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 이상한 연금술(1)
태산이 망원경에 잡힌 순간, 두세 명을 붙잡고 나무와 조각물에 밀어붙여 마피아들이 아작나고 있었다.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종횡무진! 몸통으로 부딪혀 가며 공격해오는 상대방을 쉴 새 없이 밀어붙여 피떡을 만들고 있었다.
총을 쏘아대며 공격을 가하던 마피아 조직원들은 역으로 태산이 빼앗아 양손으로 기관총을 갈겨대며 어깨며 다리 등을 맞춰서 덤벼들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냥 죽이는 게 쉬워 보일 정도로 고난도의 사격과 힘 조절로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저격용라이플로 장태산을 도우려던 그의 호의가 꽤 머쓱하게 느껴져 애꿎게 혀만 차고 있었다.
덩치들과 격돌한 장태산의 모습이 밀려 보였다. 세 놈의 힘에 밀려 뒤로 물러서자 공중에 높이 뛰어올라 떨어져 내리던 속도를 이용해 발뒤축과 무릎 차기를 강하게 찍어내러 왔다.
‘파악’
머리와 어깨를 노리고 들어온 공격을 왼팔로 막으며 몸을 회전시켜 턱과 목을 쳐올렸다. 연이어 몸을 잡은 놈의 명치를 팔꿈치로 밀쳐 내듯 가격하자 십여 미터를 날아가 벽과 부딪쳤다.
오른손 엄지로 왼편에 대치하던 덩치의 입안에 쑥 하고 이와 볼을 잡아 당겨내자, 딸려 올 줄 알았던 놈의 머리는 볼살이 뜯겨 나가기만 했다.
‘이놈들 수퍼솔저라 확실히 다르구나.’
작전을 바꾸었다. 힘이 비슷하니 기술로 격차를 벌리기로 했다.
한 놈의 엄지손가락을 잡아 몸통 뒤쪽으로 돌리자 놀라며 상체가 딸려왔다. 그래서 팔꿈치를 뒤틀며 팔과 팔을 교차시켜 버리자 놈의 어깨가 부서져 버렸다.
연속기로 발을 다음 놈의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에 밀어 넣으며 어깨로 밀면서 넘어지는 상체와 반대로 팔을 제껴 버렸다.
‘뿌가각! 뻐억! 콰직!’
다양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망원경을 타고 관전하는 ‘사신’의 귀에도 들리는 듯했다.
확실히 덩치들은 파워는 좋았지만, 장태산의 민첩함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호리 낭창한 녀석들이 갑자기 연합공격을 퍼부었다.
십여 차례 이상의 교전이 오가고 대부분의 덩치들은 팔과 다리와 어깨가 부서진 상태로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고 있었다.
반대로 날렵하고 길쭉한 놈들은 신기하게도 앞으로 나서는 놈은, 단 한 놈만이 태산과 맞선 상태로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일렬종대로 서 있는 듯 보였다.
“응(?) 저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신’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퍼~억!’
타격음은 크게 하나로 들린 것처럼 보였다.
맨 앞에선 녀석의 머리에 명중한 사신의 저격용 라이플을 떠난 특수 탄환은 연속해서 뒤에선 녀석들의 머리를 붉게 물들이며 피 분수를 일으키고 있었다.
다섯 번째 녀석의 머리를 파고들던 탄환이 놈의 머리에 박힌 체 피분수를 쏟으며 쓰러졌다.
태산은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눈길을 주더니 이내 활짝 웃어 보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지극히 짧은 순간!
더군다나 사신의 총구에는 고성능 소음기가 부착되어 있어 발사된 장소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태였을 것이었다.
그런데 장태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의 스코프 안쪽에서 그를 바라보던 자신의 눈과 마주쳤다. 그는 자신을 쳐다보며 감사를 전함과 동시에 웃어주기까지 하다니 ······.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느덧 공원을 공격해온 마피아 놈들은 대부분 피 칠갑을 하고는 서 있는 존재는 몇이 없었다.
장태산도 약간은 지쳐 보였다.
‘RS Blood 5’를 투여받아 강화인간이 된 녀석들이었지만 그들은 장태산과는 다르게 총과 칼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아무리 혈액 속에 다이아몬드가 있어도 말이다.
