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 대륙의 기연(1)
태산은 충격을 받았지만, 본인도 고민했던 부분이라 담담히 자기 생각을 정리해 그녀를 안은 상체를 약간 떨어뜨리며 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그 상태로 장태산은 그녀에게 조용히 읊조리듯 말을 전했다.
“아라씨! 혹시 비익연리(比翼連里)라는 말을 아세요?”
“아니요.”
“후한서 채옹전(後漢書 蔡邕傳)과 백낙천의 장한가(長恨歌)에서 나온 말인데, 비익조(比翼鳥)와 연리지(連理枝)가 합해져 부부(夫婦)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화합(和合)함을 비유할 때 쓰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요.”
“연리지는 나무가 얽히는 고사를 말하는 거죠? 예전에 읽은 기억이 있어요.”
“맞아요.”
“그런데 비익조라는 새에 대해서는 단순히 상상 속의 새로만 알고 있지 자세히는 몰라요.”
태산의 온화한 웃을을 보내며 말을 이어갔다.
“맞아요. 비익조(比翼鳥)라는 새는 상상의 새로서 태어날 때부터 한쪽의 눈과 날개가 없이 태어나는데 새에요.”
“······.”
태산은 비익조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새끼 비익조는 어릴 때는 자기가 한쪽 눈과 날개만을 가진 새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날기를 배워야 할 즈음에 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왜 난 날개가 하나뿐이야?"
라고 어미 새에게 물었다. 어미 새는
"너만 그런 것이 아니란다. 이 엄마도 날개가 하나뿐이야."
정말 어미 새의 눈과 날개도 한쪽뿐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하늘을 날던 어미 새의 날개가 한쪽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비익조는 어떻게 해야 하늘을 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어미 새가
"기다려서 어른이 되면 날 수가 있단다."
시간이 흘러 비익조는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어미 새에게 물었다.
"어른이 되어도 날 수가 없잖아요?"
그러자 어미 새는
"사랑해 보렴! 사랑을 해야 날 수가 있단다."
그 후 비익조는 사랑을 찾아 떠나게 되었고 아무리 찾아보아도 사랑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찾아 헤맨 어느 날, 마침내 자기와 같은 새와 마주하게 되었고 그때 '사랑은 눈과 마음속에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런 비익조는 사랑하게 되었고, 날갯짓도 같이 해보았지만, 여전히 날 수가 없었다.
"엄마! 사랑을 하는데도 왜 날 수가 없죠?"
"그건 날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랑을 했기 때문이란다. 사랑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란다. 진정한 사랑을 하다 보면 원했던 삶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것이란다."
자신은 날아야 한다는 목적을 둔 사랑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비익조는 목적을 둔 사랑은 곧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어미 새는
“아가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은 진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면 우리는 날 수가 없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먼저 사랑을 하여라. 사랑을 받을 생각은 하지 말고, 줄 생각만 해라. 그러면 자연히 서로의 진실된 사랑으로, 한 쌍의 날갯짓으로 영원히 날아오를 수 있게 된단다.”
태산은 비익조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조아라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비익조(比翼鳥)는 하나의 눈과 날개만을 지니고 있어 진정한 사랑으로, 한 쌍이 되어야만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쳐 날 수 있는 사랑의 상징이에요. 아라씨! 내겐 당신이 나의 반쪽 눈이자 날개입니다.”
태산의 이야기가 조아라의 눈물을 멎게 했다.
그녀는 줄곧 그를 위해 떠날 생각만을 했지만, 태산은 언제나 함께할 생각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눈물을 마지막으로 훔쳐낸 조아라는 한층 밝아진 음성으로 태산에게 속삭였다.
“음, 저기 태산씨! 당신의 말을 듣고 보니 제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이제부터 달라질 거예요.”
“어떻게요?”
“당신 곁에서 다시는 볼모가 되고 짐이 되는 나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서 귀엽고 앙증맞은 주먹을 불끈 쥐며 각오를 되새기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어느 누가, 어떤 단체나 조직, 국가가 되었든 당신을 핑계로 저를 꾀어낸다면 저는 과감히 당신을 포기할 거예요.”
