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74화-찬티아(5)
"그럼 이제 어떻게 도망칠 생각인가?"
공주는 살짝 비웃음을 띄우면서 말했다. 벤하르트가 자신의 거처에 들어온것은 그의 실력이 뛰어난 탓도 있지만, 어떤의미에서는 운이 따라준 것도 있었다. 경비가 허술해진 틈을 타 들어올수 있었다면 지금 경비가 삼엄해진 것은 벤하르트에게 있어서 어찌보며 독안에 든 쥐와 같은 상황이라 할수 있었다.
"애석하게도 정면 돌파 밖에 없을것 같군요."
"그럴필요는 없지. 일단은 침입자이긴 하다만, 결국은 네가 잘 빠져나가야만이 성립된다고 할수 있지. 그렇지 않고서 '그것에 관한 사실'이 노출이 된다면 이미 이 엉망진창인 계획은 성립되지 않는것이 아닌가?"
벤하르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거기에 크게는 라군델을 위한다며 이곳에 왔지만, 결국 네 그 목숨을 건 사실은 작게는 나를 위한 사실이니.. 친히 도와주도록 하도록 하겠어."
"네에?"
공주는 벤하르트에게 손짓을해 오라고 한후 천으로 된 띠를 그의 눈에 둘렀다.
"보이지 않지?"
그리고나서 그녀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벤하르트의 청각은 굉장해서 두손으로 귀를 막았다. 곧 공주의 손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 됐다."
"저기 왜 옷을 입은건지 도무지 알수가 없습니다만,"
"그러니까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녀는 펑퍼짐하게 퍼진 치마를 툭툭 치며 말했다. 벤하르트는 금새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고 몸서리 치면서 한발한발 물러섰다.
"그 그렇게 탈출하느니 그냥 정면으로 나가겠습니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 알수는 없지만, 이곳은 라군델 제 2의 수도라고 불리우는 곳 도네스다. 들어오는것은 기습적으로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나가는것은 글세 가능하려나? 베이든에 정예근위병 잡다한 녀석들 그리고 벨드 까지 있는데,"
"아 아니 그렇다 해도 그런짓은 할수가 없습니다. 애시당초에 일국의 공주라는자가 수치도 없습니까!"
"수치라. 그런게 없어진건 벌써 오래전 옛전이라구.."
그 얼굴이 너무도 쓸쓸해 보여서 벤하르트는 순간 말을 잃었다.
"침입자여. 그렇다면 자네의 그 말에 대한 포상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사심도 품지 말도록 그런 교환조건이라면 가능하겠지."
"역시 됐습니다."
"그렇다면 소리를 지를까?"
"어째서입니까?"
"뭐 정면돌파를 주장할정도라면 당당히 그렇게 나가면 되겠지."
아무리 벤하르트라고 해도 그것이 가능할리가 없었다.
"공주님.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있는 편입니까?"
"세간의 평은 듣고 있으니까, 확실히 있다고 볼수 있지."
"제가 누굽니까."
"침입자."
"그런 사람에게 이런 무방비스러운 태도라니,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겁탈감이었을겁니다."
"그런가. 칭찬 고마운걸. 허나 자네여서 다행이지 않나? 거기에 나는 별로 그대를 위해서 이 일을 해준다는것은 아니야. 만에 하나라도 네가 잡혀서 이 일이 발설될것을 염려하기 때문이지. 그때는 네 말이 맞다면 내 목숨마저도 위험해질텐데, 그런 모험을 하느니 이것을 택하려는것 뿐이지."
표정의 변화도 없는 찬티아의 얼굴을 보고 벤하르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 좋습니다."
벤하르트는 찬티아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려 하다가 거울 앞을 지나갔다.그녀의 다리밑으로 들어가는 그 모습을 보니 완전 한량과 같아서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졌다.
"음. 해주겠다고는 했지만, 예상보다 더 불쾌하군."
"감히 말합니다만, 그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공주는 꼼꼼했기 때문에 치마안에 바지를 걸치는것도 잊지 않았다. 다른 남자들이었다고 하면 어떤의미로는 기쁠지 모르는 일도 벤하르트에게는 수치심만 쌓여갈 뿐이었다.
방에서 나오자 부노딘이 놀라며 물었다.
"공주님 어디 가십니까?"
"잠시 산책을 하려고 해. 혹 침입자를 아직 잡지 못했다면 그 얼굴이라도 볼까 해서 말이지."
"하지만 위험하.."
"그 위험을 내가 감수한다고 하지 않나. 부노딘."
"그렇다면 제게 엄호를 하게 해주십시오."
"답답한 녀석이구나. 엄호를 받게 되면 이미 그것은 산책의 의미가 없지 않느냐. 도대체가 이 성안의 녀석들은 하나 같이 고지식하기 그지 없는 녀석들만 모아놓고는, 베이든에게 뭐라 전해둬야겠군."
부노딘은 공주를 대하는것이 굉장히 서툴렀다. 몇번 말을 섞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워낙에 뛰어난 그녀의 외모에 긴장을 많이 한 까닭이었다. 사실 무슨 이유를 댄다고 한들 부노딘이 그녀를 호위해야 하는것은 불변의 사실이었지만, 어느사이엔가 그는 당황해서 그 사실을 잊고 말았다.
"하 하지만 공주님. 현재 성안은 암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암호를 지키지 않는다면 공주님이라고 해도 베고 찌를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렇다면 암호를 부르도록."
