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 열도 정벌(1)
함장은 장태산의 그 말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고함을 질렀다.
“차라리 나를 죽여라!”
태산은 아주 담담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럴 가치가 있을까? 당신이 뭐라고?”
완전한 무시였다.
돌아서 가버리자 함장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누치쿠쇼(개쉐리), 이 머저리 밥통 같은 개쉐이. 덤빌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 일본 방위성 새끼들 모두 뒈져라.”
장태산과 권혁이 헬기 탑승을 하자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이지스함에서 날아오르고 있었다.
“목표 동경!”
태산의 말에 조종석의 요원이 흠칫하며 놀랬다.
“마스터! 이것이 전투헬기라 영공에 들어가면 난리 날 겁니다.”
“본부에 연락해서 일본에 직통으로 내가 이 헬기 타고 가고 있으니 길 다 비워 놓으라고 해요.”
“어디로 갑니까?”
“동경! 긴자! 소니플라자! 아니, 에도성으로!”
“마스터! 적진 한복판으로 가시려고요?”
“내 집에서 뺨 맞았는데, 여기서 더 참으면 못 살거 같아서요!”
권혁팀장이 태산의 눈치를 보더니 한숨을 몰아시며 물었다.
“그래도 거기 황궁인데···, 델타 팀만으로 백업이 될까요? 더 불러서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요! 우리만 갑니다.”
“???”
“내가 어떤 놈인지 제대로 보여주려니까?”
태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일행을 태운 전투헬기 바이퍼의 부스터가 점화되고 두 배로 빨라진 무시무시한 속도로 대한 해협을 건너고 있었다.
얼마동안 비행이 계속되다 주 조종사인 한대길요원의 무전이 침묵을 깼다.
“마스터! 본부와 일본 방위성에서 급한 연락입니다.”
“연결해 주세요”
‘치칙~! 마스터! 일본 측에 외무성과 방위성에 이번 만행에 격분한 성명을 전달했고 마스터께서 해결을 원해 직접 가신다고 통보했습니다. 아마 바로 연락이 올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연락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같이 듣죠. 한요원 다자간 연결해 주세요.”
-안녕하십니까? 장태산 마스터! 저는 방위 대신 고노 로다입니다.
“보시다시피 안녕 못 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쪽에서 확인한 바로는 테러범은 저희와 연관이 없스무니다. 그 사실을 먼저 확인해 드리려 합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세요. 해상자위대소속 잠수함이 지금 나한테 나포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텐데요.”
-그래서 조속한 귀환과 해결을 위해 방향을 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 내가 일본에 직접 가는 것입니다.”
-마스터! 여기 내각관방 장관, 외무대신, 방위 대신 세 사람이 모두 당신에게 정중히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잘됐습니다. 두 번 말하지 않겠습니다. 내 집에 테러를 일으키고 내 가족을 납치해간 놈들과 배후 세력을 내놓으세요. 그리고 내 가족은 내가 도착할 때까지 털끝도 건들지 못하게 잘 모셔와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의 어떤 세력도 마스터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않습니까? 그러니 오해를 푸시기 바랍니다.
“더는 긴말 말고 내각조사실장 하나마루 야스오! 그놈을 빨리 데려와야 할 겁니다. 그리고 당신들보다 아베 신이조 내각총리대신은 왜 빠져 있는 겁니까?”
“마스터! 도착까지 약 십여 분 남았습니다.”
한대길요원이 중간 점검차 콜을 해 주자 통신의 반대편에서는 난리가 나고 있었다.
“아! 내가 깜빡하고 말을 안 해 줬는데, 이거 스텔스 헬기로 바꿔놔서 당신들 레이더나 위성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찾아. 그리고 지금 우리 전투위성의 NEMP(핵자기 전자파 펄스) 공격이 명령 대기 중에 있어요.”
-그···럼, 지금 사이타마 지역을 지나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십분 남았다고 했지요? 서두르세요. 그리고 방향을 바꿔 에도성, 아니 에도성 앞에 있는 동경경시청 본부로 갈 거니까 거기서 봅시다.”
-······그게 시간이···으음.
