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37화-췌펜(4)
"오빠는 어디로 간 거에요?
라프라는 벤하르트가 사라진것을 보고 약간 불안했는지 레니아에게 다가왔다.
"그건 꼬마는 알필요가 없어. 그나저나 왜 이곳에 있는거지?"
"저는 여기에 있고 싶지 않은것 같아요."
그 말에 레니아는 조금 무섭게 표정을 일그러 뜨렸지만, 조용히 물었다.
"어째서?"
"아이들이.."
"괴롭힌다고?"
라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고개를 아래로 낮추고 있는 그녀에게 레니아는 눈을 맞추었다.
"라프라. 지금 네가 말하는건 엄청난 어리광이야. 그것을 말한게 나였다는것에 감사하도록 하는게 좋아."
"네?"
"살면서 힘들지 않은건 무엇하나 없어. 물론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힘들이지 않고 살아왔지만, 그건 결코 좋은게 아니야. 단연코 말할수 있어. 네가 느끼는 그 괴로움은 나쁜게 아니야."
"하지만,,"
"아까는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벤 녀석은 너를 이곳에 들이기 위해서 지금 밖에 나가있어. 아마 마을과 벤이 약조한 것은 '마력석을 치우더라도 마수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조건'이었을거야."
라프라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별로 긴 시간을 여행한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레니아가 벤하르트를 얼마나 위하고 있는지 알수 있었다. 항상 티격거리기는 했지만,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는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말한게 어느정도의 어리광이었는지도 삽시간에 깨달았다.
"그런건.."
"바라지 않았다고는 할수 없지. 벤은 너를 위해서 그래 목숨까지 건것은 아니지만, 전혀 쓸데없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거야. 그걸 하지 말라고 말할수 있어? 고작해야 그따위 이유 때문에?"
"....."
"나는 네가 별로 싫은건 아냐. 하지만 좋다고도 할수 없어. 벤이 좋다고 하면 좋게 봐줄수는 있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네가 잘해줬을때의 일이야. 벤이 고생하는거야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니까 화가 나지는 않지만, 그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려고 하는 네 행동은 별로 용서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왜.. 오빠는 그런 행동을 한거에요? 안해도 제 집에서 살수 있잖아요."
"네가 기뻐했기 때문이겠지. 아마 네가 싫어했다면 반대의 경우로 이 마을에 머물러야 한다는 상황일지라도 네 집에서 강제로 머물렀을거야. 벤은 그런 녀석이니까,,"
레니아는 약간은 슬픈 얼굴과 자부심이 섞인것 같은 미묘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괴롭힌다고? 그런 사소한 장난 따위는 부숴버려. 벤은 정의파 비스무리 한 녀석이지. 녀석에게 잘보이고 싶으면 착한녀석이 되면 돼. 하지만 그게 참으라는 이야기는 아니야. 네 자신에게 떳떳하다면, 그때는 본때를 보여줘도 좋아. 뒤는 벤이 아니라면 내가 감당해줄테니까,"
"....."
레니아의 말은 왠지 싸우라는건지 싸우지 말라는건지 약간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권장하는듯 싶었지만 약간은 권장하지 않는듯한 느낌도 들었기에 라프라는 약간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참을수 있다면 참아도 좋고, 선택은 자유야."
라프라는 조금 더 혼란스러워 했다.
"저는 어떻해야 할까요?"
"흐음 그 고심이라는것 자체도 어떤 의미에서는 행복한것일수도 있어."
"너무 어려워요."
"그럼 간단하게 말해볼까? 벤이 기뻐하는것과 네가 그 고통에서 달아나는것 어떤게 좋아?"
라프라는 양쪽 모두를 원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벤하르트가 기뻐하는쪽이 더 우선시 되었다.
"네가 어떤 행동을 하면 벤이 좋아할지 쉬운 답을 알려줄게."
"네? 그게 뭔데요?"
