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91화-나가샤(1)
"그래 그대는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지? 무언가 재산과 부 명예를 버리고 이곳으로 올만한 이유가 하나쯤은 있겠지?"
"아.. 뭐.."
레니아가 목적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말해 두었기 때문에 그는 재빨리 변명할 말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망설이는 태도로 우물쭈물 거리는 태도에 가장 얼맞는 이유를 입밖으로 냈다.
"사실 별 생각은 없었는데요."
"음? 무슨 뜻인가 그건?"
"억지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면, 레니아.. 님과 같은 신이 어떤 신인가 보고 싶었을 뿐이랄까요. 여행을 하는데에는 부도 명예도 지위도 필요 없으니까요, 적당히 여행을 할수 있는 자금과 튼튼한 몸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그쪽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크크 하하하. 레니아와 같은신? 그건 아니지. 나는 레니아보다 높은 신이야.. 아니 라네."
'으음.'
"자네 뭔가 불쾌한 생각이라도 하는게 아닌가?"
미묘한 벤하르트의 표정을 보고 나가샤는 날카로운 얼굴로 물었는데, 그 모습이 흡사 레니아가 질책할때의 모습을 보는것만 같았다. 생김새는 달라도 꾸짖는 분위기가 서로 왠지 닮아 보였던 것이다.
'원래 레니아 같은 신이 아닐까.'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같은 성격이면 잘 어울릴수가 없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니 그럴리가요. 그렇진 않습니다. 그런데 레니아..님보다 더 높은 신이라니..?"
"신은 신 그것에 정의는 충분히 전해지고 인간보다 우위지만, 그것에도 엄연한 계급이 있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 무엇이 더 큰가 무엇이 더 작은가 하는 범주로 내려가면 알수 있는것으로, 자네는 어떻지? '사랑'이 아니면 '약'이 어떤것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가. 생각해보면 답은 나와 있겠지."
'확실히.'
둘만을 비교한다고 하면 벤하르트가 생각하기에도 '사랑' 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신'적인 차원의 문제라면, 두보엔의 어둠도 약과 비교하면 격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그럼 자네의 이야기를 해볼까?"
"네?"
"자네가 원하는것이 나를 보는것이라는 것은 들었고, 이제 내가 자네에 대한 것을 물을 차례이니.."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있지. 아주 잔뜩."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같은 눈으로 그녀는 벤하르트를 쳐다 보았다. 어떤 남자라도 넘어올것만 같은 멋진 자태였지만, 이미 레니아라는 신을 너무도 많이 보아온 벤하르트의 눈에는 아주 객관적이게,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느낌만을 받고 있었다.
"그럼.. 일단 실력을 보도록 하지."
"네?"
나가샤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단순히 주먹을 내질렀다. 기나 마력같은게 없는 순수한 주먹의 내지름의 풍압이 벤하르트에게 전해져 내려왔다. 지금까지 싸워 왔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느낌. 1년전 레니아가 싸웠던 단순한 움직임의 나열.
그것은 그야말로 '신'이라는 느낌이었다. 인간을 상대하는데 잔재주 따위가 필요할리 없다고 순수한 능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광오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이치의 공격.
그러나 벤하르트는 이전과는 완벽하게 달라져 있었다. 검을 뽑지 않고도 단순한 기만 가지고도 그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수 있었던 것이다.
"과연."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공격을 검사인 벤하르트가 검으로 막지 않은것에 조금 발끈하고 있었다. 반쯤 재미로 내지른 공격이었다지만 인간에게 업신여김을 당한듯한 기분을 느낀 것이다.
벤하르트가 검사가 아니었다면 별로 신경쓰지 않았을지 몰라도 그는 완연한 검사 였다. 그녀는 조금 진심으로 벤하르트와의 거리를 좁혔다.
'빨라.'
단순한 움직임. '기'를 이용한것도 아닌 아무것도 이용하지 않았을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달리기'의 속도는 그야말로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 뒤를 잇는 신의 공격 평범한 인간이라면 닿지 않아도 기절을 할만큼의 풍압을 느낄 정도로 강한 공격에 벤하르트는 검을 뽑지 않을수 없었다.
얕봤다면 분명 얕봤고, 신중했다면 신중했을 그녀의 생각은 보기좋게 빗나가 버렸다. 벤하르트가 단순히 빼어는 검에는 '기'가 서려 있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사용하는 백광조차 있지 않아 나가샤로써는 너무도 당연하게 그 검에 손을 내지른 것이다. 보통의 검에 자신이 상처를 입지 않을것임을 알기에 행동한 것이었지만, 세상사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기 마련이었다.
'크읏.'
그녀의 고운 얼굴이 찡그려졌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통. 그저 조금 베인 상처일 뿐이었지만, 그녀는 너무도 긴 세월동안 고통을 느껴보지 않고 살아왔기에 고통에 익숙치 않았다.
"괘 괜찮으십니까."
"신인 내가 그정도에 당할리가 없지 않은가."
'어....?'
독기를 품은 그녀의 눈을 보고 벤하르트는 당황 했다. 저런눈을 한 신은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것을 몸으로 체험해 보았기 때문이었다.
