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철부지, 어른(3)
“살고 싶은 놈. 손!”
‘처척.’
입구에 선 몇 놈들이 손을 들다 주위의 눈치를 보곤 슬며시 손을 내렸다.
단 한 사람만 손을 들고 있었다.
도충환의 아들 도기환이었다.
“도기환! 넌 엎드려서 만세하고 있어.”
도기환이 그 말에 따르자. 도충환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곤 화를 냈다.
남복동이 큰소리로 명령했다.
“저 새끼 밟아!”
“와아~!”
각목과 배트와 회칼과 도끼를 휘두르며 수십 명의 덩치들이 무서우리만치 큰 함성을 쏟아내며 달려들었다.
태산은 도일의 가족을 돌아보고 안심하라는 한마디를 하고는 마주한 방향으로 팔을 활짝 벌려 껴안듯 달려갔다.
가운데 이십여 명 정도가 태산에 의해 쓸려나가듯 밀려났다. 단순히 밀려나는 것이 아니었다. 충격에 뼈와 근육이 짓눌려 부러지고 뭉개지는 처참한 형태였다. 양옆 쪽으로 달려온 덩치들은 다행히 태산의 태클을 벗어났다. 그 몇몇이 도일의 가족을 향해 달려갔다.
태산이 미처 쳐다보기 전이어서 손을 쓸 수 없었다.
놈들은 도일의 가족을 붙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형! 살려줘요!”
도일은 큰 소리로 태산을 불렀다.
그러나 태산이 달려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이미 태산의 주변에는 다시 수십명의 덩치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
‘파차창’
‘쿵콰쾅’
도일의 천정 부근과 좌우 벽면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렸다.
도일의 가족에게 달려들던 덩치들이 순간 멈칫거렸다.
덩치들의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처처척’
도일은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가족들 앞에 특수부대 군복 같은 복장을 갖춘 세 명이 대검을 손에 비껴진 체 보호 자세를 취하였다.
덩치들이 다시 달려들었다.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푸슉’
‘퍽’
덩치들의 어깨와 다리에서 뭔가에 부딪혀 튕겨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이내 그들의 다리에서 피분수가 피어 올랐다.
“총이다. 피해라!”
누군가 고함을 질렀고 그 덕에 덩치들은 접근을 멈추고 바닥으로 벽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태산을 둘러싼 놈들은 오히려 더욱 흉포하게 덮쳤다.
태산은 놈들의 칼부림과 배트, 각목을 온몸으로 받아내었다.
태산이 그들을 밀어붙였다. 덩치들은 벽면에 부딪히며 그야말로 뭉개졌다. 마치 차량과 벽면에 부딪혀 피떡이 된 무서운 모습이었다.
남은 조직원들이 도일의 가족에게 다가가지 못하자 태산을 향해 달려들었다.
태산은 한방에 한 놈, 두 놈씩 작살을 내고 있었다.
장내가 정리된 듯 조용했다.
태산이 창고의 한가운데 서자 도일은 그제야 주위가 보였다.
창고의 가운데는 쓰러져있는 덩치들로 산을 이루고 있었다.
벽면은 덩치들이 피떡이 되어 짓뭉개져 있었다.
남복동과 도충환이 태산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옆에선 김택기가 그 둘을 보호하려는 듯 칼을 뽑아들고 태산과 대치하는 모습이었다.
“형님! 사장님과 빨리 먼저 가세요. 여긴 제가 맡겠습니다.”
“알았다. 뒤를 부탁한다.”
두 사람은 서둘러 건물을 나갔다.
그리곤 이내 다시 돌아왔다.
“아니 왜 돌아오십니까?”
“밖에 저놈들처럼 시커먼 특수부대 복장을 한 놈들이 너무 많아. 갈 데가 없다.”
도일의 가족들을 묶었던 포승을 제거하고 그들을 돌보던 건장한 사내 중 한명이 태산에 다가가 정중히 인사를 했다.
“마스터!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권팀장! 딱 멋진 등장이었어요.”
창고 내부의 혼란과 부상자들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그 와중에 태산은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김택기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너! 이름이 뭐냐?”
“김··· 택기다.”
“넌 한번 살려줄게. 가라.”
“······.”
그래도 의리가 있는 놈이었다.
보스를 버리고 도망치지 않는것에 점수를 준다.
태산은 도일의 가족에게 정중한 인사를 하였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병원 입원치료를 받도록 조처해주었다.
출발 전에 도일에게 저들을 어찌하면 좋겠는지 의견을 물었다.
“도일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마.”
“다시는 이런 짓 못 하게 해주세요.”
“형! 너무 고마워요.”
“근데 형은, 어떻게 칼을 맞고도 멀쩡해요?”
“도일아! 너 혹시, 금강불괴지체(金剛不壞之體)라고 들어봤니?”
"금강석처럼 단단해 불로도 태울수 없고, 썩지도 않으며, 부서지지 않는 막강한 몸짱이지."
“무협지 말하는 거예요?”
“응.”
도일의 가족이 떠나고 세남자와 남동파를 처벌하려는 절차만 남았다.
도충환은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과시하며 이 순간의 모면을 위한 몸부림을 쳤다.
“니들이 한 행위를 보면 도저히 용서가 안돼. 그런데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데 가능할까?”
“네, 네,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장태산은 코웃음을 쳤다. 악당이 자기의 역량을 파악하고 꼬랑지 내리는 것을 믿을사람이 얼마나 될까?
