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 웰컴 투 아메리카(2)
백신 개발에 많은 국가와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되었다.
백신이 긴급하게 필요하므로 정부와 자선단체 등은 백신 연구 프로젝트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빌 게이츠 재단을 비롯해 알리바바 설립자 잭 마, 컨트리 음악 스타 돌리 파튼 등도 백신 개발에 자금을 지원했다.
과학 데이터 분석 회사 에어피니티(Airfinity) 따르면, 전 세계 국가들은 총 약 1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비영리 단체들도 약 2조2천억 원을 지원했다.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 시작한 회사는 많았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 노바백스, 화이자-바이오앤테크, 사노피-GSK, 모더나, 큐어백, 스푸트니크V, 코백스, 시노백 등등
그러나 이들은 '이윤 없이 백신 개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자명했다.
대기업들이 백신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려고 서두르지 않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과거 보건 비상사태에 백신 개발은 그다지 큰 이익이 되지 않았다.
개발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성공 여부도 확실하지 않았다. 특히나 가난한 나라들이 백신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 국가들은 높은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백신은 보통 한두 번만 투여하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자주 복용해야 하는 약들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이득이 되었다.
한 가지 예로 지카 바이러스나 사스와 같은 질병에 대한 백신을 연구했던 회사들은 손실을 보았다. 물론 매해 맞는 독감 백신 같은 경우, 연간 수십억 달러를 창출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19 백신도 독감 백신처럼 매해 접종이 필요하게 된다면, 효과적인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은 큰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하기에 앞서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었다.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비춰지기를 원치 않는 기업도 있았다. 특히 외부 자금 지원을 많이 받은 경우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방식이나 금액을 확정 짓기 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변동을 하려는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미국의 대형 제약사 존슨앤드존슨과 영국 옥스포드-아스트라제네카는 실비만 받고 백신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현재 가격은 1도스당(1도스=1회 접종분) 4달러(약 4,360원)로 가장 저렴했다.
반면 획기적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해온 소규모 생명공학 회사 모더나는 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을 37달러(약 4만원) 정도로 책정했다.
미국의 모더나, 독일의 바이오엔테크와 파트너사인 미국 화이자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여 FDA의 승인을 얻어 백신 업무를 시작해버렸다. 아마도 이 기업들은 내년에 최소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백신이 승인받기 전까지는 백두티에스워터와 방호복과 특수마스크등 소위 K-방역 팩키지가 전 세계의 각광을 받아 쉴 새 없이 퍼 나르기 바빴다.
티에스글로발재단은 초기 무상공급을 지원했지만, 점차 방역의지와 감염자의 확산 속도 및 발병률이 너무나 차이를 보여 국가별, 대륙별 차등 지원을 시작했다. 특히나 해당 나라의 경제력과 국제 관계 및 발전 가능성에 따라 빚을 지우기도 했다.
미국은 최소 부담에서 일부 부담으로 전환된 그런 나라 중의 하나였다.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Washington Dulles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 장태산은 권혁팀장과 함께 재단 차량에 몸을 실었다.
재단 소속 시큐리티 팀장이 권혁과 장태산마스터에게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인사를 전하자 권혁팀장이 앓는 소리를 해댔다.
“와! 말도 마세요. 자국민은 그냥 마구 패스시켜 주더만, 외국인들은 전부 보균자나 감염자로 보거나 아니면 테러리스트로 보는 그런 눈빛이 너무 불쾌하였습니다.”
“설마 전세기로 도착하셨는데 일반 게이트로 나오신 ···건 ···아니겠지요?”
“아~ 물론 아닙니다. 저희는 재단 소속이라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통과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아무리 좋게 타일러도 일부 공무원들이 아직도 인종차별이나 백인 우월의식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숙소인 쉘터로 이동하였다.
워싱턴 D.C의 상업지구는 대부분 정부 건물이거나 사무동이었기에 티에스글로벌재단 미주본부는 아예 시내 상업지구 중심에 있는 리츠칼톤호텔 하나를 인수해 버렸다.
공항에서 시내로는 대략 40km 였고, 차량이 막힐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공사 안내로 차량을 간선으로 유도하는 것이 보였다.
차가 서행으로 공사중 안내를 하는 사람의 지시에 따라 갓길로 접어들자 빠르게 공사작업복 차림의 한 사내가 차량으로 다가와 창문을 두들겼다.
권팀장이 창문을 열어주자 그는 티에스글로벌 재단의 마스터 장태산님께 꼭 전해 달라며 메모리스틱을 전해주는 것이 아닌가.
태블릿PC로 연결해서 파일을 확인한 권팀장이 화면을 돌려 장태산에게 건넸다.
그것은 클라크 케이지 CIA국장의 선물이었다.
