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유리정원에 들어갈 수 있는 첫 번째 키
넌 남의 머리 탐험할 때 허락받고 읽니? 난 몰래 들어가~ 왜? 더 짜릿하니까. 당연한 걸 물어~ 우아한 척, 고상한 척, 도도한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들조차도 머릿 속은 모두 평등했어. 탐욕, 질투, 분노, 사랑, 연민 말로 다 표현 못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 데 그걸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 쉽게 내놓지 않아서 더 궁금한 속사정 내가 먼저 알아내어 긁어주니 멱살을 잡을 줄 알았는데 내 손을 잡으며 고마워했어.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분노하지 않고 차분해지게 만드는 나만의 비결 궁금하지 않니? 그럼 조용히 따라와 그들만의 비밀이야기를 들려줄테니.
* 바니아스의 집무실
“ 물러도 너무 물렀다. 그대로 두었다면
한꺼번에 해결될 일을 일부러 칼파를 넘어
뜨려 왕태자에게 기회만 주었으니..... ”
“ 저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그날
3왕자님의 행동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2왕자의 속셈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그로 인해 두 왕자님에게 의심을 가지고
있던 왕태자님의 마음을 얻게 되었지요.
2왕자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까지도
말입니다. ”
“ 그렇다는 건... ”
“ 우선은 왕태자님과 손을 잡는 다면 어떨까
합니다. ”
“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된다는 것이군. ”
“ 맞습니다. 아직은 왕태자를 거스를 필요는
없으니까요. 후렘 카딘은 그것을 알기에
2왕자의 고개를 눌러버려 몸을 낮춘 것
이구요. 최대한 사릴 수 있을 만큼 사려
때를 기다렸다가 칠 요량이니 그 때를
먼저 선점한다면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
“ 앗산 너의 말대로라면 굳이 우리가 드러
낼 필요는 없겠구나. 이번 시찰단에 너를
넣을 것이니 따라붙은 뒤 곧바로 2왕자
사람들의 곁에 붙어 연락책이 되거라. ”
‘ 하... 이렇게 믿고 맡겼던 앗산이라는
자에게 뒤통수라도 맞은 모양이군. ’
그들의 대화를 통해 바니아스의 책사인 듯
했는데 행방이 묘연하다... 과연 바니아스가
혈안이 될 만하다. 그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경계하고 있는 이에게
있어서 좋은 먹이가 될 테니 말이다. 허나
앞선 재판과 비교했을 때 먹이는 확실히
처리 되지 않았다면 회수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배웠다.
만약,
앗산이 상대방에게 붙어 의중을 사실로
만든다면 상대가 누구인 들 경중만 다를 뿐
위험한 것은 매 한가지이니. 우선 샤말과의
명상에서 그 자를 찾아야 할지 말아야 할
지를 결정하기로 하고 오랜 시간을 끌면
괜시리 경계만 깊어지니 그자의 인상착의를
다시금 확인한 뒤 대장군과의 명상을 마무리
했다.
“ 무리한 걸음이 되려 독이 됩니다. 억지로
이어가기보단 스스로 찾아들기를 바라는 게
현명할 것입니다. ”
흠칫..
돌아나가려는 바니아스의 등 뒤로 부드럽게
내리 꽂는 한마디가 다시금 그를 돌아보게
했다.
“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 ”
“ 장군님의 눈 밑이 거뭇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찰이 목적이시라면 이리
피곤 할 기색이 없어야 할 텐데 너무 무리
하지는 않으신 가하구요. 그리고 장군님을
이리 초조하게 만드는 것이 사람인지 물건
인지는 모르나 무언가를 계속 기다리는 듯
하여 드리는 말씀입니다. ”
“ 나약함은 곧 죽음과 직결이다. 전장을
누비는 자에게 이 정도는 무리라고
느끼지 않는다. ”
“ 아닙니다. 아무리 숨가뿐 산을 오르더라도
한번은 쉬어주셔야지 살아서 오릅니다.
끝까지 가서 소리 한번 외치지도 못한 채
쓰러져 평생을 허비한다면 그것만큼 어리
석은 일은 없지요. ”
“ 건방진! 왕자전하께서 존대를 해주니
나까지 하등하게 보는 것이냐~!!! ”
“ 그게 아니오라.. ”
“ 됐다~! 왕자의 체면을 생각해서 여기까지
허락하지. 더 이상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게다. ”
이제껏 만난 이들과 똑같은 반응을 나타내는
바니아스. 아무리 살려주려 한 들 알아들을
리 없다 생각한 나는 곧바로 수긍하며
마무리 지었다. 이야기를 마친 뒤 곧바로
이어지기 전 샤말에게 10분정도의 휴식
시간을 양해 받은 뒤 생각을 정리했다.
