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20화-극도문(2)
극도문은 브렌모스의 북구의 도시 가르마의 근처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작다고 할수도 없는 극히 평범한 도시인 가르마가 브렌모스의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극도문 때문일 것이다. 가르마에서 훤히 보이는 산. 쿠두산이 바로 극도문이 위치한 곳이었다.
그들과 함께 극도문으로 향한지 거진 보름정도가 되자 그들은 가르마에 도착할수 있었다.
벤하르트는 카몬이나 틸타트의 속도에 맞추어 주었지만, 그 못지 않게 카몬이나 틸타트 쪽에서도 벤하르트의 속도를 맞추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예상했던 시간보다는 훨씬 빠르게 도착할수 있었던 것이다.
그간에 그들의 여행의 판도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틸타트가 불만을 숨기고 묵묵히 빠른 속도에 맞추어 준것은 그에게만 생기는 이질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다. 카몬왕자는 덜했지만, 애초에 단추를 잘못 끼워 버린 벤하르트나 레니아에게는 좋은 시선을 받기는 글렀었는데, 여행을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그는 문득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의 호위들에게서 느끼는 묘한 느낌. 그 느낌이 좋은것이 아니라는것은 나름의 영특한 머리로 쉽사리 알아차릴수 있었지만, 따지기에도 묘한 낯설음이라고 할만한 것이었다.
어차피 호위들이야 왕자의 직속이었고 자신과는 별다른 접점도 없었기 때문에 상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고나니 그에게 남은것은 소거법에 의해 카몬밖에 없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 카몬왕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벤하르트와 함께 보내기 일수였고, 벤하르트가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귀족의 체면상 쫄래쫄래 왕자를 모시는 것을 보이는것도 그에게는 단호히 싫은 일이었다.
해서.. 자연히 방관자가 되어 말수가 줄고 여행에만 집중하게 되었던 것이다.
쓸쓸히 걷는 그의 모습에서는 고독이 느껴지고 있었다. 중년의 씁쓸하디 씁쓸한 고독함이..
카몬은 벤하르트의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벤하르트를 존경하게 되었다. 벤하르트의 속은 노인이나 워낙에 '최근들어' 젊게 살아온 터라 말투가 다소 청년같아 보였지만, 자신의 나이와 특유의 성격때문에 경박함은 가급적 느껴지지 않는 어조였고, 나이에 그간 여행해온 경험들은 왕자로써는 쉽사리 경험하지 못하는 이야기들 뿐이었기에 각색을 했다고 해도 왕자에게 벤하르트는 어느정도 우상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무리를 해서라도 벤하르트에게 무언가를 듣고 싶어하거나 검에 대한 질문도 넌지시 꺼내곤 했는데, 그때마다 벤하르트는 뒤를 잡혀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호위들도 벤하르트의 무위에 반해 여행도중 기회를 틈타 벤하르트에게 사정사정을 해 무술지도를 부탁하곤 했는데, 마음약한 벤하르트는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들의 상대를 해주고 지적을 해주었다. 그들이 특히나 친해진것은 레니아쪽이었는데, 많은 시간을 왕자에게 할애하는 벤하르트였기에 무술 지도에 투자하지 못하는 벤하르트를 대신하여 그녀는 친히 그들을 가르치기에 나선것이었다.
그녀의 실력도 충분히 디레인에 속할 정도였기 때문에 호위 둘을 가르치는것은 충분하다 할수 있었지만, 벤하르트를 대할때와는 다르게 호위들은 그녀의 미모에 속해 누님으로 떠받들고 있었던 것이다.
신에 많은 집착을 하지 않는 레니아라고 해도 남들의 주목이나 숭배는 본능적으로 좋아하는지라 그런 그들의 태도가 싫지만은 않아서 그녀는 보름을 신나게 지내왔던 것이다.
그로 인해 의도하지는 않았음에도 틸타트는 쓸쓸한 고독을 맛봐야만 했던 것이다.
"이곳이 가르마."
브렌모스에서 꽤 오랜시간을 보냈지만, 라프티 외에는 거진 도시를 가본적이 없는 벤하르트였기 때문에 신선한 느낌을 받지 않을수 없었다. 가르마는 도시라고 충분히 부를수 있을만큼 컸지만, 훈훈함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가르마에서 보이는 저 산의 중턱 부근에 극도문이 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건가. 꽤나 여유로운 여행이었잖아. 그렇지?"
"뭐.."
벤하르트나 레니아의 걸음으로 생각하면 여유로운것은 확실했다. 둘다 수시간동안이나 쉬지 않고 달린기억도 있었고 평소와 비교해도 배는 더딘 여행길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이다.
'왠지 기분이 좋아보이는데,'
"어이. 이 천민들아 다른건 되었으니 어서 여관이나 잡도록 하지. 발에 물집이 잡혀서 고생이란 말이다."
"네. 그러도록 하지요."
여행을 하면서 벤하르트가 가장 보는눈을 달리하게 된 사람이 있다면 틸타트였다. 온갖 말은 험상궂은 말을 골라서 해대는 그였지만, 여행을 하면서도 해주어야 했던것은 전부 해준데다가 그 나이에는 버거울만한 양도 척척 소화해내 준것이다. 물론 그 나름대로의 뒷사정이 있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틸타트의 은근히 깊은 속을 그는 일면이나마 보았던 것이다.
