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 통나무 사업(2)
놈의 패거리들은 놈이 내지르는 고통의 몸부림에 다들 몸서리쳤지만, 이내 병장기를 부여잡고 태산을 노려보았다.
겁보다 더 큰 무언가가 그들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태산은 주위를 둘러보며 메이란에게 위협이 될 만한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주변에 그들을 위협할 존재나 총기류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태산의 손에 주먹이 뭉개져 비명과 울음을 섞어 내지르던 놈이 악다구니를 썼다.
"모조리 죽여버려."
과연 그의 말 한마디는 어떤 공포보다 무서운 것이었을까?
주변을 둘러싼 무리들이 마치 뭐에 홀린 듯, 일제히 태산에게 달려들었다.
태산은 자신의 손아귀에 잡혀 고통의 신음을 흘리고 있는 녀석의 팔을 잡아 돌렸다.
그러자 놈의 몸뚱이가 마치 거대한 철퇴가 되어 달려드는 패거리들에게 부딪혀 서로가 상처를 입게 되었다.
두어 바퀴를 흔들어 무리들을 쓰러뜨린 그의 손에 놈의 팔이 꼬여 있었다. 더욱 엽기적인 것은 놈의 어깨가 빠져 덜렁거리며 매달려 있었던 것이었다.
놈은 이미 기절하여 움직임이 없었다. 그의 팔을 놓자 붙들려있던 몸이 수직으로 처박히듯 쓰러졌다.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태산이 그들 한가운데에 서서 다시 한마디 했다.
"지금 물러나면 목숨만은 살려준다. 그렇지 않고 끝까지 대적한다면 자비를 바라지 마라."
눈 앞에 펼쳐진 무용만 본다면 방금 그 남자가 뱉어낸 말이 결코 광오한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런데도 주춤 이며 대항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응?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태산은 메이란에게 다가가 주의를 시켰다.
"미스 진! 아무래도 이놈들이 너무 이상합니다. 단체로 약을 한 것도 아닐 터인데, 전혀 겁을 먹지 않고 목숨을 거는 것을 보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요."
"네, 안 그래도 저 역시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메이란을 지키던 두 경호원들도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메이란의 등 뒤를 호위하고 있었다.
2차 공격을 감행해온 무리를 태산이 앞장서서 등으로 밀어내듯 튕겨버리자 대여섯 명이 날려가 맞은편에 처박혀 버렸다.
다시 반대 등으로 쳐내며 자세를 바로 하는 순간 주먹을 내지르는 모양을 취하자 등과 주먹을 맞고 튕겨 나간 인원만 여덟 명이 넘었다.
놈들이 주춤 이며 잠시 물러섰다. 그러다 다시 3차 공격을 감행해 왔다.
메이란과 경호원들은 태극권을 이용하여 그들을 흘려 치기도 하고 돌려 쓰러뜨리기도 하였다. 가장 화려한 역공은 공격을 휘감아 되받아치며 그들을 날려버리는 장면이었다. 실로 압권이었다.
태산은 이왕 정리해야 한다면 서둘러 놈들을 쓰러뜨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껏 두 주먹을 몰아 쥐고 몸통을 비틀며 옆으로 동시에 젖히듯 휘둘러 뻗었다.
'뻐~억!'
정통으로 맞은 한 녀석의 몸통이 날려가며 뒤에 서 있던 동료들을 쓸고 지나가자 청소기로 지나간 모양새가 되었다.
‘뻑, 뻐벅!’
계속해서 태산이 내지르는 주먹이 청소의 질을 높여주었다.
마침내 서 있는 놈들이라고는 없었다.
모두 널브러진 채, 비명과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개중에는 나이가 중년을 넘긴 사내도 보였고 앳된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도 있었다.
태산은 손을 털며 메이란에게 다가갔다.
“힘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어머! 태산씨! 그런 말을 어찌 아무렇지도 않은 듯할 수 있어요?”
“그럼 ··· 어떻게 말하는 게 ···?”
“애석하지만 모두 살아서 다행이네요.”
‘음! 오십보백보 아닌가?’
수류탄 남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쉬운 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대서가(大西街)의 코너를 돌아 큰길로 접어들려 할 때였다.
“모두 꼼짝마! 공안이다!”
