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36화-췌펜(3)
라프라의 집에서 하루를 묵고 벤하르트는 의견을 묻기 위해 라프라를 레니아에게 맡겨두고 마을로 향했다. 췌펜에 들어서자 얼마 지나지 않아 루루투와 루루토의 모습을 발견할수 있었다.
"어이 벤하르트 놈이 왔는데?"
토놈은 벤하르트의 얼굴을 확인하고 말했다.
"벤하르트씨."
"저기.. 어떻게 되었는지 여쭙고자 왔습니다만,"
전날 루루투와 말했었던 내용에 대해서 벤하르트가 물었다. 루루투는 침묵을 지양하던 얼굴을 바꾸며 말했다.
"다행히도 이곳의 촌장은 대충대충인 녀석인지라. 가능할것 같군."
'웃은 거였구나..'
확실히 미소다운 느낌이 없었던것은 아니었지만, 그게 왠지 루루토와는 달리 너무나도 익숙치 않아 보이는 관계로 그는 흠칫하고 놀랐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결국 네가 말한 그것은 지켜 줘야 가능한 이야기지. 단 하나라도 허용되는건 없으니 말이야."
"물론이죠. 그점은 확실히 하겠습니다."
"처음 봤을때 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너는 역시 별종인것 같다."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듣습니다. 필히 기분 탓은 아니겠죠."
"그럼 오늘 저녁때 보도록 하는것으로 하는게 좋겠군. 그때까지는 지내고 싶은대로 지내도록. 저녁 이전에는 마력석을 치우도록 할테니 말이지."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는 라프라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 잠은 마을에 들어가서 하는것으로 결정 됐다."
"정말요? 하지만 저는 마수인데,"
"괜찮아. 이전처럼 마력석은 치워 주기로 약속했으니까, 루루투의 집에서 머무르게 될건데 레니아 너도 괜찮지?"
벤하르트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레니아는 척 보기에도 불만 어린 얼굴로 벤하르트를 바라보고 고개를 돌렸다.
'뭐 레니아라면 알고 있겠지.'
하지만 안다고 한들 어떠랴. 이미 벤하르트의 마음은 정해진 체였고, 그런 그를 말릴수 없다는것은 레니아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그의 그런 자신을 아끼지 않는 태도가 조금은 가슴이 시릴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건만, 그런 그에게 반한것도 참으로 순수히 웃음짓기는 힘든 일이었다.
"괜찮아."
"좋아 그러면 오늘 저녁때에는 췌펜에서 머무르게 되겠군."
"라프라 너는 어때?"
"저도 좋아요. 인간과 이야기를 하거나 교류한적은 있지만, 같이 살아본건 처음이거든요."
그로부터 수시간 뒤. 벤하르트일행은 췌펜 마을에 들어올수 있었다. 췌펜 마을의 사람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는데, 그들을 서슴치 않고 받아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들을 뒤에서 욕하며 수근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고작해야 마수 하나 여행객 하나때문에 그들은 스스로 안전 장치를 풀어버린 셈이 되기 때문이었다. 사실 룬델과는 다르게 에린델의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개개인의 힘이 강했기 때문에 루루투가 걸었던 마수한마리 정도는 침입을 허용한다고 쳐도 충분히 수습하는것에 문제는 없다고 할수 있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것보다도 기분적인 문제로 그 선택을 싫어했다.
하지만 마을내 촌장의 결정은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반기를 들수는 없었다.
췌펜 마을의 촌장은 상당히 민심을 잘 얻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인품에 따라 서슴치 않고 받아들여주는 마을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어서오십시오. 퀘이소들의 집들은 잘 보았습니까?"
"네. 여하튼 일단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는 무슨. 어차피 조금의 양해를 구한것 뿐 아닙니까. 루루투와 했던 약조는 지금도 유효한 것이니 신경쓸것 없지요. 당장이라도 우리집으로 모시고 싶지만, 선약은 이미 잡아 두었을터. 방해자는 이쯤에서 물러나 드리도록 하지요."