"이곳에서 네가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 하나로 벤은 정말 좋아할거야. 하지만 그러려면 너는 괴롭히는 녀석들을 극복해야 겠지? 반대의 경우로 포기를 한다고 해서 벤이 화내거나 하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그만큼 너는 벤을 기만한 셈이 되겠지. 몰랐다면 상관 없지만, 이미 나에게서 사정을 다 들은 지금 네가 도망을 친다면 그건 명백한 벤하르트에 대한 기만인거야."
"제가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는것 하나로 정말 기뻐할까요?"
"물론."
라프라는 굳은 얼굴을 지어 보이고는 손에 힘을 불끈 쥐어보이며 말했다.
"결심했어요."
레니아는 그녀의 다부진 얼굴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힘들겠지만, 그녀석이 기뻐하도록 노력해줘."
"네!"
라프라와 레니아는 손을 잡고선 머무는 방으로 돌아갔다.
"무료하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야밤의 정경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상념을 가지게 했지만, 대부분은 덧없고 무료한 것이었다. 중얼 거린 혼잣말에 리스의 목소리가 답해왔다.
"정말 쓸데 없는 일을 잘도 벌이는구나 너란 녀석은."
어느샌가 옆에서 둥둥 뜬채 웃는것도 화내는것도 아닌 미묘한 표정으로 리스는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그깟 마수 하나때문에 말이지."
"하긴 네가 생각하기에는 그깟이겠군."
"무시하지마."
그녀는 벤하르트의 목을 가볍게 조르는듯 하면서 말했다.
"물론 이전까지의 나였다면 그깟이라고 진심을 다해 말했겠지만, 지금은 달라. 구태어 이런 손해보는 노력을 네가 왜 해야 하는건지에 말하고 싶은거였을뿐이야."
"그래?"
"애초에 있었던 집에 머무는 수도 생각해볼수 있었을텐데, 왜 그렇게 바보짓을 사서 하는거지?"
그에 벤하르트는 중얼이며 말했다.
"홀로 떨어졌다는것은 상당히 두려운 것이거든."
리스는 그말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했다.
"무슨 뜻이지?"
"너도 알고 있을것 아냐? 내 과거. 벌써 올리면 백년전의 일인데도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한평생을 살면서 아직도 잊지 않았다는게 신기할정도로,, 부모님을 잃고 모두를 잃고 풀린 시선의 시체 안에서 숨어서 하루인지 이틀인지,, 아니면 더 되었는지, 어쨋든 말로 표현하기는 뭣하지만, 좋은 기분은 아니었어. 그 기분에서 벗어날수 있다면, 어떤 흉악한 짓이라도 무엇일지라도 할수 있을것 같은 기분. 나는 은연중에 라프라를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런 문제일까?"
리스는 의뭉스럽게 벤하르트를 바라보면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너는 마력석의 영향을 안받네?"
그는 마력석의 길을 걸을때 부터 태연자약한 리스에게 물었다.
"이몸을 뭐라고 생각하는건지. 하지만 안받는건 아니야. 이게 뭔지는 몰라도, 확실하게 내 움직임을 제한 하고 있는것은 확실해.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지. 팔을 뻗으면 내가 생각한것보다 티끌만큼 늦게 움직이는 느낌? 어쨋든 네 말대로 말하자면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야. 설명하기는 애매하지만,"
리스의 말에 벤하르트는 피식 웃었다.
"어쨋든 터무니 없구나 너도, 그 마수 하나를 들이기 위해서 머무는 기간동안 한마리의 마수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스스로가 경비를 서다니 말야."
"그거야 당연하지. 그정도가 되지 않으면 들일리가 없으니까,"
"그런 행동을 한것 자체를 말하고 있는건데? 뭐 그런점에서 네게 붙어 있기는 하지만, 너는 참 어리숙해. 생물로써 현명치 못해. 어긋나 있어."
"일전 레니아에게도 들었던 말인데 그거."