“내가 예전처럼 봐줄 거란 생각은 맙시다. 당신들 아직도 안 믿기지? 지금 일본에 선전포고하는 겁니다. 이 장태산이!”
선전포고! 전쟁을 알리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단어를 거론했다. 그들로서도 머리에 지진이 날 정도였다. 세 사람은 서둘러 경시청본부로 이동하면서 내각 총리대신에게 급한 연락을 취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 만일 잘못되면 ‘전쟁’이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막아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방위대신이 중얼거리듯 말을 했다.
“내각조사실장은 도대체 왜 그런 일을 벌인 겁니까?”
“그걸 알면 지금 내가 이러고 있겠소?”
“아니 외무대신과 관방장관이 모르면 누가 안단 말입니까?”
“그러지 말고 내각총리대신께 연락하고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장을 빨리 호출합시다.”
***
동경 시내 한복판 지요다구 지역 사쿠라다몬 역의 출입구에서 하늘을 쳐다본 중학생 사이토는 밀리터리 덕후였다.
사이토의 눈에 에도성 쪽 하늘 위로 빠르게 다가오는 헬기가 보였다.
놀랍게도 그것은 취재용 헬기도 경찰용 헬기도 아닌 미국이 자랑하는 공격용 헬기 바이퍼였다. 아니 외관은 비슷한데 약간 변형된 것을 보니 개량된 업그레이드 기종인 모양이었다.
사이토는 서둘러 자신의 핸드폰에 헬기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동경경시청본부 건물의 옥상으로 접근하는 헬리콥터를 본 경찰들이 우왕좌왕하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공중을 크게 선회한 바이퍼 헬기가 경시청 앞 도로 위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더니 한 쪽문이 열리며 사람이 옆으로 나왔다.
그 사람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건물 10층 높이에서 경시청 앞마당으로 뛰어내리듯 잡은 손을 놓아 떨어졌다.
사이토는 그 모든 과정을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떨어져 내려선 남자의 중력가속도로 인한 충격음은 주변을 울릴 정도로 크게 들렸다. 사이토가 서 있는 역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쿠~웅!’
충격으로 주변의 아스팔트가 층층이 내려앉아 씽크홀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
남자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신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는 경시청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스고이(すごい)! 혼또니 스바라시(本当に すばらしい)!”
사이토의 입에서 저절로 대단한 광경에 대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경찰청 입구의 경찰들은 영문을 모르다 보니 장태산을 막아섰다. 그리고 전투 헬기가 시내 한복판, 그것도 경시청본부 건물 앞에 나타나니 혼란과 난리가 났다.
태산은 성큼성큼 본부 건물로 걸어 들어갔다. 입구를 막아선 덩치 큰 경찰들이 태산의 팔과 다리, 허리, 목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았지만, 그 남자의 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질질, 대여섯 명의 경찰을 달고 거침없이 걸어가는 그를 향해 앞에서 달려오는 다른 경찰들은 삼단봉을 빼 들고 날렵하게 다가와 거침없이 그 남자의 머리를 가격했다.
‘퍼억’
삼단봉이 휘어졌다. 아니 구겨졌다.
“분명히 내가 도착한다고 했는데 준비도 없이 나를 이런 식으로 맞이한다는 건 이 장태산이 안중에 없다는 거지.”
분명히 혼잣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 남자는 사이토의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사이토는 조금 전부터 너튜브의 라이브채널로 생방송을 하고 있었다.
장태산은 유창한 일본어로 그 채널을 통해 진중하게 말을 전했다.
“일본은 나에게 저지른 죄에 대한 사과도 없고, 납치한 가족에 대한 구명도 없이 선전포고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고 공격을 감행하는구나. 그래 좋다. 지금부터 전쟁이다! 그러니 일본 국민들은 맞서 싸우던지, 도망가던지 해야할 것이다.”
장태산의 이 말은 너튜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이토는 얼어붙고 말았다.
장태산이 자신의 머리를 가격한 경관과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경찰관들을 털어내듯, 한 바퀴 돌면서 주먹과 발로 차서 날려버리자 사방 수십 미터로 날아가 처박혀 버렸다.
