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 대륙의 기연(3)
장태산은 그녀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찌 답을 해야 할지를, 난감해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대답이 없자 아마도 미안해서 대답을 못 한다고 오해했나 보다.
“하하! 사실 사과는 당신들이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가씨 봐서 내가 참죠. 뭐!”
그러자 그녀가 다시 한국말로 답을 해왔다.
“좋아요. 그럼 사과하고 받은 거로 치고, 그 자리에 내가 앉아도 되니?”
아마도 존댓말은 못 배운 모양이다.
“뭐, 상관없어요. 나도 아직 식사중이니 그럼 함께 먹읍시다.”
“함께 먹자구요?”
“무슨 문제라도······?”
그녀가 난감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난, 지금까지 음식을 다른 사람과 먹어 본 적이 없는데.”
태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럼 이제 먹어보면 되겠네요.”
“······.”
태산은 다시 자신만의 즐거운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그녀도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서 그 두 녀석이 부지런히 음식을 날라오고 그녀는 우아하게 음식을 한 젓가락씩 맛만 보며 즐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이목구비는 지금까지 자신이 보아온 중국, 아니 동양 여성 중에 단연 으뜸이라 할 정도의 미모였다.
짙디짙은 눈썹이 반짝이는 눈을 돋보이며 단아하게 만들었고, 오똑한 콧날은 양볼의 환상적인 비율에 맞춰진 가운데 위치해 더욱 완벽미를 뽐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입술이었다.
도톰하게 살이 부풀어 오른 윗입술과 매끈하게 닿아있는 황금비율의 아랫입술이, 뭐랄까? 그냥 막 키스를 부르는 입술이라고나 할까?
그런 입술로 음식을 머금은 채, 오물거리니 눈길이 절로 그녀의 얼굴로 향해져 있었다.
“뭘 봐요? 사람이 음식 먹는 모습을 처음 보나요?”
“음, 사실 당신 같은 미인이 음식 먹는 모습은 정말로 처음 봅니다.”
“그 말, 진심이니?”
“하하! 이래 봬도 거짓말을 잘 못 하는 성격이라······. 진심입니다.”
“하긴, 내가 이쁘긴 하지, 뭐 그건 탱큐.”
‘음, 저 여자 자뻑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을 보아하니 내공이 만만치 않겠구나 ’
태산은 식사하는 동안, 내내 자신에게 덤벼든 두 녀석이 신경이 쓰였다. 자신에게 흉흉한 눈빛을 보내며 적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이봐요 아가씨! 아가씨라 부르기 뭐하지만 이름을 모르니···, 내 이름은 장태산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란! 메이란!”
“오! 예쁜 이름이군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아름다운 난초라는 의미에요.”
“그렇군요. 그럼 미스 메이란!”
“네, 말하세요.”
“저 두 사람도 식사하게 해 주는 게 어때요?”
“음, 꼭 그리해야 하나요?”
“아니, 같이 먹진 않아도 적어도 식사했는지 먼저 물어는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해서요?”
그제서야 그녀는 그 두 사람에게 웃으며 무어라 말을 하자 두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 수가 있었다.
자신들은 괜찮노라고 한사코 사양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는 장태산을 바라보았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인간적인 호감의 눈빛을 보내왔다.
식사를 마칠 무렵 그녀가 태산에게 관심을 가지며 이것저것 물어왔다.
결국, 대화를 이어가다 찻집으로 옮겨 한참을 수다를 떨었다.
간만의 미녀와의 수다여서 즐거웠고 좋은 기분에 화산에 같이 올라가기로 약속을 했다.
서둘러 복장을 갈아입고, 만나서 함께 화산(華山)의 장공잔도(長空棧道)를 아슬아슬하게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몸놀림이 날렵하고 전혀 지친기색이 없었다.
‘오! 보기보다 체력이 좋구만!’
메이 란 역시 몸이 날렵했다. 의외였다.
운동을 좀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와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나무다리가 어설프기 그지없었지만, 그들은 의외로 가벼이 성큼성큼 오르고 있었다.
사과애(思過崖)란 팻말이 서 있는 곳에 도착해 가벼운 휴식을 취하며 목을 축이고 있었다.