총기류가 장태산에게는 치명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은 ‘RS Blood 5 전사’들은 빼앗긴 총기가 오히려 자신들을 공격하는 무기라는걸 알고는 즉시 탄창과 약실을 비운 후 총기를 버려 버렸다.
그들의 손에는 어느새 대검과 장검 그리고 곡도와 같은 도검류와 철퇴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짓으로 타이밍을 주고받는 강화인간 무리들은 태산이 뿜어내는 패왕색의 압도적 기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시에 무기를 뻗어 덮쳐왔다.
‘채채챙! 파차창! 콰칭!’
공원의 밤하늘을 깨뜨리듯, 고막을 파고드는 쇳소리가 요란하게 피어올랐다.
어느 틈엔가 태산의 손에 피리 모양의 쇠막대가 들려 있었다.
쇠막대 주변과 그것을 쥐고 있는 태산의 손에는 청색의 기운이 살짝 비추이며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도검과 철퇴를 그것으로 쳐내 생긴 소리였다.
놈들은 저마다 자신의 도검과 장태산의 쇠막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휘두른 힘과 도검의 성능으로 봐서는 웬만한 쇠붙이나 금속배트 같은 것은 그냥 썰어져 나가버릴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한 녀석이 자신의 장검을 들어 공원에 전시되어 있던 동상의 목을 베어내자 쇳덩이로 된 동상의 목이 뎅겅 하고 잘려, 떨어져 내렸다. 그래서인지 다시 검과 쇠막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장태산이 그들을 향해 공격을 펼쳤다.
마치 미끄러지듯 쇠막대를 흔들며 놈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채채챙! 파칭! 따당!’
저격용 스코프에 보이는 장면만으로도 현장의 박진감과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자그마한 쇠막대에 서린 신비한 기운 때문인지 몰라도 놈들이 오히려 장태산에게 밀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장검이 부러지며 몸통을 적중당하자 마치 RPG 공격을 당해 퉁겨나는 군인의 모습처럼 퉁겨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여기저기 널브러진 강화 인간들을 끝으로 더는 자신과 맞상대할 조직원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하자 지체없이 국립대학의 교정 내부로 뛰어들어갔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첨단 과학관 그 내부는 국가 핵심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곳임과 동시에 추가적인 별개의 기업 연구소가 동시 운영되고 있었고 그 중 한 곳이 공식적으로는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이었으나, 비공식적으로는 브라트바가 운영하는 비밀 연구소였다.
장태산은 연구소의 철문을 잡아 뜯어 버렸다. 그러자 경비원이 총을 빼 들고 달려왔고 사방에서는 요란한 비상 싸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멈춰! 움직이면 쏜다.”
“어! 쏴라!‘
’탕! 탕! 탕!‘
경비원들은 무척이나 매뉴얼대로 잘 대응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제지가 되지 않았다. 뜯어낸 철문을, 총격을 가하던 경비원에게 건내자, 철문의 무게로 인해 경비원은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철문에 깔려 넘어져 버렸다.
빠져나오기 위해 애는 좀 먹겠지만 죽지는 아닐 터였다.
기다란 복도의 양옆으로 다양한 물리, 화학적 실험 장비, 그리고 전자장비가 즐비했다. 그 가운데 흰색 가운을 입고 실험에 열중하고 있는 그들을 보고는 태산은 정중히 경고멘트를 날렸다.
”지금 곧 여기가 폭발할 예정이니 서둘러 탈출하기 빠랍니다.“
태산의 말에 혼비백산한 연구원들이 앞다투어 자리를 이탈하고 있었다.
태산은 시작점이 되는 연구소의 첫 번째 방에서 벽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팔을 양옆으로 힘차기 뻗은 상태로 말이다.
벽면을 뚫고 책상과 집기와 각종 물리, 화학적 실험도구 및 첨단 컴퓨터와 분석 장비 등등을 모조리 휩쓸며 달려나가니, 그가 지나온 자리에는 성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끝부분의 방에 다다르자 맞은편 방으로 이동했다.
