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 안녕! 안녕?(5)
조아라는 집에 왔다는 안도감보다, 지난밤 그와 함께했다는 설렘과 두려움이 마음 한구석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또 한편에서는 왠지 더 흥분하게 된 자신을 대견하게도 생각하고 있었다.
걱정하던 엄마가 다가와 이것저것 물었다.
“태산군은?”
“무사해요!”
딸의 용태를 살피던 그녀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살며시 귀에 대고 물었다.
“정말 별일 없데? 그럼 데이트하자던 약속은?”
“엄마는 참! 타지에서 죽을 고비를 느끼고 온 사람한테 ······.”
그러면서 조아라가 얼굴이 붉어지고 귀밑까지 빨개지자 그녀의 엄마는 또 한 번 엄마로서의 촉을 가동하고 있었다.
딸의 옷을 받아들며 세탁실로 이동하다 냄새를 맡아보고 있었다.
“엄마~ 왜 옷의 냄새를 맡아보고 그러세요. 그만 해요.”
웃으며 딸의 투정을 듣던 그 순간이었다
‘와장창, 쨍그랑~’
“꺄아악!”
조아라와 그녀의 엄마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여기는 100층인데 도데체 누가······?
그런 생각을 다 하기도 전에 베란다의 특수한 창을 뚫고 들어온 침입자들은 두 여자를 잡아 입에 마취제용 입마개를 갖다 대 기절시켰다.
‘삐리릭 철꺼덕!’
외부에서 비상 대기 중이던 요원들이 다급히 뛰어들어왔다.
‘투타타탕’
‘드르르륵’
그들을 향해 침입자들은 거침없이 총격을 가했다.
‘큭, 억!’
중무장 화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입구 쪽 쓰러진 요원들을 빼내며 응사하던 다른 요원들이 급히 비상벨을 누르고 난 상태여서인지 연락을 접하고 출동한 헬기가 건물 밖에 그림자를 나타내었다.
놈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창가 쪽으로 다가가 헬기를 향해 기관포를 난사하였다.
‘쿠콰콰쾅, 따르르르륵, 피피핑’
발사 소리와 총탄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가운데 입구로 다시 기총소사가 일어났다. 그야말로 양쪽에서 콩을 볶는 중이었다.
헬기에서 대응 사격을 할 수가 없었다. 보호 대상이 피탄에 부상의 염려가 있었기에 조종사는 서둘러 기수를 돌려 총격을 피하고 건물 위로 오르려는 순간이었다.
옥상에서 갑자기 휴대용 스팅어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피~융, 쉬이익!’
‘콰쾅!’
헬기 후미에 폭발음이 들리며 몸통이 흔들리면서 추락하고 있었다. 조종사는 서둘러 상황을 파악하고 민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호수 쪽으로 최대한 기수를 틀어 추락하였다.
‘쿠콰쾅! 콰쾅!’
조종사의 기지로 헬기는 호수 어귀에 추락하며 폭발했다.
그 장면이 고스란히 유튜브에 라이브 스트리밍되고 있었다.
‘대애박~ 여러분 지금 잠실 여기 난리남!’
‘전쟁이다. 헬기 피격!’
‘와 이거 사실임!’
‘빨리 피난을 가야 돼.’
‘한국에서 테러라니? 저기 집값만 100억대 인데 미쳤다.’
저마다 놀라움에 한마디씩 하느라 인터넷은 뜨거웠다.
그 소식을 접한 뉴스제보 채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실시간 생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역시 IT강국 대한민국!
누가 촬영한 것인지는 몰라도 미사일을 발사한 옥상 부근에서 다시 헬기가 떠오르고 100층 부위, 깨진 창 부근에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이 화면에서 보였다.
화면에 잡힌 거리가 있다 보니 자세히 구분은 안 되었지만 몇 명이 부상자를 나르는 듯 이동식 간이침대를 이용하여 사람을 옮기고 있었다.
헬기가 자리를 떠나 날아오르자 건물에 있던 사람 세 명이 줄을 타고 옥상으로 오르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들이 사라졌다.
장태산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전화를 황급히 하고 있었다.
“제발 좀 받아요!”
신호음은 계속 가는데 아직 전화를 받지 않는다. 마음이 초조했다.
‘제발, 무사하기를 ······.’