태산이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었다.
“아니, 왜요? 왜 포기해요? 구해야지!”
조아라는 세상에 다시없을 아름다운 웃음을 지으며 태산에게 답해주었다.
“구하려 하다가 둘 다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태산씨! 반드시 내게 약속해줘요. 앞으로 어떤 경우든 나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지 않겠다고요.”
“음, 그건 좀 섭섭한데······.”
“아니요! 한사람이라도 무사히 있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행복한 거고, 당신을 위해선 기꺼이 죽을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를 위협하는 적을 당신이 응징할 수 있잖아요.”
태산은 다시 한번 놀랐다.
그토록 여리게만 보였던 그녀였다.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강단 있는 모습으로 자기를 완성하는 여장부로 보였다.
“아라씨! 당신! ··· 너무너무 멋있졍!”
태산이 감동한 표정으로 코맹맹이, 귀염뽀짝하는 애교를 피우자 조아라는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허하! 호호!”
두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과 기쁨의 웃음을 쏟아냈다.
그 순간 태산의 눈이 반짝였다. 왜냐하면,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콩콩 두드리며 웃는 바람에 덮고 있던 이불이 들리며 흘러내렸다.
그러자 드러난 그녀의 눈부시도록 아리따운 나신을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어멋!”
순간, 그 상황을 놀라며 자신의 팔로 가슴을 가리다 그만, 태산에게 두 팔이 붙들려 버렸다.
태산의 이글거리는 눈을 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살며시 감았고 거친 숨을 내쉬던, 그는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는 짧은 비음에 가까운 교성을 자신도 모르게 흘렸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요염한 교성이었다. 그 소리에 태산은 더욱 흥분하여 그녀를 탐해갔다.
두 사람은 새벽의 동이 트기 전의 어둠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밀어를 새롭게 써가고 있었다.
***
TV에서는 연일 일본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병문안을 위해 병실을 찾아온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다행히 VVIP 병실이라 많은 사람으로 붐벼도 특별히 불편하진 않았다.
‘일본이 과거사를 포함해 국가적 사죄와 함께 배상을 위한 피해 배상 상정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입니다.’
‘사상 유례없는 21세기 전쟁이 일어난 도쿄는 여전히 원시 상태로 전자기기의 작동은 아직도 요원한 가운데 본격적인 사과와 함께······.’
‘UN을 포함한 국제 사회, 약 130여 개 국가에서 일본의 테러와 납치를 포함한 과거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규탄과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
‘마침내 대한민국은 일본의 사죄와 함께 배상을 받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는 ······.’
‘이번 일본과의 전투에서 사상한 인원은 주로 자위대 소속으로 밝혀졌으며 그 인원은 대략 사망과 부상을 합쳐 약 ······.’
‘일본의 복구는 티에스 글로벌 그룹에서 전담하기로 했으며 비용의 청구는 이번 보상과는 별개로 일본 정치권과 협의로 진행되며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양측의 합의가 마무리되면 공식적인 발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민당은 마침내 대대적인 사퇴를 단행할 것으로···.’
채널을 돌리는 곳마다 관련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베 신이조 수상은 내각 총사퇴를 발표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나 소속당에서는 새로운 주자를 후보로 내세워 ······.’
결국, 아베는 물러날 때를 잘 선택했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권혁팀장과 황국장이 또 티격태격하며 태산의 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아니 이번엔 나도 좀 뭔가 떨어지는 맛이 있어야지 맨날 니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말이야.”
황국장의 볼멘소리에 골이 난 권혁팀장이 투덜거렸다.
“아니, 뭔 공무원이 콩고물을 바래요?”
“야! 곧 퇴직인데 뭔가 비축한 거라도 있어야··· 먹고 살아야 않겠냐? 그럼 니가 책임지던가?”
“하하! 두 분은 늘 정이 넘치십니다. 댁에서 질투하시겠어요.”
“역시 마스터! 울 마누라도 그 소리 한단 말야. 근데 이눔시키는 그걸 몰라.”