간간이 지나쳐가던 여행객 중 덩치가 자그마하고 날카로운 눈매를 번뜩이던 청년 한 명이 메이란의 미모를 보고 음흉한 웃음을 띠며 다가왔다.
“이봐! 아가씨, 이쁜데. 우리랑 같이 놀지 않을래?”
“무례하게 굴지 말고 가세요.”
“이래 봬도 꽤 괜찮은 남자야!”
“난 당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요.”
메이란이 그를 지나쳐 홱 돌아서 가려하자, 순간 불쾌해진 그 남자가 메이란의 손목을 낚아채려 했다.
메이란의 입에서 작은 음성이 배어 나왔다.
“금나수(擒拿手)!”
태산이 그 장면을 아주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었다. 왜 참견해서 도와주지 않느냐고? 그녀의 찰떡 두 놈이 있으니까.
그녀는 이번에도 그놈의 수법을 자연스럽게 피하여 벗어났다. 아마도 보법의 일종이었나 보다.
놈은 인상을 사정없이 구기며 더욱 강하게 그녀를 붙잡기 위해 어깨까지 남은 팔로 잡아채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몸이 흔들린다 싶었는데 공기가 흐르듯 자연스레 그놈의 구속에서 벗어나 버렸다.
‘이야! 어떻게 한 거지?’
태산의 궁금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렇지 여긴 중국이지. 무술을 하는 인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잖아. 그러니 은둔고수(隱遁高手)와 은거기인(隱居奇人)이 가장 많은 나라일 거야.’
메이란이 불청객의 시비에 곤란을 당하자 두 경호원은 서둘러 그 남자를 제지하였다.
“이봐! 아가씨께 무례를 더는 범하지 마라.”
“봐주는 것은 이번 한 번만이다. 당장 물러가라.”
놈은 두 사람의 말에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을 바라보며 피식거리며 도발을 해 왔다.
두 덩치의 사내는 보기와는 다르게 날렵한 몸놀림으로 녀석에게 다가가자 놈의 공격이 가해져 왔다.
‘쉬이익’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 화산의 골짜기에 울려퍼졌다.
‘타다닥. 퍽, 퍼버벅.’
눈 깜박할 순간에 수차례의 주먹과 발차기가 오갔다.
세 명의 격돌은 마치 합이 잘 짜여진 무협영화의 한 장면을 직접 관람하는 즐거움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공방이 오가고 잠시 간격을 벌리고 대치한 세사람에게 메이란이 그만하라는 말을 하자 세 남자는 그제야 대치 상황을 풀었다.
“여기는 관광객들이 많이찾는 중국의 소중한 명승지입니다. 그러니 모두 자중하세요.”
“이봐 아가씨! 감히 내 손을 뿌리친 댓가를 어찌 갚으려고 그러지?”
“당신의 무례에 대한 책임은 다음에 묻도록 하지요.”
“흐흐흐, 기대되는군. 좋아! 잠시 기다려주지.”
그렇게 헤어지고 암벽을 파서 만든 암자 ‘대조원동’에 도착해서 잠시 불편했던 시간에서 벗어나 평온한 한때를 보내었다.
하산하는 길이 좀더 위험했다. 한 사람씩 안전 장구와 연결고리 장치를 이어서 내려가다 보니 올라올 때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있었다.
장태산의 일행이 하산하는 가장 험준한 지역에 당도했을 때였다.
줄을 연결하고 잡아주던 안전 요원들이 교대시간인 모양이다. 막 자리를 떠 아무도 없게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분 나쁜 음성이 들려왔다.
“흐흐흐, 이제야 내려오다니 참으로 안타깝군.”
메이란을 괴롭히던 그놈이었다.
“무슨짓이냐?”
경호원이 고함을 쳤지만, 놈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안전장치를 연결하는 줄을 끊어내고 있었다.
“이제야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진 것인가? 그 궁금증을 조금만 빨리 가졌더라면 좋았을 것을······. 안타깝구나.”
“이놈! 얼른 줄을 얼른 던지지 못할까?”
“어이! 덩치! 넌 새끼야 길에서 만났으면 나한테 뒈졌어.”
메이란은 당황했을 터이지만 떨리는 음성을 진정시키고 그놈에게 엄중한 경고를 날렸다.
“이봐요! 낮의 일 때문이라면 잊어줄 테니 그만 하세요.”
