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 약식동원(藥食同源)(2)
‘2차 대유행 발발’
전 세계는 다시 나라를 걸어 잠그고 봉쇄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대다수가 자신은 괜찮겠지 라며 마스크도 하지 않은 체 거리를 활보했고, 타인에 비해 비교적 온화한 잦대를 기준으로 삼아 감염이 되도 괜찮을 거라는 관대한 믿음이 팽배했었다.
그 결과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리고 정부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권한을 강화하여 방역관리를 일원화하는데, 해외보다 성공했다고 자평을 하고 있었다.
어쨌든 글로벌 시대에 자국 봉쇄령을 내리지 않고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여 효과적인 대응을 하는 모습을 해외가 벤치마킹하기에 이른다는 것은 칭찬할 만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독불장군이 없고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법이지 않은가. 그것은 티에스글로벌 재단도 마찬가지였다.
각국 정부가 상호 협조하는 가운데 봉쇄령에 의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티에스글로벌 재단의 전용 항공기들은 다행히도 봉쇄령에서 제외되었기에 그들을 실어 나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
우한 톈허 국제공항은 중화인민공화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는 국제공항으로 우한 시내로부터 약 35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한국으로 치자면 대전 정도의 위치, 즉, 중국의 중심에 가까워서 다양한 교통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었다.
장태산은 조금 전 재단의 특별기를 타고 우한 톈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특별기는 미처 귀국하지 못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송환해 가기 위해 날아온 비행기였다.
우한 자체가 봉쇄되어 있었기에 공항 안에는 그야말로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특별기에서 내려 검색대를 통과해 장태산이 들어오자 공안 두 명이 다가와 시비 아닌 시비를 걸었다.
“이봐 당신! 당신은 뭔데 봉쇄된 이곳에 들어오려고 하지? 들어올 수 없으니 다시 돌아가쇼!”
“난! 티에스글로벌 재단 소속 요원입니다. 우한 지역에 처한 현실을 확인하고 도움을 주려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 정부의 요청도 있었구요.”
“우리 정부가 당신에게 요청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당장 돌아가!”
“아니! 내가 돌아가게 되면 당신들이 매우 곤란해질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
장태산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던 두 놈은 순간 멈칫했다.
‘이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길래? 진짜 이리 큰소리를 치는 걸까?’
지난밤에 장태산에게 도착한 화상 전화 한 통!
그것은 중화 인민 공화국의 최고 지도자인 시핑진의 화상 전화였다.
우한으로 와서 발병 원인과 바이러스의 정체를 찾는 일을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혼쾌히 그러겠노라 답하고 왔건만, 하긴 그런 내막을 이들이 어찌 알까만은 최소한 비서중에 연락은 취해놓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없었던 모양이었다.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중화인민공화국법으로 다스려 주겠소.”
“역시 말이 안 통할 줄 알았어. 전화 한 통화만 하고 가든지 남든지 합시다.”
“1분 주겠소.”
장태산이 통화를 하다말고 그에게 전화를 바꿔 주었다. 그러자 심드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아든 공안요원은 통화하자마자 온몸아 경직되는 것이 아닌가?
주변의 다른 공안요원들이 순간 놀라며 그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전화통화를 마친 공안요원은 마치 상대가 앞에 있다는 듯 정식 거수경례를 붙이고는 전화기를 장태산에게 돌려주었다.
“우리의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당에서 귀하게 모신 분인줄 몰랐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의무를 다한 것뿐이니 너무 노여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태산은 알겠다고 하고는 돌아서 게이트로 향했다.
그러자 옆의 눈치가 뛰어난 다른 공안들이 즉시 장태산의 앞으로 나서며 게이트를 향해 달려 나갔다.
게이트 앞에서는 중국 공안 차량이 경광등을 번쩍이며 대기하고 있었다. 앞서 나온 공안이 뒷좌석의 문을 열어 공손한 자세로 대기 중이었다.
“목적지까지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지금은 완전 봉쇄인 상황이라서 택시나 일반 교통수단을 이용하시기 상당히 불편하실 것입니다.”
“그럼 감사합니다.”
장태산은 차에 올라타며 전화로 재단의 차량을 뒤따르게 했다.
처음 목적지는 시장이었다. 이미 그곳에는 재단의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이 먼저 도착해서 박쥐에 관련된 시료를 채취하고 있었다.
우한 폐렴에 대해서 박쥐가 감염을 유발시켰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연구소에서 온 과학자들은 완전히 밀폐된 방호복과 산소 공급 장치를 장착한 바이오하자드 대비용 복장이었기에 주민들이 놀라거나 동요를 하고 있었다.
장태산은 시료 채취가 끝난 팀들을 서둘러 철수시켰다.
그리고 곧이어 우한 내에 위치한 생화학 연구소를 방문했다. 장태산을 보고 너무도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인민무장경찰부대 흑표돌격대장 조자룽이었다.