암호는 총 네가지였는데, 부노딘은 몇번이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녀석은 꽤 어리숙한걸. 당부보다 공주가 나선다고 하면 억지로라도 호위를 해야 할텐데,'
부노딘의 사정을 벤하르트가 알리 없었지만, 의외로 라군델에도 허술한 것이 있는가 하는 생각과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그는 찬티아를 따라 걸었다.
첫번째 광장의 암호를 대고 넘어 두번째 문을 열고 통로를 걷다가 찬티아는 걸음을 멈추었다.
"자 잠깐."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벤하르트는 그것이 자신에게 하는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일이신지."
"너.. 수 숨을 조금 작게 쉴수 없나?"
공주의 별로 보이지 않았던 당황스런 목소리에 벤하르트는 즉각 대답했다.
"아 예.. 조심하도록 하지요."
"흐음.."
마지막 문앞에서 병사들을 앞에두고 그녀는 멈추어 섰다.
"공주님 무슨일이십니까."
"문을 열어라."
"암호가 없다면 설사 공주님이라고 해도 열어 드릴수 없습니다."
"나의 신원은 확실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도 비상시. 설사 황제폐하를 제하고는 어떤 자가 온다고 해도 열어드릴수 없습니다. 거기에 공주님이 이곳까지 오셨다는 이야기는 암호또한 알고 있으시겠지요."
이런 일은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병사는 당황한 기색 없이 물었다.
"물론이지."
찬티아는 바로 암호를 읊고 행동했다. 병사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왠만해서는 문을 열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문을 열수밖에 없었다.
'까먹은것도 아닌데 어째서 모른척한거지?'
네번째 문마저 통과하고 나자 그제야 벤하르트는 치마에서 나올수 있었다.
"후우."
"설사 공주라고 해도 들이거나 내보내지 않고, 이 체계적인 병사의 틈을 빠져나갈수 있겠어? 가능하려면 성안에 주둔하고 있는 삼천에 가까운 병사와 싸워야 했을거야. 거기에 베이든과 벨드까지 포함해.. 너는 가능했을거라고 보나?"
그제야 벤하르트는 그녀가 마지막에 일부러 암호를 외지 않은 이유를 알수 있었다.
"가능했다고 확신은 못하겠지만, 불가능했다고도 확신하지는 못하겠군요."
"뭐 좋다. 지금은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지. 하지만 네 말이 틀렸다면, 나는 너를 잡을거다. 죄목은 황족을 능멸한 죄 정도면 충분하겠군."
"벌로는 무엇을 받는지."
"능지처참이다."
벤하르트로는 알수 없는 형벌이었지만, 거기서 묻는것도 품위 없어 보여 그는 살짝 웃어 보이고는 찬티아를 뒤로했다.
밖은 이미 혼란이 수습되어 가고 있었다. 레니아가 잡힌 낌새도 없었기 때문에 안심하며 그는 서둘러 여관으로 돌아왔다.
"레니아는 무사하겠지. 레니아 나 왔어."
"어어. 와 왔어?"
방바닥에 얼굴을 박고 레니아는 끙끙이면서 벤하르트를 맞이했다.
"뭐야 많이 다친거야?"
"아니 다친부분은 거의 없어. 하아.."
"무슨 일이야?"
"실은 말이지. 예전에 길리어스 기억나? 플라닌 족 족장."
벤하르트는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어 근데 그게 왜?"
"그가 마지막에 우리에게 써준 마법 있지?"
"음 빈트닌으로 단번에 보내준 마법 말이지?"
"그래 그걸 나도 한번 사용해보려고 했어. 사실 아주 짧은 거리는 쉽게 가능했거든. 그래서 조금 자신감이 생겨서 이번에도 혹시나 위험하게 되면 사용하려고 했었지. 그런데 쓰자마자 이모양이야. 으윽."
"레니아 괜찮아?"
"괜..찮아. 그저 기운이 없는것 뿐이야. 발이나 손은 커녕 손가락조차도 들기가 힘들정도로 전신에 힘이 다 빠져 버려서 이모양으로 있는거야."
고개를 바닥에 박은채 엎드린것처럼 축 늘어진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레니아라면 하지 않을 그런 자세였다.
"우스꽝스럽긴 하네."
"그렇게 말하지마!"
"알았어. 엿차."
그는 레니아를 번쩍 들었다.
"꺅. 뭐 뭐하는거야?"
"아니 침대에 눕히려고 계속 그대로 있을수는 없잖아? 아니면 그대로 둘까?"
"누 누가 그렇대? 그나저나 교섭은 어떻게 되었는지나 이야기해봐."
"말하고는 싶은데, 너.."
"나.. 나.. 뭐.."
레니아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본인은 눈을 뜨려 했지만, 그녀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눈꺼풀은 서서히 그녀의 눈을 닫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게 레니아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것 같아 벤하르트는 킥 하고 웃으며 말했다.
"수고했어. 고마워 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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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것은 제 자신의 도전인것 같습니다. 문피아에서는 출판을 하기 위해서는 인기 없는 작품은 빨리 포기하고 다음 구상 작을 쓰라고 하지만, 저는 어떤 작품에도 애착을 가지게 되네요. 첫 작인 엔쿠라스를 포함해서요.
물론 계속 쓸수 있는게 애착 때문만은 아닙니다. 댓글이나 관심이 전혀 없었다면 아마 진작에 포기했을겁니다. 저는 아주 이기적인 인간이라서요;;;
이건 야적님의 답글입니다만, 혹 인기가 있었다면 개인지라도 책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회수 100도 안되는데 그런걸 하면 어이가 없는것이죠. 다 짓고 나서 따로 개인적으로만 책으로 만들어서 첫 작품으로 간직하려는 생각정도는 있습니다. 물론 여유로울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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