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83화-난중(亂中)(6)
죽지 않는것. 불사성에 관한것은 여러가지 '설'이 있다. 상처를 입어도 손과 발이 잘려도 '죽지 않는것.' 단지 생명이 끊어지지 않는 불사성, 상처를 입으면 입은 부위가 회복해서 죽지 않는 불사성. 베여져 나가거나 소멸을 한다고 해도 그 자체가 재생되어지는 불사성, 존재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는 육신 자체가 사라진다고 해도 죽지 않는 불사성.
그것외에도 여럿 말도 안되는 사항들이 있을정도로 불사의 정의는 만들어내거나 들려오는것등 전해져 내려오는것의 종류는 많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설명하자면 '죽지 않는다는 것'이 불사의 정의다. 이유는 가져다 붙히면 그만인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한 불사라는게 그렇게 쉽게 나타날리 없다. 인간의 기술 인간의 생명으로 엮어내 만든 괴물이라 해도 불사성을 쉽게 가진다는것은 어려운일이라고 따지고들기 이전에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생각해보면 지극히 간단하다.
레니아를 비롯한 신들조차도 그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사체가 아니다. 수명만은 영구하다 할지언정. 죽지 않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다만 잘 죽지 않을 뿐..
신이라고 칭송받는 자들마저 그럴진대, 아무리 뛰어난 연금술로 만들어진 괴물이라 한들, 완벽한 불사를 이룰리 만무했다. 연구마저 실패했음이야 말할것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애시당초에 불사의 정의를 내린다는것은 무의미한것이다. 이유인즉슨 불사라 칭송받고 떠받들여 지는 '무언가'가 불사로 떠받들여 지는 이유는 간단하게도,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죽이지 못했고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 어떠한 방법을 이용해서 죽일수 있다면, 그 불사성은 불사라고 칭할수 없겠지만, 그저 그 방법을 증명하지 못했기에, 그것들은 불사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확인할때 그중에서 정말로 죽지않는 '불사(不死)'를 칭할수 있는 자는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그자리에 있는' 것들 중에서 생각해 보면 리스가 유일하다 할수 있었다.
"죽지 않는다고?"
"그래. 제카리트도 죽일수 없어서 봉인을 했다고 적혀 있었어."
"봉하는 방법이 뭐지?"
"지금 여기서는 구할수 없는 것들이야."
[벤. 공주의 말을 너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마. 불사라는 말은 고작해야 인간이 내세울 정도로 흔하게 볼수 있는게 아니야. 제카리트라는 녀석이 어디까지 완성형에 가까운 불사의 괴물을 만들어 냈는지 몰라도 저정도는 내가 보기에는 불사에 근접하지도 않아. 미숙하고도 불안정한 결함품이야.]
흡혈귀중에서도 원류. 흡혈귀 상에서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불사에 한없이 가까운 리스가 보기에, 브라무헬은 불사라고 불리기에는 손색이 너무도 많았다.
"벤. 찬티아는 죽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지도 않아. 인간의 손으로 불사신을 만들었다는 말은 내가 미숙해서 듣지 못했을수도 있지만, 신들 조차도 불사신을 만들어 낼수는 없어. 제카리트라는 녀석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알수 없지만, 그게 가능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하물며,, 찬티아는 저 괴물을 완벽하게 만든것도 아니니까, 충분히 없앨수 있을거야."
'정말 멋질정도의 공감대로구만,'
레니아와 리스의 의견을 절충해 벤하르트는 검을 잡았다.
"너희들 내 말을 너무 무시하는거 아냐? 죽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그 괴물을 이대로 놔둘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내 생각에는 죽일수 있다면, 지금밖에는 기회가 없어."
죽이려 든다면, 제로가 있는 지금외에는 벤하르트가 죽일 방법은 없다. 괴물의 움직임은 이미 벤하르트가 겨우 버텨내는 싸움만을 할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사 레니아와 자신이 만전을 기한 상태로 싸운다고 해도 죽일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해도 둘로는 괴물을 이길수가 없었다.
이길수 있다면, 제로가 존재하고 있는 지금이었다.
"너희들.."
