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인연(1)
“삼일! 연락해”
“아니면 셈을 내가 정하는 불상사가 생기니 잘 생각해”
"..."
“요.~~사람님”
김동철은 순간 호기심에 물었다.
“제가 누군지 아시는지요?”
“내가 못 찾는 사람은 딱 두종류 입니다. 사람님!”
“하나가 바로 진짜 없는 사람, 즉 가공인물”
“그리고 남은 하나는 죽은 사람입니다.”
태산이 소파에서 나오는 여성들에게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조금 전 태산이 맡겨둔 녹화용 핸드폰이었다.
“여기 동영상 촬영이 잘 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그리고 이곳의 CCTV도 제가 가지고 간답니다.”
김동철은 인상을 구겼다.
‘시바, 좆됐다.’
***
병실에서 눈을 뜬 도일은 병상 옆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태산을 발견했다.
“형! 고마워요.”
“마침 내가 현수 대신 배달 도우러 갔다가 발견해서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그러게요. 정말 형하고는 인연인가 봐요. 고등학교 때부터 쭈욱···.”
도일은 고등학교 시절 태산을 만나 도움받은 과거를 떠올리며 웃었다.
여전히 순박한 웃음을 짓는 도일이 언제나 맘 한편에서 애틋했다.
태산은 빙긋이 웃으며 맞은편 침대의 커튼을 젖혔다.
그곳에 환하게 웃으며 병원복을 입고 있는 도일의 여동생 도경이 있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두 분, 돌아가시고 너희 남매를 내가 각별히 생각하는 거 알지?”
“사이좋게 치료받고 빨리 나아라.”
“아, 그리고 여기 VIP 병실이라 둘만 있으니 괜히 싸우지 말고”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편하게 쉬어”
도일과 도경은 창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태산을 바라보았다.
창에 드리운 햇살을 받은 태산은 마치 은빛을 두른 천사의 형상을 닮은 듯 보였다.
가뜩이나 훤칠한 키와 탄탄한 근육질을 가진 몸매에,
반사되어서 뿌려진 몽환적 빛의 산란이 만들어내는 태산의 실루엣은 더욱 완벽해 보였다.
‘띠리링’
“네, 장태산입니다.”
“·········”
전화를 받은 상태에서 쉬라는 입 모양을 만들고는 태산은 밖으로 나섰다.
도일은 얼굴과 몸에 생긴 상처의 고통보다 마음이 푸근해져 침대에 몸을 뉘었다.
태산을 만났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
2015년 10월 1일
한도일은 회상에 잠겼다.
몇일 전의 경험이 너무 생경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신세가 너무 한심했다.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였고
싸움을 잘 하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주변에 인기가 많거나
아주 특출난 외모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생 일뿐이었다.
다만 3살 터울의 여동생인 한도경은 달랐다.
공부는 전교 1등,
외모는 인근 주변 학교에서 인정하는
독보적인 미모를 가진 중2짜리 학생이었다.
여동생 때문에 고등학교 생활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많은 친구가 동생을 소개받으려고 친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고로 남자들은
나이가 많으나, 젊으나
지위가 높으나, 낮으나
가진 것이 많으나, 적으나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이성에게 대한 말은 딱 하나다.
“이쁘냐?”
‘그렇다. 이쁘면 다 된다.’
한도경은 이쁘다. 그래서 다 되는 거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도일의 문제가 생겼다.
도일이 다니던 삼진고등학교에 소위 말하는 문제아가 전학을 오게 되면서 학교의 분위기가 바뀌고 도일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삼진고는 사립재단이었다.
재단 이사장의 친척이자 경찰서장의 아들인 도기훈이 전학온지 한달만에 학교 일진들을 장악했다.
사립인문고등학교의 일진들이라고 해봐야 그리 심각한 문제아는 없었다.
그러나 도기훈은 달랐다.
이미 전학만 5번째, 더 이상 옮길 수 있는 학교도 없었다.
다행히 집안과 아버지 빽으로 문제를 무마하며 삼진고를 오게 된 것이다.
도기훈이 전학하고 일진을 통합하며 학교를 장악 하는 데는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악랄했고 무서우며 포악했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이후 3학년들은 일진에 관심이 없었으며 실세는 2학년이 되는 것이었다. 그 시기를 타고 도기훈이 학교를 장악하며 주변에 피해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1, 2학년 모든 학급마다 매월 상납금을 시작해서
각종 기념일 헌금, 모금과
게임을 포함한 각종 셔틀제를 운영하며
거의 황제로 나날을 보냈다.
