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마지막 동아줄을 쥔 자
넌 남의 머리 탐험할 때 허락받고 읽니? 난 몰래 들어가~ 왜? 더 짜릿하니까. 당연한 걸 물어~ 우아한 척, 고상한 척, 도도한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들조차도 머릿 속은 모두 평등했어. 탐욕, 질투, 분노, 사랑, 연민 말로 다 표현 못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 데 그걸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 쉽게 내놓지 않아서 더 궁금한 속사정 내가 먼저 알아내어 긁어주니 멱살을 잡을 줄 알았는데 내 손을 잡으며 고마워했어.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분노하지 않고 차분해지게 만드는 나만의 비결 궁금하지 않니? 그럼 조용히 따라와 그들만의 비밀이야기를 들려줄테니.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하였다.
하지만 루이의 성장은 눈부시게 빨라졌다.
거리에서 배운 눈치가 이렇게 써먹힐 줄은
‘ 뭐.. 생각해보면 눈치만 빨랐던 게
아니었지. ’
머리도 똑똑했던 녀석이었으니 이참에
제국어는 물론이거니와 필요에 의해
아슬란어도 함께 배웠다. 내 머리로는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언어가 겨우였는데
내가 아닌 녀석을 대신한 건 정말 신의
한수 인 듯
“ 어깨너머라도 제발 좀 배워 둬~!! ”
“ 그건 나한테 아무런 도움이 안 돼. ”
“ 왜 안 돼~ 공식이 얼마나 쓰임새가
많은 데 난 솔직히 역사는 토 나올 뻔
했다. 주저리주저리 언어는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니 그나만 할 만하고 너한테
도움이 된다니 열심히 하는 거지만
정말 울고 싶어. 어떻게 역사는 좀 빼면
안 돼? ”
“ 핏셔백작과의 만남에서 전통과 역사를 무
시하면 곤란하지. 노인네 비위 맞춘다 생각
하고 눈 딱 감고 배워 둬~ ”
“ 으..... 하기 싫은데. ”
루이의 투정을 잘 달래어 티처에게로 보낸
난 던컨에서 보내 온 서신을 꺼내어 읽으니
아직 앗산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다. 한숨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고 밑에 남겨진 추신을
확인하였다.
[ 앗산을 찾는다고 하여도 쉽사리 열리지
않을 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를
찾는 즉시 샤말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 위험부담이 크니 우선 앗산과
조금이라도 접촉이 있었던 자를 추려
이름과 위치를 적어 보내니 확인하도록. ]
바니아스를 배신하는 것은 동전 뒤집기
보다도 쉽게 하였지만 샤말은 위치부터
다르다. 사람이 어떻든 저울질 하여
자신에게 떨어질게 많은 쪽으로 기우는
것은 당연한 일. 수장이 아니라면 아닌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명단을 살펴 누구를
만날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다.
* 하임성당
“ 어떻게 지내는 곳은 괜찮은 거니? ”
헥터가에 있는 동안은 자주 올 수가 없어
오랜만에 들른 성당에서 언제나처럼 자린이
기다렸다. 뭐랄까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 루이가 워낙에나 사람 비위 맞추는 데
일가견이 있다 보니 지낼만해. 덕분에
나까지 편해졌고 나이가 들면 칭찬에 약해
진다더니 그 말이 딱 들어맞아. ”
“ 다시 어린애가 된다고 하잖니. 어릴수록
엄마나 아빠에게 칭찬을 들으면 뭔가 뿌듯한
무언가가 생기듯이 말이지. 후후 백작님께서
루이를 잘 본 모양이구나. ”
“ 그런 셈. 아.. 그리고 자린 고마워. ”
“ 응? ”
“ 덕분에 아이들이 흩어지지 않고 다 같이
같은 보육시설로 들어가게 된 거 말이야. ”
“ 아.. 자비원에서 일하는 친구가 소개를
해줬어. 솔직히 믿고 맡길 데가 마땅치
않아. 바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은 넘쳐나는
데 시설은 부족하고 막상 좋은 시설이라고
홍보를 해서 보내면 아이들이 사라지기
일쑤라는 흉흉한 소문도 있고 해서 어른들의
잘못인데도 그걸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떠안기듯 하니 언제쯤 정신이 들는지
모르겠다. ”
“ 우리들이 언젠가 어른이 될 텐데...
