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 추악한 추억(4)
‘뎅! 뎅! 뎅!’
계속되는 타종과 사람들의 탄식이 섞인 광장에서부터 거대하고 청량한 울림이 밤하늘에 넓게 퍼져 나가자 장태산의 눈과 귀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제야의 종소리가 왠지 특별하게 느껴지는 걸······, 다음에 특별한 종으로 실험을 한번 해봐야겠군.’
그렇게 장태산이 나름의 계획을 수립하는 동안, 광장의 한편에서 녀석들도 나름의 계획을 세워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도시의 한 밤이 한해의 끝자락에서 새해의 시작으로 나아가는 기억으로 변하는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제각각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밤하늘은 어둠으로 잔뜩 물들어 있었지만 그 아래는 여전히 휘황찬란한 불빛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조아라 모녀는 종종걸음으로 택시를 잡으려 차도로 나서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뒤를 조용히 따르는 사내와 그리고 좀 더 뒤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봉고까지 너무도 선명히 그림이 그려지는 모양이었다.
장태산은 전화를 꺼내 들었다.
“아직 취침 전이죠? 그럴 줄 알고 전화했어요. 정말 미안한데 지금 당장 팀장님이 필요해요.”
장태산은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지원군을 확보해야겠다 싶어,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실력파 권혁팀장에게 미리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위치와 동선을 스마트폰에 추척 하도록 하고는 자신은 녀석들의 동선을 따라가 배후까지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저 모녀가 혹시라도 다치거나 너무 놀라면 안 되는데, 거기까지 염려가 미치자 몇 군데 더 전화를 돌려 방비를 하기로 했다.
확실히 한국 사람들은 밤잠이 다들 없는 것이 맞나 보다.
택시가 사람들을 태우고 쏜살같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모녀도 다행히 택시를 잡아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봉고가 황급히 택시뒤를 따르고 뒤를 밟던 녀석은 주변을 돌아보더니 다른 일행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었다.
장태산은 천천히 택시의 이동 경로를 보며 건물 위를 뛰어 다니며 그 모든 상황을 보면서 뒤쫓고 있었다.
택시가 흑석동 방면으로 가다가 다시 올림픽대로를 타기 시작했다. 장태산은 핸드폰을 들어 자료를 확인해 보았다.
‘지난번 소송 대리를 진행하며 받아둔 서류상의 주소라면 택시가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하는데 왜 다시 나갈까? 어디 다른 곳에 아침을 맞이하러 가기라도 했나?’
조용히 지켜보며 한참을 따라가고 있었다.
택시는 그렇게 한참을 달려 마침내 멈춰섰다.
그곳은 서하남 IC부근의 컨테이너 창고 건물이 늘어선 곳이었고 너무도 삭막하고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였다.
택시가 당도하자 사나운 개 짖는 소리가 전방과 양옆 쪽에서 공포스러울 정도로 들려왔다. 택시 뒤를 봉고와 다른 승용차가 조용히 따라 들어오는 것이었다.
가장 높이 쌓여있는 컨테이너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던 장태산은 그제야 저 택시도 한패거리라는 것을 눈치채었다.
‘와! 독한 놈들 택시까지 준비했을 줄이야.’
택시의 운전석에서 내린 사내가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그들은 분주하게 움직여 정문 출입구의 경계를 강화하면서 개들을 단속하고 봉고에서 내린 녀석들과 함께 택시로 다가가 문을 열고는 두 사람을 끄집어 내었다.
조아라 모녀가 전혀 반항도 못 하고 의식이 없는 채 들려 내리는 것을 보니 아마도 약물이나 마취제 등에 당한 모양이었다.
이들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조직적이고 훈련이 된 놈들이라는 것을 느꼈다.
‘와 대한민국 조폭들 수준 보소. 이 정도면 특공대랑 맞상대가 될듯한데 ······, 물론 맞상대로 붙는다면 그 특공대는 졸라 열 받겠지. 크크크.’