“하하! 알았어요. 국장님! 섭섭하지 않게 잘 할 겁니다. 우리 권팀장이 국장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둘은 또다시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그러다 권혁팀장이 화장실을 간 사이였다.
태산이 황팀장에게 조용히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그는 깜짝 놀라며 반가워 했다.
“이런 것 받으면 안 되는데?”
“맞아요! 그렇지만 제가 드리는 거 아니구요. 권팀장이 국장님 드린다고 자비로 마련한 거랍니다. 생일날 못 챙기고 지나가서 죄송하다고요.”
봉투에는 티에스 호텔 뷔페 가족 식사 초대권과 주유상품권, 그리고 백화점 상품권이 들어 있었다.
“이게 얼마야?”
그는 진정으로 놀랬다. 일백만 원 상품권이 오십 장씩이니 금액으로 환산하니 일억 원어치였다.
“혹시 겁먹을까 봐 미리 말씀드릴게요. 권팀장이 증여세까지 모두 처리한 거니 안심하고 쓰세요.”
봉투 안에 투박하게 손으로 쓴 메모가 보였다.
‘형님! 늘 고생이 많습니다. 제 맘 다 아시죠.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그리고 형수님 쇼핑도 좀 시켜드리고 폼 함 잡으세요.^^’
황국장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마스터! 몸조리 잘하고. 알았지. 난 가~!”
그가 떠나고 많은 사람이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갔다. 조용해진 병실을 알고 찾아온 반가운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엽신이었다.
“마스터! 괜찮은 거지요? 이 사람 너무 놀랐습니다. 그려.”
“하하! 아무렴 제가 정말 다치기라도 할까 봐 그러는 겁니까?”
왕엽신과 오랜만에 회포를 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중국은 시핑진의 세상이니 태산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우군이었다.
대부분의 성 단위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중국 부흥을 도움과 동시에 한국과 자신의 경제벨트를 완성한 상태였다.
특히 중장기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계획으로 150년을 바라보고 국가 대계를 구상하여 추진한 과업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것은 시핑진의 주석 취임을 축하하러 간 장태산이 그에게 자신이 구상하던 계획을 들려주자 마음에 무척 든다며 그 자리에서 결정되고 시행된 것이었다.
유라시아 일대를 내륙으로 연결하는 ‘실크로드경제벨트(一帶)’와 해양으로 연결하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一路)’를 추진하는 중국의 이른바 일대일로는 단순히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 두 라인을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태산은 자신의 재력으로 중국의 직접투자(FDI)와 티에스 재단 기금을 통해 인프라를 건설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며, 물류 효율성을 높이고 산업을 연결해 미주대륙과 대서양을 제외한 거의 전 세계를 포괄하는 거대한 경제권을 건설하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영어로는 One Belt, One Road!
장태산의 한마디로 시작된 중국의 새역사였다.
“마스터가 주석님과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가 전 세계로 뻗어 나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탁월한 안목이십니다.”
“에이, 놀리지 마시고 ···, 중국은 어떻습니까?”
“가장 먼저 지지표명을 한 사람이 주석님이시고 중국이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마스터의 진기(眞氣)가 고갈되어 쓰러지셨다는 말을 듣고 황산과 숭산에 기를 회복할 수 있는 영약과 영지를 확보해 놓았다고 얼른 모셔오라 하십니다.”
“그러면 서둘러 가서 뵈 야겠군요. 하하!”
웃고 떠드는 사이 권혁팀장이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다소 무거워 보이는 인상을 보아하니 뭔 일이 있는 모양이다.
그의 손에 신문이 몇 부 들려있었다.
“마스터 이것 한번 보셔야겠습니다.”
신문을 펼치자 큼지막한 헤드라인이 드러났다.
‘21세기 약탈자! 한 국가를 잔혹하게 짓밟고 유린해 ···.’
‘무자비한 폭력으로 한일 관계를 최악으로 만들어!!!’
- 작가의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항상 즐거울 수는 없는것 같습니다.
막상 힘들게 썼지만 여러분들이 재밌게 읽으셨는지 알 방도가 그리 많지 않아 답답하군요.
부족한 것 압니다. 그래서 더욱 격려가 필요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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