"너를 지킨것의 논리와 별로 다르지도 않아. 놀랄것도 없지만, 막을권리는 더더욱 네게 없어. 도망치고 싶다면 도망치는게 어때?"
그렇게 말하고 레니아는 브라무헬에게 달려들었다.
"웃기지마..."
찬티아는 달려나가는 레니아를 보며 중얼거렸다.
브라무헬의 맹렬한 공격을 제로는 실낱같은 차이로 피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을정도의 거합이 브라무헬의 살을 찢고 있었다. 하지만 찢어내도 찢어내도 찢긴 부분을 기점으로 금새 원래대로 돌아왔다. 벤하르트는 브라무헬에게 백뢰를 지지면서 전투에 뛰어들었다.
"....."
브라무헬과 싸우면서도 제로는 벤하르트와의 일들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제로씨 였었지요?"
"그래. 오랜만이라고 해둬야 하나."
"이 괴물은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정도로는, 미숙하다고 생각되는데,"
'세명이나 공통된 의견이라니,, 이쯤되면 놀랍다기 보다는 당연한것 같게 되어 버리는데,'
"도와드리겠습니다."
"도움은 그다지 필요 없어. '앞으로의 일'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쓰러뜨리는것은 문제가 아니지."
벤하르트는 별로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제로의 실력을 눈앞에서 보고 있기에,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다.
"그렇다면 빨리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만, 아마도 너는 방해를 하게 될것 같거든."
"방해라니.. 무엇을 말씀하시는건지.."
순간 레니아의 광탄과 빙탄이 브라무헬에 쇄도했다. 마치 수없이 떨어지는 유성을 보는듯이 빛은 끊이지 않고 액체의 괴물에게 작렬했다.
"레니아 너는 나서지마! 몸도 성치 않으면서,"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네 알겠습니다. 하고 들어가 줄리가 없잖아. 엄호할테니까, 공격이나 해."
레니아는 다시 주문을 외워 마법을 쏘아냈다. 다채로운 색의 마법이 브라무헬의 몸 곳곳을 공격했지만, 설사 수천발을 적중 시킨다고 해도 브라무헬이 죽을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은 벤하르트의 백뢰 또한 마찬가지여서 찬티아가 말한 죽지 않는다는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조금 방심했나.."
레니아는 계속된 공격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브라무헬을 보며 질린듯 중얼거렸다. 죽지 않는다는건 아마도 사실이 아니겠지만, 죽이기 한없이 어렵다는것 자체는 미완성이던 실패작이던 마찬가지라고 할만 했다. 그 정도치가 벤하르트나 레니아나 제로가 감당할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인데, 계속되는 싸움에도 브라무헬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기 때문에, 적잖게 기운이 빠지고 있었던 것이다.
"후우."
레니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숨을 고르려 했다.
"레니아!"
물같은 몸을 하고 있어도, 벤하르트를 상대로도 속도로 밀리지 않을 정도의 괴물이었다. 계속되는 결투로 점점 전투의 기술이 활성화된 브라무헬은 살육병기답게 레니아의 빈틈을 포획해 그대로 레니아의 쪽으로 달려 그녀를 낚아 챘다.
"크윽. 아앗.."
"백뢰!"
백색의 번개가 레니아를 쥐고 있는 손을 끊으려 했지만, 그 번개는 브라무헬의 다른쪽 팔에 막혀 버렸다.
"어쩔수 없군."
제로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천개의...."
그 소리가 너무 작아 벤하르트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단지 그의 움직임이 멎어서 살짝 뒤를 돌아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눈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
중얼거림을 끝낸 제로는 한차례 검을 뽑아 허공을 향해 내질렀다.
"앵화참월(櫻花斬月)"
제로가 베어낸 틈을 기점으로 칠흑의 공간은 서서히 동굴 안을 침식해 들어갔다. 윤곽으로 보이는것은 제로와 벤하르트 레니아 브라무헬까지 제로의 근처에 있는 생명들 뿐이었다. 검은 공간 안에는 오직 사람의 인영과 뜬금없이 떠 있는 둥그렇게 빛나는 보름달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제로는 손으로 브라무헬을 가르켰다. 그 행동 하나로 브라무헬의 레니아를 쥐고 있던 손이 날아갔다.
