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 태산의 비밀(2)
'홍콩 시위 사태 새로운 국면!!!'
'센트럴 도심 폭탄 테러?'
2019년은 한해동안 전 세계에서 크고 작은 테러가 많이 일어났다.
그리고 독재와 부패, 경제난, 불평등에 봉기하면서 남미와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정권이 잇따라 교체됐다.
체제에 항거한 시민들이 궐기하여 정권과 충돌한 경우가 아시아에도 많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송환법’이 촉발한 홍콩 시위 사태였다.
홍콩 시위 사태는 지난 2019년 11월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452석 중 385석을 차지하면서 압승을 거두며 시위대에 큰 힘을 실어주었고,
도널드 럼프트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1월 27일 홍콩인권법에 서명함에 따라 홍콩 사태는 미중 외교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그리고 G2 경제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2019년의 끝자락,
홍콩에서 외교 분쟁과 경제전쟁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태산은 헬기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전송되어진 리포트를 읽으며 통신 중이었다.
“영국 MI6 측에서 최초 확인했습니다.”
“미 CIA가 움직인 가운데 중국 국가안전부의 견제가 심했습니다.”
“중국, 미국 두 나라는 사실상 묶였습니다.”
“그래서 단체로 묶여서 의뢰가 온거고.”
TS시큐리티 오메가팀, 권혁팀장의 보고를 듣던 장태산은 화면을 넘기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일본은 왜?”
“네, 대외정보국에 의하면 일본에서 홍콩시위대에 화공약품과 밝혀지지 않은 품목 두 가지가 전달되었는데, 그 중 일부가 IS 물건이라고 합니다.”
“모사드가 그래서 껴든 거고?”
“이라크에는 결국 생화학무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라크와 이란에 퍼져있던 반정부군과 IS 측에서 만들려고 아예 작정했고, 시험무대가 홍콩이 될 것 같습니다.”
“국정원에는 ···.”
“스페셜 원(Special One)으로 요청 들어왔습니다.”
“권팀장! 자네 판단은?”
“추가 옵션을 요청하셔도 될 듯 합니다.”
“그럼, 권팀장이 그렇게 마무리하고, 작전시트와 인물정보, 준비 즉시 업데이트 부탁해.‘
‘예쓰, 마스터!“
‘정보를 조합하고 의견을 취합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만든다.’
‘그리고 실!행! 한다.’
그것이 장태산의 움직이는 원칙이었다.
‘전 세계 주요국가의 비밀 정보 정부 기관에서 직접 의뢰를 요청하는 단 한 사람의 개인!’
‘핵폭탄의 전술능력을 상회하는 국가급 무력을 가진 사나이.’
그가 바로 ‘장태산’이었다.
리포트의 마지막장을 넘기던 그의 스마트폰 화면이 바뀌며 한 이름이 나타났다.
‘철썩같이 믿는 형!’
“네, 대표님!”
‘마스터! 비밀업무 간다며?’
법무법인 태산의 김철석대표를 장태산은 그렇게 저장해 둔 것이다.
‘철썩같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다고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하였더랬다.
‘할머니, 나 성공했나봐. 고마워요.’
김철석대표는 다녀올 동안 도일과 김동철대표의 문제를 정리해 두겠다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전했다.
“대표님! 종결지으시면 안 됩니다. 아시죠? 이놈이 아직까지 연락 없는 걸 보니, 제가 다녀와서 한두 가지 추가하고 오사마리 지으려고요.”
‘그려 마스터! 조심히 잘 다녀와.’
‘하긴 우리 마스터를 어찌 할 수 있는 존재는 지구상에 없으니 이런 걱정도 기우겠지.’
‘다녀오면 술 한 잔 하자고.’
“네, 올 한해도 고생 하셨습니다.”
헬기가 어둠에 젖어들 듯 태산의 기억도 김철석을 처음 만나던 때로 젖어들었다.
***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경
일본 동북부 미야기 현, 센다이 시 앞바다,
태평양 연안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하였다.
그 뒤로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쓰나미가 일본 북동부 지역을 강타하여 최소 10,000여명 사망·실종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일본 출장길에 올랐던 장태산의 부모님은 이 사고로 실종 되었다.
생사 확인이 불분명 한 상태에서 다음날인 3월 12일,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유해를 찾을 방도가 없었다.
더욱이 외국인 사망자와 실종자를 위한 지원방안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장태산은 소식을 접하자마자 일본을 갔다.
열흘을 찾아 헤맸지만 찾지 못했다.
방사능 때문에 수색은 더욱 불가능 했다.
결국 어떠한 소득도 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태산은 올해 대학을 입학해 막 학교를 다니던 시기였다.
불의의 사고로 학교를 평온하게 다닐 수 없었다.
자신의 처지를 의논할 일가친척도 없었다.
눈 뜨면 술로 시작해서 술을 마시다 잠들기 일쑤였다.
친구들도 처음엔 곁에 자리를 했으나, 자신들의 생활이 있기에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자신을 학대하던 어느 날이었다.
점심때를 지난 오후3시 30분 쯤,
점심을 겸한 자리가 태산으로 인해 위로주를 곁들인 자리로 변했다.
학교 주변의 식당은 대부분 학생들의 모임 위주 식당이었다.
식사와 주류, 안주 장사였기에 휴게시간이 정해지거나 한 것은 없었다.
장태산 일행 이외에도 두 무리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태산은 워낙 타고난 덩치와 기초 대사량이 높아서인지 취한 것을 모를 때가 더 많았다.
지금도 혼자서 소주 7병째인 걸 친구나 선배들은 모르고 있었다.
“태산아! 몸 생각해서 안주라도 먹고 마셔.”