말을 듣지 않는 학생이나 반대 세력은 끔찍한 폭력으로 굴복을 시켰고
선생들 역시 폭력과 함정과 금품으로 자신을 거스를 수 없도록 방법을 만들어 갔다.
도기훈과 한도일은 반도 다르고 어울릴 공통분모가 없었기에
만날 접점이 없었다.
그런데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만들어졌다.
도기훈의 셔틀 중 한명인 김중호는 원래 도기훈이 오기전에 한도일과 친했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주 어울렸다.
그리고 도일의 여동생인 한도경을 굉장히 좋아했다.
서로 왕래가 잦은 만큼 친했기에 형제와 같았다.
혼자 맘을 키우던 김중호는 함께 찍은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김중호가 도기훈의 셔틀인지 모르고 지내던 어느날.
얼굴이 심하게 구타 당한 흔적과 팔을 다쳐 깁스를 한 중호를 방과후에 만났다.
도일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묵묵부답으로 자신을 피하기만 했다.
중호는 도일에게 단 한마디만 했다.
“도일아! 학교에서 절대 나랑 친한 척도, 나를 도와주려고도 하지 마라.”
“꼭 약속해.”
답답한 마음에 중호가 맘을 열기를 기다렸으나 그 기다림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더 이상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중호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자살이란다.
온몸에 타박상과 갈비뼈가 으스러진 상태로 독서실 옥상에서 아무도 없는 밤에 뛰어내렸단다. 유서 한 장 없이···.
근데 내게 그전에 문자가 왔다.
‘친구야 미안하다. 너랑 도경이랑 함께 찍은 사진을 도기훈이 뺏어갔고 도경이를 노린다고, 그 새끼를 막으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아마 내가 잘못되면 이자식 때문일 거다.’
이 내용을 경찰에 알렸더니 친구에게 한 유서란다.
경찰서장인 도기훈의 아버지가 이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
그래서 더 억울했다.
중호의 가족들은 견디지 못하고 이사를 갔다.
도일이 학교와 경찰에 도기훈의 학교폭력을 문제 삼자
전방위적인 압박이 왔다.
재단측을 통해 선생님들을 압박해 무마했다.
경찰서장이 일선 수사를 종결시키고 철수토록 만들었다.
내가 맞설 방법이 없었다.
더욱 무서운 일은
동생인 한도경을 도기훈이 노골적으로 노리기 시작하며 벌어졌다.
중호의 셔틀일을 도일에게 시켰다. 말을 듣지 않자 무자비한 폭력이 가해졌다.
도일의 부모님이 학폭위와 경찰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작 도기훈은 간접적인 관련자가 되고 주변 똘마니들이 학폭위와 경찰의 조사를 받아 교육청의 가벼운 처벌로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참을 수 없었다.
악랄하다는 단어의 의미를 일깨워 준 존재가 바로 도기훈이다.
그러나 부모님도 방법이 없었다.
도일은 견딜 수가 없었다. 동생인 도경을 위해서라도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있을 순 없어. 내가 나서야 해.’
도일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성당의 신부님이 함께 기도해 주셨다.
그러던 어느날 ··· .
성당의 봉사와 납품을 도맡아 하는 김현수라는 형을 신부님이 소개해주었다.
기도와 함께 체력 도 단련하라는 의미였을 꺼다.
왜냐하면, 현수형은 거의 매일 운동을 하는 체력파였다.
현수형의 권유로 함께 로드웍을 하며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런 형에게 자연스레 도일은 자신의 아픔과 어려움을 털어 놓게 되었다.
“너 정말 힘들었겠다. 그치만 걱정마! 내가 도와 줄게.”
현수형은 또한 정의파였다.
자신이 도와주겠노라며 도일을 위로해 주었다.
정말 든든했다.
믿음직한 형이 생겼으니 아픔이, 아렸던 통증이 줄어드는 듯 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도일은 현수형을 통해 한층 성장했기에 도기훈의 괴롭힘을 견디겠다고 마음먹었다.
***
-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재미 있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선호작 등록 부탁드립니다.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코로나에 몸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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