본인 마음 같아선 그냥 깔끔하게 싹 물고기 밥을 만들고 싶었다.
허나 도일과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 합리적, 합법적으로 처리하기로 맘먹었다.
태산은 TS시큐리티 권혁팀장을 통해 조폭들을 통제하는 한편 놈들의 증거를 먼저 확보하도록 지시했다. 이어서 창고에 들어온 인물들은 검사와 경찰청장이 들어왔다.
“중앙지검 한철수검사입니다.”
“경찰청장 강경범입니다.”
“장태산입니다.”
검찰과 경찰의 인원이 인계를 받기 시작했다. 도충환서장의 표정은 안심하는 듯 보였다.
태산은 두 사람에게 당부하듯 말했다.
“어찌 처리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민사상 보상 관련은 제가 할 테니 형사 건만 집중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네, 맡겨주십시오.”
태산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불법적으로 형성된 도서장의 재산과 여기 가담한 남동파의 재산은 전부 환수해서 피해자들의 회복과 지원을 위해 쓸 거다고 알려주었다. 왜냐하면, 아직 국가가 그렇게 하고 싶어도 시스템적으로 환수하는데 절차나 많은 시간이 소요하기에는 많은 날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업체를 통해 경매 및 보상, 매매 등으로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뉴스의 헤드라인은 현직 경찰서장과 조폭과의 커넥션과 룸살롱 그리고 마약과 살인 및 강압수사와 봐주기식 수사 등 엄청난 비리의 뉴스를 쏟아냈다.
덕분에 발본색원하는 차원에서 고강도 수사가 진행되었고 강력한 처벌이 예고되었다.
그 와중에 태산의 조직은 남동파와 도충환서장의 개인재산을 철저히 파악하여 환수작업을 진행했다.
***
2020년 12월 24일 14:30
태산은 핸드폰 액정의 날짜를 보았다.
‘크리스마스 이브, 잘못 본 것은 아니네.’
그런 생각에 불편한 느낌이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늘로써 강남 클럽 격투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째다.
김동철이 약속한 사과와 보상안을 가지고 방문하기로 한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를 넘기기 싫어 용서를 위한 사흘이었는데”
“어쩔 수 없군. 안타까워 정말.”
혼자 중얼거리며 손에 들고 있는 커피를 한 모금 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는 커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추출한 원두로 만든 루왁 커피!
태산은 바리스타는 아니었다.
허나 자신을 위해 신경 써서 커피를 내려준,
조비서를 위해 음미하듯 한 모금씩 마시는 연습을 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리는 태산의 눈 앞에 펼쳐진 야경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젖줄인 한강을 바라보며
강줄기를 따라 펼쳐진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100층 높이의 펜트하우스.
한 개 층을 통으로 사용하는 소유주가 바로 장태산이다.
‘지이잉’
“장태산입니다.”
‘금천유통 법무팀입니다’
“네, 무슨 일이죠?”
‘다름 아니라 저희 김동철대표님께서 병원에 입원 중이셔서 부득이하게 저희가 찾아뵙고 보상 관련 합의를 진행 하고자 합니다.’
“법무팀 담당자면 계약위반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겠네요. 이거 계약위반입니다.”
‘알지요. 그래서 이렇게 합의 진행을 위해 연락 드렸지 않습니까?’
“다시 한번 말해드리지요.”
“대표님께 분명히 전하세요. 오늘 안에 오지 않으면 계약위반이라고.”
“그리고 이 내용은 당신의 밥줄과 미래도 걸려있으니 빨리 움직이세요.”
태산은 전화를 끊었다.
태산의 비서인 조아라는 잔을 치우며 그에게 살며시 눈을 흘겼다.
“또 어떤 일을 벌이신 거예요?”
“일은 무슨 조비서도 알잖아. 왜, 그 도일이, 도경이 말야”
“아, 강남 클럽 격투 사건 말이죠?”
“으응”
“그 건으로 강남서와 경찰청장 그리고 내무부장관님 전화 왔었습니다.”
“그 이후로 상공부와 청와대도 역시! 전!화! 왔구요.”
한마디씩 끊어 또박또박 말하는 것은 일종의 클레임 전화라는 의미였다.
태산은 머리를 긁적이며 조비서의 눈치를 보았다.
“장태산님! 잘하셨어요. 어른이 어른임을 보여줘야지요.”
“법무법인 태산의 김대표님께 일단 준비하시라고 연락해 두겠습니다.”
“고.마.워 조비서. 흐”
천하의 상남자 장태산은 신기하게도 조비서 앞에서만은 순한 양이 되는 것 같았다.
***
전화기를 바라보던 금천유통 법무팀장 유도근은 순간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지가 뭐라고, 합의해준다는데 고집을 피우는 거지?’
‘돈이 궁하지 않은 모양이네.’
‘놔두면 알아서 연락 오겠지?’
‘설마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지나고 26일날 연락해도 되겠지?’
보통은 김동철대표가 문제를 일으킨 사건의 합의는 돈으로 충분히 원만한 합의를 했었다.
이 사람도 돈을 더 받기 위한 단순한 으름장이라고 단정 지어 버리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 생각에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는 사무실로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무심코 지나쳐버린 이 한 통의 전화가 얼마나 큰 파문을 불러올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 크리스마스의 휴일을, 최후의 휴일(?)을 즐기러 가버렸다.
***
- 작가의말
재미 있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선호작 등록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
코로나에 몸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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