바니아스의 사람이 제국에 들어온 것은
확인되었으나 행방이 묘연하다. 이에
바니아스는 세작으로 추정하여 백방으로
찾는 중이고 이것에 대해 샤말이 알고
모르고는 우선 중요하지 않다. 샤말이 배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셋 중에 미끼로
삼은 것이 바니아스인 것이 분명하니 내가
과연 그가 원하는 해답을 찾아 바니아스를
조정해주면 되는 것인데...
여차하면 나의 사술에 바니아스가 현혹되어
이뤄진 일이라고 둘러 댈 탈출구로 사용되기
전에 난 이에 발을 뺄 수 있는 장치 하나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나의 능력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는 걸 안 이상 더더욱.
“ 들어오시겠습니까.. ”
“ 그 어디에서도 이리 숨 쉬기 좋은 곳은
없더군요. 왕성 내에서 조차도.. ”
“ 그럴 리가요.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님의
곁만큼 안전한데는 없지 않을까요. ”
“ 부모도 다 같지는 않나 봅니다. 자식을
위해 용기와 욕심을 드러내는 이도 있지만
그저 침묵하고 순응이 답이라는 분들도
계시니 말입니다. ”
씁쓸함이 잠시 스쳐지나가다 다시금 붉은
빛이 가득한 얼굴을 내보이며 말했다.
“ 안식을 위한 명상을 시작하지요. ”
“ 네 그럼 편안하게 눈을 감으십시오. ”
왕후가 따로 없는 공허한 하렘 아래
3번 째 카딘의 소생으로 입지가 높지
않은 그였기에 애초에 아비의 정은 바라
지도 않았을 터 그런 그를 다독여야 할
어미는 그를 무딘 날로 교육을 했음이야.
조금이라도 모자른 듯 보여 목숨이라도
연명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이리 야망이 큰 그릇인 줄도 모른 채...
“ 너에게 묻겠다. 너의 주인은 누구이냐. ”
“ 지금 제게 하문하시고 계십니다. ”
“ 다시 한 번 더 묻겠다. 진짜 너의 주인은
누구냐. ”
“ 백번을 하문하셔도 답은 같습니다. ”
“ 그렇다면 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알겠구나. ”
“ 그것은... ”
“ 아직까지도 갈피를 못 잡는다는 헛소리나
들으려고 널 살려둔 것이 아니다. ”
등잔 밑이 어둡다 했다.
설마 앗산이 샤말의 영역에 숨어..아니
잡혀있을 거라곤 예상 못했을 테지. 샤말은
앗산을 자신의 말로 이용할 셈인데. 그걸
눈치 못 챌 자가 아님에 어떤 연유로
순순히 잡힌 것일까.
“ 그럼 하나만 감히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 말하라. ”
“ 지금 손에 쥔 것은 방패입니까,
창입니까? ”
“ 나는 그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다. ”
“ 그렇다면 만약 손에 창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 ”
“ 무례하구나. ”
“ 무엇을 말입니까? ”
“ 우리 형제를 이간질하기 위함이 아니냐. ”
“ 이미 왕자님께서는 선택하지 않으셨습니까. ”
“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
“ 제가 여기 있다는 것이 그 답이지요.
저의 주인은 왕자님께서 분명하나 제 손
발을 움직이는 이가 따로 있음을 알기에
말입니다. ”
모호한 샤말의 의중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앗산은 조금씩 왕자를 자극하고 있다.
만약 2왕자의 카딘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그날의 일들이 우연히 아니라면 샤말을 설득
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은 좀 더 강한 쪽과 결탁
하여 샤말을 버리려는 것이다. 살기 위해
목숨을 건 도박을 한 셈.
“ 아펠군. ”
몽롱해져 있던 나를 깨우는 샤말.
흠칫 놀래며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눈을
비비자 웃으며 내게 말을 마저 건넨다.
“ 우리에겐 해답이라는 게 무의미 합니다.
인생에서 답은 언제나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바람 하나에도 순식간에 바뀌니 말입니다. ”
“ 하지만 분명한 길이 있다면 결국은 끝이
보이지 않을까요. ”
“ 그렇지만 아직은 제게 갈림길만이 보여
고민이 듭니다. 만약 아펠군이라면 갈림길
앞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
“ 흐음... 아직은 제가 어리고 나약 한가
봅니다. 쉽고 빠른 길을 선택하여 고민을
털어버리고 싶네요. ”
“ 오늘따라 나이에 맞는 대답이라 너무나도
부럽습니다. 그 나이 때 전 어떠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데 말이지요. ”
그렇게 말을 마친 그는 조용히 인사 후
돌아섰다. 앗산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전 나를 깨워 답을 흐린 뒤 자신의
갈래 길을 내게 던졌다. 그 곳에는 답은
없지만 최소한 죽음을 피할 방도가 있으니
잘 찾아보라는 배려 아닌 배려. 그렇다면
그 자가 살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아내야 된다는 말인데...