그나마 가장 친하다고 생각 드는 찬열이었다.
황찬열은 한국대 경제학과에서 비교적 왜소해 보이는 덩치였다.
반듯한 외모의 전형적인 범생이 스타일이었다.
“선배들도 다 갔어. 이제 우리도 가자. 일어나.”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태산을 부축하였다.
키나 덩치가 엄청난 차이가 나는 태산을 부축할 수는 없었다.
결국 제 어깨에 팔을 두른 채 걸음을 옮겼다.
협소한 테이블 사이를 그냥 지나쳐 갈 수는 없었다.
결국 장태산의 다리가 나오던 입구 측에 위치한 손님들의 테이블에 살짝 부딪혔다.
테이블 위의 수저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친구가 술을 좀 많이 마셔서 부딪혔습니다.”
찬열은 혹시 문제가 될까봐 서둘러 사과를 했다.
태산은 학교 잠바를 입고 있었고, 찬열은 츄리닝 차림이었다.
부딪힌 사람들은 학생으로 보기엔 나이가 있어 보였다.
한눈에 봐도 조기축구 멤버들의 뒤풀이처럼 보였다.
“미안하다는 말보다 얼른 수저를 챙겨야지.”
“말이면 단가?”
“요즘 학생들은 공부도 안 하고 술만 먹으러 다니나?”
“대낮부터 꽐라 되갖고 가관이다.”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찬열은 다시금 사과를 하고 돌아섰다.
입구를 향하던 찬열의 발을 걸어, 큰소리를 내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 때문에 장태산의 몸도 덩달아 넘어졌다.
잠깐 잠이 들었던 태산은 넘어지는 충격에 잠이 깼다.
찬열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사람의 일행들은 넘어진 둘을 보고 큰소리로 웃고 있었다.
장태산은 귀찮아서 무시하고 넘기려 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느거 부모가, 니들 이리 술 처먹고 빌빌거리는 거 아나?”
선을 넘었다.
더 문제는 장태산은 술을 마신 상태라는 것이다.
술 마시고, 선 넘고
아우 씨,
장태산은 순간 말초혈관 끝으로 술기운이 ‘화라락’ 하고,
타고 올라오는 기분을 느꼈다.
그 말이 간장에 머물렀던 알코올기의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사정없이 분해해 버렸다.
“뭐라고 했나요?”
“와! 이 새끼, 꼴에 부모 야그한다고 정색하는거 보소.”
장태산의 경직된 눈빛에 말을 하던 사내는 순간 움츠러들었다.
“아우 씨, 무슨 애새끼 눈빛이 저리 살벌하냐?”
“야야, 사과하려면 잘못한 니놈이 해야지 왜 니 친구가 하는데?”
장태산은 그들의 말이 억지 시비인 걸 알았지만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에 사과하기로 했다.
“저기, 미안······.”
‘짜~악’
말을 하는 순간 찬열의 얼굴이 돌아가며 옆으로 쓰러졌다.
‘우당탕 쿵.’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사과하는데 왜 사람을 때리고······.”
“태산아! 나, 난 괜찮아, 얼른 가자.”
찬열은 넘어진 자신의 몸을 일으키며 연신 괜찮다며 머리를 조아려 사과와 함께 이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다.
태산의 손을 붙잡고 가방을 들쳐메고 빠르게 돌아섰다.
“그래, 다음부터 술은 조심히 마시그라. 알것제.”
입구 쪽에 선 그들 일행 중 한명이 찬열과 태산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어린 학생의 치기와 자존심에 태산은 그 사내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그만 하세요.”
“어쭈, 와 계속하면 우얄낀데 씨발아.”
“그러면 손모가지 부러집니다.”
“무서버라, 이 새끼, 남자네, 오냐 함 해보자 좆만아.”
장태산보다 덩치가 머리 하나는 더 있어 보이는 곰같은 사내가 태산의 멱살을 잡고 식당 밖이 아닌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태산이 멱살 잡은 손을 떼어내려 하자, 반대 손이 주먹으로 변해 눈두덩이를 강타했다.
‘퍽’
“으헉”
얼굴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던 태산의 안면에 덩치의 무릎이 사정없이 날라왔다.
옆구리를 파고드는 숏 훅과 원투 스트레이트에 이은 마무리 어퍼컷까지,
이건 영락없는 싸움꾼이다.
정신없이 두들겨 맞던 태산은 쓰러지는 가운데 찬열이 전화거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 찬열아! 빨리 경찰에 전화해줘.’
그 순간, 찬열의 뒤쪽에 선 호리호리한 남자가 찬열의 등짝을 걷어찼다.
쓰러진 찬열을 주위의 몇몇이 밟고 있다.
태산은 이대로 맞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마음을 다잡고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후다닥’
“와, 저 놈 보소, 쨉싸네.”
태산은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찬열을 데리고 뒤편 화장실 쪽으로 피하곤 이내 화장실 출입문을 잠궈 버렸다.
“찬열아! 경찰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버티자.”
“아그야! 문 열어라. 아니면 뽀싸삔다.”
사투린지 뭔지 모를 말들이 왠지 잔혹하게 들린다.
‘그래 봐라. 내가 문 열어주나.’
버티기 시전을 하던 중 경찰차의 경광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경찰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합니다. 신고받고 왔습니다. △△지구대입니다.”
“신고하신 분 어디 있습니까?”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뛰어나갔다.
“여기요! 여기 있어요.”
‘퍽
‘퍼억’
뭥미? 이게 무슨 소리인가?
***
- 작가의말
본 작품은 가상의 인물과 사건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 입니다.
특정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하며 작품 내 나오는 내용 또한 극적 전개를 위해 과장, 변형이 존재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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