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41화-인정(2)
"브렌모스에서 라군델로 가기 위해서는 동쪽으로 가야 하는거지?"
"그래. 브렌모스는 그렇게 큰 나라는 아니니까 라군델의 경계 까지 가는데 그렇게 큰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테지만, 우리가 위로 올라온 것도 있으니까, 도시를 통과해야 하니 조금은 걸리겠지."
"걸리는건가. 벌써 으슬으슬해지는데 밖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건 별로 탐탁치 않은데,"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잖아."
툴툴거리며 벤하르트가 말했다.
"하지만 벤의 경우는 기를 뒤덮고 있으니 별로 춥다거나 느끼는건 아닐거 아냐?"
"그럴리가 있겠냐. 덮고 있기는 하지만, 추위를 느끼는건 마찬가지라고 뭣하면 염령검이라도 줄테니까 너무 그렇게 불만 가지지 마. 그리고 나라고 해도 눈밭에서 자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될수 있으면 마을에서 머물수 있도록 할게."
"후우 따뜻한 우유나 마시면서 방구석에 들어가고 싶은 날이네."
칼이 연상되는 바람소리를 보면서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여행장비와 식량을 챙기고 다음 마을을 향해 출발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치고 도시를 나섰다. 조금 빠른듯한 겨울 찬바람이 불어 살을 따갑게 때려댔다.
"으으. 추위는 싫어."
"이럴때는 신일때가 좋지?"
하지만 들려오는 답은 예상 외의 답이었다.
"글세."
"레니아 이제와 묻는거지만 신이었던게 좋지 않은거야?"
"그럴리가 있겠어? 신에는 자부심을 내가 다스리던 산은 자식처럼 나라는 존재는 신으로. 나쁠리가 없잖아. 인간이 자신을 이름으로 포장하고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것과 같이 신에게도 나름의 생각정도는 있지. 나는 좋았어."
"그럼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건데?"
"뭐 사실은 죄스러운 기분이지. 방금 말했듯 자식처럼 다뤄야 하는 산을 나는 저모양으로 만들고 방치해 뒀으니까, 내 탓이 아니라 해도 도망치고 나를 위해 사는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야. 하지만,,"
그녀는 찬바람에 눈을 감았다가 모래가 들어가 한껏 비비고는 다시 걸었다. 말이 중간에 끊기고 더 이어지지 않자 벤하르트는 궁금한듯 물었다.
"하지만?"
"으음. 하지만 말야. 나는 신이었을때가 좋지 않았던게 아니라, 지금의 생활이 더 좋은거야. 오감이 존재하고 실패가 존재하고 아픔이 느껴지는 지금이 말야."
"강했다가 약해지면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될것 같은데,"
"그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 나는 고통도 실패도 좌절도 어떠한것도 느끼지 못했어. 아픈것이 뭔지 모르고 실패할래야 실패할수가 없으며 자연히 하는일마다 성공밖에는 없는 삶. 소소한 즐거움이라는것은 남을 행복하게 할때나 불행을 비웃는 일 밖에는 할수 없고 자신에 대한 일로써 행복을 가질수 없었지. 이런 말 알아? 태어나서 한번도 기쁨을 얻지 못하고 괴롭힘 당하면서 기쁜게 뭔지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괴롭다는 사실을 모른다는것. 비교할 대상도 없이 자신이 하는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는거지. 반대로 행복한 사람은. 불행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그 행복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라 '행복하지 않아' 행복이 있기에 불행이 있는것이고 불행이 있기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지."
"그 말 자체는 멋진데?"
"책에서 본거야."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레니아가 말했다. 이제는 킹킹 거리는것 같은 소리를 내는 바람에 그녀의 이마가 드러나 보였다. 인상을 찡그리는 그녀에게 벤하르트는 불그스레한 검을 건넸다.
"자."
"그럼 사양않고,"
빼앗듯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그녀는 염령검을 손에 쥐었다. 둥글게 움츠렸던 몸은 어느샌가 가볍고 당당하게 바뀌어 있었다. 사뿐하게 걷는 그녀를 보고 벤하르트는 생각했다.
'부럽군.'
가끔 출몰하는 마수들도 있었지만, 비교적 겨울에는 마수들이나 동물들도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적 요인은 적다 할수 있었다. 이따금씩 벤하르트를 노리는 무도가들은 있었지만, 그들은 전부 괴상망측한 꼴을 하고 돌아갈수밖에 없었다.
"아 눈이다."
"정말."
그런 말을 하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전의 마을에서 출발한지도 꽤 되었고, 그 다음 마을까지 가기 위해서는 꽤 많은 거리를 걸어야 했는데, 이게 눈이 아닌 비였다면 정말이지 곤욕을 치르게 되었을 터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걸."
"만년설인 노시엘트에서 온 신의 대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
"1년간 다른 곳을 구경했으니까, 눈을 본지도 꽤 오랜만이 되는 거야. 이게 바로 '오랜만'이라는 거지."
그 점은 벤하르트도 쉽게 이해할수 있었다.
"그래 가끔은 추워도 이런것도 나쁘지 않지?"
"뭐 춥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역시 여기서 자는건 별로야. 신이었을때는 운치 있었지."
'아 그랬지.'