"말하기는 뭣하지만, 나와 레니아는 비슷하니까, 레니아가 나처럼 힘이 붙어 있었다면 꽤나 볼만 했을걸? 차이라고 한다면 그점이겠지. 나는 내가 말한대로 행할수 있는 능력자. 레니아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무능력자."
"무능력하지는 않아."
그는 작지만 확실하게 반박했다.
"예를 들자면이지. 하여간에 엄청 감싸고 도는데? 내가 약해지면 그렇게 말해줄래?"
벤하르트는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아마?"
"그렇겠지. 너라면 그럴것이라 생각했어."
싱긋 웃으면서 그녀는 벤하르트의 옆자리에 앉았다.
"들어갈 생각은 없는거냐?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너는 엄청나게 눈에 띈단 말야."
반짝이는 금발은 달빛에 반사되어 마치 금빛처럼 번쩍이는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실제로 빛난다고 하기는 뭣하지만, 눈에 뜨이는 것은 확실하다 말할수 있었다.
"이몸은 있으면서도 없는것이나 다름 없는 존재야. 레니아가 아니라면 누구에게라도 들켜도 의미가 없지. 멋스럽게 말하면 공허한 존재."
"별로 멋지지는 않은데,"
"쳇. 회심의 작명이었건만, 어쨋든 다른 사람이 볼일은 없어. 그런 제한도 나에게는 가능하고, 애초에 너보다도 그런 쪽으로는 몸을 숨기는데 탁월하니까,"
"새삼 능력의 차이에 열등감을 느끼는군."
"이몸에? 이미 인간과 나를 비교하는 시점에서 내가 농락 당하고 있는거라고, 요즘은 꽤나 성장한 너와 반쯤은 진심으로 겨뤄 보고 싶어."
"참아줘. 내 몸이 남아나질 않을걸."
"하긴 그렇지."
'긍정하는거냐..'
칭찬이 무색할정도로 쉬운 긍정에 그는 조금 침울해했다. 그런 뻔히 보이는 모습을 보며 리스는 미소지었다.
"음.."
벤하르트의 안색이 바뀌었다. 리스는 여전했지만, 표정은 약간 달라져 있었다. 그녀도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슬으슬 마수들은 마력석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아 마을로 천천히 다가 오고 있었다. 그는 검을 뽑아 마수에게 달리려 했지만, 리스는 가볍게 손가락 두개로 그의 발을 붙잡았고 벤하르트는 고꾸라져 벽에 얼굴을 부딛혔다.
"뭐 뭐하는거야!"
"뭐라니, 조금 도와줄까 해서, 넙죽 절을 해도 모자를 판에 성내기는,"
벤하르트가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틈을 타 그녀는 살짝 독한 얼굴로 살기를 내뿜었다. 그 행동 하나에 마수들은 삽시간에 뒤로 물러났다. 인간처럼 이성으로 행동하는것보다 야성과 감성으로 행동하는 마수들에게 있어서, 리스의 존재는 그야말로 자신들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기에 그들은 뒤도 보지 않고 달아났다.
"....."
"어때?"
"무섭다.. 고 하면 화내겠지."
재빠르게 리스의 깜짝 일격을 피하며 벤하르트가 말했다.
"호오,, 레니아의 기분을 알수 있을것 같은 느낌인데?"
"무슨 느낌?"
"쫓아서 한방 먹여주고 싶은 느낌?"
"정말 마음에 안드는 느낌이구만, 정말 레니아가 그런 생각을 했단 말야?"
"글세. 내쪽은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그렇지 않을까 약 7할 정도로,,"
'닮은꼴이긴 하니까 이 둘은.'
묘한 설득력을 느끼면서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나저나 왜 나를 도와준거야? 우리 일에는 거의 돕지 않는것으로 가지 않았나?"
"맞아.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왜?"