참혹한 모습으로 콘크리트 벽과 유리창과 가로수 나무기둥에 박혀있는 그들이 겨우 꿈틀거리며 살려달라고 말을 간신히 하는 것만이 그들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이리도 무책임한가?”
그의 말은 섬뜩했다.
그리고 마치 알려 주듯 이어갔다.
“당신들이 저지른 짓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모하고 멍청한 짓이었는지 알려줄게. 아! 지금부터 용서는 없다.”
경시청 상공에 있던 바이퍼 헬기는 어느새 경시청본부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버렸다.
경시청에서 쏟아져 나오는 경찰들을 장태산은 온몸으로 그들을 밀고 건물 안으로 돌진해 버렸다.
‘퍼퍼퍼벅~!’
수십 명의 경찰관이 건물에 부딪히며 피곤죽이 되고 건물과 함께 박살이 나고 있었다.
그들이 밀려 들어간 건물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보였다.
사이토가 내보낸 생방송으로 인해 일본은 충격에 빠졌다.
‘전쟁이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난리가 났다.
‘뭐야, 수퍼맨인가?’
‘사람이 아닌 모양이다. 외계인?’
‘주식도 집도 다 소용없다 와하하 잘됐다.’
‘빨리 일본을 떠야 해, 곧 침몰한다.’
‘빠가! 고작 한 놈이랑 일본이 전쟁?’
‘해라 전쟁! 재미있겠다.’
다양한 의견과 견해가 난무하는 사이 이것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왜냐하면, 각국의 정보 요원들은 장태산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은 정보통제와 보도통제로 인해 어느 누구도, 알지만 함부로 언급조차 할 수 없었던 존재였다.
일본주재 각국 대사관에는 즉시 소개령이 내려졌다. 자체적인 정보로도 움직였겠지만, 장태산이 아예 일본 내 대사관이 있는 나라에 사발통문을 보낸 것이 더 크게 작용한 탓이었다.
경시청본부 입구에서 밀고 들어간 태산의 몸이 어느새 건물 뒤편을 뚫고 나왔다.
멈추지 않고 몸을 훌쩍 뛰어 10층을 깨부수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다시 아래층 바닥 면을 계속 뚫고 1층 로비로 내려섰다.
그를 막아설 경관은 더는 없었다. 대부분의 경관이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오는가?”
장태산은 건물의 출입구에 들어오는 차량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경시청본부 입구에 들어서던 고급 관용차량들이 어수선하고 파괴된 입구에서 더는 진행 할 수가 없어 멈췄다.
차에서 내리는 고위 관료들을 알아본 출입구 측에 근무자들이 그들에게 무어라 내용을 전하는 사이였다.
장태산이 그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갔다.
그러자 그를 막아서는 경관들이 총을 뽑아 들었다.
“총을 거두게! 그는 자네들이 어찌해볼 그런 사내가 아니네.”
방위대신의 말에 겨누었던 총을 슬며시 내렸다. 방위대신이 태산에게 다가가 큰절을 하듯 상체를 숙여 진심을 담은 인사를 했다.
“고노 로다입니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장태산입니다. 내가 말한 시간이 경과되어 아무런 회답도, 조처도 없기에 먼저 움직였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긴히 대화를 위해 자리를 옮겼으면 합니다.”
“갑시다. 앞장서세요. 아! 근데 십오 분 이상은 기다려 드릴 수 없습니다.”
경시청본부 건물 대회의실 고노 로다를 포함한 세 명의 장관과 뒤이어 도착한 경찰청 장관이 장태산과 마주했다.
“마스터에 대한 테러와 납치는 정말 저희와 무관합니다.”
“연관된 놈들이 누군지 알 것 아닙니까? 내가 알려줘야 하나요?”
그때 대회의실 문이 열리며 그가 들어왔다.
일본을 움직이는 남자!
‘아베 신이조’
이제 당신이 이 사달을 책임져야지 않겠어요?
- 작가의말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한 주 입니다.
힘이 없어 힘을 키워야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힘내십시오.
7월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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