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 원 샷! (One shot!)(4)
로보캅 복장의 아머 군단이 대한민국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티에스글로벌 재단의 메인연구소를 급습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티에스시큐리티 대원들의 신속한 대응과 반격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공격용 헬기에서 갑작스레 퍼부은 기관포의 무차별 공격에 맞아 쓰러진 병력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쓰러진 그들이 떨어져 나간 살점과 팔을 붙들고 일어나 마치 좀비처럼 죽지 않고 대응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부위가 고무밴드를 칭칭 감은 것처럼 부풀려 붙여 놓아 몸을 지탱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엄청난 중화기로 무장하여 헬기와 자신들의 수퍼아머 강화장갑에 맞대응 할 정도로 강력하였던 것이었다.
그냥 손쉽게 초토화 시키고 목표물 두 곳을 확보해 가져오면 되는 줄 알았던 대원들은 겨우 작전에 성공해서 돌아가는 중이었지만 기분이 편하지는 않았다. 무려 삼분지 이인 약 70%의 동료 대원들을 잃은 실패한 작전에 가까웠다.
지도부의 안일한 정보 제공과 적과 한국을 너무도 우습게 여긴 윗대가리들이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자 더욱 분노가 솟구쳤다.
귀환하는 작전 수송기로 갈아탔지만 너무도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당당히 개선하는 것도 아니고 주한 미군의 수송기에 미군 작전인양 포장해서 달아나는 꼴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들은 연구소의 잔해를 딛고 일어서 마지막까지 자신들에게 방아쇠를 당기던 티에스시큐리티 대원들의 강한 집념과 연구소를 지켜내고자 하는 항거에 대한 신념에 비록 적이었지만 절로 존경심이 생겼었다.
‘도대체가 어떤 대우와 훈련과 관계가 형성되어야지만 저런 사람들이 되는 걸까?’
작전에 투입되었던 대부분의 수퍼아머들은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자! 모두 준비하자고 오키나와 공군기지에서 재정비해서 괌으로 이동할 예정이니 개인 정비는 1분안에 마치도록!”
팀리더가 안내 방송을 하자 저마다 분주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닥터샐리킴을 납치해 데려가는 중이었기에 그녀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하인리히 엑슬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하인리히 엑슬! 원래부터 전사 집안의 후손으로 유대인 중에서는 꽤나 호전적인 자신이었지만 어디까지나 힘대힘의 대결을 좋아하고 웨스턴 스타일의 정통파 파이터 타입이라서 지금처럼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에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부녀자 납치는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스타일이었다. 상부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만일 자신이 팀리더였다면 명령 불복종에다 인질은 없이 그냥 현장만 모조리 부숴버리고 왔을 것이었다.
그런데 하인리히 엑슬은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보통의 과학자들이나 여성은 납치가 되면 울거나 두려워 안절부절못할 터인데 저 여자? 아니 박사는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오히려 담담하게 주변을 관찰하거나, 자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뭔가 골몰하거나, 종이 여기저기에다 화학식이며 수학을 마구 풀었다가 혼자 희죽희죽 웃어대곤 하는 것이었다.
“이봐요 당신은 무섭지도 않은가요?”
닥터샐리킴은 그 남자를 빤히 보더니 한 마디 툭 하고 던졌다.
“무서워 해야 하나요?”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알지도 못하면서 총을 들이밀고 잡아가는데 안 무섭다면 그게 이상한 것 같아서 말에요.”
“뭐 그런거라면 두가지 이유에서지요. 궁금한가요? 알려줘요?”
“솔직히 궁금하긴 합니다. 당신같이 아름다운 박사님이 어떤 이유에서 두려움이나 무서움이 없는지.”
닥터 샐리킴은 잠시 자리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듯 크게 팔을 벌려 몸 주위를 빙빙 둘러 어깨를 풀어준 뒤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첫째는 말이에요. 제가 지구상에서 가장 힘쎈 사람하고 엄청 친하거든요. 그래서 그가 나를 구하러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래요.”