벤하르트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루루토를 따라 그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여기가 바로 형과 내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들어와라."
마치 자신의 집인것마냥 토놈은 퉁명스레 말하며 벤하르트를 반겼다. 그에 실소를 머금고 벤하르트는 루루투의 집으로 들어갔다. 마을에서 꽤나 이질적이게 루루투의 집은 상당히 컸다.
유달리 그들의 집만이 큰 이유는 그들이 룬델에서 돈을 꽤 많이 벌어왔기 때문이었다. 때문인지, 루루투는 둘째로 쳐도 루루토의 경우는 벤하르트에게 자신들의 집을 조금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집이 굉장히 크군요."
실제 그들의 집은 룬델을 기준으로 생각해도 상당히 크고 정갈하게 보였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반쯤은 인사치레로 반쯤은 진심으로 지나가듯 말했다.
"그렇지요?"
루루토는 자부심 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루루투와 루루토는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대 가족이라 할수 있었다. 위로는 루루토의 어머니와 아버지부터 아래로는 자식들까지 있어서 집에 머무는 사람만 해도 상당수였다. 그런 그들의 안에서도 토놈은 마치 자신의 가족인양 껄껄 거리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래도 되는건가.'
벤하르트의 미묘한 표정을 읽었는지 루루토가 말했다.
"토놈은 밝습니다. 저녀석은 예의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그 근간은 상대를 배려할줄 아는 녀석이거든요. 버릇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점이 가족을 밝게 만들어 주고 있어서 나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토놈은 껄렁 껄렁한 목소리로 말하며 루루토와 루루투의 자식들과 함께 놀아주었다.
"그런듯 하군요."
아이들에게 일부러 당하는 척을 하는 토놈을 보며 벤하르트는 미소를 띄웠다.
"여기가 바로 벤하르트씨가 머물 방입니다."
"어.. 독방입니까?"
루루토는 흘끗 레니아 쪽을 돌아보고는 아.. 하는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허.. 이런 실수를 벌써 그런 관계 셨군요. 미처 생각치 못해.."
레니아는 작게 루루토의 머리를 치며 말했다.
"오해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라프라와 나는 다른 방으로 부탁해."
"하지만,,"
루루토는 흘끗 벤하르트를 보았다.
"오해한게 맞습니다. 평소에는 돈이 걸려 있어 같은 방을 쓰기는 하지만, 그저 동료사이일 뿐이니까요. 제가 놀란건, 그렇게 나눠도 방이 남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놀란겁니다."
"그랬군요. 이거 참 주책스럽게 되어 버렸습니다. 자 레니아씨 그럼 따라 오시죠."
"흥."
"음?"
벤하르트의 덤덤한 태도에 도리어 약간 화가 나버린 그녀는 살짝 도도하게 루루토의 안내를 받았고 루루토는 그 태도를 의심쩍게 생각하며 그녀를 안내했다.
"야!"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다른곳에 가 있는 사이 라프라는 홀로 집안을 돌아 다니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말을 걸어 온것은 루루토의 아들인 두두친과 두두한 이었다.
췌펜은 그렇게 큰 마을은 아니었기 때문에 라프라는 그들을 몇번인가 본적이 있었었다.
"너 괴물이라면서?"
"괴물은 아니야 마수지."
"그게 그것 아니냐."
"달라 우리는 인간에게 괴물이라고 불려야할 이유가 없어. 마수라서 종족은 다르지만, 우리는 인간과 공존하는 마수란 말야."
"공존은 무슨. 마력석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는 주제에. 너희와 우리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라고,"
라프라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쉽사리 반박하지 못했다.
"거 겉모습은 그래도 어차피 너도 변하면 괴물같아 질게 뻔하지. 너희 종족은 변신을 주 능력으로 가진다면서? 어디 한번 괴물로 변신해봐."
두두친과 두두한은 번갈아 가면서 라프라를 몰아 붙혔다.
"싫어. 난 괴물이 아니니까. 오빠에게 갈거야."
"오빠? 그건 또 뭐야?"
"너희와는 이야기하지 않을거야."