"도와줘도 상관 없는 일이었으니까, 구태어 말하자면 이런 잡일에 네가 나서나 내가 나서나 사실 결과는 같다는거지. 다른것도 없는것은 아니지만, 그건 일정에 위반하는것은 아니니까,"
"다른건 뭔데?"
"그건 네가 알아서 생각해. 다시한번 말해두지만 나는 너와 레니아의 일에는 그리 나서지 않을거야. 나의 존재를 레니아에게 알리고 싶지 않으니까, 이 관계를 깨고 싶지 않으니까, 너도 레니아가 어느정도로 날카로운지는 알고 있지? 새삼스러운데 어떻게 붙어 사는거야?"
"너만 하겠냐. 너나 레니아나. 질이 나쁘기로는 네가 더 심하다고,"
벤하르트로써는 양쪽 다 오십보백보나 다름없었다.
"칭찬으로 알아 들을게."
"욕으로 알아 들어야 할 부분이라고,,"
하지만 벤하르트의 절규는 그녀에게는 전혀 닿지 않았다.
"어쨋든 그런 날카로운 레니아에게서 나는 별로 자유롭게 도울수는 없어. 애초에 내가 도우면 보는것도 구경하는 재미도 없으니까, 그런이유도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레니아에게 걸리고 싶지 않다는거야. 그런 밀회의 관계 잖아? 우리는"
"미 밀회라니, 그런건 아니잖.."
벤하르트는 당황해 하면서 변명을 하려 하다 말문이 막혔다.
'아니 그러고 보니 맞는데,,?'
밀회라고 하지 않을수도 없는 이 상황에 그는 벙찐 얼굴로 뭐라 변명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도와준거냐. 구경하는게 더 재미있는것 아니었어?"
"피투성이가 되는게 뭐가 재밌어? 식량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라고 말해줘야 하는거야?"
"방금 인간으로서 참 이해할수 없는 말을 들은것 같아."
"정답이지만, 어쨋든 단순한 변덕정도야 상관 없잖아."
리스는 쳇 하고 고개를 돌려 앉았다.
'바보녀석이 네가 싸우게 되면 레니아가 이곳에 올게 뻔한데, 또 인형안에 갇힐것 같아? 모처럼에 잡은 기회를..'
둔한 벤하르트가 그런 사실을 알리 없었기에 그는 다시 마른 눈으로 정찰을 시작했다.
"나온이유 말해줄까?"
"그러고보니,,이유는 못들었군."
"그간 여러가지 귀엣말로 오가기는 했지만, 제대로 이야기해본적은 사실 별로 없잖아? 모처럼 밤이라는 확실한 시간을 얻었으니까 말이지. 어차피 무료하게 보낼거라면 이 시간에 말벗이나 해줄까 해서 말야."
"그건 고맙군. 근데 조금 성격이 달라진것 아닌가?"
"별로 나는 자유스러우니까 달라지고 말것도 없는것 아닌가? 하고 싶은대로 사는 거니까,"
리스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 벤하르트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것도 그렇군. 어쨋든 이렇게 마주대고 있으니 대단히 든든한걸. 사실 자신은 있었지만, 내심 한마리라도 놓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은 있었는데 말이지."
"으음. 왠지 그런 상황도 재밌을것 같은데,"
"넌 너무 자유스럽다고, 도와 줄꺼면 확실하게 해달란 말야."
그런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는 둘의 밤은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 작가의말
2연참!!!!
흐음, 여튼 4일간 나눠서 쓴거라 헷갈리기도 하고,,
쬐금의 쬐금의 힘을 받을수 있다면, 곧 복학이기도 해서 힘을 내서 써볼텐데, 다음 연참대전은 아마 무리지 않을까요..?
내게서 연참대전을 빼간다면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나에겐 이미 ()글밖에 보이지 않아...
왠지 모르게 뻘잡담 패러디를 투척하며 오랜만에 돌아온 색향이었습니다. 어떤 패러딘지 아시는분 있으려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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