아! 끝부분에 도달한 것을 어찌 알았냐고? 그건 너무 쉬웠다. 뚫고 나오니 밖이었다. 마지막 방의 건물 바깥으로 나오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또 열심히 부수며 달려가자 1층 연구시설은 완전히 박살 나 있었다.
장태산이 무릎을 꿇었다가 내리뻗는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바닥 면이 내려 앉아버렸다.
다시 내달리며 벽을 부수고 연구소를 파괴하고 있었다. 지하 1층 역시도 완전히 파괴되었다.
지하 2층도, 지하 3층도 그렇게 부숴버리자 지하 3개 층, 지상 5개 층으로 완벽한 연구시설과 방대한 빅 데이터와 데이터베이스 및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보유한 모스크바 국립대학 연구소는 폭발에 가까운 테러를 당했다.
태산이 지하 2층을 깨부수고 올라 오르는 순간이었다. 건물을 지탱하던 기둥 일부가 갈라져 내부 철골구조물의 뒤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약간의 휴식시간은 있었지만 이제 지하 1층에 도달한 태산은 놀랐을 수밖에 없었다.
지상의 5층짜리 건물이 지하로 내려앉아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후두두둥! 쿠쿠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려앉기 시작한 연구소는 태산의 머리 위로 건물 전체가 내려앉아 버렸다.
사오 분 동안 여기저기 내려앉은 연구소 건물이 엄청나게 뿜어댄 흙먼지로 사방을 뒤덮어 버렸다.
잠시 후 소방차와 경찰차, 그리고 앰뷸런스 등의 긴급 구호 차량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무너져내린 건물의 잔해를 뚫고 장태산이 조용히 걸어 나왔다. 주변의 소란으로 그를 신경 써서 보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사신‘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역쉬~~~! 장태산!“
망원경에 보인 태산은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에 스며들더니 공원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사신‘이 아무리 스코프 너머로 그를 찾아보았지만 더는 그를 볼 수 없었다. 다만 마지막으로 그가 공원의 어떤 예술작품 아래에서 잠시 뭔가를 뒤적이며 휴식을 취하다가 사라졌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한참 동안 어수선 한 분위기의 모스크바 국립대학 주변에 다가와 장태산이 머물다간 전시 조각품으로 가 보았다.
전투의 흔적으로 무수히 많은 전시 예술품이 손상되어 주변에 널려 있었다.
”안타깝군.“
혼자 중얼대다 마침내 장태산이 머물다 간 조작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하일로비치 아발코프? 신세계의 열쇠?“
작가는 1900년대 초기 사람에다가 제목도 그리고 그냥 평범해 보니는 사각 모양의 돌덩이 위에 삼각형 그리고 다시 그 위에 아마도 원형의 구가 올려져 있었나 보다. 모두 부서져 있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왜 깨지고 부서진 조각품들의 파편이 널린 여기에 마트료시카 인형이 함께 널부러 진것인지 다소 의아했다.
’사신‘은 유심히 마트료시카 인형의 머리 개수를 헤아려 보았다.
”······15, 16, 17, ···?“
아마 전통적인 러시아 목각인형인 마트료시카라면 분명 18개가 맞으리라. 그런데 17개만 있다? 이건 분명 그 한 개를 가지고 갔다고 합리적 유추를 해 볼 수 있었다.
’음! 뭐가 들었기에 그가 가져갔을까?‘
’그리고 어디로 갔지? 설마 ······.‘
’사신‘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
”장태산의 공격으로 연구소와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세르게이의 앞에 집사처럼 보이는 호리호리한 남성이 목을 숙여 공손한 태도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우리 전투조와 해결사 그리고 ‘RS Blood 5 전사’들은 뭘 한 거야?“
”그게 힘으로 할때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그자가 이상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답니다. 칼이고 검이고 메이스고 모두 상대가 되지 않았답니다.“
”그럼 놈에게서 추출한 혈액은 이용을 한 거야?“
”그게 아직 분석과 추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소가 공격을 받아······, 지금은 ··· 확인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때였다.
- 작가의말
스토리의 고민보다 삶의 고민이 더 큰 요즘입니다.
아무쪼록 몸건강, 마음건강 장 챙기시고 행복하세요.
대한민국 화이팅!
전 국민 행복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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