신에게 마법에 대한 생각은 필요치 않았다. 사용하고 싶으면 상상하고 날리면 그뿐인 것으로 아주 오랜만에 그녀는 진심을 담은 마법을 벤하르트에게 겨냥하고 있었다. 붉은 섬광을 쏘아 날리고 나서야 눈 녹듯이 화가 사라져 자신이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디레인이라고 해도 신인 자신이 진심을 담은 일격을 맞는다면 설사 죽지 않는것과는 별개로 중상은 절대 피할수 없는것이다. 나름 손님으로 데리고 온 인간이 중상을 입어서 내려간다고 해서 소문이라도 퍼지는 날에는 신앙이 흐트러 질수도 있는 것이었다. 애초에 진심을 담은 마법 자체가 그녀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실수였던 것이다.
"으음. 조금 심했나."
"크헤엑. 후우."
가득히 메운 연기 속에서 콜록거리면서 벤하르트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가샤는 조금 놀란눈으로 벤하르트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내 마법에 상처 하나도 없을수 있는거지?"
"잠깐 상처를 낼 작정으로 쏜것이란 말입니까?"
말을 하기 전부터 위력을 보고 벤하르트는 단순한 장난성 공격이 아님을 알았지만, 나가샤의 독백을 듣고 나니 화가 치밀었다. 상대가 자신이 아니고 혹여라도 세레니르였다면 중상을 면치 못할 정도의 공격이었기 때문이었다.
"흠 흠. 그것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네. 상처하나 없으니까 괜찮지 않나?"
"제가 아니었다면 어쩔뻔 했습니까."
"그 말은 자네였기에 막았다는 말인가? 어째서?"
손의 작은 상처는 이미 나아 있었고 그녀는 벤하르트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물었다.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좋지 않은 일인지 벤하르트는 깨닫지도 못한채 말했다.
"저 자신은 특이한것이 없지만, 제 검은 조금 특이합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제 입으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명검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군요."
"한번 나에게 줘 보겠나?"
벤하르트는 나가샤의 말투나 레니아를 무시하는 태도와 다짜고짜 자신을 공격한 일 거기에 살의까지 집어넣은 마법까지 당하고 난 터라 굉장히 찜찜한 기분이었지만, 영석을 얻기위해서는 신의 심기를 어지럽힐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순순히 검을 건네주었다. 나가샤는 검을 들고 몇번인가 휘둘렀는데, 굉장히 맑고 깨끗한 소리와 무엇이든지 베어버릴수 있을것 같은 소름끼치는 소리가 섞인 소리를 내며 흡족해 했다.
"자네. 아니 벤하르트군. 나에게 이 검을 주지 않겠나?"
"그건 안됩니다."
"아.. 그래 그냥 주는것은 '인간'에게는 무리겠지. 그래 이 검에 못지 않은 명검을 몇자루건. 아니 이곳에 있는 보물을 몇가지건 가져가게 해주겠어. 아니 네. 그정도 교환 조건이면 나쁘지 않지 않나? 인간인 자네에게 이 검은 너무 과분한 검이라고 생각하거든. 나라면 더 제대로 이 검을 사용할수 있을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 검은 저를 위해 만들어진 검. 실제로 사용해 본다면 그렇지 않다는것을 알게 될 겁니다."
"무슨 뜻이지? 이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것인가?"
말투는 안정적이었지만, 벤하르트는 그녀가 아까와는 다른의미로 진중하게 화가났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머리를 조아리고 들어가고 싶어도 걸려 있는건 자신의 애검. 오직 자신만을 위해 만든 인도(人刀)였다. 당장에라도 거절의 뜻을 내비치고 싶었지만, 그는 길을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 검은 제가 만들었습니다."
"뭐?"
"한번 사용해보시지요. 아마 뜻대로는 조종되지 않을겁니다."
"....."
나가샤는 마력을 검에 집어 넣고자 했지만, 벤하르트의 검은 전혀 미동도 반응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듯한 검의 거부에 불쾌함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검은 저를 위한검. 저만을 위해 만든것입니다. 하지만, 원하신다면 나가샤님을 위한 검을 만들어 드릴수도 있습니다."
"정말인가?"
반색하며 그녀가 말한다.
'네 라고 대답해야 하나.'
망설이는 이유는 교섭의 적기가 지금이었기 때문이었다. 벤하르트의 사고는 지금이야말로 검의 대신으로 영석을 요구해야 할 시기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레니아의 말이 떠올라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조금 생각하다 벤하르트는 긍정의 대답을 했다.
"흐음. 일단은 사과를 해두도록 하지. 나쁜 관계로 남고 싶지는 않으니까, 방금 나의 무례는 사과도록 하겠네. 분명 신으로서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행동이었어."
"아 네."
레니아보다 더 뛰어남을 자랑하는 그녀가 일부러 벤하르트에게 고개를 숙여가면서 인사를 하는것을 보고 벤하르트는 나가샤에 대한 생각을 조금 고쳐먹었다. 레니아와의 관계는 잘 몰라도 옳고 그름 정도는 확실하게 구분할줄 아는구나 싶은 이유였지만 나가샤의 속내는 그와는 전혀 달랐다.
'이자야 말로 나를 이루는데에 맞는 '신'으로써의 역할을 받기에 충분한 남자야.'
리스와는 다른의미로써의 수집가의 욕망이 불붙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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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대전의 독기가 빠져서 일주일간 쉬다 왔네요.
원래 이런 인간이었나? 생각해보면 원래 이랬습니다. =ㅅ=;;;
어쨋든 일주일 쉬었으니 이제 한둘씩 올려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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