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60화-도로호우이(13)
벤하르트의 심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싸움이 있을때마다 수세에 몰리거나 당황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안정감 있는 싸움을 하지 못했다. 정신적으로 혼란한 상태로 싸우기 일수 였다. 그런것에는 성격도 한몫을 하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상대를 얕보지 않고 상대를 낮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며 확실한 그의 실력을 내고 있었다.
테서스와 싸우면서도 레니아는 살짝 벤하르트의 모습을 보았다.
'저것이. 벤하르트의 진정한 실력이구나.'
"어딜 한눈 팔고 있는거야?"
테서스가 다루고 있는건 격검이라 불리우는 검이었다. 베는맛은 떨어지지만 되려 타격력에 중점을 둔 검이어서 스치지만해도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너는 이길수 있겠는데?"
"뭐?"
테서스는 웃으면서 거리를 벌렸다. 레니아를 상대하는건 그녀로써는 첫 경험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마법사란 한칼을 스치면 죽어나가는 나약한 종자였고, 그런 전투방식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한것이다.
"실력으로 보면 나쁘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의지가 별로 없어. 이래서야 르바보다도 약하다 할수 있겠지."
"르바? 그건 누군데?"
용병이나 그녀의 기억속에 강한 사람들을 뒤져 보았지만, 딱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었다.
"확실히 나는 반 장난으로 참가한 것이긴 하지만, 명령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진지하게 임할수 있지. 지금은 그저 놀이 라고 생각해도 좋아."
"그래?"
레니아는 갑작스레 맹공을 가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필살에 이를정도로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 속전속결을 하기 위함이었다. 테서스의 말에 그녀가 명령을 듣기 전에 쓰러트릴 작정을 한것이다. 하지만 그 공격은 도리어 테서스의 경각심만 불러 일으켜서 삽시간에 상황은 백중세로 이어졌다.
'르바보다 못하다 했지만, 역시 그정도는 아닌가.'
검술 자체는 몰라도, 용병인 테서스는 르바같이 공격 하나하나가 정직 하지 않았다. 어딘가 상대의 심리를 이용해 틈을 찌르려는 기술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르바 못지 않게 성가시다 할수 있었다.
은빛의 갑주는 희귀한 광물로 만들어진 단단한 갑옷이었지만, 벤하르트의 검은 그조차도 쉽게 베어내 버리는 명검이었다. 벤하르트가 만신창이가 된것처럼 그 못지 않게 척스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비록 겉모습 뿐이었지만,,
"대단한 녀석이군. 이제와서야 루안을 이겼던 이기지 않았던 상관 없다. 너만한 녀석은 전쟁터에서도 보지 못했다."
그가 전쟁터에서 사용한 살법중 벤하르트에게 사용한것만 댓개. 하지만 그 모든것을 벤하르트는 최적의 방법으로 방어했다. 그 유명하다는 세피아 용병단의 대장은 벤하르트를 인정하고 있었다.
"칭찬은 고맙군."
벤하르트는 일체의 방심도 하지 않은채 상대를 응시하며 말했다.
"왠지 너는 사리사욕으로 도로호우이를 하고 있는것 같지가 않아 보이는군. 애초에 나는 '호크 용병단'을 알고 있다. 절대 네놈같은 녀석이 아니었지. 도로호우이로 얻고자 하는것이 뭐냐."
"실없지만, 이 도시의 평화랄까?"
"뭐..."
그것은 척스가 하려고 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는 못해내었지만, 눈앞에 그가 목표로 했던것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벤하르트는 그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상대방에게 심리로 흔들수 있다면 흔들고 싶었기 때문에 선뜻 그렇게 말한것이었다.
"도시의 평화라.. 정말 실없군.."
척스는 호탕하게 웃었다.
"마음이 살짝 약해질뻔 했다만, 나도 참 옹졸한 모양이다. 그 말을 들으니 더 막아내고 싶어졌다."
자신이 하지 못한것을 타인이 이룬다는것은 역시 썩 기분 좋게만 느낄수 있는 일은 아니다.
"네 검 보통의 검이 아니지? 이 명검 크낙스가 벌써 이정도로 이가 빠져 버렸다. 앞으로 많이 받아봐야 다섯정도가 한계일터.."
확실히 벤하르트는 척스의 검을 노리고 휘둘렀었다. 그는 검을 보는 눈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 때문에 세합 정도면 척스의 검을 부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순간에 척스가 거리를 벌려 말을 건 것이다.