그러면서 아직은 큰 위험이 보이지 않으니 좀더 지며봐도 되겠다는 생각에 놈들이 이동하는 동선을 고려해 건물로 숨어들려고 움직였다.
그때였다.
‘크와왕! 와왕! 컹!’
무섭도록 사납게 들리는 개소리가 장태산을 멎게 했다.
개의 코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 순간적으로 개에 관한 책을 읽은 기억을 더듬어 대책을 강구했다.
사람과 동물은 고막이라고 하는 얇고 질긴 막으로 공기 중의 진동을 포착하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인데, 소리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서 이 진동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고 한다.
이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가진 소리들 중에서 실제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소리를 가청영역이라고 하고, 대게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영역은 20 ~ 20,000Hz 사이라 한다.
이 가청영역 밖의 소리, 즉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는 일컫는 말이 초음파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가청영역은 동물들마다 서로 다르다고 했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모기가 들을 수 있는 이유도 사람과 모기의 가청영역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사람보다 귀가 밝다고 하는 개의 경우는 가청영역이 15 ~ 50,000 Hz 사이라고 했다.
장태산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너튜브를 찾아보았다.
‘어플깔고 할 시간이 어딨어······. 걍 이걸로 해보자.’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은 온라인이다. 거기 개가 싫어하는 주파수를 찾아 플레이시키자 사납게 짖어대던 개들의 지랄발광 소리가 뚝 하고 멎어버렸다.
장태산은 IT강국 대한민국이 고마웠다.
다시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다행히 건물 안은 천고가 엄청 높은 창고형 건물인 데다 골조와 기둥이 구획처럼 정해져 있어 몸을 숨겨 관찰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내부에 사무실과 경량 칸막이 공사로 거실과 방을 만들어 놓은 구조였지만 천정 부근 서까래에서는 안이 훤히 보였지만 반대로 천정에서 내려온 조명등의 불빛 때문인지 안에서는 위로 바라보기가 불편하여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응접세트가 놓여진 휴게실 같은 거실 모양의 큰 공간에 여러명의 떡대가 사무실로 들어오는 일행을 맞이했다.
그들이 둘러메고 들어온 여자들을 정성스럽게 안아 바닥의 매트리스 위에 내려 놓았다.
그러자 의식이 전혀 없었던 두 사람은 매트리스에 던져진 모양 그대로 웅크린 자세가 되어버렸다.
“어이! 막내! 사장님 오시기전에 저 여자들 똑바로 뉘이고 겉옷은 벗겨놔! 알지?”
그러자 가장 앳되 보이는 녀석이 벌떡 일어나 능숙하게 두 사람의 겉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모녀를 반듯하게 눕혀 마치 상품을 전시하듯 매트리스에 배열해 두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반대편의 두 녀석들은 마른침을 꿀꺽하고 삼키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놈들 삼류 양아치 조폭이 아니구나.’
그도 그럴 것이 한눈에 봐도 조각 같은 미모의 여자를 납치해와서 속옷 차림에 내버려 둔다? 그건 웬만한 이성과 인내심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특히나 범죄조직에 경험이 있는 사내놈들이라면 더더욱 물불 안가리고 덤벼드는 것이 보통이건만 이놈들은 도대체 어떤 훈련과 체계를 확립했기에 이 정도의 레벨을 갖췄단 말인가?
장태산은 좀 더 호기심이 생겨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이야! 좀 아깝긴허다. 낮에부터 봤는데 얼굴, 몸매 어디하나 빠지는데가 없더라구. 눈 딱 감고 한 번 담가보고 싶더라고.”
모녀의 주변에서 계속 미행을 하며 관찰하던 녀석이었다. 그러자 맞은편의 윗대가리 녀석이 말을 받아주었다.
“그래라. 그럼 아마 대표님께서 같이 보내주실 거야.”
“어디?”
“통집!”
“지랄! 그래서 내가 언제부터인지 여자는 얼굴을 안 봐. 근데 몸매는 꼭 보거든, 니들도 함 봐봐! 예술이지 않냐? 캬.”
