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98화-난(亂)(5)
"고야마다."
벤하르트의 머리칼이 검게 변했다는것은 고야마가 근처에 이르러 몸이 요마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고야마라니.. 어째서 그녀석이 이리 오는거지?"
"글세. 그런 이유보다 나가샤 네가 해야 할일은 다른 것이겠지?"
나가샤는 크게 보면 브렌모스의 신이지만 확실하게는 히다브로를 다스리는 신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곳을 지키는건 그녀의 몫인 것이다. 레니아의 태도와 벤하르트의 모습을 보면 무언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그런 이유를 따지고 드는것이야 말로 부질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신이기 위해 필요한것은 쳐들어온 마(魔)를 처단하는것. 그 잘잘못을 따지는건 뒤의 일인 것이다.
"좋아. 그 문제는 일단 접어 두도록 하겠다."
급히 나가샤는 신전에서 나갔다. 고야마라는 요마의 출입을 허용한 히다브로의 새하얀 광경에는 검은 어둠이 침식하고 있었다.
"이곳을 다스리는 신인가."
고야마는 벤하르트가 만든 검을 나가샤에게 들이밀었다. 흑의 기운을 풍기는 자 답지 않은 백옥같은 얼굴은 나가샤와 잘 어울릴것 같은 상이었으나 아쉽게도 둘은 절대로 어울릴수 없는 위치에 서 있었다.
"내가 이곳 히다브로를 다스리는 신인 나가샤다. 자네는 변방의 요마 고야마가 아니던가? 왜 이런짓을 저지른것이지?"
고야마를 자신의 밑으로 두는 나가샤의 말은 불쾌한 것이었지만, 고야마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물었다.
"혹 이곳에 한명의 신과 인간이 오지 않았는가."
"묻는말에 대답해라."
"이유라. 굳이 붙힌다면 귀찮았을 뿐이라고 말해두면 되겠는가?"
"신의 영역에 함부로 침범해서 멋대로 살아돌아갈거라고 생각하는거냐!"
"그렇다면 어쩔테냐."
나가샤는 한번의 도약으로 고야마가 있는곳까지 날아 올라 주먹을 날렸다. 단순한 주먹의 내지름 만으로 검은 기운이 꿰뚫릴정도로 굉장한 위력이었지만 고야마는 여유롭게 그 공격을 피했다.
"레니아 우리도 나가봐야 하지 않겠어?"
"물론이지. 이건 어떻게 보면 기회니까. 잘 들어 벤. 신이라는 녀석들은 넘어가도 되는일과 넘길수 없는 일이 있어. 설사 그 '이유'를 알고 있다 해도 인간처럼 적당한 타협을 할수 없는 경우라는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야. 아마도 지금같이. 저녀석과 같이 나는 저녀석이 밉지만, 그래도 이해할수는 있어. 고야마를 이긴다면 모를까 진다면 그대로 둘수 없는것도 사실이지. 그때는 한번의 생색을 내어 주도록 하자고."
나가샤가 죽기를 바라지 않으면서도 레니아는 고야마와의 싸움에서는 지기를 원했다.
"그래 알았어."
"개.. 아니 루크. 너는 어쩔래?"
"흥. 나는 마음이 내키는대로 행동할 뿐이다."
"세레니르 지금 네가 보고 있는것은 인간적인 범주를 초월한 문제야. 어차피 네 성격에 그대로 숨어 있지는 않을테니까, 주의만을 둘게. 절대로 나서지마."
"쓸데 없는 걱정이야. 으음.."
세레니르는 살짝 머리를 감싸쥐었다. 기억을 조율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전과 맞지 않는 미묘한 경계 때문에 두통이 일게 된것이다.
"세레니르 무슨 문제라도."
"아니에요."
'어이 무슨 짓을 한거야?'
뒷춤의 인형을 만지면서 벤하르트가 생각했다.
[기억을 들쑤셨으니 어느정도의 두통을 동반하는건 어쩔수 없어. 그런데 벤 몸은 괜찮아?]
'무슨 소리야?'
[아니. 너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네가 죽을것 같지 않으면 절대로 나서지 않아. 나를 너무 믿지 않는게 좋아. 그건 결국 너 외엔 어느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는 의미니까.]
'..... 알았어.'
"아아.."