“정말 반갑습니다. 항상 큰일에 수고 많습니다.”
“아닙니다. 중국이 마스터께 늘 큰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염치 불고하고 잘 좀 부탁드립니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조자룽은 훈련으로 다져진 다부진 근육과 강인한 체력을 가진 포스를 뿜어대고 있었다.
“아직도 흑표대장을 하고 있는 겁니까? 너무한데?”
그러자 그가 아니라고 자기가 좋아서 우겨서 계속 맡고 있는 거라고 강조했다.
연구소에서 특별히 정보가 유출되거나 자료의 해킹시도나 내부 반출의 흔적이나 증거는 없었다.
그런데 유독 연구소의 A동 연구원 전원이 감염이 확인되어 격리 치료 중이라고 했다. 티에스글로벌재단에서 공급하는 물과 음료를 지난달부터 받기 시작해서 격리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가 되고 있다고 했다.
5개의 연구동에서 왜 한 개 동만 전원 감염이 되었을까?
조자룽도 그 점에 초점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장태산이 다른 네 개 동에 관한 확인도 요청하자 그가 직접 안내를 하며 함께 다녔다.
장태산은 티에스글로벌 재단 본부에 조자룽으로부터 받은 도면과 건물시스템에 관한 각종 자료를 보내서 검토와 분석을 초시급으로 요청을 하였다.
건물에 대한 특이점은 없었다. 다만 연구동과 숙소동이 혼합된 형태라는 것 외에는 특별히 눈여겨볼 부분은 없었다.
“변이 바이러스가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것은 맞나요?”
“사실 COVID-19에 대한 바이러스는 여기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여기에서 퍼진 것은 아니고 외부에서 감염되어 급속 전파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은 의도적으로 A동만 감염시켰다?”
그 때 장태산의 전화가 울렸다. 본사에서 온 보고였다. 파일들 몇 개가 올라오고 그 파일들을 확인하기도 전에 전략분석 팀장의 전화가 온 것이었다.
“네, 말씀하세요.”
전략분석팀장은 항상 일을 이렇게 했다. 확인이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한 파일과 도식화 가능한 문서를 마무리하고는 마스터나 상관에게는 보고서의 요약된 핵심사항을 가장 정확히 이해 되도록 구두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그의 보고를 요약하자면,
첫째, 건물 다섯 개 동에 대한 공조 시스템상 1개 동만 감염이 있었다는 것은 의도해서 벌인 것이며 다른 동으로 확산하는 것을 공조시스템 조작을 통해 원천 차단하였다는 것이었다.
둘째, 연구소의 바이러스 보유 리스트에는 해당 바이러스와 유사한 종도 없었기 때문에 내부의 바이러스 유출은 아니지만, 내부자의 의도적인 감염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으며 오히려 그 부분이 확률이 높다고 했다.
셋째, 통신 데이터 분석 결과 특정 IP와 특정 데이터가 감염 전에 규칙적으로 핑 형태로 오간 것을 확인했다고 알려왔다.
“그래서 팀장이 예상한 결론은요?”
본부 분석의 결론은 지극히 간단했다. 스파이가 감염을 의도적으로 일으켜 중국의 짓으로 보이게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확률은요?”
“약 79.5% 정도입니다.”
본부의 분석 보고 확률이 65%를 넘어가면 내부적으로는 ‘무조건’이라고 했다.
“스파이라면 예상되는 대상 국가는요?”
“······.”
팀장이 답을 해왔지만, 워낙 조심스레 답을 했기 때문에 조자룽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유일하게 장태산만이 대답을 접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해서 보고해 주세요. 수고하세요.”
조자룽은 전화를 막 끝낸 장태산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말을 해주리라 여겨 계속 참고 있었다.
그의 인내가 극에 달했는지 초조한 표정으로 장태산을 보며 결국 묻고 말았다.
“마스터님! 뭐라고 합니까?”
장태산은 잠시 그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듯 깊숙이 응시하더니 조용히 말해주었다.
“중국에 배신자가 있는지 의심해 보랍니다.”
조자룽은 흠칫 놀래며 경직된 표정으로 되물었다.
“배신자라니요?”
“내부 유출은 아니랍니다. 그럼 외부에서 감염을 유도했다는 것인데, 더군다나 의도적으로 A동만 감염시켰다고 합니다. 공조시스템을 조작해서 했다니 분명 숨기려 한 것이 맞을 겁니다.”
“흠, 그렇다면 감염되지 않은 연구원들을 먼저 의심해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장태산은 딱히 반대하거나 막지 않았다.
“네, 그럼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잠시 휴식과 식사를 하러 가죠.”
그들이 회의실을 벗어나 휴게실로 이동하는 사이 CCTV로 이 모든 상황을 관찰하는 눈들이 있었다.
그들은 다름이 아닌 ·········.
- 작가의말
뜻 깊은 광복절이 지났습니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듯이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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