 생각은 안돼."
"뭐가?"
"벤. 네가 루크를 믿는것은 네 자유니까 뭐라 할 권한이 내게는 없어. 하지만 루크에 의해 너의 생각이 전환되는 일은 그냥 두고 볼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왜 '그런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말야. 네가 믿고 있는 사람은 루크 샐던이야. 네가 알고 있는 루크 샐던이 어떤 사람인지 네가 한번 곰곰히 생각해봐. 너를 위한 행동이라는 것에는 부정할 거리도 찾기 힘들겠지만, 그 행동에 대한 정의가 어떤 내용일까, 네가 생각하는 그렇게 너를 향한 이상적인 일일까?"
"....."
그럴리 없었다. 루크라면 질책을 해서 고쳐주되 그런식으로 보살펴 줄리가 없었다.
"하지만 루크형님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거짓말을 했을때, 거짓을 거짓으로 포장할때 사람이 가장 속기 쉽다는것은 벤 네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일텐데,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상관 없어. 루크가 너를 돕기위해 참가했다는것도 영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와 함께 루크와 싸울 각오도 동시에 생각해 두지 않으면 안돼. 루크가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네가 판단하도록 해."
"에이 설마."
루크가 거짓말을 하는것은 좋아하지 않는다는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을 안했냐고 묻는다면 그것에 대한 확답은 내릴수 없었다. 거짓말을 안한다고 했기에 한번도 의심을 해본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레니아의 말도 일리는 있어.'
의심은 너무 많으면 독이 될수 있지만, 언제나 가지고 있어서 손해를 볼일은 없다. 루크에게 이미 다시 물을수는 없었다. 사실이라해서 감당하는것도 사실이 아니라 듣는것도 믿기에는 그가 생각하는 루크와는 상이 다른것이다. 그렇기에 그런것은 스스로가 감당해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것을 루크가 의도 하고 있던 의도 하고 있지 않던간에 분명 루크라면 지금의 상황에 대한 대답은 벤하르트 본인 스스로에게 맡겼을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벤하르트는 각오 해야만 했다.
처음에 레니아에게 들었을때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워 질 정도로 지금은 긴장된 마음이 전신에 감돌았다.
'형님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은 그의 마음을 깊숙한곳으로 침몰 시킨다.
다음날 아침 신등장의 제 본선을 시작하는 날이 밝았다. 신등장의 제는 하루에 한판을 벌이게 되지만, 추가로 들어온 디레인들은 하루에 동시에 두번의 싸움을 가지게 된다. 한명은 부전승으로 올려주고 디레인이 연전을 함으로서 인원수를 맞추어 주는 것이다. 이번에 참가한 사람은 34면 1팀과 2팀에서 각각 한명씩 두 판을 치르게 되었는데 1팀에서는 루크가 2팀에서는 사우스가 그 일을 맡았다.
그렇게 하루에 한판씩 34명의 선수들은 4일간의 결전을 펼치가 되고 2일을쉬고난 후에 결승전을 펼치게 된다.
"낭군님."
벤하르트가 경기장에 향하기 위해서 루크의 저택을 나오자 어디에선가 세레니르가 불쑥 튀어 나왔다.
"세 세레니르씨?"
"세레니르라고 불러주세요."
"무슨 일이야?"
전과는 달랐지만 역시나 약간은 냉랭한 목소리로 레니아가 묻자 세레니르는 그녀를 흘겨 보면서 말했다.
"낭군님과 같이 경기장에 갈 생각인데, 무슨 문제라도?"
그렇게 말대답 하면서 세레니르는 벤하르트의 팔을 잡아 팔짱을 꼈다.
"어 어어?"
그 모습을 보고 레니아는 메마른 웃음을 한번 띄우고는 마치 귀신처럼 미끄러지듯히 걸어나갔다.
"아하.. 그렇구나. 그럼 아무쪼록 '잘' 가 도 록 하 세 요."
"레 레니아."
"낭군님 그럼 가도록 해요."
시작은 레니아와 하고 싶었지만, 세레니르가 벤하르트의 팔을 잡기는했지만, 레니아의 발도 얼마나 빠르던지 순식간에 인파에 녹아 들어 그는 더 쫓아갈수가 없었다.
'언제부터 레니아가 저렇게 빨라졌지? 놀랐다.'
어차피 레니아를 쫓기는 글렀다고 생각한 벤하르트는 팔짱을 낀 세레니르의 팔을 풀고 말했다. 세레니르는 기를 사용해서 벤하르트가 쉽사리 팔짱을 풀지 못하도록 조정 했지만, 이미 그정도의 기술은 벤하르트에게는 식은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같이 가는건 좋지만, 밀착은 하지 말도록 합시다."
"어? 낭군님. 몸이... 아니 기가 바뀌셨네요?"
"뭐. 조금."
세레니르도 달인이라고 부를수 있을정도의 실력자. 벤하르트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리가 없었다. 전신에서 세어나오는 기의 양만 봐도 그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낭군님으로 모시기에 역시 흠잡을곳이 없다니,,'
왠지 황홀해 보이는 얼굴로 음 하는 감탄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는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멋져요."
"그런 말은 좀.."