밖으로 나가자 마자 세레니르는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이미 인간의 상식 밖의 움직임을 취하는 그녀였지만 나가샤와 고야마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인외(人外) 였다. 하늘이 가르고 땅을 부술것만 같은 위력으로 보이지 않는 공격을 주고 받는 둘의 싸움은 끝이 나지 않을것만 같았다.
"선전하는군."
루크가 말했다.
"네? 형님 어느쪽이."
"나가샤쪽이다."
"어째서? 내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나가샤는 신중에서도 신력만은 일품으로 모았을텐데, 단순한 힘의 대결이라면 나가샤가 진다는것은 있을수 없어. 거기에 고야마란 녀석은 봉인에서 나온지 얼마 안된 상태라고도 하고,"
"기술쪽의 문제다. 나가샤는 지금까지 어떤 기술도 사용하고 있지 않아. 단순히 힘과 속도 그리고 육체의 능력만으로 밀어 붙히고 있을 뿐이지. 하지만 고야마라는 녀석은 그 공격을 본래 사용해야할 힘의 반도 드러내지 않고 싸워내고 있다. 너희들이 그정도로 놀라는 저 고야마는 저정도의 힘으로 싸우는게 아닐터. 이 싸움 네가 바라는데로 고야마가 이겨낼것 같은 느낌이군."
"별로 원하고 있는건.."
루크의 말에 레니아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흥."
루크의 말대로 나가샤는 점차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한때 신과 같은 위치에서 용을 다스렸던 왕의 검술도 검술이었지만, 그보다도 그녀가 밀리는데에는 직접적인 요인이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다.
'저 검.. 나의 신체를.'
단순하게 휘두르는 행위만으로도 나가샤의 몸은 상처를 입었다. 고야마가 가진 벤하르트의 검 그것이 없었다면 기술이나 검술의 문제 없이 나가샤가 우위를 점할수 있음에 틀림 없었다.
"월파 류규섬."
"안돼 저건!"
'저것이 벤하르트의 기를 봉인한 검섬인가.'
물결로 덮쳐 오는 기운을 나가샤는 간신히 피했지만, 그 다음 고야마의 이격은 도저히 피할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고야마의 검술에는 맞으면 그것으로 끝 더는 싸울수 있는 상태가 되지 않는것으로 단순히 스치기만해도 나가샤는 더할나위 없는 타격을 입는것이나 다름 없었다.
"일섬 차륜"
나가샤의 옆에 백색의 바퀴가 생겨남으로써 그녀는 저절로 몸이 루크의 차륜쪽으로 빨려 들어왔다.
"뭐하는 짓이냐!"
"더 이상의 수치를 당하고 싶지 않다면 내려오는게 좋을거다. 히다브로의 신."
"너 그녀석들의 '개' 신세 주제에 나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냐!"
"내가 이녀석들의 개가아닌 그보다 더한 존재라고 해도 네게 무엇이든 말할 권리는 있겠지."
고야마는 자신의 공격을 무산시킨 루크를 보다 그 옆에 서 있는 벤하르트를 발견했다.
"드디어 발견했군."
"쳇."
고야마가 이곳까지 왔다는것은 벤하르트에게 볼일이 있는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것이 검이든 요력이 담긴 머리카락이든 벤하르트 외에 고야마가 이곳까지 올일은 없는것이다. 고야마는 벤하르트가 있는곳까지 내려와 벤하르트와 시선을 마주쳤다.
"여긴 무슨일이지? 그때 부탁은 분명 들어준것으로 알고 있는데,"
벤하르트는 자신은 한치도 잘못한것이 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렇군. 확실히 나는 검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뿐. 그 검을 어떻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었지. 그렇다면 지금 다시 말해주지. 이검을 '제대로' 만들거라."
'그 차이를 깨닫다니.'
벤하르트는 고야마를 '위한' 검을 만들지 않았다. 고야마의 기술을 어느정도 소화할수 있는 검을 만들었을뿐. 만약 그의 검이 고야마를 위한 검이었다면 고야마가 의문을 품을 일은 없었을것이다. 하지만 그건 대장장이나 겨우 알아차릴까 말까 하는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차릴수 없는 영역. 설사 알아차렸다고 해도 사람의 한계가 이정도라고 생각해야 정상인 것이다.
"나는 그 검 정도만을 만들수가 있다. '제대로'라니 설사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할수 있는것은 없단말이다."
