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동상이몽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넌 남의 머리 탐험할 때 허락받고 읽니? 난 몰래 들어가~ 왜? 더 짜릿하니까. 당연한 걸 물어~ 우아한 척, 고상한 척, 도도한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들조차도 머릿 속은 모두 평등했어. 탐욕, 질투, 분노, 사랑, 연민 말로 다 표현 못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 데 그걸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 쉽게 내놓지 않아서 더 궁금한 속사정 내가 먼저 알아내어 긁어주니 멱살을 잡을 줄 알았는데 내 손을 잡으며 고마워했어.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분노하지 않고 차분해지게 만드는 나만의 비결 궁금하지 않니? 그럼 조용히 따라와 그들만의 비밀이야기를 들려줄테니.
* 핏셔가 응접실
" 노만 선생을 다시 들이자니 무슨
말이십니까? "
갑작스레 파엘의 문제로 얘기를 나누고
싶다던 크렌백작이 만나자마자 꺼낸 이야기는
뜻밖에도 노만을 다시 불러들이면 어떻겠냐는
말이었다. 이에 적잖게 당황한 부인은 말을
선뜻 잇지 못했고 이것을 오해한 백작은
부인의 선택에 대해 비난의 뜻이 전혀
없음을 내비치며 말을 이었다.
" 지금 주치의는 파엘의 병세를 처음부터 살핀
사람이 아닌 데다 실력이 썩 좋지 않다는 말이
있더군요. 그래서 여태껏 진전이 없었지
않았나 싶어서 부녀의 상봉이 자꾸만 늦어
진다면 기다리고 있는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지 않겠습니까. "
" 그건..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파엘이 더
심해진 것은 노만의 책임도 없지 않아요.
그를 다시 부른다는 건 제... "
" 지금 아픈 조카를 두고 형수님의 실수나
잘못을 따지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누가
무엇이라 떠들든 흔들리지 마세요. 지금은
파엘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러다 정말 파엘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것만큼 큰 실수는 없습니다. "
" 우선 그것은 핏셔가의 문제이니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 저는 형수님을 믿습니다. 자식을 앞세워
장사하시는 그런 분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
그의 마지막 말에 더 이상 대꾸하지 못한 채
묵묵부답으로 나오는 백작부인을 본 크렌
백작은 아니기를 다시금 바라며 방을 나섰다.
가신들과 원로들에게 동정표를 얻어 좀 더
일을 빠르게 진행하려다 되려 노만을 끌어
들여야 할 상황에 난감해진 백작부인은
우선 이 일을 라올과 고민하기 위해
서둘러 아들을 불러올렸다.
만약 이 상황에서 자신이 노만을 부르지
않는다면 비정한 어미가 될 테고 부른다면
노만에게 파엘이 아님을 들키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돈으로라도 그를 매수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는 결코 그럴 위인이
아니었기에 진즉에 내쳤던 것인데 유모는
몰라도 노만은 결코 쉽게 넘어 올 인사가
아니다. 그 사람은 철저한 핏셔가의
사람이지 자신의 사람이 아니었기에.
" 어머니 우선 노만을 불러들이세요. "
"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라올. 노만을
불러들이자니. 라올 그러다 게일을 알아
보기라도 한다면.. "
" 그것보다 지금은 핏줄인지 아닌지도 모를
메어리는 감싸 안으려 애쓰면서 정작 자식은
사지로 몬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우선
노만에겐 게일에게 집중하라고 지시하세요. "
" 만약 노만이 크렌백작에게 사실을 알린다면
어찌할 것이냐. 옳고 그른 것에 분명함을
두기에 일찍이 내친 것인데. "
" 어차피 노만은 게일을 살릴 수 없습니다. "
“ 그게 무슨...? ”
라올은 애초에 게일을 살릴 생각이 없었다.
게일의 존재는 언제든 던컨의 그의 시선에
머무를 테고 계속해서 이것을 빌미삼아
요구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노만을 자신들이 먼저 불러들여 유모를
안심 시킨 후 수를 내어 어떻게든 그의
치료를 방해하여 게일을 죽음으로 몰고
가 던컨의 그가 이 약점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듦과 동시에 노만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로 몰아 세워 유모가
자신과 어머니를 비난할 수 없게 함으로서
노만과 유모 둘은 한꺼번에 잘라낼
생각이다.
* 다음 날
집사로부터 노만을 다시 불러들인다는 라올의
말을 전해들은 유모는 게일의 손을 잡고는
눈물을 흘렸다.
" 큰 도련님이 생각을 바꾸신 모양이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아가 이젠 살았어. "
안도의 한숨과 눈물이 뒤섞여 한동안 그렇게
아들의 얼굴을 매만지는 유모의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지기에 돌아보니 노만이었다.
