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 약식동원(藥食同源)(5)
장태산이 자세를 앞으로 숙이며 내달리려고 한발을 떼자 맞은편에서 키가 이미터는 넘어 보이는 흑인이 하얀이를 드러내 보이며 거울을 마주 보는듯한 자세로 막아섰다.
둘은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고 힘겨루기를 시작······ 하자마자 흑인 덩치가 비명을 지르며 팔을 쭉 펴서 바들거리고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엄청난 거구의 병사들이 흑인덩치의 뒤를 받치며 하나둘씩 달라붙었다.
‘지지직~!’
지면에서 발들이 밀려나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우야합! 컴온 맨!”
그들은 제각기 기합과 함성을 내뱉으며 있는 힘을 모두 쥐어짜 내고 있었다.
세 명, 다섯 명, 아홉 명, 열다섯 명, 스무 명, 삼십··· 명, 오십 명이 들러붙어 밀고 있었지만, 장태산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벽면 끝까지 밀어 버렸다.
‘우르르! 털썩! 쿵! 쾅!’
그들의 몸이 쓰러짐과 동시에 최강의 육체를 자랑하고 최고의 군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미군의 자존감은 그야말로 박살이 나있었다.
이런 상황을 인정 할 수 없다는 듯 날렵한 군인 한 명이 상체를 탈의한 채 공중 회전차기에 이어 540도 돌려차기와 이단 옆차기를 장태산에게 연속으로 퍼부었다.
비록 순식간이었지만 아름다운 공격이며 궤적이었다.
그런데 정작 맞은 장태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연속적인 공격을 퍼부은 그 군인이 더욱 놀라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멋진 솜씨! 그러나 좀더 연습이 필요하군, 잘 보라고 공격은 일격 필살의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태산의 육체가 일렁거리듯 움직였다.
정면에 서 있던 백인군인의 복부에 정권 찌르기를 함과 동시에 몸을 회전하며 앞차기와 뒤 돌려차기로 두 명을 날려버렸다.
연이어 발이 땅에 닿는다고 느끼는 순간 몸이 튀어 오르며 양 발차기로 두 명, 그리고 잽을 날려 다시 한 명, 스트레이트에 이은 어퍼컷과 돌려차기, 엘보우 연타와 하단차기, 그리고 마무리로 몸통 박치기를 끝내자 주변은 그야말로 지옥도 였다.
한방에 전투불능을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괴력에 맞섰던 겁 없는 미군은 이제 단 한 명도 없었다.
모조리 쓰러져 부러진 팔과 다리와 갈비뼈와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은, 아니 군인은 제임스 스튜어트 대령뿐이었다.
“자! 대령! 다시 묻겠습니다. 이곳으로 도망쳐온 그들은 어디에 있나요?”
대령은 놀란 눈으로 장태산을 바라보면서 입만 껌벅이고 있었다.
장태산이 손짓해 조자룽에게 수색해 보라는 신호를 보내자 지체없이 막사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조자룽이 구석쪽에 위치한 막사의 출입구를 젖히는 순간
‘타앙!’
총성이 울렸다.
조자룽은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만져 보며 어디에 총을 맞았는지 찾고 있었다. 그러나 총알은 조자룽이 아니라 장태산의 손바닥에 뭉개져 있었다.
“오웃! 역시 대단합니다. 마스터!”
막사 안쪽에서 말끔한 정장 차림의 사내가 걸어 나오며 감탄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요원으로 보이는 사람들 네 명이 중화기와 권총을 들고 따라 나왔다.
“체육대회에 오면서 헬기에 레일건에, 이번에는 철갑탄까지···. 전쟁하러 온 건가요?”
“역시 마스터! 모두 다 알고 있잖아요! 어메이징!”
“미국 측 연구원들은? 아직 달아나지는 못했을 건데, 어디 있나요?”
“그들을 만나려면 본국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장태산은 그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제임스 스튜어트 대령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신분도 밝히지 못하는 사람이 본국의 허가 운운하니 기가 막히는군. 당신은 내가 누군지 알고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요?”
“오오! 이런 결례를 했습니다. 존! 존 코너입니다. 그냥 존이라 부르면 됩니다.”
“뭐야? 왠 터미네이터?”
“아! 그리 알아주시니 기쁜데요. 이름이 같다 보니 많이들 그리 기억해 주더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소속은 ··· CIA겠군.”
장태산이 어림짐작으로 먼저 말을 건네자 존 코너는 순간 깜짝 놀랐다.
“와우! 마스터! 정말 대단하세요. 어찌 그리 잘 아십니까?”
“정보는 당신들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도 유추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군요.”
“당신 칭찬이나 듣자고 여기 온 것은 아니니까···. 본론만 말할게요.”
존 코너와 제임스 스튜어트 대령은 마치 경청하겠다는 듯이 다소곳한 자세로 장태산의 말을 듣고 있었다.
“주세요!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
“???··· 그거 설마 우리가 퍼뜨렸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럼 아닙니까?”
존 코너는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장태산은 긴말 않겠다며 미국 측 연구원들을 데려다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자, 마지못해 숨어있던 연구원들이 삼삼오오 나오기 시작했다.
장태산은 그들에게 죄는 묻지 않을 테니 치료제를 내놓으라고 종용했다.
그러자 책임연구원인듯한 한 사람이 손사래를 치며 자신들도 치료제는 없다고 했다. 다만 자신들은 감염 확산에 약간의 도움만 주었을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었다.