"되지도 않는 시치미를."
그는 검을 휘둘러 검기를 휘둘렀다.
"이 검은 불완전하다. 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닌 완성이 되지 않은 물건이라는것을 내가 모를줄 알았다는 것이냐."
'윽...'
"과연 그런것인가. 역시나 벤. 상대가 이런 괴물이라도 그정도의 분간은 해주었구나. 뭐 그렇다고 해도 책임을 져야 하는것은 마찬가지지만,"
루크가 벤하르트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월파 유규섬"
고야마의 유규섬을 루크는 한번 뛰어 검으로 베어 내는것으로 궤도를 달리 했다. 고야마는 루크의 검에 놀라고 그의 실력에 다시한번 놀랐다. 기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 고야마의 유규섬은 물 흐름에 의한 액체같은 기술이었기 때문에 궤도를 다르게 변경시키는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녀석의 검도 네녀석이 만든것이냐."
"무슨 농담을 내검은 내가 만든것이다."
"그럼 네녀석에게 내 검을 만들게 하면 되겠구나."
"형님 형님은 상대할수 없어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요마로 변한 벤하르트가 루크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말했지만 루크는 들은척도 않고 벤하르트를 옆으로 밀쳐냈다.
"너는 무리다."
"너희들 저녀석은 '내' 적이다. 나를 그정도로 우롱할 생각이냐."
"벤에게는 무리지만, 나가샤 네녀석에게는 더더욱 무리다. 적어도 피엘드론정도는 있어야 상대할수 있겠지. 너는 그저 '신'일 뿐이지만, 저녀석은 그런 힘을 가진 검사다. 이길수 있을리 없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가샤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방금전 자신을 위협했던 월파 유규섬의 파장에만 스쳤을 뿐인데도 그것을 그대로 도려낸듯 사라져 버린 신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싸워야 했지만 싸우기는 싫은 상대였기에 루크가 나서주는것이 도리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건 형님도 마찬가지잖아요. 아무리 형님이 강하다고 해도. 고작해야 그정도로는"
"벤. 건방지구나 네가 나의 힘의 어디를 알았다고 말할수 있지?"
루크는 검을 뽑아들었다.
"일섬 대차륜.(大車輪)"
고야마는 곧바로 몸을 뒤로 날려 달아났다. 고야마가 서 있던 장소는 거대한 차륜의 검기로 뒤덮였다.
"뭐 뭐.."
벤하르트는 놀라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과 싸울때는 저런 기술은 사용하지 않은것이다. 일수일족을 거두고 싸우는것과 저 기술을 쓰지 않는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었다.
"형님 분명 그때 전력을 다한다고.."
"아 벤. 그건.."
레니아가 머뭇거리면서 말하기도 전에 리스의 시시덕 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저 루크라는 녀석은 그때 자신의 기를 제한하고 싸우고 있었으니까.]
'그러고보니 루크형님은 신등장의 제가 끝나고 상태가 별로 안좋았었지.'
"그러니까 벤을 치료한 그의사에게 가서 직접 제한해 달라고 부탁한 모양이야."
"걱정마라 벤. 도와주는건 이번이 마지막일테니까, 언제까지고 내게 의지하게 할수는 없는 일이고,"
루크는 검을 들고 내달려 고야마에게 일섬 루의 검격을 날리며 접근했다. 고야마는 그 검을 받음과 동시에 공중에 떠올랐는데 그를 따라 루크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기를 사용해서 나는 것은 그만큼 소비가 심했지만, 그의 검으로 사용되는 기술은 그렇지 않아서 루크는 검을 사용해 차륜을 만들어 내고 지움으로써 빨려 들어가는것처럼 공중에 떠 있었다.
"그런고로 네 상대는 나다."
"고작해야 평범한 인간 주제에 이 고야마를 이길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이길수 없다면 너는 그걸 내게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루크는 검을 들었다. 닿는 모든것을 베어 버리는 루크의 검만으로 사용할수 있는 일섬 천도(天刀)를 사용한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고야마는 검으로 대응하지 않고 공격권에서 벗어남으로써 공격을 피했다. 천도는 계속해서 사용할수 없는데다가 엄청난 체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기습적으로 사용한것이었는데 고야마가 그것을 너무도 가볍게 간파해버리자 루크는 기술을 거두고 차륜과 루를 이용한 검술로 고야마와 대적했다. 아무리 루크가 자신의 전력을 드러낸다고 해도 고야마에 비한다면 총체적인 능력은 딸릴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인간과 한때 월용왕이었던 요마의 선천적으로 뒤집을수 없는 차이였다. 하지만 적은 힘으로 큰힘을 상대하는법을 루크는 너무도 잘 알고 보여주고 있었다.
