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81화-난중(亂中)(4)
찬티아와 벨드는 뒷문을 통해 올라가며 길을 꼬아냈다. 제카리트의 연금서는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것 뿐 아니라, 제카리트의 독특한 연금법도 수록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의 기술로 만들어진것이 이 동굴이었다.
"설마 일이 이정도까지 꼬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의외로군요."
찬티아는 벽을 만져 길을 바꾸었다. 하나의 길이 뚫리면 하나의 길은 열려서 '문'으로써의 역할만을 하는 것이었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하다 할수 있었다.
"그 둘은 뭐하는 녀석들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둘다 벤하르트보다 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겠군."
내부의 공간을 돌아 그들은 한 방에 도착했다. 방금까지 벤하르트와 함께 있었던 공간보다는 반절가량 작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넓은 공간이라 할수 있는곳 중앙에는 기이한 형상의 문이 놓여있었다. 마치 쇠사슬을 휘감아 놓은듯한 문양을 한채 무언가를 봉인한것 같아 보이는 문이었다. 문의 중앙에는 무언가가 박혀 있었다.
찬티아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주님."
"왜?"
"서두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시간은 꽤 벌어 두었을텐데? 길 뿐만 아니라 젝토렌도 더 불러 두었잖아. 못해도 20분 정도는.."
피리를 분것은 만약을 위해 대비한 젝토렌들을 불러 들이는 행위였고, 그것과 동시에 그녀는 스스로가 동굴의 길 변환을 해두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벌써 지척에 도착해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방금의 둘중 한명은 저라면 충분히 이길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입니다만, 나머지 하나는 저라 해도 이길수 없습니다."
"그 난폭하게 생긴 사람이 너보다 강한 사람이겠지?"
손을 빠르게 놀리면서 찬티아가 물었다. 벤하르트가 상대하고 있는 버벨이 벨드보다 강한쪽이 시간을 벌기에는 더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아쉽지만,, 다른쪽입니다."
찌릭 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찬티아가 길을 변환하면서 분명히 닫혀 있어야 할 막혀진 문 아니 바위는 수십 조각으로 나뉘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서 설마.. 문을 전부 갈라 버리고 최단거리로 이곳으로 왔다는건가? 하지만 어떻게 보이지 않는 길을 볼수가 있지?"
"저자라면,,"
벨드는 찬티아를 무르고 검을 쌍검을 차례대로 뽑아들었다.
"공주님. 시간 벌이를 하겠습니다. 그녀석을 부르십시오."
찬티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금 다급하게 팔을 놀렸다. 한줄 한줄 풀리는 선을 보면서 제로는 시선을 놀렸다. 그는 벨드를 보고 찬티아를 보고 마지막으로 문을 보았다. 허릿춤에 찬 긴 장도에 손을 가져가며 그는 입을 열었다.
"꽤나 성가신 짓을 해주셨더군."
"!?"
찬티아는 영문 모를 얼굴을 했고, 벨드는 살짝 웃어넘기고는 말했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 한 일이 성가신 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말 한번 잘하는군. 결국 나를 부를줄 알았으면서도, 아니 그 행동 자체는 칭찬을 해줘도 아깝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벌써 수개월이나 내 눈을 속일수 있었다는것은 어떤 의미로는 경이적일 수준이었으니까,"
"....."
"최근들어서 틈이 생긴건 밑에 있는자들 때문인가,"
"잠깐 벨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이자를 알고 있는거야?"
찬티아의 물음에 벨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제로는 찬티아의 그 태도를 보고 더 말하는것을 멈추었다.
"찬티아 아니 찬티아 공주. 나는 네 목숨을 앗으러 온 인간이다. 그리고 네 옆에 붙어 있는 심복은 그런 너를 나에게서 지키기 위해 온갖 수를 썼던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를? 어째서?"
"이유를 묻기에 현재의 상황은 너무나도 웃기지 않은가? 이런곳에서 저런 일을 저지르면서 어째서 자신을 죽이러 하는것을 묻는것은 총명하다 할수 없는 일이겠지."
찬티아의 물음은 조금더 본질적인 것을 묻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를테면, '어째서 검사가 그것을 알며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제로는 해주지 않았다.
"공주. 당신은 나를 피해서 혹은 없애서 살수 있다면 살려고 발버둥 쳐라. 나는 그 이유를 묻지 않고 들추지 않으며 너를 죽일뿐이다."
완벽하게 찬티아 공주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킨채 제로는 그렇게 말했다. 바로 옆에서 벨드는 쌍검을 교차시켰다. 말도 하지 않고 쇄도하는 불길의 열기를 한번의 거합으로 와해 시켜 버렸다. 잔열은 허무하게 허공을 멤돌다가 사라져버렸다.
벨드는 벤하르트가 반응하기도 벅찼던 속도보다 더한 속도로 제로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너무도 여유롭게 그 움직임에 맞추어 가볍게 손을 움직이는 것으로 제로는 공격을 흘리려 하다 표정을 바꾸었다.
"음."
끼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쌍검이 제로의 팔을 노리고 들어왔다. 미처 다 흘리지 못한 공격이었건만, 제로는 한발을 뛰어 그 공격을 피해버렸다.