장태산은 다시 존 코너를 보고는 본국의 허가 운운했으니 책임자를 연결하라고 했다.
존 코너는 전화를 걸어 장태산에게 전해주었다.
“장태산입니다. 치료제는 어디에 있습니까?”
‘CIA국장 클라크 케이지입니다. 우리도 치료제는 없습니다. 백신을 만들고는 있지만, 임상을 비롯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럼 왜 이런 판에 가담한 건가요? CIA의 의도가 뭡니까? 아니면 백악관의 그림입니까?”
‘거기까지 보시다니 과연 마스터군요. 그럼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부디 마스터, 당신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CIA국장 클라크 케이지는 장태산과 척을 지고 싶지 않았다. 대통령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이번 작전은 절대 수용하지 않았을 작전이었다. 다행히 장태산이 먼저 눈치를 채고 말해주자 기쁜 마음으로 두 손 두 발 들고 물러나 버렸다.
조자룽은 장태산이 행동하고 통화하는 모든 모습을 보고 감탄하는 한편, 두려움과 존경심이 마구마구 쏫아났다.
그런데 장태산이 미국 연구원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 하자 몹시도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저들은 중국 국민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중국이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양 조작하고 연구소를 파괴하고 우리 부대원들과 연구원들을 죽거나 다치게 한 적이 아닌가.
조자룽 자신은 그런 저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그것이 비록 장태산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조자룽은 전화기를 들어 부대에 연락을 취했다.
“전원 포위하고 대기하라!”
군인체육대회장은 그렇게 일촉즉발의 위기에 날이 선 칼끝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그 서슬 시퍼런 긴장을 무너트린 당사자는 다름 아닌 장태산이었다.
“조대장! 부대원들을 물리세요.”
“마스터님! 절대 안 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저들은 우리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씌웠습니다.”
“그건 확실한 증거가 아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들이 연구소를 파괴하고 연구원과 대원들을 죽이고 다치게 한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조자룽은 이미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장태산은 그런 조자룽을 데리고 옆의 막사 안으로 들어가 그에게 진정하라고 잠깐의 틈을 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다시 전화를 여기 저기 하고 있었다.
“마스터! 감사합니다. 덕분에 진정이 좀 되었습니다.”
“오! 진정이 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럼 이제 진짜 본격적인 확인을 해 볼까 합니다.”
갑자기 조자룽이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자 장태산은 빙긋 웃으며 전화기를 보여 주었다. 신호가 가고 있는 중이었고 화면에는 상대의 이름이 떠 있었다.
‘중국 형님! 시핑진!’
뭐! 말도 안돼? 시핑진주석? 그분을 형님이라고······?
조자룽은 장태산이 새삼 다시 보였다. 그런데 대화는 그것이 아닌 듯했다.
“형님! 나한테 왜 그랬습니까?”
‘동생 무슨 말인가?’
“왜 말안하고 일을 이리도 크게 벌이신 겁니까? 정말 끝까지 가려고 그러신 겁니까?”
‘그건 동생이 오해하는 거야!’
“오해가 아니라 이제야 확신이 드는군요! 정말 이렇게까지 하셔야 했습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만, 중국인민들에겐 내가 필요하단 말일세.’
“지금 그 말은 형님의 착각입니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으시지요. 치료제는 어디에 있습니까?”
‘정말 아니라니까! 치료제는 우리도 구하고 있단 말일세.’
장태산은 잠시 전화를 끊겠다고 알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한참을 통화했다. 그리고 스마트 폰으로 사진이며 몇몇 동영상을 확인하더니 다시 시핑진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마지막 기횝니다. 제게 진실을 말해주세요. 그래야 저도 도울 수가 있습니다.”
‘으음! 자네를 속일 생각은 없었네. 그저 일이 잘못되었을 뿐이라네.’
“·········.”
장태산이 침묵하자 시핑진이 다급해진 음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정말 단순 전염성이 좋은 폐렴이 창궐하기를 바란 것이 다일세. 미국도 그 점에서는 함께 동의하고 진행을 했던 것일세.’
“그런데 왜? ··· 등을 돌리기를 하나요?”
‘그···게 ········· 말이지, 바이러스의 변종이 이렇게나 빨리 지독해질지 몰랐다네.’
처음에 잘 듣던 백신이 갑자기 변종에 의해 백신이 아니라 독약이 되어 버렸다면 믿겠는가? 미국과 손잡고 해외는 공포를 조장해 긴축을 유발하고 내수는 각자가 콘트롤하며 차례대로 백신의 확산이 조속히 실현되도록 글로벌제약사들과 수량을 조절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손을 잡았는데 미국도 중국도 서로의 목적만 보고 바이러스라는 변수는 생각도 안 했다는 거죠. 그러다 바이러스가 미쳐 돌아가자 부랴부랴 각자도생하기 바빴다는 이야기고요.”
‘그···렇다··· 고 할 수가 있지.’
“자! 그럼 현재 가지고 있는 백신이나 백신 공식은 없다고 봐야 하는 거네요.”
‘그렇······지.’
“중국도 미국도 모두 약물이 없다는 거 맞죠?”
‘음! 그게 없는 것이 맞다네.’
“잘 알겠습니다. 그럼···.”
장태산이 전화를 끊으려 하자 시핑진주석이 황급히 전화기를 붙잡았다.
‘이보게 동생! 네 사과함세. 미안하구먼.’
“아닙니다. 이제 우리 서로 정리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 작가의말
아침저녁으로 다소 시원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정말 자연은 위대하고 무섭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활기찬 나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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