메이란이 태산을 막아섰다. 아니 태산이 다시 그녀를 막아서며 공안을 맞이했다.
정복을 입은 공안 두 명과 형사로 보이는 사복 차림의 두 남자가 장태산 일행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무슨 잘못을 했기에 우리를 잡으려 하는가요?”
태산의 물음에 정복차림의 젊은 공안이 그들이 지나온 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뒤편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 모두 당신들 짓인걸, 모두 다 봤어. 그러니 순순히 체포에 응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메이란이 태산의 팔을 잡아 불필요한 충돌을 예방하며 그에게 침착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마도 무림맹의 힘을 이용하려나 보다.
그들이 이끄는 공안 승합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십여 분을 달리던 승합차 내부에서 경호원 두 사람의 눈치가 이상했다. 마치 길을 잘못 든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기들끼리 소곤거리고 있었다.
태산은 한국말로 조용히 메이란에게 말을 전했다.
“혹시 뭔가 이상하거나 잘못 된 게 있나요?”
“아무래도 정상적인 공안은 아닌 모양입니다.”
사복 경찰관 두 사람이 의자 뒤를 돌아보며 말하지 말라는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이윽고 도착했는지 내리라는 지시에 차량 밖으로 나와보니 참으로 특이한 곳이었다.
삼면이 ···논 이었다. 그리고 야트막한 산이 시작되는 곳에 성같이 생긴 호텔처럼 보였다.
무슨 소몰이 하듯 사람을 몰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로비처럼 생긴 공간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낡았지만 깨끗하게 잘 관리돼 보였다.
로비의 천고는 무척이나 높았다. 최소 5~6층 정도는 뚫려 각 층에서 로비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중국 전통 남성 의상인 파오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혼혈남이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또 한명, 회색이 단아한 ‘창산’을 젖혀내 바지가 보이도록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2미터 가량 돼 보이는 금발의 남자.
두 사람은 마치 그들을 기다린 것처럼 웃으며 유창한 중국어로 환영 인사를 해왔다.
“정말 만나고 싶었습니다. 미스터 장태산!”
“이봐! 랄프! 장태산은 한국사람이야. 중국인이 아니라고. 빵즈 몰라?”
“괜찮아! 중국말이든 뭐든 다 알아들으니 상관 없어.”
태산의 괜찮다는 말에 놀라며, 금발의 거구가 다른 언어로 랄프라 불리운 혼혈남에게 자신들만의 대화를 하려 했다.
“이놈 중국말도 유창하니 우리끼리 말은 조심하는 게 필요하겠어.”
“그러게,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굳이 놈에게 여기 비밀을 노출할 필요가 없지.”
태산은 그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으면서도 한편으론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못 알아듣는 척을 하고 있었다.
메이란의 손을 꼭 잡아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태산이 대화를 이어갔다.
“랄프라고 했나요? 그리고 그쪽은 드미트리? 어쨌든 왜 나를 만나고 싶었나요?”
“???”
그 둘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태산이 방금 건넨 말은 오리지널 러시아어였다. 그것도 그들이 들어본 가장 완벽한 표준어 발음 때문이었다.
“너···, 너 러시아 말도 할줄 알아?”
“어, 알아!”
“이런 나쁜노므스키”
“아! 스바노무 시키가···.”
둘은 너무 어이없어했다.
“미스터 장! 어디까지 들은 겁니까?”
“지금 와서 존대하는 거, 너무 웃기지 않나요? 처음부터 다 들었으니 결론만 이야기합시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그러면 우리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
“내 협조가 필요하면 여성분과 저 두 사람은 그냥 보내주는 거로 합시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드미트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건 힘들겠는데. 어렵게 확보한 샘플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
“그럼 내가 순순히 니들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아?”
“아니면 어찌할 건데?”
랄프의 손에 들린 권총이 메이란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난 그녀지만 아직은 총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랄프! 드미트리! 이렇게 합시다.”
“이봐 착각하지 마. 당신이 아니라, 당신 인질이 지금 여기, 내 손에 있다는 걸 지금 보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겠다는 거야?”
그러면서 총구를 다시 메이란의 머리에 대고 콩콩 때려댔다.
순간 빡친 메이란이 랄프의 손을 금나수로 잡아채면서 머리로 놈의 면상을 들이 받아버렸다.