긴 기다림의 끝에 수화음이 끊기며 전화를 받았다. 근데 조아라의 음성이 아니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저 마스터! 저는 보안팀 강인수입니다. 조금 전 조실장님과 사모님께서 납치되셨습니다.’
“생존 여부는요?”
‘확인 불능입니다. 그렇지만 놈들이 죽이기 위해 일을 벌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화를 끊으려 하자 강인수요원의 마지막 말이 신경이 쓰였다.
‘마스터께서 오시면 별도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따로 보고할 사항이라도 지금같이 긴박한 상황에서, 오면 따로 보고할 것이 있다는 것은 뭔가 보안이 필요로 하는 사안이라는 뜻일 것이다.
“강요원! 우리 측 피해는요?”
‘다행히 사상자는 없습니다. 심각한 부상을 포함해 부상자는 총 7명입니다. 헬기 파일럿은 무사합니다.’
“네, 고생했습니다. 내가 병원에 갈 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만 있도록 해 주세요. 의료진에 반드시 그리 전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장태산은 권팀장과 서둘러 격납고로 이동을 하였다. 엘리베이터가 격납고 상층부에 도착했음을 알리며 문이 열렸다.
천장부 위의 격납고가 개방되며 하늘이 드러나고 있었다. 전면부에 펼쳐진 상층부의 전경은 무시무시했다.
각종 전투 헬기 수십 대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수호이 전투기를 포함한 전투기들이 이십여 대 정도 있었고 다시 운동장 끝부분에 장갑차며 탱크도 수십여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권혁팀장과 함께 바이퍼 헬기를 타고 상공을 날아올랐다. 그곳은 수십 개의 풋살장이 배치된 곳이었다.
‘치~익! 마스터! 여긴 본부!’
“말하라 오버!”
‘조실장의 이동 중인 실시간 좌표를 송부 드립니다. 오버!’
“대략적인 위치는 어디로 파악되는가? 오버!”
‘동해상으로 이동 중입니다. 우리 공해상이지만 주변에 순시함이나 경찰 함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아 한국 측 정보에 대해 철저한 놈들 같습니다. 오버!’
“그럼 헬기로 어디까지 갈 것 같은가 오버!”
‘그 기종으로는 앞으로 10분이 한계입니다. 오버!’
“결국, 배가 되었든 잠수함이 되었든 뭐라도 마중을 나온단 이야기군. 감시위성과 전투위성 가동 준비 확인 요망. 오버!”
‘라져!’
헬기는 놈들의 좌표를 확인하고 쏜살같이 추격을 감행했다.
태산은 동해 쪽으로 티에스시큐리티 소속 해상 기동전함대의 출동을 지시했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Arleigh Burke-class destroyer)인 이지스함을 무려 3대나 출동시켜버렸다. 이는 대한민국 해군의 세종대왕함급 이상의 규모였기에 권혁팀장은 조금 조심스럽게 황국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국장님! 저 권팀장입니다. 네, 보고 받으셨지요? 그래서 지금 마스터 모시고 가고 있는데, 동해에 우리 함대 출동했습니다. 국방부와 해군사령부에 미리 조처 부탁드립니다.”
만일 권혁팀장이 연락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3척의 군함이 등장하면 한국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난리가 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헬기가 동해상 위를 쏜살같이 나르고 있었다.
권혁팀장이 들고 있는 태블릿의 화면에 위성이 접속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영상이 송신되고 있었다.
바다 한가운데 잠수함이 보였다. 잠수함의 상판에 헬기에서 내리는 줄에 이동식 침대가 아래로 내려지고 있는 장면이었다.
태산이 그 장면을 보고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
“마스터! 대략 15분입니다.”
“우리 함대 위치는 어찌 되나요?”
“대략 10분 뒤면 조우 가능합니다.”
“그럼 이미 조실장과 어머님이 옮겨 타게 된 이후에야 도착 된다는 건데, 공격은 불가하고 ···.”
본부에서 공격위성의 준비가 끝났다고 연락을 받은 헬기조종사와 함장이 주고받는 교신에서 힌트를 얻어서 함대로 헬기 기수를 돌려 착륙하기로 했다.
이지스함의 갑판에 헬기가 착륙하자마자 함장은 즉시 전 함대는 전체가 EMP차폐 장치를 가동하여 EMP의 공격으로부터 차단하도록 명령했다.
태산이 이지스함의 함교(bridge)에 도착하자 최종 무선을 하달했다.
“위성 EMP 발사!”