매트리스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사내들 대다수가 놈의 말을 인정하면서 서로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한 녀석이 참지 못하고 조아라의 브래지어를 벗겨내려 하였다.
“야! 한번 다 벗겨서 보는 건 괜찮지 않냐?”
그러자 리더로 보이는 녀석이 놈의 손을 제지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대표님 경영 원칙에 어긋난 행동 하지마!”
그 소리를 듣고는 놈은 뻗었던 손을 내려놓고는 혼자 푸념을 해댔다.
“시팔! 고객의 것을 탐하지 말자. 탐하는 순간 좆된다. 그것이 말이여 방구여!”
그 순간 입구의 출입문이 벌컥하고 열리며 대표인 턱수염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모두들 자세를 바로 하고 그를 맞이하자 녀석은 그들을 지나쳐 매트리스로 다가가 모녀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뭐로 재웠냐?”
“경구투약용 마취제를 섞은 음료로 먼저 재운다음 프폴과 석콜을 칵테일한거 한방씩 놓았습니다.”
“그라몬 밤새 깨지는 않겠네. 그랴.”
“네!”
“여그 혹시 야들 찍어 묵은 놈 있냐?”
“절대 없습니다.”
“그래야제. 옹냐! 수고했다. 저기 내방으로 매트리스째로 갖다 놓그라. 좀 있다 손님이 오신단다.”
장태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럼 그렇지라는 혼잣말을 머리에서 크게 외치고 있었다.
턱수염 대표의 명령에 장정 네 명이 매트리스 아래 받침을 각기 하나씩 잡아 들어 통째로 옮겨 버리는 것이었다.
장태산이 보기에도 호리호리해 보이는데, 모두가 힘 하나는 장사인 모양이었다.
턱수염 대표가 놈들과 한 참 대화를 나누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소파 깊숙한 곳에 몸을 기대어 앉아 매트리스에 속옷차림으로 반듯하게 누워있는 모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턱수염이 자신의 옆 협탁에 버튼을 누르자 사면에서 두꺼운 철벽 같은 이중벽이 철컹하고 내려쳐지는 것이었다. 다행히 지붕은 천고가 높아서인지 가리지는 않았다.
놈의 사무실이 둘러쳐지는 소리가 나자 바깥에서 대기중이던 녀석들이 갑자기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장태산이 외부를 확인하니 놈들은 모두 외곽 경계를 서고 있었다.
‘아뿔싸! 빨리 가봐야겠다.’
장태산은 서둘러 턱수염의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놈은 이미 매트리스 앞에서 모녀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아라 앞에 섰다가 그녀의 몸을 눈으로 이리저리 훓더니 손으로 머릿결을 만지고는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쩝! 아깝지만 이건 표사장 몫으로 해야겠다.”
그러더니 조아라의 모친에게로 눈을 돌려 입맛을 다셨다.
조아라의 모친 역시 얼굴이며 몸매가 남 달랐다. 조아라에 비해 오히려 좀더 성숙하고 농밀해 보인다고나 할까. 아무튼 턱수염은 그녀의 가슴을 한손으로 잡아보더니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와아! 물건이고마. 멋져부러.”
이번에는 그녀의 다리를 한 쪽 들어올려 속옷에 비친 음밀한 부위를 바라보았다.
“역시 내 취향은 유부녀라니께. 크크크!”
혼자 그녀를 이리저리 주물럭 대다가 마침내 녀석이 자신의 몸에서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그때 녀석의 전화기가 울렸다.
턱수염은 얼굴을 잔뜩 구긴 채 전화를 집어 들었다.
“표사장! 어디쯤인교?”
“그라몬 한 사오십 분 걸리겠네. 내사마 잘 포장해 놓고 있을끼구마. 조심해서 오소.”
조용히 전화기를 내려놓은 턱수염은 자신의 심볼을 어루만지더니 조아라의 모친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의 손이 우왁스럽게 그녀의 속옷을 걷어내듯 벗기려는 순간······
- 작가의말
벌써 금요일 입니다.
주말동안 충전하고 열심히 글을 써서
여러분들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모두
몸도 마음도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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