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 열도 정벌(4)
태산의 다급한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동경의 어느 사찰 뒤편에 있는 고택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숨진 것은 아니었다. 내각조사실장의 총이 그녀가 아닌 한승희 여사의 어깨를 관통한 다음, 그녀의 어깨까지 들어갔기에 동시에 쓰러지는 것으로 보였다.
“알았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러니 이제 그만.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를 돌려다오. 그만하면 충분하다.”
태산은 다시 한번 애써 침착하게 그를 타이르듯 달래듯 이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흥! 이 자리에서 약조하고 문서로 남기지 않는 이상은 어림없다.”
놈은 다시 자신의 요구사항을 강하게 이야기하고는 부하들을 시켜 문서를 가지고 오게 하였다.
“이봐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출혈로 위험해질 수 있다구. 그러니 치료라도 먼저 받게 하자!”
하지만 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해준다고 했지. 그러니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빨리 치료 먼저······. 이런 개···.”
태산이 말하는 중, 놈은 더는 듣기 싫다는 듯 조아라의 머리채를 잡아서는 그녀의 머리를 들어 올려 자신의 얼굴 가까이 끌어왔다.
비열한 그의 눈매가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조아라의 머리채를 다시 한번 말아쥔 채 태산에게 복종을 강요했다.
“이봐 조센징! 네놈이 얄팍한 능력으로 힘 좀 있다고 대일본제국을 무시하면 쓰나? 오늘 제대로 길들여주지!”
그가 태산에게 문서를 내밀었다.
문서의 빼곡한 글들을 요약하자면 크게 내용은 세 가지였다.
첫째, 장태산은 일본을 어떤 형태로도 공격하지 않는다. 단, 일본이 타국에 의해 공격이나 전쟁에 준하는 공격을 받는다고 판단이 되면 일본의 편에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원조를 대가 없이 하기로 한다.
둘째, 장태산은 국제사회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백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것은 장태산이 일본을 무력으로 침공했고 일본 국민과 일본의 정치, 경제와 자위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샛째, 앞서 일본에 끼친 피해가 막대한바, 해당 피해의 복구와 일본 사회가 회복되어 정상화 될 때까지 티에스 글로벌 그룹의 재원으로 일본이 청구하는 피해보상에 조건 없이 합의할 것과 일본 내에 주소를 둔 티에스 그룹 산하의 계열사들을 모두 일본 정부에 귀속시켜 보상할 것을 약조한다는 문서였다.
그냥 한마디로 개소리를 적은 종이였다.
“나더러 지금 이 문서에 도장을 찍으란 말이냐?”
“그럼 너 말고 누가 찍을까?”
“너! 이 내용이 무슨 말인지 알고나 있니?”
“당연하지 내가 만들었으니까!”
내각조사실장 하나야마 야스오의 안면은 득의양양한 미소가 가득했다.
자신이 전 세계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장태산마스터의 절대적인 힘(?)을 굴복시킨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만면에 가득 드러나고 있었다.
“당신이 혼자 꾸몄을 리는 없을 테고 누군지? 왠지? 그 이유나 좀 알자!”
“이유랄게 뭐 있나? 니 놈이 너무 설쳐댄 것이 문제지! 그러고 보니 결정적인 게 있었구나. 니가 너무 설친 것도 있지만 너무 방해돼! 그러니 프리메이슨에서 널 없애려 하는 거지.”
‘프리메이슨을 포장, 빙자한 일루미나티란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군.’
놈들은 분주히 탁자며 의자와 영상장비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태산은 다시 정중하게 내각조사실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내가 응한다고 했으니 저 두 사람을 치료하게 해다오. 그래도 너희가 잡은 인질인데, 목숨은 살려야 하지 않겠냐? ”
“하하하! 천하의 장태산마스터가 이리도 쩔쩔매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가소롭구나.”
“······.”
“죽을 정도가 아니라니까. 곧 끝나는 즉시 치료하고 풀어준다. 걱정하지 마라.”
놈의 뒤편에는 의료진이 대기 중이었다.
태산은 놈에게 웃음기를 지우고 확인을 했다.
“이봐 야스오! 이런 납치 인질극으로 굴복시켜 얻어낸 항복문서가 과연 국제 사회에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크하하하! 그건 걱정하지 마라. 이미 미국과 영국, 그리고 G7에 포함된 나라 중에 대다수가 우리에게 동조하고 있는 이상 영원히 지속할 문서가 될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내 생각은 반대인데. 이로 인한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가 테러국가, 전범 국가로 확실히 낙인찍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어서 발이야.”
태산의 말에 놈은 다시 한번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를 했다.
“어차피 인류는 폭력의 역사 속에 있는 것! 과거 서구 열강들이 그랬고, 지금의 선진국들 마저 침략과 약탈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희석하거나 정당화해 왔다. 그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지. 그렇기에 우리는 또 한번의 역사를 만들 뿐이다.”
“참으로 쌈박하지 못한 궤변이구나.”
태산이 참견한 말끝에 놈은 발끈하며 인상을 구겼다.
태산은 멈추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좋아 정말 국제 사회가 동조한다면 나 또한 받아들이겠다.”
“흐흐, 진작 그럴 것이지.”
이윽고 방송준비와 문서 조인식의 준비가 마무리되는 듯하였다. 태산이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조아라를 바라보자 출혈로 어지러운 상태에서도 고통을 참으며 태산에게 염려하지 말라는 듯 연신 웃으려 애쓰고 있었다.
태산은 자신의 입 모양으로 곧 괜찮아질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명색이 지상 최강의 남자다.
핵무기를 능가하는 전투력을 지닌 최강의 전투 생물인 그가 한낮 일본의 농간에 놀아나겠냐는 말을 낮게 읊조렸다. 조아라가 알아듣도록 한국말로 말이다.
