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철부지, 어른(2)
광명시 외곽의 조립식 창고와 공단이 몰려있는 산자락 아래에 대여섯대의 봉고가 줄지어 들어왔다. 밤 8시만 넘어도 사람의 발 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동네였다.
봉고에서 내린 사람들은 족히 삼십여 명은 넘어 보였다.
대부분 짙은색 정장 차림에 덩치가 있고 손과 목에 문신이 슬적 비치는 것으로 보아 조직폭력배로 보였다.
머리에 보자기 같은 주머니가 씌어진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끌려 내려져 창고의 한가운대로 옮겨졌다.
거칠게 보자기를 걷어 올리자 인상을 찡그린 채 사물을 구분하려 애쓰는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한도일이었다. 양팔을 뒤로해 손이 묶여져 무릎을 꿇은 상태여서 저절로 비명이 나오고 있었다.
“니가 한도일이냐?”
도일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널 살려주마.”
“조금이라도 비협조적이면 최가 늘어나서 너 하나로 안 끝나니까 잘해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살려주세요. 흑.”
도일은 저절로 눈물이 났다.
“장태산이라는 놈 연락처 알지?”
“네, 제···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주머니를 뒤지던 덩치 하나가 김택기를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까 끌고올 때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형님!”
“야! 전화번호 기억하지?”
“잘··· 모르···.”
‘퍼~억.’
“이 새끼가, 공부하는 놈이 전화번호도 못 외워?”
가차 없이 주먹과 발길질이 날라왔다.
도일의 입술이 터지면서 입안에선 쇠 비린내가 훅하고 비강을 타고 올라왔다.
도일은 모르는 걸 모른다고 했을 뿐이었다.
“야! 요새 누가 전화번호 외우고 다니냐?”
“그럼 어쩌죠? 형님!”
“뭘 어째, 기억나게 하면 되지. 데려와.”
창고 출입구 쪽에서 웅성거리며 많은 인기척이 들려왔다.
누군가 자기처럼 끌려오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데려가 복면을 걷어냈다.
도일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바라본 순간, 피가 거꾸로 쏟구치는 분노를 느끼며 묶인 줄에 아랑곳하지 않고 발악을 해댔다.
“야이 씨팔놈들아! 모조리 죽여버린다. 이거놔!”
“내가 가만 안 있을 거야. 니들 개새···.”
‘퍽, 퍼퍼벅.’
도일의 발악이 시끄럽다는 듯 양 옆의 덩치들이 린치를 가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두드려 맞고 있는 도일을 본, 끌려온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악! 살려주세요. 제발 우리 아들 살려주세요.”
“때리지 마세요. 뭐든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제발.”
“살려주세요. 흐흐흑.”
새로이 끌려온 사람들은 도일의 가족이었다.
부모님과 동생마저 끌려온 것이었다.
“도일아! 이제 전화번호가 생각나니?”
도일이 대답이 없자, 덩치들이 또 다시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전화번호 무슨 전화번호를 드리면 되나요?”
도일의 동생 도경이 다급히 말리며 나섰다.
자신이 오빠와 친한 오빠인 현수오빠의 전화번호를 안다고 자신의 전화기를 들어 보였다.
“역시 오빠생각은 동생이야! 그지?”
전화기를 받아든 덩치가 김택기에게 공손히 갖다 바쳤다.
김택기는 도경앞으로 가, 전화기에 떠 있는 김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현수! 장태산에게 이 번호로 전화하라고 전해. 10분 준다.”
“허튼짓하면 일가족 끝장나니까 알지?”
그리곤 끊었다. 간결하면서도 충분히 메시지와 공포를 전했다.
대개 이러면 저쪽에서 알아서 기기 때문에 원하는 방식으로 수월하게 처리하면 되었다.
일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전화가 울렸다.
“이야 빨라서 좋네.”
“여보세요”
‘나 장태산!’
“지금 어디?”
‘넌 어딘데?’
“말이 좀 짧네. 죽는다.”
‘어, 죽여봐.’