“ 아펠... ”
“ 그냥 도망가고 싶어 자린. ”
“ 그와 무슨 말을 나누었던 거니? ”
“ 자린 잠시 자리를 비켜주겠니. 아펠과
할 이야기가 있으니. ”
“ 신부님. 어쩔 수 없단 말은 하지마세요.
이번엔 도련님이라고 해도 봐주지 않을
테니까. ”
“ 자린 내 사람이잖아. 언제부터 아이들
보모가 되어선 너무하구나. ”
“ 그러니까 꼭 해결해요. 일을 여기까지
끌고 온 건 책임지셔야죠. 어른이니까. ”
씩씩거리며 돌아서는 자린을 마주하지
못한 채 난 고민이 가득한 얼굴을
신부님에게 들이밀었다.
“ 녀석.... ”
“ 자꾸 왜 무서운 사람들만 늘어나는 지
모르겠어요.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위협
하는 사람까지 이러다 눈도 못 마주치고
믿지도 못하게 될까봐 겁나요. ”
“ 그 많고도 많은 배짱은 다 어디로 가고
이리 약하게 주저앉아 금방이라고 울
것처럼 그러느냐. ”
“ 처음엔 그저 벗어날 수는 있겠다 싶었
어요. 정말 휘말리고 싶지 않으니까. 근데
이 자는 도대체 저의 저.. 아니 능력을
어떻게 눈치 챈 것인지 그걸 역이용하는
느낌이라 자꾸만 말려들어요. ”
“ 그저 짐작이 다일수도 있지. 제국과 달리
아슬란은 사술에 의존을 많이 하는 편이라
이런 쪽으로 관심이 많은 데다 믿음도
강한 듯 하구나. 나와 처음 만났을 때도
마치 심연에 빠진 듯한 모습에 순수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 너에게서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믿기지 않을 만큼. ”
“ 신부님.. 죄송하지만 샤말왕자의 아아를
아주 잠깐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하나만 확인할 게 있어요. ”
“ 아슬란 시찰단의 방문을 감사하는 의미로
연회를 연다하니 혹여 그때 연통을 넣을 수
있을지 알아보마. ”
연회라..
아슬란의 왕과 왕국을 대표하는 그인
만큼 거기에 걸맞은 연회일 테지 지금의
신분으로는 불가능 할 테.....!! 어쩜 전혀
불가능하진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불현 듯 스쳐 지나갔다.
* 던컨
“ 언제는 들어가기 싫다더니 이젠 빨리
들어가게 해달라고? ”
“ 조만간 열릴 아슬란왕국 시찰단을 위한
연회에 참석해야만 할 일이 생겨서... ”
“ 하~ 재판 한번 이겼다고 진짜 귀족이라도
된 것 같구나. 이번엔 좀 더 큰 판에서
놀겠다니.”
“ 결코 손해 볼 일은 없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지도. ”
“ 무엇을 말이냐? ”
“ 그건 연회에 참석한 뒤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지요. ”
“ 맹랑하기 그지없군. 또 다시 룰렛을 돌리
라니. ”
“ 이번 건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여차하면 모른 척하셔도 섭섭하다
생각지 않겠습니다. ”
“ 하~ 그건 당연한 것을. 그럼 헥터공과
이야기를 나눈 뒤 저택으로 들어갈 날짜를
전하도록 하지. ”
* 며칠 후 던컨의 집무실
“ 들어오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한다. 그렇게
전달 받은 것이냐? ”
“ 네. ”
“ 허~!! ”
무
조건 수락이라 하여 내일 당장 짐을 쌀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들어가기 전 부자지간의 돈독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 모종의 합이 이루어져야
할 테니. 그래서 던컨에서 제대로 된
상봉을 위해 미리 만남을 갖게 해 달라했다.
이에 헥터공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했으니.
헥터공은 거지아이들 중 좀 똘똘한 아이를
골랐다고 그 자에게서 보고 받았을 때만
해도 그저 그런 거라 깊이 생각지 않았다.
어차피 도구로 쓰일 녀석이라 눈치만 좀
있다면 구실은 제대로 하겠지 정도였으니.
그런데 직접 와서 보니 시건방지기까지
한 녀석이라 헥터공은 좀 어이가 없었다.
남의 이야기는 끄집어 내어 해결하면서 정작 주인공의 이야기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인 모엘신부외엔 알아주지 못해 아쉬웠네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현실에선 소심하고 콩알만한 심장이 이야기 속에서는 대담하고 솔직하며 단단한 심장으로 버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 작가의말
착한 가면과 나쁜 가면을 각기
양 손에 쥐고 우리는 그것을 몇 번씩바꿔 쓰고 있나요?오늘 하루만큼은 쌩얼로 드러내어편안한 시간이 되었기를 ^^참고로 제 쌩얼은 푼수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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