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등장(2)
자신을 장태산이라고 자신을 밝힌 남자는 도일에게 다가갔다.
도일은 다급한 음성으로 태산에게 도움을 청했다.
“혀엉, 오늘 내가 여기 아르바이트생이라서 동생들 놀러 오랬는데···, 도경이가 친구랑 루~움에 잡혀서 몹쓸 짓을 당하고 있어, 구해줘요. 흐흑”
“그래, 알았다. 넌 지금 병원에 안 가도 되겠니?”
“네, 견딜만해요. 도경이랑 같이 가야죠.”
“알았어. 그럼 트럭에 문 잠그고 잠깐 쉬고 있어.”
도일을 트럭에 태우고 태산은 몸을 돌려 클럽의 뒷문으로 뛰어갔다.
혼잡한 클럽의 한가운데에서 주변을 둘러보던 태산은 2층의 VIP룸 앞쪽에 웨이터와 덩치들이 유난히 북적이는 모습을 바라보곤 지체 없이 몸을 움직였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걸음이지만 자세히 보면 화면 빨리 감기를 4배속 한 것처럼 신기했다.
이층 VIP룸의 입구에는 깨진 병을 치우는 웨이터들과 기도로 보이는 덩치들이 가득했다.
“여긴 일반인 출입금지입니다.”
덩치가 장태산을 막아섰다.
태산은 팔을 들어 젖히듯 덩치를 가벼이 밀어내며
“응, VIP룸에 볼일이 있는 특별한 사람이야”
태산이 룸의 입구 손잡이를 잡자마자 양옆의 두 사내가 태산의 어깨를 좌우로 잡았다.
태산은 팔을 어깨 풀듯 휘두르자 양쪽의 사내들 얼굴이 팔꿈치에 부딪히며 몸을 주저앉혔다.
‘쩌~억’
그리곤 룸의 손잡이를 열자 내부의 어지러운 모습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룸 안 사람의 움직임이 사이키 조명과 함께 사운드에 맞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흐흐흑”
“왜이래 같이 즐기자는데”
“히히히, 우리가 뭐 잡아먹어?”
“갈래요, 흐흑, 보내주세요.”
룸의 정면에 위치한 테이블 안쪽 소파에 한데 뒤엉켜있는 남녀의 실루엣과 오가는 말들이 이 엿같은 상황을 대변하는 듯 해보였다.
“도경이니?”
“태산오빠다. 도경이 여기있니?”
입구에선 남자의 외침이 요란한 클럽하우스의 소음을 뚫고 희롱에 빠져있는 사내들의 귀에 박혔다.
“저 새낀 또 뭐야?”
소파에서 여자의 팔을 부여잡은 채 옷과 씨름하던 사내는 몸을 일으키며 인상을 구기며 욕지거리를 해댔다.
“오빠, 저에요 도경이, 흡흐흑”
‘짝’
한 아가씨가 말을 하자 이내 사내들이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얼굴을 부여잡고 오들오들 떨고있는 두 여성에게 다시 세 명의 사내들이 쌍욕을 퍼부으며 뺨을 때려됐다.
태산은 더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이 테이블 위로 몸을 움직여 두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아가씨들은 내가 데려가지, 셈은 나중에 하자구, 알겠지?”
“하! 나, 이 새끼가 약 먹었나? 어디 깝쭉되고 있지?”
“이런 시X놈, 죽을라고. 야! 문 막아!”
태산이 두 여성을 일으키자 어느새 입구 쪽은 귀공자풍의 사내 네댓 명과 그 수하들로 보이는 덩치들이 포진하며 막아섰다.
두 여성을 소파에 진정시킨 후 태산은 조용히 돌아서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야! 너,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 용서해줄게”
“아니다. 저 새끼 여기서 반죽여서 재들과 엮어서 공사치자”
“뭐, 재미로 놀면 어때. 걍 죽여.”
이곳 VIP룸의 호스트와 게스트인 듯한 사내들의 표현으로 그 수위나 그 동안의 수준을 짐작하고도 남을 만 했다.
“매를 벌어야 정신을 차린단 말이지.”
태산의 말에 뒤에 서있던 덩치들이 앞으로 나섰다.
셋은 무방비였고 둘은 손바닥을 펴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연장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뒤의 한 사내, 그 눈빛은 태산의 근육 하나하나를 감지하듯 안광에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오호라. 그래도 쓸만한 놈 하나 정도는 있네. 크흐흣’
태산은 몸을 살짝 비틀며 발바닥으로 테이블을 정면으로 차내듯 밀어내었다.
8미터 가까이 되는 커다란 테이블에 각종 술과 안주, 그리고 음료가 쌓여 있던 물체가 사내들을 향해 갑자기 밀어 닥치자 뒤로 물러서며 놀라워하는 순간
‘콰과~곽’
‘쓔~우~욱’
밀려드는 테이블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태산의 모습이 일렁이는 듯 하더니 원, 투, 쓰리···.