동해상에서 조업을 포함한 운항중이던 배는 모두 10대였고 사전에 무전을 취해 티에스시큐리티 구조대가 출발한 뒤였다.
인공위성에서 쏘아진 타겟팅 EMP(electro magnetic pulse) 전자기 펄스 공격이 감행되었다.
놈들의 잠수함은 즉시 모든 전자장비가 영구 손상을 입었고 더는 잠항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숨쉬기를 위해 수동으로 공기부양 탱크를 열어 물 위로 떠 오르는 것이었다.
잠수함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세 방향에서 둘러싼 이지스함 세척의 위용은 무시무시했다.
잠수함의 해치가 열리고 항복을 표시한 승조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가슴에 선명히 새겨진 일본기가 그들은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임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것들이 미쳤구나?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에, 납치까지, 거기다 우리 영해(領海)에서 잠수함까지? 뭐, 전쟁이라도 할 기세인데?”
권혁팀장과 함장이 나누는 말을 듣자니 정말이지 이놈들이 간이 배밖에 나왔나? 아니면 그리 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뭔가가 있다는 건가?
음,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갑판을 가득 메운 승조원들, 그런데 없다.
분명 있어야 할 조아라와 그의 모친이 안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 측 전투 요원들이 잠수함 내부를 샅샅이 뒤졌음에도 흔적조차 없었다.
놈들을 다그쳐 캐물었지만, 말을 하는 놈들이 없었다. 병사들은 정말 모르는 것이었고 아무래도 장교들이 알 것이라고 판단되어 집중적으로 심문을 했다.
“본부에서 따로 연락 온 거 없나요?”
함장이 다가와 태산에게 태블릿기기의 화면을 보여주며 보고하였다.
화면은 잠수함이 수중 잠항하기 직전에 잠수함에서 분리된 소형 특수정이 분리되어 나가는 모습이 포착되어 있었다.
잠수함의 함장을 불러 빠져나간 고속특수정의 목적지를 물으니 대답을 안 한다.
장태산은 순간 자세를 바로 하고 함장을 쳐다본 뒤 승조원을 바라보고 말을 했다.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유창한 일본어로 말이다.
“너희들은 일본 해상자위대원으로 이곳에 나포(拿捕)된 것이 아니다. 단지, 내 집에 테러를 일으키고 내 가족을 납치한 파렴치하고 흉악한 테러범이자 납치범에 불과하다.”
태산의 말에 놈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함장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포로 대우를 받을 생각은 마라. 난, 너희들에게 조금의 자비도 베풀 생각이 없다.”
함장이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칙쇼! 우리는 대일본 해상자위군이다. 우리를 모욕하지 마라.”
이놈이 꼴에 자존심은 있는 모양이다.
“이봐 함장! 일본은 자위군이 아니라 자위대가 맞아! 그리고 당신이 자위군인이든 자위대원이든 난 상관 안 해, 그건 국제 사회가 판단하겠지, 그러나 중요한 건 말이야···.”
한숨을 돌리며 태산은 말을 이어갔다.
“내 집에 총 쏘고 폭탄 터뜨리고 내 가족 납치해간 놈을 어찌해야 할까? 당신이 나라면 어찌할 거요?”
낭패한 얼굴을 했지만, 대답을 못 한다.
태산이 신호를 하자 대원들이 일제히 승조원들을 바다로 밀어 넣었다.
‘풍덩! 퐁! 찰박!’
‘어푸푸~’
오십여 명이 넘는 승조원들이 바다에 빠져 살기 위한 생존 수영을 하며 목을 빼 함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나는 군인이 아니야! 그러니 군인의 명예 따위는 내게 바라지 않는 게 좋아.”
잠수함 함장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다시 한번 태산의 손이 흔들리자 이지스함 한 척이 빈 잠수함을 나포한 채, 도킹 스테이션으로 연결하여 서서히 동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물론 잠수함의 승조원들은 바다 위에 둔 채 말이다.
고개를 숙인 함장이 어렵게 입술을 떼고 말을 했다.
“내각조사실장이 마련한 동경의 모처라고만 알고 있다. 야마구치구미의 본회 중심지라고 하는데, 그 이상은 나도 모른다. 이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했으니 나의 부하들을 구해 주시오.”
태산은 그를 빤히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내가 가족들을 구해 올 때까지 살아 있다면 구해주겠소.”
- 작가의말
어느덧 6월의 안녕을 고합니다.
7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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