"그러니 이 일합에 승부를 걸겠다."
척스는 검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붉은 기운의 투기를 두른 그의 검기. 아마 리드와 만났던 시절의 옛날이었다면, 그게 어떤 수준인지 알지도 못했겠지만, 지금의 그는 그것이 어떤 경지인지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일섬."
백색의 기운을 검에 두르고 그는 자신의 가장 자신있는 기술을 떠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백뢰!"
"크으.. 대단하군."
"....."
검술의 대결로만 해결하려 들었다면, 벤하르트와 척스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니 용병인 척스쪽이 반치 정도는 유리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척스의 검은 벤하르트의 검에 맞서지 못했다. 결국 한방을 노린 서로의 공격으로 이끌어 벤하르트는 척스를 이겼다.
척스의 겉모습은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백광을 완벽하게 맞아버린 그는 웃음을 한차례 뛰우고는 서서히 쓰러져 내렸다.
벤하르트도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보았다. 척스의 붉은 검기는 벤하르트의 백뢰에 의해 궤도가 달라지긴 했지만, 강맹하게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것이다.
"후우. 죽을뻔했군. 그쪽 더 할 생각입니까?"
레니아의 마법을 피하며 테서스는 부드럽게 날아 척스에게 다가갔다.
"아니. 이 여자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너까지 상대할수야 없지. 이번은 벤하르트와 레니아의 승리로 돌려 두도록 할게. 도로호우이의 승리 축하해."
"어이 너 이름이 뭐야?"
"파리스한테 듣지 않았었나?"
"네게서 듣고 싶어."
레니아는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
테서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 이름은 세피아 용병단 소속 테서스 볼리브라고 해. 또 언젠가 보면 아는척이라도 해줘."
"그때는 서로 진짜 목을 따야 될지도 모르지만,"
레니아는 꽤나 살벌한 말을 했지만, 테서스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정답이네."
'이 여자들 이해할수가 없구만,'
그렇게 생각하는 벤하르트는 아랑곳 하지 않고, 테서스는 척스를 데리고 물러섰다.
"여어 정말 이겨 버린건가. 대장?"
"파리스씨. 무사하셨군요."
"물론..은 아닌가. 힘들었어. 그나저나 대단하구만, 진짜 넷을 이길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히얄씨는?"
"그쪽은 나중에 찾아가도 될걸. 어쨋든 실질적으로는 도로호우이를 거의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군. 이게 몇년 만인지."
"몇년만인데?"
레니아는 좀 흥미롭다는듯 물었다. 뭔가 길게 남긴다는건 그녀에게 있어 꽤 의미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거야 모르지. 용병들은 제 일정도 밖에 관심이 없으니까."
"하 잘나셨네."
세피아 용병단은 용병들의 세계에서는 굉장히 유명했다. 그런 그들의 수장이 패했다는 말은 용병들에게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기회를 노린다거나 공격을 하려는 과격적인 용병들도 있었지만, 벤하르트와 히얄 레니아 파리스에 이은 네명을 이길수 있는 용병단이 그렇게 쉽게 나와 줄리 없었고, 호크 용병단에 대항하려는 용병단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다들 한 적개심을 품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대다수의 용병들은 도로호우이를 성공했다는것에 승복하지 않을수 없었다.
승복 하지 않으려면 결국 싸워야 했지만, 이제와서 그런 무모한 싸움을 걸 용병들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용병들에게 있어도 이길수 있는 마지막 싸움은 척스가 있었을때 뿐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호크용병단의 벤하르트가 도로호우이를 성공했다는것은 도시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가 도로호우이로 용병들에게 무엇을 요구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최근의 화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떤이는 용병들의 위에 군림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이는 금붙이를 모을 것이라는 생각도 나오며 허황된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벤하르트는 나서지 않고 있었다. 화제의 중심이 된 프노스 도시는 뭔가의 흥분에 휩싸여 가고 있었다. 그것은 나쁘게 말하면 광기 같다고 봐도 좋았지만, 좋게 말하면 생기 라고 할수 있었다.
"제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었습니까?"
"분명히 했는데요?"
"그런적 없어요. 괜한 사람을 몰지 마시죠. 저는 이제까지와 전혀 다를게 없습니다. 도로호우이가 끝났으니 다들 집으로나 돌아가시죠."
"아니 아니 히얄 이 꼬맹이 말은 정말이야. 너는 약속을 했어. 너무 힘겨워서 기억을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니까요."