힘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그야말로 고야마와 루크와의 대결은 호각지세였다.
"저녀석은 설마.."
나가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눈으로 루크를 바라보았다.
"왜?"
"레니아. 저녀석의 이름은 설마 루크 샐던인거냐?"
"그건 왜 묻는거지?"
"알려 줄것 같아? 저녀석의 이름부터 말해줘. 설마하니 '개'가 본명은 아닐것 아냐? 아니면 숨겨야할 이유라도 있는건가?"
"네가 알려주지 않는 이유와 같아. 뭐라 해도 그 이야기부터 들어야 겠어."
나가샤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싸우고 있는 남자가 확실히 루크인지를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수십년전 한남자가 나를 만나기 위해 이 산에 올랐다. 그녀석은 인간이었지만 신에 필적할만한 무(武)를 가지고 있었지. 그런 인간은 본적이 없었으니까, 신이 되면 얼마나 더 강해질까 하는 마음에 나는 억지로 그를 잡으려고 했었다. 네 수하인 벤하르트처럼. 하지만 그 결과 그녀석은 나의 신 한명을 베어 죽이고 이 히다브로의 산을 내려갔다는 이야기야. 저녀석은 그때의 루크 샐던이 맞는거냐?"
'이전 형님이 죽였다는 신이 이곳의 신이었구나.'
"만약 루크가 맞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죽여야지."
"아쉽게도 저녀석은 루크가 아냐. 본명은 루안. 조금 닮았지? 루크 라는 녀석과."
나가샤의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녀석의 손자라고 한다면 그래도 죽일거야?"
"....."
본인이라면 모를까 대를 이어 인간에게 죄를 묻는일은 할수 없었다. 아니 할수 있다고 해도 레니아 앞에서는 할수 없는것이다.
"대차륜!"
공격을 넘어 공간을 집어삼키는 백색의 바퀴가 고야마를 휘감았다. 처음과는 달리 전투 도중이라 여유롭게 피하지 못한 고야마는 살이 찢기고 다치면서 유규섬을 휘둘렀다.
"너같은 녀석이 인간이라는게 믿기지 않는군."
"흥."
루크는 초조해 하고 있었다. 그의 천도가 제대로 들어간다면 확실하게 고야마를 죽일수 있을것이었겠지만, 고야마는 그것조차 읽어내는 것이다. 대등하게 싸우는것은 루크에게 있어 대등한것은 아니었다. 고야마의 체력과 힘은 루크에 비할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번 휘둘르면 검이 요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파해버릴정도의 확고한 물량으로 고야마는 루크를 압박해 들어갔다. 그것도 벤하르트가 있는쪽으로 유규섬을 날렸기 때문에 루크는 전부 상쇄 시키거나 궤도를 바꾸어 낼수 밖에 없었다. 그것으로 점점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벤 녀석 어째서 저렇게 검을 정교하게 만들어 낸것이냐. 검의 흐름이 보이지 않아.'
그 수세 속에서도 루크는 벤하르트의 검을 잘라낼 일섬류의 참도(斬刀)를 사용하려 했지만 어지간한 인간이나 대장장이가 만들어낸 검이 아닌 벤하르트의 검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불완전하다고 해도 검의 흐름을 읽어낼수 없었다.
"형님 역시 안되겠어요 도와드리겠.."
루크를 향해 찔러 오던 고야마의 검이 돌연 벤하르트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오지마!"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에 루크는 보고야 말았다. 벤하르트의 검을 박살낼 참도를 이끌어낼 흐름을. 아주 작은 틈이었지만 확실하게 찌를수 있을 거리와 틈이었건만 루크는 그것을 제대로 노릴수 없었다.
"바보같은녀석이."
루크는 자신의 배를 이용해 검의 방향을 완벽하게 틀어버린것이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검을 이용해 고야마의 검에 작은 흠집을 내 두었다. 아주 미묘하게 난 금을 보고 루크는 벤하르트를 노려보았다.