“하! 그만두지 않겠다면 어찌할 건데?”
“평생 후회하게 될 겁니다.”
메이란의 경고에도 놈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흐흐! 그러게 내가 손을 내밀 때, 내 손을 잡았더라면 서로 좋았잖아. 뭐, 지금이라도 늦진 않았는데 어때?”
놈이 흘리는 끈적한 말투가 더욱 불쾌감을 유발했다.
장태산은 말을 못 알아듣다 보니 조금 답답했다. 그나마 눈치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뿐이었다.
“네놈은 정녕코 나를 모욕하는구나. 내가 누군지 알면 그딴소리가 나오지 못할 터인데···.”
메이란이 분노한 음성으로 놈에게 말하자 경호하던 두 사내는 안절부절못했다.
“아가씨! 부디 마음을 다스리시기를···.”
놈은 한 번 더 그녀를 향해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이봐! 네년이 내 말을 고분고분 듣겠다면 여기를 무사히 벗어나도록 할 거고, 니들 모두 살려 줄게”
그러면서 입맛을 다시고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또 해댔다.
“네년의 속살도 맛볼 수 있게 될 거고 말야.”
순간, 말릴 새도 없이 그녀의 몸이 공중을 향해 날아올랐다.
깎아지른듯한 절벽에 놓인 나무다리는 겨우 20센티미터 정도였고 절벽과 절벽 사이의 길이는 무려 30여 미터에 달했다.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그놈이 버티고 있는 거기뿐이었다.
날아오른 그녀는 공중에서 재차 도약한 뒤 절벽을 살짝 밟아 오른 뒤, 다시 놈을 향해 나아갔다.
마치 우아한 학의 형세를 닮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거침없이 남은 거리를 줄이며 날아가 놈의 면상에 발차기를 적중시킨 뒤 공중에서 한바퀴를 더 돌아 반대 발차기를 다시 먹였다.
놈은 그대로 두 방을 적중당해 대여섯 걸음을 물러났다.
얼굴은 벌써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다.
“이 년! 감히 내 얼굴을···, 죽여 버린다.”
놈은 더욱 흉흉한 기세를 뿜으며 메이란과 대치하고 있었다.
경호원들은 더는 기다리다 못해 불안한 몸짓으로 절벽에 다가가 건너기 시작했다.
그중 키가 조금 더 크고 날렵해 보이는 경호원이 순간 휘청이자 절벽 면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균형이 무너져 안 떨어지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장태산의 발바닥이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자 일직선으로 맞은편을 향해 도약 되었다.
그 탄력으로 떨어지기 전의 두 경호원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다시 절벽을 박차고 앞으로 날아갔다.
두 사람을 내팽개치듯 내려놓고 메이란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놈은 태산이 당도하기 전, 메이란에게 사마귀 모양의 자세를 취하더니 권각을 이용한 공격을 퍼부었다.
메이란이 놈의 위력적인 공격을 가까스로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태산이 그 순간에 놈의 안면에 주먹을 먹였다. 놈의 반사신경은 경이로웠다.
태산의 주먹을 순간적으로 피하지는 못하고 손을 들어 가까스로 막았지만, 손바닥을 갖다 댄 위로 작렬한 주먹의 위력에 얼굴이, 그리곤 몸통이 날아가 절벽에 부딪혔다.
놈의 눈이 풀리는 것이 보였다. 태산은 안심하며 돌아서 메이란을 향했다.
메이란은 태산의 강맹함에 할 말을 잃고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데구르르’
태산의 옆으로 무언가가 굴러갔다.
‘콰쾅!’
짧지만 강렬한 폭음이 화산 골짜기에 울렸다.
놈은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느끼고는 품속의 수류탄을 던졌던 것이었다.
방심을 후회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태산은 어떠한 피해도 없었지만 메이란은 달랐다. 폭발의 파편으로 몸에 수십 군데의 상처가 생기며 충격으로 튕겨져 날아올랐다.
태산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엄청나게 크게 확장이 되어 놀람을 전해왔다.
경호원 두 놈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들렸다.
“아가씨!”
“안돼!”
- 작가의말
칠월이 시작되고 연일 최고치가 갱신되는 코로나 정국입니다.
개인 건강관리 잘 하시고 활기찬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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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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