"!?"
"불사에 가까운 것들을 없애는 것은 그 이상의 공격력을 쑤셔 넣으면 되는것이지.."
브라무헬의 육신을 없애는 것은 제로의 손에서 쇄도하는것이 아니다. 손은 방아쇠이자 겨냥인것 뿐으로, 사방의 공간에서 참격이 쇄도했다. 참격이 닿는 부분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것마냥 사라져 버렸다. 사라진 부분은 다른 액체로 메워지고 메워진 부분은 다른 참격에 의해 사라져간다. 도망칠 새도 없이 하나 둘씩 죄여서 산산조각나 형체도 알아볼수 없을정도로,,, 재생하거나 회복하는 시간보다도 압도적으로 베어내고 잘라내고 없애버렸다. 참격인듯 싶어도 참격과는 또 다른 공격에,, 벤하르트는 시선을 뗄수 없었다. 그는 대장장이지만, 어느샌가 검사이기도 했기에, 그 대응법을 고심했지만, 나올리 없었다. 루크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강함을 벤하르트는 몸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꿈틀거리는 마지막 하나의 액체의 몸 마저도 무시하지 않고 제로는 확실하게 제거했다. 그리고 검은 공간은 서서히 사라져 갔다.
[괴물이잖아. 저녀석]
'네가 그렇게 말할정도야?'
[인간중에는 가끔 나도 질릴정도의 괴물이 나타나곤 하지. 저녀석은 순수하게 인간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저 강함 자체는 순수하게 인간으로써 얻어낸 것이니까,,]
'저사람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지만, 조금 달라. 비유하자면, 내 피가 조금 섞여 있는 너처럼 완벽하지 않을 뿐이지. 네 경우는 내 피 때문에 득을 보고 있지만, 저녀석은 순수하게 인간이 아니기때문에 더 약해져 있는걸 감안하면,, 괴물이라고 생각해.]
'리스 너와 싸우면 결과가 어떻게 될것 같아?'
[그것보다 레니아의 신상이나 살피는게 어때?]
"아.."
벤하르트는 곧장 쓰러져 있는 레니아에게 달려갔다. 순간적으로 기절해 있었던 레니아는 곧 깨어날수 있었다.
"으윽."
"바보야 그러기에 나서지 말랬잖아."
"미안. 그나저나 어떻게 된거야?"
"제로씨가 해결해 주었어."
"그래?"
벤하르트는 레니아를 일으켜 세우고 제로에게 걸어갔다. 조금 지친듯 제로는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가 벤하르트를 보고 아는체 했다.
"레니아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다면, 이 이후의 일은 방해하지 않아 주려나.."
"방해라니, 이미 브라무헬이라는 괴물은 쓰러뜨렸는데,,"
지금껏 벤하르트는 브라무헬을 쓰러트리는 것을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생각했으나 사실 제로는 그것에 대한 말이 아니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방금전 사라진 페스돈을 없애러 온것도 이 괴물을 없애러 온것도 아니다. 내가 죽이려 했던 목표는 어디까지나 찬티아 였으니까,,"
벤하르트는 그제야 한걸음 물리면서 검을 들었다. 그런 벤하르트를 상대로 제로는 명백하게 안좋은 의미를 띄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래. 역시.. 너라면 방해를 할줄 알았다."
- 작가의말
제로 라는 인물과 제온이라는 인물은 사실 엔쿠라스가 시작하기 이전부터 제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었던 인물입니다. 둘중 하나는 제 다른 소설의 주인공으로 (아직 한번도 쓰지 않았던) 저장되어 있지요. 이야기 구성또한.... ㅇㅅㅇ;;
때문에 비하인드 스토리와 애프터 스토리가 굉장히 많습니다...만,
엔쿠라스에는 그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언젠가 쓰게될 작품에서나 보이게 되겠지요? (나오긴 하겠냐만은...)
잡다하게 꼬이고 꼬인 화를 그리고 싶었는데,(내용은 정해진대로 가는것이지만, 연출은 그렇게 가려 했는데,) 뭔가 정리가 되어 버린 느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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