파리스와 브레시는 히얄의 벙찐 무표정을 보면서 웃었다.
"....."
브레시와 히얄은 한참을 네가 맞느니 내가 맞느니 하는 이야기로 덧없게 싸우고 있었다. 벤하르트와 레니아도 오랜만의 안식을 취하고 있었다.
"상처도 많다. 이지경이 될때까지 나를 부르지도 않은거야?"
벤하르트의 상처 한개 한개를 세며 그녀가 말했다.
"아니 이 상처의 대부분은 그 척스라는 남자가 만든건데,"
"헛소리."
레니아는 벤하르트의 상처를 세게 쥐어 뜯는것 같은 행동을 취하면서 약을 발라 주었다.
"끄윽. 좀 살살 해줄수 없어?"
"이래야 약이 잘 스며들거든."
"으아아아!"
그 뒤로도 한동안 벤하르트는 매운맛을 보아야만 했다.
여관의 천장위 레니아는 왠지 밝아진 프노스 도시를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파리스가 다가와 술을 권하며 말했다.
"여어 부대장."
짤랑거리며 부딪히는 병에 담긴 술을 권했다.
"누가 부대장이야 누가 그냥 레니아라고 불러. 그리고 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럼 레니아. 술은 뭐 둘째치고 한가지 묻지. 결과적으로는 네 생각대로 잘 흘러갔다고 생각하지만, 그 꼬맹이를 전장터에 내보낸것은 역시나 이해할수가 없어. 그 꼬맹이는 충분히 생각이 있는 녀석이었다. 아니 못 움직이게 해두고 나가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내보낸것은 왜지? 짐을 가지고도 이 도로호우이를 성공할수 있다고 생각한것인가?"
파리스는 물었다. 그것은 리드와 만났을때부터 그의 마음속에서 쭉 간직하고 묘한 응어리와 비슷했다. 리드도 레니아도 히얄도.. 그로서는 이해할수가 없었다.
"짐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자신만을 위해서 싸우는 사람도 타인을 위해서 싸우는 사람도 양쪽을 저울질하는 사람도 각양각색 존재하는 법이지. 인간의 내면에는 여러가지의 인간이 존재한다는거야."
"무슨 소린지 전혀 이해가 안가는군."
"그럴지도. 나도 이해할수 없었으니까,"
파리스는 담담하게 말했다.
"음? 뭐지? 그말은?"
"사람은 누군가를 지킬때 강해진다. 지킬 사람이 있는 사람은 강하다. 라는 말이 있어. 실제로도 많이들 등장하는 이야기지?"
"나는 믿지 않지만, 지킬 사람이라고 한다면 결국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라는것이고 그건 짐이라는 말이 아닌가 하는.."
"그래? 하지만 나는 지키는 녀석이 얼마나 강해질수 있는지 몸소 보고 있으니까, 내가 선택했다고 하면 그런 이유겠지."
"역시 이해하기 어렵군."
레니아는 그렇단 말이지. 하고 웃으며 말했다.
"이해가 안간다면 보고 경험하도록 해. 이번이 처음이었다면 다음번을 다음번이 두번째였다면 그 다음번을 아니면 스스로라도 해보던가?
"엉?"
"스스로 말야. 파리스 너는 우리가 도로호우이에서 뭘 요구할지 알고 있겠지?"
"뭐 그렇지."
같은 용병단으로써 듣고 시작한 사항이었으니 파리스가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용병들은 어차피 구두약속 같은것을 지키는것에 서투르니까, 설사 프노스 도시에서 바르게 살라고 말한다고 한들 지키지 않는 녀석도 존재하겠지."
"서투르다고 말해주는거냐. 정답이지만서도,"
큭 하고 파리스가 웃었다.
"이 도시를 네가 지켜보는건 어때? 그럼 조금이라도 이해할수 있을지도. 코앞에는 전쟁터도 놓여 있겠다. 한동안은 심심하지도 않겠지. 질릴 때까지는 할만하지 않겠어?"
"오지랖도 넓은 여자구만, 나는 자유 용병이라고,"
"지금은 호크 용병단이지."
"그럼. '질릴때 까지만'이라도 명을 받을어 줄까? 해답이 나올것 같지는 않지만, 뭐 겸사겸사니 나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군."
"그렇지? 아 한잔만 줄래?"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안주로 삼아 그들은 한잔씩의 술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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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호우이편 종료. 아직 정리는 끝이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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