“두 번째 이유는요?”
“그건 어떤 경우에든 ···”
순간 그녀가 자신의 손목시계를 쳐다보더니 잠시 혼자 중얼거렸다.
“어떤 경우에든 2시간을 넘지 않고 구하러 올 거라는 말이에요.”
그녀의 치명적인 미소가 피어오르는 말에서 순간 하인리히 엑슬은 자신의 넋을 놓아버릴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을 넘기자 우리가 출발한지 얼마나 되었지 라며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그리고는
“뭡··· 니··· 까? 지금 2분만 지나면 두 시간이 되는데···”
엑슬이 더듬거리며 박사의 장난에 자신이 걸려든 것에 자책하고 있을 때였다.
‘콰콰쾅! 푸와왁!’
비행기 앞쪽과 날개부에 터보 엔진에서 뭔가 강력한 충격음이 들려 오는가 싶더니 이내 자신들이 위치한 기내 공간을 제외한 일반 수송기 내부에서 쉴새 없이 총소리가 울려퍼져 나오고 있었다.
그와 함께 사방에서 비명과 주먹과 발이 무언가를 때리며 부딪히는 타격음이 선명하게도 들려왔다.
하인리히 엑슬은 서둘러 무전을 들고는 무슨 일이 있는 거냐면서 고함을 쳤지만, 대답을 해주는 동료는 단 한 놈도 없었다.
그는 즉시 소총의 탄장을 확인하고 잠금장치를 푼뒤 노리쇠를 후퇴전진 2회를 반복하고 자신이 가장 자랑하는 대검을 뽑아 들어 총구의 아래로 교차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문 바깥의 수송기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서서히 잠잠해지며 사방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는 동료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아 정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리 당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인리히 엑슬은 허투르게 자신이 먼저 문을 열고 나가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였기에 오히려 문에서 떨어져 닥터샐리킴의 몸뒤로 돌아가 그녀를 방패 막으로 삼아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주위가 잠잠해지고 자신들이 있는 화물칸의 문이 끼익하고 철문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리고 너무도 당당하게 한 남자가 걸어들어오는 것이었다.
“박사님! 어디 다친 데는 없죠?”
그 남자의 말에 지금까지 너무도 멀쩡했던 그녀가 쓰러질 듯 환자 코스프레르를 해대는 것이었다.
“마스터! 나, 죽는 줄 알았어. 무서워 혼났어 나 어떡해?”
엑슬은 이 순간 사람들이 하는말이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고 내숭은 사기라더니 그 말이 딱이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해요.”
그 사내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녀쪽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엑슬은 총구를 그 남자쪽으로 겨눈 뒤 칼날을 닥터샐리킴의 목부위 경동맥에 갖다대고는 고함쳤다.
“멈춰! 한 발짝만 더 움직이면 이 여자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다.”
“알았다. 그러니 칼은 치워. 이름이······”
사내가 자신을 보며 묻는 줄 알고 대답해 주려하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가 그 사내에게 태블릿을 전하는 것이었다.
“이름이 그래. 하인리히 엑슬! 그게 당신 이름 맞지?”
그러면서 자신의 출생부터 사회보장번호와 얼마전 헤어진 여친에 대한 정보까지 말하더니 태블릿을 흔들어 보여주는 것이었다.
엑슬은 순간 저들이 어떻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지 궁금하면서도 분했다.
‘우리 지도부가 너무 상대를 얕보았구나.’
“당신! 이번 작전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을 텐데 용케 참석했군요?”
엑슬은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여기서 갈데라곤 없지 않나요? 그러니 우리 남자대 남자로 한방씩 주고받기 어때요?”
남자는 지금 엑슬 자신이 불리해서 지금 붙잡고 있는 여자에게 위해가 가해질까봐 희안한 제안을 하는것이었다.