예선전과 본선의 경우는 아무리 매달 열리는 신등장의 제라고 해도 관심의 정도부터가 달랐다. 가장재미있는것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현란한 칼부림에 싸움을 볼수 있다는것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은 모이기 마련이었다. 그것이 일반인들의 어중이 떠중이 시합이 아닌 신등장의 제라면 더욱더 보고 싶어지는 법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인파 속에서 벤하르트는 미묘한 시선 집중을 느끼면서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레니아와 같이 다닐경우에도 시선을 받고는 하지만, 레니아와 같이 걸을때 보통은 서로를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은 레니아에 집중될 뿐. 벤하르트는 그 일행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 했다. 검을 찬 모습은 있기 때문에 잘 보아주면 호위검사 정도로 생각할까, 보통은 그 이하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것이다. 하지만 세레니르는 그 경우가 달랐다. 헤이로카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옷을 입은 미녀가 그럭 저럭 생긴 남자에게 붙어 있는 모습은 모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계속해서 떼어내는 벤하르트에게 더 집착하지 않고 세레니르는 떨어지면서 물었다.
"그런데 왜 예선전에서는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요?"
세레니르와 단전인 관계는 없지만, 쓰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쓸수 없었던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벤하르트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저는 1팀이에요 낭군님은 2팀의 끝자락이지요? 빨리 끝내놓고 응원하도록 할게요."
"아니 굳이 그럴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건데요? 그것도 안되나요?"
"마음대로 하십쇼."
"그리고 제가 지면 한가지 부탁을 들어주세요."
"안됩니다. 어차피 낭군으로 모시고 싶다는둥 결혼하고 싶다는둥 이런류의 부탁이겠지요? 확실하게 말해두겠지만, 절대 안들어 줄겁니다. 그리고 지면이라니 지면은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겁니까?"
"지면 마음에 상처를 받을테니 위로차원에서... 안될까요?"
눈을 말똥이면서 건드리면 눈물을 흘릴것만 같은 얼굴로 부탁하자 또 다시 마음이 약해진 벤하르트는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
"이상한 부탁은 아니겠죠."
"분명 낭군님이 상상하신것은 아닐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게 더 걱정된단 말입니다.'
반쯤 치켜뜬 눈으로 벤하르트는 세레니르를 바라보았다.
"뭐 그렇다고 해도 일부러 지거나 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제가 이기고 또 이겨서 마지막에는 낭군님에게 디레인의 자리를 양보할것이니까.. 염려는 안하셔도 되요."
'으음.'
첫번째 팀에 루크가 있다는것을 알고 있는 벤하르트는 그녀의 그 말을 듣고 왠지 미안스러워 졌다.
"그럼 소녀는 가보겠습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쪽도요."
그리고 그는 대기실로 들어갔다.
대기실이라고 해도 상대의 시합을 전부 볼수는 있었기 때문에 상대에 대해 연구를 할 시간을 가지는 데에는 충분했다. 하루에 한번이기 때문에 시합을 끝난 사람은 더 대기실에 가지 않고 경기장을 나가도 상관 없는것도 특색이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다행인점이 있다면 내가 2팀이라는 것이겠군.'
1팀이었다면 루에인과 같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일진대 그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여어. 지난번의 빚은 이곳에서 갚아주도록 하겠다. 그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도베느는 험상궃은 얼굴을 지으면서 벤하르트에게 아는척을 해왔다.
"약속이라니."
"지면 네 검을 양도 한다는 것 말이다. 잊었다고 말하면 곤란하지."
"그때 분명히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해 뒀을텐데,"
"그럼 일방적으로 가지고 가겠다.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지만 도베느는 벤하르트에게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그가 지금 진심으로 전 신경을 쏟고 있는것은 다른 사람. 많은 강적이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한사람만이 그의 신경을 빼앗고 있었다.
사우스는 아니었다. 펠리온도 아니고 도베느는 더더욱 아니었고 루에인조차 아니었다.
'루에인이 이겼군.'
루에인의 승리를 이어 그 뒤에 펠리온이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그 뒤를 이어 세레니르가 승리를 차지했고 드디어 그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사람. 루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디레인중의 디레인 디레인의 피를 이어받은 디레인 디레인을 잡은 디레인 수많은 별명을 가진 사나이 루안 샐던이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경기장이 떠나갈듯한 관객들의 환호성을 받으면서 루크는 결투장에 오른지 단 3초만에, 루크는 상대를 기절시키고 승리를 차지했다. 그 뒤를 곧바로 이은 대결도 10초를 채 넘기지 못하고 상대는 기권을 선언했다.
'진심이다. 저건 확실히 진심이다.'
그저 승리를 추구할 뿐이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상대에게 저항할 틈조차 주지 않는 완벽한 압살을 보여준것은 그만큼 루크의 진심을 보여준것이다. 결코 장난이 아니라고 마치 벤하르트에게 경고라도 하는듯. 보여주기위한 '경고'의 대결. 그 절대적인 무력과 태도에 벤하르트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힘없이 자리에 앉았다.
"아하하.."
===================================
드디어 시작된 신등장의 제. 근데 (15).... 역대 최다의 부제 길이군요. 한화의 양도 대다수가 6천~7천 이상이라 양도 굉장히 많은 편인데,, 으음....
월요일 선빵은 새벽 3시로 출발합니다. 연참대전을 위해 Start!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