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75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2)
"음? 저 여자는."
'저 여자는 벤하르트의 마지막을 도와 주었던 그 여인인가. 그런데 왜 여기에 있지?'
레니아와 루크가 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벤하르트는 바늘 방석에 앉은것처럼 굳은 얼굴로 세레니르를 보고 있었다.
"저기 실례지만 누구신지. 루크님을 만나러 오신건가요."
"아니요. 제가 만나러 온것은 벤하르트 라는 분이십니다."
"벤하르트를 만나러 왔다고? 무슨 일로?"
세레니르는 레니아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찡그리더니 곧 벤하르트를 발견하고 사뿐한 발걸음으로 저택의 안으로 들어와 벤하르트의 앞에 앉았다. 그것은 로오나는 미처 잡아 내지 못했지만, 그것은 갑작 스러운 까닭도 있었고 세레니르의 실력이 출중했기 때문이었다.
"!!?"
"낭군님을 뵙습니다."
그녀는 다소곳하게 앉아 미소지으며 이야기했다.
"뭐야 낭군?"
"호오."
'낭군이 뭐지?'
레니아와 루크 로오나는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세레니르를 보았다. 하지만 그들중에서 가장 놀란것은 벤하르트나 다름 없었다.
"뭐 뭐라고!? 낭군이라니 무슨 뜻이야?"
"낭군이라는것은 젊은 여자가 남편님을 부를때 쓰는 말으로.."
샤이 한에서나 들을수 있는 말이었기에 벤하르트의 출생지를 모르는 그녀는 차근차근한 어조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 뜻을 모르는게 아닙니다!"
"제가 분명히 말해 두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도와 준다면 그 댓가로 부탁을 할것이라고, 이게 바로 그 부탁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하하. 그건 들어줄수 없겠는데요. 분명 그때 저도 이야기 했었던 것으로 아는데, 들어줄수 없는 부탁도 있을수 있다고요."
"음? 어째서죠? 결혼이라도 하신건가요?"
"그런건 아니지만,"
"사귀는 사람은?"
"그것도.."
벤하르트의 시선이 잠깐 레니아에게 가는듯 했으나 그는 차마 그녀를 보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아니면 제가 싫은건가요?"
'그러니까 어째서 그렇게 직접적인 이야기로 몰고 가는거야. 이여자는.'
"싫지는 않습니다."
"못생겼다거나?"
"아니.."
"취향에 안맞는건가요?"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저는.."
세레니르는 벤하르트에게서 고개를 돌리더니 순식간에 레니아에게로 접근한뒤 말했다.
"그러면 이쪽의 여자 때문일까요?"
"으윽."
"뭐지?"
세레니르의 눈에 한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고 레니아는 덤덤하고 서늘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바라본다기 보다는 노려본다고 하는게 더 걸맞는 표현일 것이다.
"당신은 벤하르트씨를 좋아합니까?"
그 질문에 벤하르트는 심장이 덜컥하고 멈추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치 시간이 멈춘것처럼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예선전에서 만난 여자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쳐들어와서 하는 이야기가 이거라고,,?'
그의 상식으로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이야기였다.
"별로 단순한 여행 동료일 뿐이야. 뭐 당연히.. 싫으냐 좋아하느냐를 물으면 좋아하기야 하겠지만,"
처음에는 냉랭하게 말하다가 조금 태도가 바뀔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자 세레니르는 그녀의 말을 잘라 먹었다.
"네 됐습니다."
'이...'
척 보기에도 레니아는 화가 난 얼굴이었지만, 그 얼굴조차 보지 않고 세레니르는 벤하르트에게 접근해 물었다.
"'단순한 여행동료'라는데요?"
양팔을 축 늘어 뜨리고 벤하르트는 그녀를 보았다. 왠지 반짝반짝이는 것 같은 착각 마저 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에 의상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그에게 반가울리 없었다.
"저는 저 레니아와 못다한 여행도 해야 하고,,"
"괜찮아요. '결혼'만 해두고 저도 그 여행을 도우면 되는 것이니까,"
"이쪽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레니르씨와 저는 하나도 아는것이 없는데 갑자기 '결혼'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겁니까."
"아.. 그 말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자는.."
"전혀 아닌데요. 이해할수가 없다는 이야깁니다. 어쨋든 납득 할수도 없을뿐더러 당황스럽기만 한 일인데다가, 이런 일은 마음이 맞지 않으면 절대 할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세레니르는 감동한것같은 얼굴로 벤하르트를 보고 있었는데, 당황한 벤하르트가 헛기침을 하자 그제서야 얼굴을 바꾸고 말을 시작했다.