랄프는 역시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었다.
메이란의 금나수를 역으로 다시 낚아채며 다른 손으로 얼굴로 날아오던 그녀의 머리를 막아낸 뒤 그녀의 자그마한 얼굴을 돌려 턱부위를 쥐어 위협을 가했다.
‘일갑자 이상의 내공을 가진 그녀의 금나수를 역으로 잡아내며 역공을 가하다니, 이놈들 뭔가가 있구나.’
태산은 알았다며 손을 들어 항복한다는 모양을 취했다.
중국 공안과 한편을 먹고, 러시아 혈통에 무공을 이길 정도의 완력을 가진 힘에 중국 내에서 뭔가 버젓이 일을 꾸밀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될까?
태산은 더 궁금해졌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당신들 정체가 뭔가요? 그리고 날 어찌 알고?”
“하하하! 우리 정체는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고, ··· 2011년 항저우발 푸저우행 고속열차 사고, 거기다 한국 우면산 산사태, 그리고 영국 프리메이슨 대격돌 뭐 더 이야기 해볼까?”
‘이놈들 ······ 나의 사생팬?’
로비를 지나 대회의실 같은 출입문을 지나 들어가자 엄청나게 큰 의료시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의료가운과 수술복을 입고 선 5명의 의료진이 태산 일행을 맞이했다.
태산의 팔을 걷어 주삿바늘을 꽂아 넣던 간호사가 깜짝 놀라며 동료들을 쳐다보았다.
피를 뽑으려던 그녀의 주삿바늘이 피부에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휘어져 버렸다.
“이봐 미스터 태산! 그거 팔에 힘 좀 빼라고, 피 좀 뽑는다고 안 죽어!”
“그거야 알지만 내 맘대로 잘 안되는 걸 어떻게?”
태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드미트리의 손에 강철로 된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원들이 사용하는 대검이 들려있었다.
“뭐하러 주사로 피를 뽑으려고 그래?”
그러면서 대검을 휘둘러 태산의 팔을 강하게 베어버렸다.
‘탱!’
‘뎅겅’ 이 아니라 ‘탱!’
뭔가 잘못되었다. 태산의 팔을 쳐다보니 피가 철철 흘러야 할 팔이 너무나도 멀쩡했다.
“과연 미스터 태산!”
“당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일까?”
둘의 감탄과 비아냥거림에 한마디 보태주었다.
“글쎄, 나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피뽑기는 실패했지만 다양한 기초 실험은 계속되었다.
심전도 검사, 초음파검사, X-Ray, CT, MRI, 양자파 검사 등등 다 해보았지만, 특별히 알아낸 것이 없었다.
그냥 평범한 몸인데 어찌 그런 특이한 능력을 가진단 말인가?
태산의 협조하에 일반 검사는 모두 해 보았지만 알아낸 것이 없었다.
드미트리는 열 받는지 자기 팔뚝만 한 톱을 들고 와서는 태산의 팔을 잡고 열심히 썰었다.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한계치의 힘으로 있는 힘껏 톱질했다.
세 번을 쓸고는 톱을 들어 보였다.
태산의 팔뚝, 정확히는 피부가 너무나 깨끗한 상태임에도 톱날이 모조리 나가 버렸다.
그는 옆에 처져 있던 커튼을 걷어내 침대 위에 뉘어진 누군가의 팔을 들어 이가나간 톱으로 썰어보았다.
‘뎅겅’
잘 썰렸다. 너무도 잘 잘려 팔이 떨어졌다.
근데 여긴 뭐 하는 곳인데 침대 위에 사람이 ···.
태산이 고개를 들자 수많은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위에 눕혀져 있던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일부는 낯이 익었다.
아! 낮에 대서가(大西街)의 주점에서 대치했던 노동자들 중에 몇몇이 보였다.
태산은 더욱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단 한 사람도 죽인 적은 없었는데 왜지?’
‘그렇다면 누가 죽였을까? 아니 살아 있는 사람을 데려다가···’
- 작가의말
건강상의 이유로 촉박하게 마감을 짓다보니
가뜩이나 부족한 글이 더욱 여지없이 나타나는것 같아 반성합니다.
이제 좀더 박진감 넘치고 속도감 있는 장태산의 파란만장 판타지를 약속 드리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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