“내 손에 도일이 가족이 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몰라뵙고 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바로 꼬랑지 내리는 걸 보니 이제야 대화가 좀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있는 위치 말해. 우리 애들 보낼 테니까.”
‘삼성동 사거리입니다.’
***
삼성동 코○스 대로변에 서 있는 태산의 앞으로 봉고차가 다가왔다. 전화로 확인한 다음 문이 열리고 타라고 한다. 올라타자마자 머리에 두건을 씌웠다.
“이새끼 땜에 오늘 희자랑 약속이 빵꾸가 났어요. 행님!”
“가는길에 미리 녹진녹진하게 다듬어 놓을까요?”
“말랑하게 만드는 게 좋겠지?”
이것들이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자기들끼리 동치미국 드링킹중이다.
움직이는 봉고 안에서 고기 다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광명 창고 앞에 도착한 봉고의 문을 열어젖힌 조직원 한 명은 깜짝 놀라서 한 발짝 뒤로 물러 썼다. 봉고에서 내려선 사람은 자신들의 조직원이 아니었다.
장태산이 내리고 나자 봉고 안쪽에 쓰러져있는 동료들이 보였다.
조수석에 앉은 동료도 기절한 둣 보였다. 운전자만 멀쩡했다.
“야~이씨, 이새끼 뭐야?”
“조져!”
금속배트가 머리를 강타하고 주먹과 발차기가 복부와 등에 작렬했다.
태산은 한꺼번에 쏟아진 폭력에 맞아 쓰러졌다.
양팔을 부여잡고 놈들은 태산을 끌고 김택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질질 끌려오는 태산을 보고 도일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아~! 태산형이 저 지경이라니 우린 어떡하지?’
김택기는 일어나라는 신호로 태산의 뺨을 때리듯 가볍게 터치하였다.
태산이 정신차리며 물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네가 누구에게 대들었는지 아직 감이 안와?”
“······.”
“너를 죽일지 살릴지 결정하실 분이 오시니 잠시 기다려.”
옆에 놈들이 김택기에게 의논이랍시고 하는 말이 태산과 도일의 가족을 더 분노케 했다.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니까 도일의 모녀를 윤간하자는 것이었다.
“행님! 시간도 많은데 간만에 돌림빵 함 하겠심더.”
“······.”
말을 꺼낸놈이 두 여자에게 다가가자 도일 부자의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쏟아졌다.
“안돼, 제발!”
“야이, 개새끼들아 죽인다.”
‘퍽 버벅.’
‘철썩.’
“살려주세요. 안돼, 제발.”
“흐아앙. 으아앙.”
남자들은 놈들에게 주먹과 각목과 배트에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고 있고 여자들은 두려움과 공포로 떨며 울음섞인 구원만을 바랬다.
놈들이 여자들을 끌고 가려 하자 태산이 한마디 했다.
“여기서 니들이 멈추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약속해.”
“와! 이 새끼 허세 개쩌내.”
“니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 씹새야.”
큼지막한 각목을 든 한 녀석이 태산의 정면에서 크게 원을 그리며 휘둘렀다.
사람의 머리에 가격하는 각목의 소리는 매우 둔탁했다.
‘퍽’
소리와 함께 머리에 피가 튀어야 하··· 는데.
피가 ···.
안나네?
오히려 각목이 머리를 때리는 충격으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와~씨. 이 새끼 머리 완전 돌머리.”
김택기의 옆에 서 있던 사내였다.
뺨에 칼빵이 있는 잔혹하게 생긴 사내가 사시미칼을 뽑아 들고 한걸음 나섰다.
이 모든 상황이 더는 어수선해서 안 되겠다 생각한 김택기가 모두를 멈췄다.
“그만!”
“곧 사장님 오시니 다들 기다려.”
“유흥은 끝나고 나서다.”
그의 말에 모두가 차려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하! 이 훈련된 새끼들 보소!’
태산은 저놈만큼은 한번은 살려주겠노라고 생각했다.