"저는 샤이 한의 유곡동(柳曲洞)이라는 마을의 진령(珍榮)족 입니다. 본래 샤이 한이라는 나라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진령족은 그중에서도 조금 경우가 다른 이질적인 존재랍니다. 샤이한의 규율이 아닌, 마을 자체 고유의 규칙이 있지요. 즉 샤이 한의 국민이지만, 그 안에 있는 다른 부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진령인가.."
"루크 형님 아십니까?"
"뭐 젊었을때는 이런 저런 일을 많이 했었으니까, 모르지는 않는다만, 지금의 이야기에는 도움이 될만한건 없다."
다시 세레니르는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 부족의 여자는 20세가 되면 낭군님을 찾는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혼자서요. 그리고 낭군님을 찾기 전까지는 마을로 절대로 돌아갈수 없는 율법이 있지요."
"정말입니까?"
세레니르를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일수 없는 벤하르트는 루크에게 확인차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는 말하지 못해도 '나는 당신을 믿지 않습니다.'라는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 일부러 크게 물었지만, 세레니르는 별로 개의치 않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산천초목을 찾아 헤맨지 8년 4개월째.. 드디어 소녀는 꿈에도 그리던 낭군님을 만나고 만것입니다."
'왜 정해진것처럼 말을 하고 있는거지?'
"저기 그래. 이유 이유가 뭡니까? 어째서 저를? 아 도와준것 때문에 말하는거라면 저는 아무 의도 없이 구한것이고 신경쓰지 않아도 되며,, 아니 이게 아니지. 어쨋든 저는 무능력자입니다. 전혀 낭군감으로는 어울리지 않아요."
"왠 횡설수설이야."
세레니르와의 대화가 끝나고 레니아가 처음 내뱉은 말은 왠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느껴져왔다.
'벤 그건 네 생각이겠지.'
진령족을 만나보았던 루크는 그 율법의 뒤도 알고 있었다.
"아니요. 저희 진령족의 여자는 절대로 '능력 없는' 남자는 고르지 않습니다. 신등장의 제의 디레인에는 관심이 없다고 미리 이야기 해 드렸지요? 신등장의 제는 어차피 제가 남자를 평가하기 위한 곳일뿐. 그 내용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디레인은 물론이고, 명성에도 저는 별 관심이 없지요. 그리고 예선전에서 낭군님같은 남자를 만나게 된것입니다. 아아."
"아니. 잠깐 그러니까 이유가 뭡니까?"
"이유라 하면 첫번째는 벤하르트님의 성품."
씨 라는 호칭은 어느새 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약한 몸으로 소녀를 구하려 달려드는 모습은 굉장한 것이었지요. 분명 '죽음'까지도 생각할수 있을 정도의 각오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못해도 예선전을 버릴 각오라 해도 무방한 것이었겠지요."
"그건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저를 위해서 한일입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셔도 곤란할 뿐이에요."
"조금 같이 다녀본 바로 낭군님은 꽤 머리가 좋다는것을 알아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운을 띄워 보았지요? 거기서 알수 있는 점은 분명 제가 처한 상황과 자신의 득실을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다는 말이에요. 그 자리에서 저를 지키는것보다 더 나은 선택은 분명 있었습니다.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확실하게 잡아낼수 있는 힘과 기회는 있었겠지요? 하지만 굳이 저를 구하셨다는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때의 상황에서 벤하르트는 세레니르를 향하는 도베느의 공격을 막아낸다는 선택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에게 있어 도베느를 따라갈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그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 세레니르를 무시하고 등뒤에서 베어버리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었다. 자신의 손해는 없고 그것이 세레니르를 위한 일이라고 자위할수도 있을 정도로 마음을 파고들 여지가 충분히 있는 기회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먼저 지키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그녀가 그런 사실을 알아 준것은 기특하고 놀라운 일이며 또 고마운 일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야 순수하게 즐거워 할수는 없었다. 뭐니뭐니해도 벤하르트는 '결혼'이라는 것에 엄청난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거진 100년의 시간 '가정' 같은것을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그로서는 그쪽으로는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으며 이렇게 듣고 있기만 해도 상상도가 그려지지 않는것이다. 애초에 안다고 해도 거절의 의사를 표명할진대 그정도로 허무맹랑해서야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질 않는것이었다.
"어쨋든 그것은 오히려 감점 대상인데요. 원래 대로라면 능력있는 남자가 할 일이 아니지요."