"됐다."
찬티아의 말에 벨드는 살짝 미소지었다.
"혼자라면, 이길 확률은 없다 해도 과장이 아닐터였다만, 이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를지도 모르지."
문양은 어느샌가 전부 다 벗겨져 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지독한 연기가 자욱하게 번져 나갔다. 찬티아는 꽤 기대하는 눈으로 안을 바라보았지만, 안의 내용물은 기대 이하라기 보다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실패로군요."
인간은 당연히 아니었다. 괴마라고 부르기에도 조잡하다. 실로 괴물이라고 물리울만한, 것. 인간처럼 보이기는 커녕 인간형조차도 이루지 못한것만 같은 점액질의 물체에 제로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별로 인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명 자체를 중히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행위 자체는 실로 인간 이하의 행동이 아니라 할수 없군."
"아 아니야. 나는.."
찬티아는 끈적거리는 점액질의 괴물을 보면서 사색이 되었다. 설사 절대의 병기라 해도 저런 모습이라면, 황제가 받아 줄리도 만무한 것이었다.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한 어느정도의 죄악감은 최악의 생물을 보고 나서야 폭발했다.
"아아아.."
"공주님 명령하시지요. 저녀석을 죽이라고,"
'아니 내가 해야 하나.'
벨드는 몸을 날려 괴물에대고 명했다.
"브라무헬. 저녀석을 죽여라."
"므므므므므어어."
브라무헬이라고 불리운 괴물은 명령에 반응해 제로에게 달려들었다. 그 점액질의 몸으로 이전까지의 마수보다 더 빠르고 더 예리하게 움직인 일격을 제로는 막으면서 퉁겨나갔다.
"큭."
그 움직임을 따라가 벨드는 브라무헬과 동시에 제로에게 협공을 가했다. 제로는 굉장히 둔한 움직임으로 브라무헬과 벨드의 공격을 실로 이상적이라 할수 있을만큼의 낭비없는 움직임으로 회피했다.
"염도노호!"
교차한 쌍검으로부터 극열의 검기가 세어나오자 제로는 검을 뽑아 들었다.
"....."
극열이 제로를 뒤덮는가 싶더니 그 열기는 제로를 중심으로 휘감겼다.
"무슨!?"
긴 장도에 둘리운 염도노호의 기운을 제로는 브라무헬쪽으로 날렸다. 그 인간의 형체라고 생각할수도 없었을 브라무헬은 한눈에 봐도 고통스러운 몸부림과 비명성을 자아해내고 있었다.
"대단하군.."
제로가 허릿춤에 차고 있는 검은 거진 자신의 키만큼 긴 장도였다. 그 장도에서 비정상적일 정도의 거합을 내지른것도 대단한것이었지만, 벤하르트조차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염도노호를 받아 역으로 이용한 기술은 엄청난 것이었다.
한참을 고통스러워 하던 브라무헬은 열기가 가시자 마치 화가난듯이 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움직임을 살짝 발을 띄는것으로 피하고 이어지는 재빠른 점액질 주먹을 빠르게 피하면서 제로는 입술을 지근 깨물며 검을 휘둘렀다. 휘두른 검은 어느샌가 검집에 되돌아가 있었고, 브라무헬의 팔은 소리조차 없이 떨어져 내려갔다.
"브어어."
"....."
브라무헬이 주춤 거리고 있을때, 제로가 잘라낸 문틈으로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나타났다.
"이게 무슨.."
벤하르트는 당황했고 레니아는 미간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인상을 찡그렸다. 벤하르트는 멍하니 있는 찬티아를 향해 외쳤다.
"공주! 무슨 짓을 벌인겁니까?"
"나는... 나는.."
"이건, 못쓰겠군."
벨드의 말에 레니아가 말했다.
"마음대로 목숨을 이용해 실험을 하고 제멋대로 실패를 하고 나서 이제와 한다는 말이 그런것이라면, 정말 볼품없는 녀석일거야?"
"안됐지만, 예상은 틀렸다. 내가 말한건 그쪽의 일이 아니니까."
벨드는 빠르게 움직였다. 그가 작정을 하고 움직인다면, 이 방안 어디라도 순간에 오가지 않는곳이 없었기에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움찔 거리면서 그의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그들에게 없었다. 벨드는 찬티아 공주의 앞에 서 있었다.
"베.. 벨드?"
"나의 주인으로써 당신은 너무도 부적격 이었다."
"크허억.."
찬티아는 놀란 눈을 하고 비명성을 내었다. 제로를 제외하고 그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벨드의 행동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벤하르트나 레니아는 물론이고,, 찔린 찬티아 마저도..
- 작가의말
글쓰는 사람으로써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댓글 조회수 선작 그리고 옆에 뜨는 추천? 종합해보면 관심이겠지요.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하는데, 저도 끝이 없나 봅니다.
연참대전이고 하니,, 한번 해보는 댓글 구걸 푸념이었습니다.
마지막은 동생을 기리며,,, 동생아아아!! 잘다녀와!! (오늘 들어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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