마치 섀도복싱을 하는 전문 복서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큼 순식간에 몸이 이동하자 사내 셋은 쓰러졌다.
‘쿵’
‘철푸덕’
이내 몸을 비틀며 바로 뒤편에서 칼을 꺼내는 사내의 손을 손바닥으로 막으며 몸통 박치기를 시연하자
‘푸~화~확’
하고 몸이 덤프트럭에라도 부딪힌 마냥 튕겨져 출입구쪽에 서있던 김동철을 제외한 세 녀석들과 벽면에 처박혔다.
‘쿠콰쾅, 철푸덕, 크허헉’
기묘한 둔탁음이 끝나기도 전에 삼단봉을 꺼내든 사내는 연이어 몸을 돌리는 태산과의 간격을 좁히며 삼단봉의 손잡이 안쪽 봉끝으로 태산의 머리를 노리고 힘을 쏟아냈다.
‘퍼~억’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뒤에서 지켜보던 냉철한 눈빛의 사내와 김동철은 회심의 미소를 뛰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우, 간만에 맞으니 아프쟎아 임마.”
순간 사내는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미친, 박달나무도 한방에 부숴버리는···.’
자신의 연장질을 마치 가벼운 터치마냥 넘겨버리니 어이없을 수 밖에 없었다.
제자리에 서서 목을 두어 번 젖혀보더니 이내 다시금 서있는 사내들을 향해 한 발을 내딛자 다시 삼단봉과 예의 그 사내의 전광석화와 같은 발차기가 태산의 몸통과 머리를 가격했다.
‘퍽’
‘파악’
정지된 화면같이 김동철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뭐야, 영화의 한 장면인가?’
그 정도로 멋진 장면이었다. 적어도 그 다음 장면이 연결되기 전까지는···.
‘우두둑’
“크아악”
소름끼치는 마찰음이 들림과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삼단봉을 든 사내의 팔은 비틀려 덜렁거리고 회심의 일격을 가한 사내의 발은 반대로 꺽이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태산은 몸을 회전하며 두 사내의 팔과 다리를 짓이겨 버린 것이다.
“니들은 날 때린 죄로 좀더 고통이 뭔지를 알려줘야겠다!”
김동철은 눈앞의 상황이 아직 인지되지 않았다.
‘어찌 사람이 여섯 명의 경호 인력을,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힘을 가진 사내들을,
초침이 한 바퀴 돌기도 전에 무력화시킨단 말인가?’
“니가 이 사달의 주인공이냐?”
태산의 물음에 김동철은 순간 움찔거리며 대답을 주저했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돈이든, 법이든, 힘이든 간에 그 누구에게도 머리를 숙이거나 잘못을 시인한 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잘못을 뒤집어 씌우거나 죄를 만들어 고통을 안기고 그것을 즐기는 갑질 대마왕이라는 별명을 즐겼던 자신이기에 지금의 상황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떻게 할래?”
“뭐, 무엇을... 말이야?”
“하! 놔, 이 자식이 말이 짧네”
“그...건 당신도 반말을 하..니..까...”
김동철이 말끝을 흐리자, 태산은 싸늘한 눈빛을 쏟아내며 한마디를 뱉었다.
“사람에게만 예의를 갖추는 주의라서···.”
“어째, 사람대우 해줘?”
태산이 말을 마치자 풀죽은 소리로 김동철은 우물거렸다.
“네, 네네. 제가 어찌하면 될까요?”
“가장먼저 뭘 해야 할까요? 사람님”
태산이 소파쪽의 두 여성에게로 눈을 돌리자 김동철은 자세를 고쳐 잡고 일어나면서 고개를 숙였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를 구하며 숙인 김동철의 눈빛에는 분노와 치욕을 담고 있었다.
‘두고 보자. 여기만 벗어나면 모든 걸 동원해 널 죽여 버리겠다.’
‘너뿐만 아니라 저년들,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모조리 죽도록 괴롭혀주마’
속으로 다짐을 새기는 동안 태산은 두 여성을 데리고 나오며 김동철에게 한마디 더 하였다.
“사람님! 사과를 말로 때워서는 안 되겠지요?”
“저기 널부러진 저놈들 포함해서 치료비와 피해보상을 포함한 진짜 사과를 언제까지 하시렵니까?”
“네, 제가 잘 추스르고 준비해서 일주일 안에 보상안을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태산은 말없이 명함을 하나 건냈다.
그 명함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고 오직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
‘장태산’
‘010-△△△△-○○○○’
-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재미 있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선호작 등록 부탁드립니다.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코로나에 몸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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