"저에 대한 애정은 모든것을 대신할수 있어요."
"애정이라니 그 상황의 어디에 애정이 있습니까?"
"아 실례. 어쨌든 제 마음에는 들었다는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분명히 낭군님은 능력이 있습니다."
"이사람이 말입니까?"
로오나는 믿기지 않는다는듯 스리슬쩍 벤하르트를 쳐다 보았다.
"마지막에 통과점을 지나가는 것에 대해 한가지 할말이 있습니다."
"음?"
"죄송합니다 낭군님. 그때 저는 '일부러' 적을 놓쳤답니다. 부인 될 사람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을 해버렸습니다."
"아니 남편이 될 마음도 없고 그러니까 그렇게 빌지 않아도 상관 없다니까요."
'일부러라면 그 세명이 동시에 나왔을때의 일인가. 하긴 그건 조금 이상했지. 그정도의 실력자라면 순식간에 정리하는것도 세레니르씨에게는 가능한 일이었을테니.'
"하지만 그 덕분에 낭군님이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능력을 가졌다는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그토록이나 밀리는 실력으로도 상대를 압도 할수 있는 재치와 기술을 가지고 계시니 소녀는 그 뒤로도 한참동안이나 그 모습을 생각했답니다."
"저기 너무 환상을 가지지 마시죠. 그건 재치고 뭐고 조잡한 속임수였을 뿐이니까, 어쨋든 능력을 가지고 인품이 훌륭한 상대를 찾고 계신다는 말이라면,"
벤하르트는 바로 루크를 향해 돌아 보면서 말했다.
"여기에 아주 훌륭하신 '디레인'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 형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함과 동시에 그는 앞뒤로 차가움을 넘어서 얼어버릴것 같은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벤.. 하르트 '님?'"
"벤. 그게 무슨 말이지? 왜 내가 네 뒤처리를 해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농담입니다. 형님도 참. 제가 그런 짐을 씌우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것 다 아시잖습니까."
"아 너도 알다시피 나는 농담과 진담을 별로 잘 구별하지 못하니까, 조심하도록 해라."
말 한마디를 잘못했을 뿐인데 사방에 아군이 단 한명도 없는 상황으로 뒤바껴 버리게 되자 벤하르트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되어버렸다.
"아 농담을 못하는 남자보다는 잘하는 남자가 좋습니다. 그리고 분명 루크..? 루안..? 으음.. 어쨋든 그쪽의 남자는 제 취향이 아니에요. 너무 강할것 같거든요. 역시 낭군님쪽이."
"어이."
덤덤하게 대화를 보고 있던 레니아의 물음에 세레니르는 물러섬 없이 답했다.
"네? 무슨 일이시죠?"
"너는 벤을 만난지 고작해야 하루도 되지 않았어. 그 감정이 사랑이라고 할수 있는거야? 벤은 '그저 단순한 여행동료'일 뿐이지만, 그래도 소중한 녀석이야. 네 장난에 맞장구치고 넘겨줄것 같아? 동료로써 그렇게 놔두진 않겠어."
"과연 분명 결혼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는데에는 사랑이 없으면 안되겠죠. 능력이나 이유같은 것은 그저 부가적인 것들인것은 사실이겠군요."
'역시나 레니아.... '
벤하르트는 만족스러운 웃음과 반쯤 허탈감에 빠진 웃음을 섞어 보이며 세레니르를 보았다.
"하지만, 역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첫눈에 반했다 라는게 이런걸까요?"
"그래? 그럼 마음대로 하도록 해. 하지만 벤과 함께 하는 여행을 방해하지는 마."
"레 레니아?"
"벤. 아무쪼록 잘 해봐. 다만, 왠지 이상하게 저 여자는 성가시니까 내 눈에 들어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탁할게. 알겠지?"
"잠깐 그게 아니잖아. 아무리 봐도 여기는 말려야 할.."
"됐어. 그런건."
거기까지 말하고 레니아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레니아..'
"저기 세레니르씨. 사실 저는 젊은 여자가 좋거든요. 25살 이상의 여자와는 결혼할수 없습니다."
"괜찮아요. 저희 진령족여자는 50세까지 젊은 모습으로 살아갈수 있거든요. 원래 그렇게 기(氣)술을 배웠거든요."
"으흑."
"그렇게 제가 싫으세요?"
어두운 얼굴로 그녀가 그렇게 물어온다.
'대답해라 벤.'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그럼 왜 자꾸 거절 하시는거죠?"