"형님!"
"흐음. 적이지만 정말 아쉽구나. 벤하르트 녀석만 아니었어도 그 공격은 확실하게 나의 검을 끝냈을터."
"이게 시작이다. 괴물녀석아!"
루크는 배에서 검을 빼내고 기를 사용해 지혈하면서 검을 고야마에게 들이밀었다.
"잘들어라 벤. 검을 들고 나와 같이 싸우는것은 생전 처음이겠지. 그걸로 간다. 저번에 검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생각나냐?"
"검에 대한 책임 말입니까?"
"그래 저런 이상한 녀석에게 검이 들어갔어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것은 내가 아니라 너다. 지금 확실하게 네 손으로 책임을 지고 와라. 그것이 네가 엉망으로 만들어낸 검에 대한 최대의 예우다!"
"잡담은 끝났나."
말없이 루크는 고야마에게 달려들었다. 아까와도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빠른 공격이 고야마에게 쇄도했다. 도저히 배를 관통당한 상처를 가진 사람답지 않은 공격에 고야마는 살짝 당황했지만, 고야마의 공격을 루크가 막아내는것 같이 상처를 입어 다소 날카롭지 않고 빠르기만 한 루크의 공격정도는 충분히 막을수 있는것이다.
그와 동시에 벤하르트도 고야마에게 동시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전처럼 어줍잖은 요마화가 된 벤정도는 고야마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격이 달라.'
"월파 유규섬."
"대차륜."
두개의 검기가 맞붙었다. 그것으로 루크는 한계에 이르렀는데 그틈을 노려 고야마는 그의 다리를 노렸다.
'다리라면 검을 만드는데에는 어려움이 없겠지. 그 다음은 벤하르트를 잡아 검을 만들게 할 뿐이다.'
벤하르트는 그것을 보고 루크를 지키려고 했지만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 어째서'
[벤. 정신 차려 지금의 너는 반이 넘는 정도를 요마와 내 흡혈귀가 먹고 있단말야. 이 결계의 영향을 받는것은 나뿐만이 아냐.]
주마등처럼 루크의 다리에 검이 가는 장면이 멈춘듯 보였다.
'형님이!!'
[미친척해!]
그의 손에서 붉은 혈기의 창이 날아 고야마의 검을 쳐냈다. 놀란것은 고야마는 물론이거니와 벤하르트도 마찬가지였다.
'미친척이라니.'
[정신을 잃은척 하라고!]
바로 벤하르트는 눈을 흰눈으로 바꾸고 주저 앉았다.
[됐어.]
'저건..'
레니아는 지난번 고야마와 싸울때 벤하르트의 변화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무시무시한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루크가 당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느낌 뿐이었을까.
"아니 이럴때가 아니지. 나도 도움을 줘야."
"레니아."
세레니르의 말을 듣고 레니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수명이 약간 늘어났군."
벤하르트는 루크가 만들어낸 균열을 보고 루크가 말한 '책임'에 대해 확실하게 눈치챘다. 하지만 그는 루크와는 달랐기 때문에 고야마를 상대하면서까지 검을 노릴수는 없었다.
"벤. 똑바로 밀어라. 네가 만들어낸 검이다."
루크는 그 수많은 상처를 가지고 고야마에게 달려들었다. 힘이 없어도 확실하게 루크는 고야마에게 대응하고 있었다. 저항이 아닌 대응. 힘이 없어도 싸울수 있다는것을 몸소 보여주는 확실한 예로써..
'둔하다.'
고야마는 자신이 팔이 둔해졌다는것을 깨닫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루크와의 전투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세레니르의 천이 자신의 양 손에 얽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를 따라 레니아의 마법이 천과 함께 손을 얼려낸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막을수 없을 움직임이 확실히 멈추어 버렸다.
찌릿 하게 저려오는 몸은 고통으로 화하고 있었다. 들어올때부터 많은 기를 뒤덮은 탓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도 루크와의 싸움으로 많은 힘을 빼앗겨 버린것탓에 결계의 영향을 받게 된것이다.
"잡았다!!"
그 사이를 뚫어 벤하르트는 일섬 참도를 휘둘렀다.
'아..'
산산조각이 난 검과 그 조각을 뚫고 루크가 달려들었다.
"네녀석!!"
"일섬 천도(天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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