"그럴수 있을까? 이 집은 우리집인데 말이지."
라프라는 이런 상황은 전혀 생각치도 못했기때문에 난처함을 느끼며 그들을 피했다.
그날 밤 벤하르트일행은 루루투의 가족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음식은 어딘가에서와 같이 호화롭다거나 한것은 아닌 수수한 것이었지만, 맛은 아주 좋아서 레니아는 극찬을 했다.
"그런데 그쪽은 직업이 무엇입니까?"
이미 백발이 허옇게 설어 머리가 구부정하게 몇올 남지 않은 루루투의 아버지가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저는 대장장이입니다."
당연히 검사나 고용병이라고 생각했던 루루투와 루루토 그리고 토놈은 흠칫 하며 놀랐다.
"대장장이? 검이나 쟁기 같은것을 만드는 그 일 말이오?"
"그렇습니다만,"
"이거 참 잘되었구려. 이 집에서 머무는 값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이렇게 된거 여러 공구를 만드는것을 부탁해도 되겠소?"
"예 뭐 상관 없습니다."
"벤하르트 너 대장장이 였던 거냐!"
토놈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말했다. 벤하르트는 그 행동이 굉장히 버릇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간의 일을 생각하면서 조용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검을 좀 만들어줘."
토놈의 성격은 조금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기에 벤하르트는 조금 생각하고 말했다.
"사실 무기는 만드는것은 손을 뗀지 꽤 되었습니다."
"쳇 그건 조금 아쉽군."
별로 기대를 안했는지 토놈은 금새 그에 관해 관심을 떼었다.
'정말 단순한 녀석이다.'
"그나저나 에린델은 사실상 아무렇게나 오고 가고 할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목적이 없다면 이런 곳에 룬델에 계시는 분이 오는 일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조금 정정했으면 하는데, 나와 벤은 어디든지 여행을 하고 싶으면 갈수 있어. 이곳 에린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올수 있지. 물론 이곳에 온 이유가 없는것은 아니지만,"
"아하.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따지면 에린델에 온것은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겠군요."
레니아나 벤하르트나 사실상 나이로 따지면 이곳의 누구보다도 많았지만, 루루투나 루루토를 다루는것과는 다르게 외관으로 볼때는 확실하게 연장자인 사람을 앞에두고 레니아가 말을 하는것은 썩 좋아보이지 않았기에 벤하르트는 레니아를 살짝 제지하면서 말했다.
"예. 저희는 지금 정보가 필요해서 라스펠로 향하고 있습니다."
"라스펠?"
루루토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렸다.
"죄송하지만 그건 에린델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건지.."
"예? 분명 최 북부에 위치해 있다고 들은것 같습니다만,"
"에린델은 본래가 그렇게 많은 도시나 마을이 있는게 아닙니다. 물론 큰도시와 그에 따른 넓은 영역도 개중에는 존재하지만, 룬델과 다르게 마을이나 도시의 수는 굉장히 한정적일수밖에 없지요. 이곳의 혹독함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때문에 저희는 왠만한 마을이나 도시명 정도는 다 알고 있습니다. 전부라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중요함을 안고 있는 도시는 기억하기 마련이지요. 그게 아니더라도 도시가 많지 않기에 최소한도 한번씩은 못들어본 마을이나 도시가 없을 정도입니다만은, 저는 그런 도시의 이름은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네? 그럴리가.."
루크가 거짓말을 했을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루루토와 루루투의 태도는 거짓같지가 않았다.
"아니 아니다."
가는 목소리가 대화의 사이에 끼어 들었다.
"아버지."
"라스펠은 너희 세대에는 알지 못하는것일 뿐이다. 내가 젊었을 적에만 해도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곳은 성역이나 신역 같은 것으로 불리고 있었던 전설의 도시다."
"전설의 도시?"
"아쉽게도 나 조차도 그것에 대한 것은 전설로밖에 듣지 못했지. 하지만 방금 벤하르트씨가 말했던것처럼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그곳 이상가는 곳은 없을터.."
"어르신은 그곳을 어떻게?"
