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인연(4)
삼진고등학교 체육관 창고 안!
장태산의 등장으로 도기훈과 그 패거리들은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가뜩이나 명절이라 할 일도 없는 피 끓는 청춘들이 간만에 몸 풀 수 있는 시간을 제공 받은 듯 하여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야! 저 시X놈 다구리 놔.”
도기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패거리들이 몰려들었다.
도일은 멍하니 바라보곤 어떡할지 모르고 그저 앉아만 있었다.
‘후다닥.’
‘야~아.’
“죽여!”
“잡아!”
“개XX.”
저마다의 말과 행동을 표현하느라 창고는 혼란스러웠다.
그 순간이었다.
‘휘이잉~’
장태산의 길고 육중한 다리가 270도로 회전하며 발차기가 전개됐다.
거대한 다릿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음향이 공기 소리를 만들어냈다.
‘쿠쿵궁.’
끝부분에 위치한 세 놈이 발차기에 휩쓸려 나가떨어지며 창고는 순간 적막에 싸였다.
“형은 말야. 애들이라고 안 봐줘. 그거 알고 덤벼. 알간?”
“시간 없다. 한꺼번에 와.”
장태산의 상반신이 앞으로 쏟아지는 순간,
정면에 삼각 편대로 구성하고 있던 패거리들이 꼬꾸라졌다.
‘터텅덩’
‘쿵궁’
“뭐, 뭐야?”
“왜 저래?”
자신의 패거리들이 왜 쓰러지는지 이유도 모르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슈가각’
‘퍼버벅’
‘콰~쾅’
장태산은 왼발을 도움 닫음과 동시에 오른발과 왼손,
그리고 오른 주먹으로 회전력을 이용한 삼단 치기를 적중시켰다.
이어서 떨어져 내리는 순간, 다시 몸을 사선으로 비켜 틀면서 팔꿈치, 주먹, 그리고 니킥과 마무리 내려차기를 전개하였다.
발끝이 땅에 닿음과 동시에 창고 벽면에 마지막으로 서 있던 곰 같은 덩치를 미식축구의 옆 태클로 박으며 창고의 상황은 끝이 나 있었다.
보고도 믿지 못한다.
한 바퀴, 두 바퀴, 그리고 벽으로 태클.
사람이 두 번 회전하며 열 명에 가까운 사람을 타격하는 것이 가능할까?
‘무슨 만화도 아니고 이건 뭐···.’
도기훈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 앞에 한도일도 멍하니 그 장면을 보곤 넋이 나가 있었다.
“야! 니가 도기훈이지?”
“네, 에엣.”
도기훈은 조금전 장태산의 무위(武威)에 순간 주눅이 들어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며 화가 치솟았다.
도기훈은 지금까지 어떤 형태의 힘에도 굴복해 본 적 없는 가해자의 전형이었다.
그런 자신이 겨우 폭력에 고개 숙였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너, 도일이랑 맞짱 한번 떠!”
“네, 왜요?”
“그래서 니가 이기면 네가 무사히 학교 졸업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고”
“지면 일진 내려놓고 이 학교 떠나는 거다. 아, 물론 그전에 사과부터 하고.”
장태산이 말을 마치자 도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기훈! 한판 뜨자.”
‘도대체 저녀석은 뭘 믿고 덤비는 걸까?’
‘명색이 내가 일진인데, 나랑 맞짱을 뜨겠다고?’
주위에 도기훈을 도와줄 패거리는 더는 아무도 없었다.
도기훈은 어차피 맞대결은 기세 싸움이고 선방 필승 아니겠는가.
생각을 정리한 순간
‘죽엇!’
주먹을 내뻗으며 도일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도일의 얼굴에 도기훈의 주먹이 정통으로 맞았다.
‘퍽’
‘···.’
‘뭐야 이거, 왜 안 아프지?’
‘내 통각에 이상이 생겼나?’
도일은 몰랐다. 안 아픈 것이 아니라 그간의 단련으로 자신이 강해지며 근육량이 늘었고 더해진 근육량에다 액틴과 미오신이 적절히 보강된 세포층이 도기훈의 타격을 적당히 흡수하며 통증이 줄어든 것이었다.
그리고 도기훈은 심성 자체가 악랄하고 남을 괴롭히는데 타고난 악당이지 물리력을 과시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즉, 아가리 파이터이지 주먹쟁이 일진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숨기려 그동안 자신의 말을 거역하는 존재에게는 무자비한 폭행과 린치를 가했다.
이제 그 비밀의 순간이 벗겨지고 있었다.
도일은 도기훈의 주먹을 맞으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맞잡은 멱살 위로 마침내 도일의 주먹이 꽂혔다.
‘퍼 억’
그 소리에 쓰러져 있던 패거리들이 하나둘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도일은 주먹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겨우 이런 녀석에게 중호가 시달리다 목숨을 버렸다니’
너무 화가 났다.
한 대, 두 대, ······ 이제 셀 수 없을 만큼 때렸나 보다.
도기훈의 얼굴은 부을 대로 부어 있었다.
도일의 주먹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그만.”
장태산의 한마디에 도일은 정신을 차렸다.
도기훈은 아마도 기절한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는 일진 패거리들을 창고의 한곳에 앉힌 채 태산은 단호하면서도 분명히 말했다.