한쪽은 방송용 카메라와 장비들이 그 측면에는 화상회의용 모니터들이 세팅되고 있었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 어둑어둑해 지고 있었다.
어둑해진 주변 때문에 여기저기 조명이 켜지고 있었고 저마다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했다. 아베신이조와 수 명의 장관들이 그 장소에 들어오자 내각조사실장인 야스오가 공손히 절을 하며 그들을 맞이했다.
‘이것들이 모두 한패였구나.’
태산은 또 한 번 일본 위정자의 진목면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이러려고 한 겁니까. 수상?”
“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소. 당신이 너무 일본을 압박해서 벌어진 일이요. 그러니 너무 노여워 마시오.”
“그럴 리가? 그런데 수상. 그건 알고 있소?”
“무얼 말이요?”
“죄는 지은 데로 가고, 공은 닦은 데로 간다는 것을 말이오.”
“크하하. 그게 뭔 말이요?”
“아! 한국 속담에 나오는 말인데,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이지요. 혹시 몰랐다면 이번에 제대로 새겨들으면 좋을 것 같군요.”
“그렇군요. 당신이 만든 죄과를 우리 일본이 공으로 받는다는 좋은 말이군요. 하하하!”
이놈들은 역시 사고방식이 독특하다 못해 지랄 맞는구나. 도저히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다시금 다짐하였다.
내각조사실장이 황급히 다가와 아베 신이조에게 귓속말을 전하고 있었다.
뭔가 불만인듯한 표정으로 몇 마디 주고받더니 다시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태산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NEMP의 공격을 받은 동격은 어떤 전자장비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티에스시큐리티의 특수장비를 제외하곤 말이다.
하물며 일반 통신장비는 오죽하겠는가 말이다.
아마도 진짜로 준비한다면 일주일, 아니 한 달을 넘겨도 복구하기는 힘들 것이었다.
태산의 귀에는 보호장치가 활성화된 통신장비가 작동 중이었고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을 권혁팀장을 포함한 한국 본부에서 모두 공유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준비 과정 일체가 마스터인 자신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태산의 지시를 받았을까? 궁금한 독자를 위해 잠깐 알려드리자면 위성과 드론을 통한 영상으로 그의 눈짓 및 깜박임, 끄덕임 등으로 확인하고 준비사항보고 및 현 상황에 대한 문제와 대응전략을 분석관의 분석내용으로 지속적으로 교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스터! G7 국가 중 미국과 영국이 동조하는 분위기이고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는 중립으로 반응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독일이 다소 적극적인 것으로 보아 확실히 일루미나티가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비공식이지만 유럽연합도 51% 정도 동조 분위기입니다. 참고하셔야겠습니다.’
장태산이 본부의 보고를 받는 사이에 아베 신이조가 다가왔다.
“마스터장태산! 당신 덕분에 일본 동경이 과거로 돌아갔소. EMP 때문에 화상회의와 영상 송출은 어렵게 되었으니 녹화로 갈 수밖에 없을 듯하군요.”
“당신들이 자랑하는 통신기술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인가요?”
태산의 비아냥거림이 다소 불편하긴 했으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자신들이 승자라는 생각에 참기로 했다.
“흐흐, 기술이란 언제고 진보하는 법이지요. 곧 당신으로부터 받을 보상금으로 일본은 비약적인 발전을 할 것이니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지요.”
분주히 움직이던 방송 요원들이 준비 완료되었음을 확인하는 신호를 보내자 내각조사실장이 태산에게 배치된 탁자로 가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태산이 착석하자 녹화표시가 되고 있다는 붉은 등이 켜졌다.
태산의 전면에는 그들이 써놓은 글이 방송 프롬프터 장비의 화면에 나타나 있었다.
태산에게 읽으라는 것이었다.
태산은 담담히 읽어 나갔다.
“나 장태산은 티에스 글로벌 그룹의 수장이며 동시에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대일본제국에 전쟁을 선포함과 동시에 일본의 해상 자위국 소속 잠수함을 나포하고 동경 경시청본부를 공격하여 심각한 인적 물적 손상을 입혔다.”
계속해서 그는 화면의 글을 읽었다.
“또한 동경시에 EMP공격을 감행하여 동경이 회복하기 힘든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입힌바. 이에 책임을 통감하여 ······.”
앞서 문서의 세 가지 문항의 내용을 모두 읽게 했다.
그리고 그들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국제 사회가 이것에 대해 동의한다면 나 장태산과 대한민국은 적극적인 보상을 약속하며 이후에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바이다. 또한, 나는 대일본 제국이 스스로 지위를 확고히 하여 자위군으로서의 주체적인 군사권을 가지는 것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입니다.”
그러자 아베 신이조 수상을 포함한 장관들과 현장에 있는 그들 모두는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만 조아라만이 참혹한 표정을 하고는 태산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만을 흘리고 있었다.
‘태산씨! 미안해요 나 때문에 당신이, 그리고 대한민국이 이런 수모를 또 당하는군요. 더 이상은 참고 볼 수가 없어요. 차라리 내가 죽어서 당신이 저들을 응징하도록, 당신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어요. 안녕! 내사랑!’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요!’
태산은 그녀의 슬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가 애절한 마음으로 태산에게 전하는 마음이 들려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그는 녹화 진행을 서둘렀다.
녹화 진행을 마치려던 그들에게 태산이 말을 이었다.
“동의하시는 국가는 어디인지 알려주십시오. 그러고 지금부터 다시 이야기해 보지요.”
태산은 좌중을 둘러보면서 손가락을 하늘로 올렸다. 대부분 사람이 하늘을 바라보는 사이에 태산은 담담히 말을 계속했다.
- 작가의말
건강이 제일 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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