"수십년전에는 유명한 이야기었지. 에린델의 끝 북쪽의 영역. 세계의 정보를 얻는곳 그곳에 가면 모든것을 알수 있다고, 그런 전설은 사람들을 북쪽으로 이끌었지. 개중에는 그곳을 밟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느시점에서부터인가, 그곳을 보았다는 만났다는 사람은 전혀 없게 되어버렸지. 라스펠이 있던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라는 소문을 들은게 벌써 십년도 더된 이야기일세."
벤하르트는 그 이야기에 허탈함에 빠졌다. 어느쪽도 거짓말이라고는 생각할수 없었다. 루크가 라스펠에 가보았다는것도 거짓은 아닐터. 그리고 루루투와 루루토가 라스펠을 모르는것 조차도 사실이며 현실이었다.
"....."
"그렇게 라스펠은 잊혀져서 이제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던 것일세. 이녀석들 조차도 그리고 그 후대에 조차도,, 모든것의 보고. 라고 까지 불리웠던 전설의 도시는 분명히 존재했다고 생각했건만, 어디로 사라졌는지.."
루루투의 아버지는 허탈하게 이야기하다가 반짝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생각해보면 나와는 별로 관계도 없는 일이기는 하다마는, 그나저나 벤하르트씨도 고생이 많겠군. 그 곳은 내가 젊었을때조차도 전설이라고 불리었을 정도로 가기 어려웠던 곳.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지금에야 더더욱 그럴것으로 생각되네."
"그렇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작은 단서라고 할지라도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의지할수밖에 없었다. 그정도로 영석을 모으는 정보라는것은 너무도 허무맹랑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내일은 지도를 조금 가져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위치부터 파악해둬야 할테니까요."
루루토의 말에 벤하르트는 감사를 표했다.
"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루루투는 약간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지금 그가 꺼내려 하는 이야기는 사실은 꺼내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식사가 끝나면 벤하르트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약속했던 것을.."
"물론입니다. 저도 사실은 언제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을 꺼내 주시니 고맙군요."
사실 이런 이야기는 꺼내는 당사자가 굉장히 거북스럽기 마련이었는데, 벤하르트가 그렇게 말해주니 루루투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오빠는 어딜 가는거에요?"
"뭐 잠시 외출. 너는 편히 쉬면 돼. 저기 있는 애들도 나이대가 비슷하니 노는것도 괜찮겠지."
라프라는 심술궃게 웃는 루루토와 루루투의 아들들을 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벤하르트는 라프라가 수줍어 한다고 생각하면서 식사를 끝마쳤다.
"그럼 나갔다 올게."
"흥. 하여간 고생은 사서도 한다니까, 조심해."
레니아는 손을 내밀어 벤하르트의 어깨에 얹었다. 투명한 은색의 실이 그녀의 손끝에서 그녀에게 연결 되었다.
"이건 뭐야?"
"보험이야 네가 힘을 쓰거나 하게 되면 어차피 너니까,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 홀로 수습하려 하겠지? 그딴건 눈뜨고 봐줄수가 없거든."
"그런거냐. 가상하다라고 생각해주면 좋으련만,"
"헛소리를.. 그럼 교대할까? 그 노력 내가 해줄수도 있는데?"
"어흠. 어쨋든 그럴일은 없을거야."
벤하르트는 말을 돌리면서 루루투의 집을 나섰다. 한달음에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그는 달빛 아래에서 조용히 마을 전체를 둘렀다.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고 착실하게 그의 기는 마을을 뒤덮고 그 이상에 이르러 마수들을 확실하게 감지해 내었다.
루루투와 한 약속은 라프라가 머무는 동안 단 한마리의 마수도 마을에 들이지 않게 하는것. 마을 사람들은 언제든 싸울수 있지만, 그것을 감당해주는 역할은 절대로 하지 않기에, 오로지 벤하르트일행의 순수한 실력으로 그 마수들을 막아줄수 있는것을 조건으로 요했고 벤하르트는 그 조건에 응했던 것이다.
- 작가의말
오래간 연중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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