“핫 샷 말인가?”
“놉! 이왕이면 우린 원 샷! 이라고 합시다.”
“만일 내가 이기면······”
“당신이 나를 이긴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이 비행기에 있는 당신 동료들까지 모조리 살려서 돌려보내 주겠어요. 어때요?”
“그런 조건이라면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 콜!”
엑슬이 순서를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권하자 남자는 흔쾌히 선공을 양보하겠으니 먼저 때리라는 것이었다.
엑슬은 만능 스포츠맨에다가 주짓수와 격투기로 다져져 어떻게 때리는 것이 가장 파괴적이고 효과가 우수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디딤발을 힘차게 박차며 골반의 회전력과 어깨의 강한 지지를 내뻗으며 팔과 팔목 그리고 손을 타고 들어가며 마지막 주먹을 말아쥔 정권의 부위에서 강한 충격이 전해지도록 힘껏 그 사내를 쳐 발라 버렸다.
‘콰~앙!’
엄청난 타격! 아마도 일반인, 아니 격투기 선수라 할지라도 턱이 으깨지거나 뇌진탕을 일으킬 정도의 강력한 한 방이었다.
“와우! 엄청난 주먹이군요. 아깝군요. 당신은 여기 용병이 아니라 격투기 선수로 같으면 챔피언 감인데 말이에요.”
엑슬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지금까지 자신의 주먹을 맞고도 멀쩡히 서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마냥 넋을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제 자신이 맞아야 할 차례였다.
그 남자는 자신을 향해 어깨도 흔들지 않은 체로 그냥 팔을 가볍게 흔드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그저 그렇게 너무 가볍게 때리는 거 아니냐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퍼~억!’
하인리히 엑슬은 얼마 전 자신이 읽은 동양의 신비에 관한 책이 떠 올랐다. 주마등이라는 것이 있다는데 이게 그런건가? 마치 자신의 삶이 화면에 필름처럼 펼쳐지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필름이 끊겨 버렸다.
닥터샐리킴은 주먹 한 방에,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따귀 한 대에 사람의 몸이 빙글빙글 돌더니 비행기의 벽면에 가서 쳐 박혀 버리는 것을 보고는 뭔가 새로운 공식을 생각하고 있었다.
통상은 힘과 속도와 가속도 그리고 무게 등이 물리학적 변수이지만 장태산은 예외적으로 보였다. 분명 그가 저 엑슬이라는 남자보다 덩치가 작고 방금 휘두른 팔의 궤적이나 힘은 더욱 약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스터! 당신은 정말 멋진 연구대상 감이에요.”
닥터샐리킴이 장태산을 자신의 품으로 크게 안은 뒤 목을 사정없이 끌어안고는 진한 키스를 해대었다.
“이건 구해준 보답 인사.”
그리곤 다시 한 번 진한 키스를 한 뒤
“이건 내 연구 대상이 되어준 당신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감사 인사.”
장태산은 황홀했지만, 한편으로는 황당했다. 순간 불안한 기색을 눈치챘는지 닥터샐리킴이 안심하도록 그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이 정도로 질투할 조실장이 아니니 염려 말아요. 뭐 정말 질투 땜에 문제되면 그땐 나한테 와요! 알았죠.”
역시 무서운 여자다.
장태산과 닥터가 타고있는 납치 비행기를 아예 기체 통째로 공중 납치를 해 버린 개량형 초대형 헤라클레스 수송기가 방향을 돌려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장태산이 무선 송신기와 태블릿을 바라보며 권혁 팀장을 호출하자 그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팀장님! 준비되었나요?”
“예스! 마스터!”
그러자 장태산은 기다렸다는 듯 그들을 보고 힘차게 외쳤다.
“원 샷!(One shot!) 원 모어!(One more!)
- 작가의말
건강도
사랑도
시간도
재물도
창작도
모두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더군요.
좋아요, 추천과 선호작 등록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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