“여기서 졸업하기를 원하는 놈! 손들어”
‘번쩍’
‘우르르’
무서움을 경험해서인지 주저함이 없었다.
쓰러져 있는 도기훈을 제외하곤 모두가 손을 들고 있었다.
“좋아. 앞으로 삼진고는 일진 없다.”
“금품요구, 삥 뜯기, 셔틀 따위도 일절 없다.”
“그리고 친구끼리 괴롭히기, 왕따는 특히 없는거다.”
“여기에 동의하는 놈만 용서해 준다.”
“동의! 손!”
‘처척’
모두가 손을 들었다.
물론 도기훈만 빼고,
‘띵 디리링, 띵 디리링···.’
도기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박춘식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뭐?”
“어, 어.”
“아니야. 그냥 가. 그리고 앞으로 연락하지 마.”
박춘식이 장태산을 보면서 설명을 했다.
도일의 동생이 집에 있는 것을 알고
일진녀들을 시켜, 동생의 친구에게 전화해서 나오게 한 다음,
강제로 데려오려 했단다.
근데 웬걸,
동생을 집 밖으로 불러내는 데 성공했지만,
일진녀들이 접근하는 순간 어떤 남자가 동생을 데려가며 자신들을 훈계했다는 것이다.
말이 훈계지 사랑의 매를 죽도록 맞았단다. 자기들도 명색이 일진에다 무서운 10대들 아닌가. 그런데도 힘 한 번 못 쓰고 개박살 났으니 소위 쪽팔려서 얼굴을 못 드는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 변호사의 등장도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태산은 현수의 부탁을 받고 자기가 도일에게 가고,
현수에게는 동생을 돌보라고 맡겨두었던 것이었다.
“이제, 남은 추석 연휴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하도록.”
“알았냐?”
“네, 넵!!!”
뒤늦게 정신을 차린 도기훈을 다른 녀석들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스쳐 가듯 나가버렸다.
박춘식만이 도기훈에게 머뭇거리며 무언가 전할 말을 생각하는 듯 보였다.
“기훈아! 연휴 지나고 보자. 그래도 넌 내 친구다.”
‘그래도 한 녀석은 친구라고 하는구나.’
장태산은 그 점에선 점수를 주고 싶었다.
이제 창고에 남은 사람은 태산을 제외하곤 둘 뿐이다.
“도기훈! 너! 약속 지킬거지?”
“······.”
“아니 왜 말이 없어?”
“네,엣”
“한도일! 넌!”
“사과하고 떠난다면 저도 중호 떠나보내겠습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도일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중호야! 미안하다. 내가 네 곁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함께 했더라면···.’
“도일아···! 미안하다.”
“나 다시는 안 그럴게. 용서해줘. 흑흑흑.”
“앞으로 어디 가서 살던 오늘을 잊지 말고 죄짓지 말고 살아라.”
장태산은 두 녀석을 바라보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돌아서며 한마디 잊지 않았다.
“아! 치료비는 각자 부담. 알지?”
***
추석 연휴가 끝난 2015년 9월 30(수)
도기훈은 등교하지 않았다.
학교는 조용했고 일진 패거리들도 조용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모두가 눈치를 보는 형국이었다.
마치 폭풍 전야라고나 할까?
다음날인 10월 1일
며칠 전의 잊지 못할 경험이 생경한 듯 회상에 잠긴 도일은,
평범한 자신의 인연이 되어준 두 사람.
현수형과 태산형이 너무 고마워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하나하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의 나래를 펴고 있었다.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며
평온한 일상과 수업이 진행되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수업이 시작될 때였다.
‘띵~동댕동’
“아아, 2학년 8반 한도일! 한도일군은 지금 즉시 교장실로 오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2학년 8반 한도일군은 지금 즉시 교장실로 오기 바랍니다. 이상”
‘띵~동댕동’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뭐지, 뭔 일이지?’
도일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혹시, 어제 그 일 때문인가?’
전화를 꺼내 번호를 누르며 이동했다.
***
교장실의 문을 노크하자
카랑카랑한 음성이 들려왔다.
“들어와요.”
문을 열자 화려한 응접세트의 양쪽으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정장 차림의 중년 남녀가 앉아 있었다.
“한도일입니다. 교장선생님.”
“그래 일단 앉아요.”
“······.”
“무슨일로 저를 찾으셨는지···.”
그러자 왼편의 중년 부인이 쏘아보듯 노려보며 날선 음성을 뱉어냈다.
“아니 그 이유를 모른다고?”
“그, 저, 말씀해 주셔야···.”
맞은편의 중년 남자가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도기훈학생을 폭행한 게 한도일 학생이라며?”
“······.”
“그리고 장태산이라는 어른이 함께 폭행했다고?”
“······.”
“너 이 새끼야 애들 싸움에 어른을, 폭력배를 동원해?”
“······.”
“기훈이 아버지가 경찰서장이야. 가만둘 것 같아?
“······.”
도일은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사실 도기훈과 자신이 싸운 것도,
장태산이 관여한 것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폭력이 동원된 것도
모두 사실이기에 무어라 변명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 작가의말
재미 있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선호작 등록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
코로나에 몸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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