자린이 보기엔 우리가 어떻게 자랄 것
같아? ”
“ 음... 능구렁이 2마리? ”
“ 뭐야~~ ”
“ 그만큼 잘할 거라는 거지. 멋진 어른이
되어서 걱정이 들지 않도록 말이지. ”
“ 후후.. 아~ 내가 오늘 온 이유는 하임
성당에서 손님맞이를 다시 시작하려고. ”
“ 재판도 끝났는데 너무 서두르는 건
아니야? ”
“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마무리도 하고
싶고 내일 마침 중요한 사람이 도착할거라
응대를 해야 해서 근데 지금의 모습으로는
위험하고 ”
“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거야.. ”
“ 별거 아니야. 내가 한 선택을 확실하게
매듭지으려고 하는 거니까. 최대한 위험한
것들을 최대한 피해서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 걱정 하지 마. 내가 자린 걱정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
“ 걱정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잖아. 왕자와
마지막 대화를 나눈 뒤에 모습이 자꾸만
생각이 나서 솔직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 .. ”
“ 대답을 들었어. 원하는 걸. 잘하면 생각
보다 좋게 나올지도 난 조금 기대가 돼. ”
“ 참.. 어떻게든 하겠다는 널 무슨 수로
막겠니 하지만 여차하면 바로 신부님 뒤에
숨어. 그 정도로 힘이 없지는 않으니까
쓰지 않아서 그렇지. ”
“ 큭큭.. 신부님은 내가 숨으면 바로 내칠
사람인데~ 아~ 알았어~ 알았다고~ 크큭 ”
서신을 보냈다.
같은 내용을 여럿에게 그들 중 과연 누가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지는 내일 약속한
시간에 기다려 보면 될 것이다. 샤말의
눈과 귀가 사방에 깔렸으니 혼자 나서는
건 위험하니 우선 루이를 앞세워 티쳐가
있는 도서관에 도착해 시간을 어느 정도
보내다 변장을 한 뒤 던컨 그 자의 마차에
올라 하임성당으로 갈 것이다.
* 대도서관
“ 조심해. ”
“ 알았어! 도대체 몇 번을 말하는 거야~ ”
“ 야이~ 배에 기름칠 좀 오래 하고
싶으니까 그러지~~ ”
“ 하~ 귀족놀이에 푸욱 빠지셨어요
도련님~~ ”
“ 좋은 음식에 귀한 옷에 이렇게 재미있는
수업까지 하나라도 놓치고 싶겠냐고~
그러니까..”
“ 헥터가가 엮인다 해도 우린 그저
계약에 의한 고용인일 뿐. 알아서 빠져
나가면 그만이야. 헥터가가 어찌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
“ 헥터가가 얼씨구나 하고 우리가 빠져
나가는 걸 손뼉 치며 좋아하겠다. ”
“ 성당에 갔을 때 없으면 뭐.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있다면 확신을 심어줘야지.
내 쪽으로 어떻게든 기울여야 하니까.
아아가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한 이상 ”
“ 그 사람은 무섭지 않을까? ”
“ 어차피 그들의 삶엔 선택이란 것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으니 그걸로
된 거야. ”
“ 가면 갈수록 어떻게 된 게 귀족도
황족도 그들을 모시는 이들까지 죄다
부럽지가 않게 되냐 어쩌면 오히려 우리를
부러워 할 팔자들이라니 쯧. 암튼 얌전히
수업을 하고 있다가 너로 분장해 둔
녀석을 부르면 되는 거지? ”
“ 그래 그거면 돼~ 넌 아무것도 들은 거
없고 알지도 못하는 거야. ”
“ 네네. 어서 사라지기나 하세요~ 머리
복잡하니까~ ”
훠이훠이 손짓을 하며 나를 쫒은 루이는
두툼한 수학책과 기하학책을 가득 안고
오는 티쳐를 보자 곧바로 헤벌쭉 해졌다.
저리 좋아하는 모습이 얼마만인지 괜시리
웃음이 나오는 걸 뒤로 한 채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차에 올랐다. 그곳엔
아까부터 나를 기다렸던 이가 타자마자
말을 건넸다.