입구 방향에서 차량의 도착 소리가 들리며 사람들 이동소리가 들렸다.
입구에서부터 덩치들이 차례로 폴더 인사를 하는 걸 보니 이 사태의 주인공 같았다.
김택기가 인사를 하며 맞았다.
“오셨습니까?”
“준비 다 되었습니다.”
번들거리며 들어서는 중년의 두 남성과 붕대를 감은 학생 한 명이었다.
남복동과 도충환 그리고 도기환이었다.
도충환이 짙은 송충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니가 장태산이냐?”
“네까짓 게 뭔데 감히 날 열 받게 해?”
“청와대? 또 연락해봐 시×놈아.”
“아따 성님! 와 그리 흥분하는교. 일마 눈 보니 팔다리 좀 썰어내야 교훈이 드갈낍니더.”
장태산은 도충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기환을 보고 웃었다.
“이봐! 당신들이 동원할 방법이 정녕 이것인가?”
“이제 어찌할 거냐?”
태산이 묻자. 도충환이 더욱 음흉한 미소를 피웠다.
“내 아들한테 개긴 저 새끼는 다리 하나 잘라 장애인 만들어 앵벌이 시키고, 저 두년은 돌림빵 놓고 집창촌에 팔아버리고 저놈 애비는 통나무로 써야지.”
“참 통나무가 뭔지 모르지? 장기 적출하고 버리는 거야. 빼내서 팔아먹는다고. 크크크.”
“아! 그리고 네놈은 팔다리 잘라서 바다 구경시켜줄게.”
태산은 어이가 없었다.
이놈들 이런 짓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아마도 반대세력이나 방해되는 존재들은 이런 식으로 작업했을 것이었다. 악랄한 놈들이니 용서는 없어야겠다.
다시 한번 물었다.
“잘못한 거 용서 구하고 죄지은 만큼 벌 받으면, 목숨 살려주고 문제로 삼지 않으려 했는데···.”
“정말 이리 악독하게 할 거야. 그럼 나 진짜 안 참는다.”
금복동이 그 말에 코웃음을 치고 나서며 지시를 했다.
“우선 일마 이거 팔다리 하나씩 잘라삐라. 고분고분해 지구로.”
“네 사장님!”
덩치들이 태산의 사지를 붙잡고 한 녀석이 팔꿈치만큼 오는 회칼을 들어 왼쪽 어깨부터 하단으로 칼을 그어 내렸다.
‘슈가각.’
절단 난 팔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를 것으로 생각했다.
멀쩡했다. 상처 하나 없었다.
‘???’
놈들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야! 도끼 가져와!”
벌목용 도끼를 잘 갈아두었기에 절단은 쉬울꺼라 생각했다.
‘슈우웅, 퍽.’
왼쪽 어깨 위 목덜미 부근은 도끼를 맞은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눈만 껌벅거렸다.
그때였다.
태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묶어둔 줄은 손을 털어내듯 펼치자 끊어졌다.
도끼로 태산을 내려쳤던 녀석에게 도끼를 빼앗아 도일의 부모와 동생을 잡고 있는 놈들을 향해 손잡이를 날렸다.
도일의 밧줄을 붙잡고 그 옆에 있던 두 녀석에게 몸통 박치기를 먹이고 방향을 틀어 도끼가 날아가는 쪽으로 달려갔다.
도일을 팽개치듯 내려놓고는 비스듬한 방향으로 회전을 하며 펀치 한발과 연속 발차기 두 방을 서 있던 세 녀석의 안면과 목덜미에 곧바로 쳤다.
‘퍽’
‘쿵쾅’
‘콰과쾅. 우찌직.’
날아간 도끼보다 빠른 움직임과 한방으로 덩치들을 골로 보내버리는 무시무시한 펀치력을 본 사람들은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도일의 가족들 주변에는 덩치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태산만이 도일의 가족을 등에지고 녀석들과 마주하며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했다.
***
- 작가의말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몸 건강!
마음 건강!
오늘도 열심히 입니다..
좋아요! 선호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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