'뭐 모호하지만,'
친하게 지내라고 한다면 결단코 손을 가로저어 주고 싶은 사람이 틸타트지만, 그래도 인정만은 해줄만 하다 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가르마의 주변을 둘러 보고 인원을 파악했다.
"저기 누님 가르마는 말입니다."
"....."
호위들은 레니아의 나이를 모르기에 레니아는 일부러 자신의 나이를 높혀 말했다. 호위라고는 해도 정식으로 훈련 받은 사람들중에서 일류의 실력을 지닌 사람들을 뽑은 것으로 훈련 기간만 따지면 십수년은 되었지만, 나이로 따져봐야 20 중반쯤 되었기에 그들을 속여먹기에는 충분했다.
속인다고해도 레니아의 터무니 없이 어려보이는 나이와 실제 나이사이에서 양쪽으로 속이는 일이었기에 난해한 문제였지만,,
"레니아 난 여관방을 잡아 올게."
"어? 어."
[괘나 동요하고 있잖아. 귀엽고 짜증나게도.]
'귀여운것도 짜증나는것도 이해할수 없다고, 오랜만의 말에 이런 대답을 하는것도 뭣하지만 말이지. 사람의 심정을 읽는것은 그만둬.'
[흥 읽기는 누가 읽었다는거지? 너와 나는 인형이라는 매개체로 묶여 있어. 심경을 읽는것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난 그날이후로 별로 읽고 있지는 않는다고, 네쪽에서 제멋대로 흥분해버린것 뿐인데 남의 탓으로 돌리다니.. 폐라도 막아줄까?]
'몸 전체가 인질이냐고!'
리스와 잡담을 하면서 그는 도시의 대략적인 위치와 일행이 묵을만한 여관방을 잡았다.
여관방을 다 잡고 나자 시간은 조금씩 어둑해지는 저녁이 되어 있어서 짐을 풀고 그들은 식사를 시작했다.
"그럼 내일 아침에 극도문에 오르기로 하지요."
"참고로 말해두지만 네녀석들 너무 촌놈의 티를 내지 말고 예의 바르게 임하도록 해라. 어디까지나 선물을 만들어주는 도구로써 온것이니까."
틸타트를 인정해준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폭언정도일 뿐이었고 다른 부당한 일을 참아주겠다는것은 아니었기에 벤하르트는 한입 베어 물고 말했다.
"저도 참고로 이야기해두도록 하지요. 어디까지나 선물로써 검을 만들어 줄수는 있지만,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만들지 않겠습니다. 여기까지 온것은 그것을 확인하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구로써 온것은 상관 없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야, 날이 서지 않는 다는 말이지요."
"흥. 여기까지 와서 무슨 협상을 할 생각인거냐."
"협상같은것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돈을 배로 준다고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저는 검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것이 할아버지와의 약속이니까요."
'정확히는 루크형님과의 약속이지만,'
그것을 아는것도 레니아나 리스 정도였고, 이런류의 거짓말은 그에게는 손쉬운 일이었다.
"뭐. 일단 보고 결정한다고 생각해도 되겠지요. 틸타트도 너무 그렇게 몰아붙히지 말아주세요."
"왕자. 이것은 당신을 무시하는 처사란 말입니다. 사람이 좋은것도 정도껏 하시지요."
"됐습니다. 이 일은 그만 말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 카몬왕자의 말을 무시할수도 없는 일이어서 틸타트는 모처럼 잡은 꼬투리를 내던지고 음식을 먹는것에 전념할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바보같아 너는."
"그렇지요? 뭐 이녀석 나름대로는 멋지다고 생각했겠지만,"
"하아.."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즐기는 레니아를 보면서 벤하르트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걱정이라도..?"
"예? 아 예. 뭐 검을 만들어주는 사람의 인품은 확실하게 해야 하니까 선물을 줄사람은 어떤가 하고.."
"그런 문제였습니까. 뭐 괜찮을겁니다. 벤씨라면 그녀도 확실하게 만족을 해줄테고.."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던 벤하르트는 움찔 거리면서 물었다.
"네? 그녀?"
"읏."
얼굴을 붉히다가 존재감이 엷어지려 하던 왕자는 체념한듯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예. 그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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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리를 빌어 한마디 감사의 인사를..
서글픈인형님에게 확실하게 드려야 겠군요. 오늘 무료한 하루를 보내던중.. 댓글 하나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서글픈인형님의 지나가는 요망에 의해 연참대전은 일단 등록하고 도전이나 해보려구요. 도전하면 계속 쓰겠지요? 어떠려나.. 흐음.?
요즘들어 댓글에 관해서 여러가지 구걸조가 많지만, 뭐 댓글을 먹고 글을 쓰는 저이니까, 그정도는 애교로 봐주시기를.. 살짝 말해보겠습니다.
저는 댓글>>>>>>>>>>>선작>추천(이거맘에드네?)라고 생각하는 주의인지라.
자중은 하겠습니다 앞으로..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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