“ 성공할 자신은 있느냐? ”
“ 어차피 도박이나 마찬가지이니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
“ 확률이라도 높아야 마저 베팅을 할 텐데
어찌 자신 없는 목소리구나. ”
“ 솔직히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줄 아무라도
좋습니다. 맘이 동하든 동하지 않든 위로
전달만이라도 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진
않습니다. 다만.. ”
“ 걸리는 거라도 있는 것이냐? ”
“ 아시다시피 부드러운 철은 날을 들기도
전에 베어낸다고 하죠. 보기와 달리
말입니다. 샤말은 그런 자입니다. “”
“ 애초에 난 귀족은 몰라도 왕족들의
이야기엔 관심이 없었다. 단지 핏셔가에
연줄을 댈 수도 있거니와 사업을 불릴 수
있는 광산이야기에 혹한 것이지. 허나
여차하면 아무것도 없는 것은 물론이
거니와 네가 치러야 할 것들이
산더미라는 것만은 명심 해라. ”
“ 열심히 해보라는 말씀을 꼭 그렇게
하셔야 합니까? ”
“ 난 당근보단 채찍이 더 익숙해서
말이지. ”
“ 네... ”
빈정거리듯 짧게 끊은 대답 후 고개를
홱 돌리니 키득거리는 웃음이 들려 인상을
팍 구겼다. 그새 정이라도 든 것인가
미쳤나 생각했다가 이렇게 떨어지는
소리를 내뱉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최선을
다해 일을 마무리 하고 대가를 배로 치러
어떻게든 이 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 하임성당 응접실
신부님을 비롯한 자린과 빈트가 자리를
비워서인지 성당주변은 물론 내부로
들어오면서도 새소리와 바람결에 흔들리는
풀의 마찰음 외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괜시리 긴장감이 고조
되어 잰 걸음으로 주방으로 들어가 포트에
가득 물을 받아 불에 올린 뒤 살짝 데워진
물의 일부를 덜어 찻잔을 하나하나 담가
데웠다.
서신에 대한 답을 받지 못한 상태라 손님의
인원수를 가늠하기가 어려워 그냥 넉넉하게
준비한 잔이 손아귀에서 따뜻해지자
나른함이 몰려왔다. 그동안 머리를 짜내느라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그대로 누워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혹시 모를
기대감이 손을 움직여 졸린 눈을 비비도록
했다. 진짜 이번 일만 끝나면 정말 하루
종일 잘 거라고 루이가 흔들어도 절대 깨지
않고 푹 잘 거라고 다짐하려는 데 인기척이
들려 주방을 나간 뒤 정문 쪽을 바라보니
“ 이 곳에서 안식을 허락받을 수 있을까요. ”
‘ 왔다~ 왔어~!!! ’
난 정신이 번쩍 뜨임과 동시에 문을 열기
위해 달려 나가다 멈칫했다. 설마 했는데
답신만이라도 오길 바랬는데 직접 나타난
것에 순간 들떠 실수할 뻔 했다. 만약
바깥에서 목소리를 높인 이가 내가 기다렸던
이가 아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일 수도
있기에 먼저 샤말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약속을 서신에 남겼던 것을 기억하며 크게
심호흡한 뒤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 마음의 화답으로 나의 안식을 구하시려고
하십니까? ”
“ 만인의 안식을 위해 제게 주어진 시간을
버리겠습니다. ”
왔다~!!
분명한 대답을 건네고 있다는 것은
기다리고 있던 자라는 말. 이것까지
알 리 없는 샤말이기에 배신이 아니
고서는 할 수 없는 답이다. 발소리를
죽여 가며 창가에 다다르니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이 보인다. 조심스레 확인
한 나는 문으로 다시 돌아와 활짝 열어
그일지 그들일지 모른 채 맞이하였다.
문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등지고 있어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골격이 크고
다부져 보이는 것이 책상머리에 앉아
있던 자는 아닌 듯하였다. 일행이
보이는 듯 했으나 자신을 맞이하는
상대가 혼자임을 확인해서인지 홀로
성당으로 들었다.
“ 우리에게서 해답을 얻고자 하는 이가
지금 눈앞에 있는 그대인가? ”
설마 어린애가 자신을 맞이할 거라곤 생각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례하지 않게
질문을 건네는 시작에서 나는 잘만하면
대화가 가능할 것 같았다.
길게 땋아 내린 붉은 머리와 각진 짙은
눈썹, 검게 그을린 피부 위로 새겨진 문신과
남겨져 있는 흉터로 미루어 보아 전사가
분명하다. 칼을 휘둘렀을 법한 자리에 박혀
있는 굳은살만 보아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만큼.
“ 질문에 대한 답이 저임을 전한다면 혹여
실례가 되겠는지요. ”
“ 흠.. 솔직해서 좋군. 답을 원하는 자에
대한 나이를 언급해야 할 필요는 딱히 없고
대화가 가능 한다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
속 시원해서 좋다. 능글맞게 자신을 숨기
지도 않고 첫인상부터 인상을 구기지도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대면하는 것에 조금
안도를 하였다.