"갑작 스러워서 겠지. 진령족 여자. 아니 세레니르라고 했었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쪽의 행동은 굉장히 민폐란 말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런 아닌 밤중에 찾아와 자신을 아내로 맞이해달라고 하는것을 이녀석은 좋아하지 않을뿐이다. 오히려 역효과만 나지. 이녀석은 바보스러울정도로 성실한 녀석이니까, 감당 못할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아. 네가 하는것은 그저 억지부리기일 뿐이다."
"그런가요? 낭군님?"
"그말대로입니다."
벤하르트는 레니아가 사라진곳을 보며 기운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흐음 낭군님? 벤하르트님!"
"네?"
"소녀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다음에 찾아뵙도록 할게요."
인사를 끝마치고 그녀는 유유히 루크의 저택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것을 확인하고 루크가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벤 잠깐 따라 오거라. 나와 이야기를 좀 하자."
"무슨 일이십니까 형님."
그에 돌아온것은 루크의 대답같은것이 아니었다. 뼈가 으스러지는 기이한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한 주먹이 벤하르트의 얼굴을 후려 쳤다. 벤하르트는 기절할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을 뒹굴렀다. 기를 두르지도 않은 루크의 주먹에서는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너는 뭘 하는 것이냐!"
단순하게 윽박지르는 수준이 아니었다. 감정의 변동이 별로 없는 루크가 목소리를 떨면서 벤하르트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형님..?"
그런 태도는 처음 보았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루크를 바라 보았지만 루크는 그에게 시선 한줌도 내어주지 않고 이야기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진심으로 거절을 해라. 죽어도 싫다고 할수 없다고 아니면 네가 싫다고. 그것도 아니면 합당한 이유를 대라 네 감정에 솔직하게. 대답하란 말이다."
"하지만,"
"하지만 뭐냐. 너는 네가 피해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해자면서 피해자를 자처할수 있는건 세레니르라는 여자다. 네 그 우유부단한 태도는 그녀에게는 굉장히 좋지 않아. 원래 진령족 여자는 20세에 자신에게 맞는 남자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특유의 기공법때문에 강한 정신력을 가지거나 무인이 아니고는 그녀를 사랑해줄 남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예쁘다고 생각해도 아름답다고 생각해도 취하고는 싶어하지 않는단 말이다. 아까 말해보니 그녀가 너와 이야기를 했다고 했었지? 그건 네가 그녀의 기공에 홀렸는가 홀리지 않았는가를 구분 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런것은 아무래도 좋다. 네가 그녀에게 적합하던 정말 사랑하던 좋아하던 상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진령족의 여자는 30살이 되어서도 진정한 남자를 찾지 못한다면 그 부족에서 율법에 따라 그 여자를 처단한다."
"처단?"
"죽인다는 말이다. 8년 4개월이라고 했으니 앞으로 2년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벤하르트는 세레니르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런 밝은 여자가 처한 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뒷켠에 존재하고 있다는것에 대한 놀라움과 그 어리숙한 동정심을 가지고.
"그런데 그 태도는 뭐냐. 그녀가 너를 정말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는 상관 없다. 하지만 네 태도는 그녀에게나 너에게나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야. 거기에 지금의 너라면 더더욱."
"왜. 그런 이야기를 저에게."
"고의다. 너를 알고 있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거다. 너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죽을지도 모르는 세레니르라는 여자가 불쌍하다고 아까와는 다른 이유로 고민하게 될거다. 언제든 인간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네녀석은 미룰 뿐이다. 어리숙하게, 어느쪽에도 취하지 않게 자신의 안전만을 챙기려 하는 얼간이녀석일 뿐이다. 나는 지금껏 너를 싫어하지 않았지만 오늘 만큼은 좋게 봐줄수 없다. 네가 한것은 그 신에게나 진령족의 여자에게나 잔혹한 짓이겠지."
루크의 말에 그는 한마디도 답할수 없었다. 얼마전에 레니아와 있었던 이야기가 있었기에 더더욱 비교되는 상황이었다.
"이미 결정되어 있는것조차 말할수 없는건 이미 어떤 말로도 포장될수 없는 약함이다."
그것을 끝으로 루크는 멍하니 서 있는 벤하르트를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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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니르라는 여자는 벤하르트에게만 저러는 겁니다. 뭐 평상시의 상태는 도도한 여자 비슷하게 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너무 일면만 나온것 같아 하는 부연설명입니다만, 뭐..
여튼 1분 남은 관계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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