미국내 일루미나티 소속이거나 연관된 기업과 현 집권당과의 관계 및 후원규모를 포함하여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입김이 작용하는 상하원의원들의 명단과 현재 주요 쟁점이 되는 정쟁 사항, 그리고 로비 사항 등이 일목요원(一目了然)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마스터! 그래도 케이지국장은 진심인 모양입니다.”
“그렇군요. 이렇게라도 노력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장태산은 화면을 툭툭 두드리며 권혁팀장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본 권팀장이 일순 멈칫했다.
화면에 나타난 또 다른 사진 한 장!
그곳에는 미스그레이스와 미스 페레이라가 누군가와 악수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설명으로는 어제 날짜에 우리 숙소와 한블럭도 안되는 트프럼타워라고 되어있었다. 물론 악수하는 대상 역시 대통령인 그였다.
“이거 일루미나티에다가 프리메이슨까지 상대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측 요원들을 좀 더 소집해야겠습니다.”
권혁팀장의 말에 장태산은 알듯 모를 듯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는 손을 들어 그러지 말자는 신호를 보냈다.
“괜히 요원들이 부상이라도 당하면 내가 맘이 더 아파요.”
권혁팀장은 한편으로는 이해하지만, 저럴 거면 왜 고용했냐며 투덜대기 일쑤였다.
“아니 그러면 고용을 하질 말던가 말야, 칫!”
그러는 사이 차량은 숙소에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리츠칼톤호텔의 주차구간에는 십여대의 특수 방탄 차량이 줄지어 도착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부터 마스터가 계실 동안 호텔 영업은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장태산의 그 말에 권혁팀장은 째려보았다.
“그래야 우리가 편합니다. 이유는 단지 그것 때문입니다. 아니 누가 감히 마스터를 노리겠습니까?”
장태산은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조용히 몸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그러자 시큐리티 팀장과 미주 본부장이 다가와 일정에 대한 간략을 조율을 해왔다.
백악관에서 대통령 미팅,
FDA 국장 미팅,
CDC 미팅,
제약사 사장단 미팅,
UN 사무총장 미팅,
등등
이번에는 어디까지나 티에스글로벌 재단의 최고 수장으로써 공식적인 일정이라고 했다.
장태산은 아무 소리 안 하고 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노라고 직원들에게 맹세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식사를 마치고 펜트하우스로 올라온 장태산은 마침내 혼자만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미국 수도의 밤은 왠지 차분하고 조용하게 여겨졌다. 한국만큼 액티브한 밤 풍경을 가진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벌써 칠팔 년은 지났다고 생각되어진 그녀와의 만남이 다시 떠오르자 장태산은 애써 그 기억을 지우려는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버렸다.
그때였다. 자신의 전화기로 울리는 발신자표시제한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태산은 지체없이 전화를 받아들고 자신임을 밝혀주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걸려온 전화를 대하니 감개가 무량했다.
그녀였다. 그레이스 채프먼!
“오랜만이군요! 그동안··· 잘 ··· 지냈나요?”
장태산의 말에 그녀도 그리움이 베인 음성으로 그간의 인사를 대신했다.
“저 역시 당신에게 묻고 싶은 말인걸요. 잘··· 지냈나요?”
전화상으로 둘은 그저 형식적인 이야기 밖에 하질 못했다. 그러다 그레이스가 장태산에게 만나고 싶다고 하자 장태산은 혼쾌히 그러자며 약속장소와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녀의 성격은 그대와 마찬가지로 보였다. 적극적인 행동가였기에 지금 바로 보자고 한다. 장소는 내셔널몰이 밤 12시 까지이기에 물가 주변을 뛰고 있을거라며 거기서 자신과 보자고 한다.
내셔널 몰은 더몰이라 불렸고 원래 워싱턴 DC에서도 유명한 곳이었지만 영화 포레스트검프에서 집시가 된 자신의 여자친구를 찾아 물에 걸어 들어간 그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더몰의 주변은 밤이 깊었지만, 일부 런닝을 하는 남녀가 여럿 보였고 산책이나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도 보였다.
장태산이 도착해 주변을 살펴보았다. 유난히 풀 집업 재킷을 끝까지 올려 사람의 시선을 막고 동시에 마스크를 매우 타이트하게 착용하여 철저히 얼굴을 가린 것이 느껴지는 몸매가 예술적인 여성이 열심히 달리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장태산은 자신도 달리기를 시작해 어느새 그녀 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달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서서히 속도를 늦추고는 벤치 쪽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왔군요 마스터!”
숨을 몰아쉰 그녀의 첫마디는 그리움과 원망이 섞인 인사였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긴 심호흡을 마치고는 장태산에게 다시 손을 내밀며 반가움을 표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이 장태산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 작가의말
몸도 마음도 건강!
코로나 극복!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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