“ 혹여 함께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물려
주시거나 동행을 부탁드려도 될 런지요. ”
“ 보는 눈과 귀가 거슬리나본데 걱정
말거라. 우리는 그저 안식기도를 위해
들른 것이니 제약도 의심도 살 이유가
없다. ”
확신에 찬 말에 나는 손님을 계속 세워둘
수 없어 안식을 위한 장소로 안내했다.
따뜻한 차를 내려 데워진 찻잔에 따라
대접한 뒤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살기 위해서
만남을 청하였습니다. 아슬란왕국의 존폐나
왕위문제는 제겐 먼 이야기나 마찬가지이
니까요. ”
“ 제국민이 관심가질 만한 이야기는 아니지.
왕국민들조차도 관심가지지 않는 일이니
더더욱. 아~ 말을 편하게 하고자 묻지도 않고
놓았군. ”
“ 괜찮습니다. 저 역시 그리 하는 것이 훨씬
이야기를 함에 있어 불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 다행이군. 군에 오래 머물다보니 이끄는
말투가 평소에도 그냥 나오다 보니 여하튼
나의 이름은 베이 쿤. 아슬란왕국 2왕자
소속 부대 훈련대장을 맡고 있다. 내가
그대를 만날 생각을 한 것은 나 역시 알고자
하는 것이 있어 묻기 위해서였네. ”
“ 저는 현재 하임성당에서 모엘신부님의
제자로 아펠이라고 합니다. 대장님께서
듣고자하는 것을 먼저 하문하십시오. ”
“ 샤말왕자께선 정녕 안식만을 취하기 위해
이 곳을 다녀가셨는가? ”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는 것이 전장에서 칼을 빼는 이답다.
“ 신을 모시는 자라면 그 말에 침묵으로
답을 해야겠지만 샤말왕자님께선 이 곳을
통해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 다녀가셨
습니다. ”
“ 흠... 원하는 것이라... 결국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되겠군. ”
“ 굉장히 영특하신 분이십니다. 단지
마음에 온기가 전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요. ”
“ 온화하게 웃는 모습이 스스로를 위한
가면임에는 틀림없지. 2왕자님께서는
마지막까지 믿고자 하셨고 지금도 괴로워
하신다네. 그대가 살기를 바란다 하였으니
우리에게 좀 더 이야기를 전해주게. 그것이
2왕자님의 의지를 굳혀준다면 그댄 내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 줄 테니. ”
나를 이용만 하고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은 대면하는 순간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에 일부러
경계를 풀어 마음이 열리도록 유도해
들여다보니 그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험에 빠진 나를 걱정하는
눈치였다. 이렇다면 난 누구와 손을 잡을
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 샤말왕자님의 아아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내어 놓으며 돌아섰습니다. ”
“ 충성스러운 자이다. 아무리 못난
주인이라도 쉽게 버리지 못할 터인데
어찌. ”
“ 그저 못난 것이라면 가르쳐서라도
올바른 길을 가도록 하겠지요. 하지만
샤말왕자님의 마음은 그 어떤 이도 담겨져
있지 않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카딘마저도
말입니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자신을 낳아주신 카딘도 버리실 수 있는
분이셨습니다. ”
“ 말이 지나치구나. 대화를 허락하였지
욕보이라고 한 적은 없다. ”
“ 무례하였다면 용서하십시오.
저는 눈으로 본 것이 아닌 마음으로
읽은 것을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저의 일이기도 하고. 만약 의심이 되신
다면 잠시 저와 함께 명상을 통해 제가
장군님의 마음을 읊어드릴 수도 있습니다. ”
“ 나는 사술을 믿지 않는다. ”
“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완전한 믿음을
드리겠습니다. ”
그저 명상이라는 빌미를 통해 화술을
이용하여 상대의 의중을 읽는 정도로만
알았는데 마음을 읽는다니 이런 황당한
말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실 되었다.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운 여인들이 유혹하기 위해 부던히
몸을 흔들어 댔을 때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그가 아이의 말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의 이야기는 끄집어 내어 해결하면서 정작 주인공의 이야기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인 모엘신부외엔 알아주지 못해 아쉬웠네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현실에선 소심하고 콩알만한 심장이 이야기 속에서는 대담하고 솔직하며 단단한 심장으로 버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 작가의말
나이 어린 아이의 말을 존중해 주는
어른이라면 믿고 의지할 수 있지않을까 하는 바램으로 써 봅니다.마냥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같은눈높이에서 감정을 고르고 말을곱씹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말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그런어른이고 싶네요. ^^오늘도 사과c의 서재에서 편히쉬다 가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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