그 차가운 바위에서도 곧잘 자던 그녀를 떠올리자, 신이었을때의 다소 가벼운 차림이 생각났다. 레니아는 별로 내색하지 않은듯 했지만, 실제 은근히 신경 쓰이는 차림이 아닐수 없었다. 그당시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역시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남사스러운 것이었다.
"뭐야 그 얼굴은."
염령검을 한바퀴 빙그르르 돌리면서 레니아가 묻자 벤하르트는 살짝 놀라며 말했다.
"내 얼굴이 어때서?"
"감기라도 걸렸나 해서.."
"그런건 아니니 걱정 마라. 잠시 옛 생각을 했을 뿐이야."
"실없네."
'그럼 아주 실없는 일이지.'
[확실히..]
'어이 리스 뭐하는거야?'
[음? 왜?]
'마음은 읽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헛소리. 나는 타 종족의 마음을 읽는것과 조율하는것에는 전문가나 다름 없어. 마음을 읽은게 아니라 네가 읽힌거다. 아니 보여줬다고 하는게 옳겠지. 나라고 '이따위 생각'을 읽고 싶어서 읽었다고 생각하는거냐? 그랬다면 내장을 뒤틀어주지.]
'진심이냐?'
그 화난 목소리를 끝으로 리스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왠지 마지막의 '내장을 뒤틀겠다!'라는 말은 진심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실제로도 심장이 꽉 쥐인 느낌이 들 정도로 가슴이 철렁 거렸다.
'조금 흐트러졌나 보군.'
"평상심 평상심."
"무슨 소리야?"
"아니. 그냥 혼잣말이다. 신경 쓰지 마."
"흐으음 그래?"
레니아는 미심쩍은 눈으로 벤하르트를 바라 보았고, 벤하르트는 바늘방석에라도 앉은듯이 추위도 잊고 식은땀을 흘릴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걸으니 멀리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오 어딘가 집이 있나봐."
보통 마을과 동떨어진 집이 한두채 있었던 경험을 살려 레니아가 말하자 벤하르트가 동조했다.
"그런가 보군."
"벤 하루만 묵게 해달라고 하자."
"음 허락한다면, 그렇게 하자... 하지만."
바로 뛰어 가려던 레니아의 옷을 잡아 말리고는 벤하르트가 말했다.
"너는 너무 눈에 띄니까 일단 내가 말하도록 할게."
"그건 칭찬이지?"
"아무렴."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생긴 벤하르트가 부탁하는 방식으로 말하기로 결정한후 둘은 연기가 올라오는곳으로 향했다. 집은 한채가 아니었고 세채 정도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곳에서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집들중 하나를 선택해 물었다.
"실례합니다."
"누구슈."
한 인자하게 생긴 할머니가 얼굴을 보였다.
"지나가던 여행객인데 하룻밤만 묵을수 있을까 해서 들렀습니다. 혹시 머물수 있겠습니까?"
"아 여행객. 물론이지요. 들러도 좋습니다. 하지만 여행객을 가장한 산적일 가능성도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방법이 없겠수?"
"벤. 나에게 맡겨."
"레니아 괜찮은거지?"
"내 머리를 물로 보는거야?"
'내가 걱정하는건 네 어이 없을 정도로 자유 분방한 머리라고,'
"할머니 저쪽의 창문으로 밖을 봐 주세요."
벤하르트는 할머니의 기척이 이동하는것을 느꼈고, 레니아가 지시한대로 손짓을 해주었다. 레니아는 공중에 날아올라 거대한 얼음으로 된 구체를 만들었다. 거의 집채만한 크기였기 때문에 내리 찍기만 해도 집이 폭삭 무너질 정도였다.
"어이 레니아 뭘하는거야!"
레니아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 벤하르트가 외쳤다.
"할머니. 저희는 산적이 아니지만 산적이라고 하면 굳이 이렇게 말을 걸거나 할 필요도 없이 강제적으로 산적질을 하면 그만이에요. 집을 날리지 않아도 들어갈수 있고 들어가지 않으면 부술수도 있고요. 할머니가 저희를 들이지 않겠다고 해도 저희는 그냥 갈테고, 들이겠다고 하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얼음 덩어리를 세 집 사이에 내려 두고 그녀는 그 얼음을 향해 염령검을 찍었다. 수증기와 함께 사뿐한 걸음으로 내려온 레니아는 얼굴을 보이며 싱긋 웃었다.
"하하하 재밌는 꼬마로구나. 그런 방법으로 산적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하다니,"
'아니 그 말은 틀렸습니다. 할머니. 할머니는 이쪽이에요.'
"좋아 들어 오너라 꼬마들아."
'.....'
"감사합니다."
"정말 뭐냐 방금의 행동은. 책에서 읽었던 상식들은 전부 어디로 사라져 버린거야! 반쯤은 협박 아니냐?"
"뭐뭐 잘됐잖아. 그리고 나는 들이지 않으면 그냥 갈거라고 이야기 했다고,"
"퍽이나 이야기 했겠다."
빈정대는 어조로 벤하르트가 말했지만 레니아는 그 말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
"그나저나 할머니가 참 대인배이신걸."
'분명히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게 틀림없어.'
저런 교섭을 이전부터 생각했던게 틀림없다고 확신하면서 벤하르트는 레니아와 함께 할머니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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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연참대전 포기요. 접속 장애가 너무 심해서, 설사 된다 해도 떨어질것 같을 정도,, 뭐 그래도 꾸준히 글은 쓰도록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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