그를 확인한 유모는 벌떡 일어나 반겼다.
" 선생님~ "
" 갑작스러운 전갈에 오긴 하였지만. "
" 아마 마님께서 제가 안쓰러워 큰 도련님을
설득 해주셨나 봅니다. 마님이 저를 버리실
분이 아니시지요. 그날 밤부터 여태껏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걸요. "
" 우선은 불러서 다시 오긴 하였으나 그 일에
대해선 내가 개입할 상황이 아니니 못 들은
걸로 하겠네. 지금은 게일이 먼저이니 어디
제대로 보도록 하세. “
의료원으로 핏셔가에 사람이 찾아와 자신을
찾기에 유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들었으나 뜻밖에 다시
돌아와 달라는 라올의 전언인 것에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았으나 우선 지금은 위급한
게일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급하였기에
그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게일에게 집중
하기로 했다.
* 라올의 서재.
" 내일 어머니를 통해 휴가를 간 것으로 해
놓을 것이니 저택 비밀통로를 통해 시간을
기다렸다가 일을 진행하도록 해. 마지막
처방시간은 자정이니 실수 없도록. "
“ 네. "
라올은 백작부인의 측근인 쟌느에게 무언가를
은밀히 지시했다. 이제 메어리의 입적을 위한
확인절차가 오늘로써 마무리 되면 확정 뒤엔
번복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라올은 속전속결로 일을 진행시켰다. 물론
크렌백작 측에서 반론을 제시하거나 공격을
할 줄 알았는데 침묵만이 감돌아 불안했지만
이젠 나이를 먹어 마음이 약해졌으리라
생각하며 애써 찝찝함을 무시했다.
* 산실
" 할머니 저 좀 도와주세요. "
문을 열기 무섭게 들어오는 리안이 다짜고짜
도와달라니 당황스러운 산파였다.
" 아..아니~ 전에 분명 이야기가 끝난 걸로
아는데 왜 또오~ 나는 보시다시피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노인네라고오~ "
" 곤란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에요.
여쭤볼 게 있어서요. "
" 그..그래.. 무언가.. ?"
" 아이들의 이가 언제쯤 빠질까요? "
" 이갈이를 말하는 게야? 그건 왜? "
" 메어리가 이갈이를 했는지 안했는지
몰라서요. "
" 그게 뭐 중요하다.. 아?! 나이를 가늠해
보려는 게야? "
" 네. "
" 오호~ 자네 생각 외로 똑똑한 구석이
있구만. "
산파의 칭찬에 순간 부끄러워진 리안이었다.
메어리에게 무신경해도 이리 무신경했을 수가
하는 생각에 더더욱 그러나 이번 기회로
새롭게 알게 된 것을 계기삼아 좀 더 메어리를
알아 가리라 다짐한 뒤 산파를 쳐다보며 답을
기다렸다.
" 흐응, 빠르면 7살, 늦어도 8살 즈음부터는
앞니가 흔들리기 시작하지. 아래 앞니 2개가
보통 먼저 빠지고 그 뒤로 옆에 이들이
차례로 이갈이를 하네. "
" 그렇군요. "
" 지금 메어리가 몇 살이지? "
" 8살입니다. 아... 8살 아직 어린 아이인데. ”
" 이제 알았나? 에잉~ 8살이라면 아래 토끼
이는 이갈이를 했을 테고 옆에 이들이
흔들리거나 빠져서 아직 올라오지 않았을
게야. "
메어리가 파엘의 자식이라면 9살이어야 맞다.
그렇다면 아래 앞니나 옆의 이가 아니라
윗니가 흔들리거나 이갈이를 한 뒤여야 맞다.
이런 단순한 방법으로도 메어리가 자신의
아이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을 산파를 통해
다시 확인이 되자 자신이 한심스러워져
말 없이 한숨만 연거푸 내쉬었다.
" 자네.. 메어리를 다시 데려올 생각인가본데.
메어리를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가? "
"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
" 뭐 오지랖이겠지만 자네보다 오래 산 이로서
말을 하겠네. 어쩌면 그 곳에서 지내는 것이
스스로도 부끄러울 만큼 돼지우리와도 같은
집에서 살게 하는 것보다 더 좋지 않을까? ”
" 귀찮아서 더 이상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
그 아이에게 서운해서 차라리 잘된 거라 생각
하려했는데 던컨의 대장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 이들인지를
다시 확인했어요. 이제껏 대장이 제일 무서운
인간인 줄 알았는데 사실 할머니께만 말씀
드리지만 아이엄마를 만나기 전 그들에게서
아이엄마를 쫓아내달라는 의뢰를 받았어요.
그런데 그 때 그들은 약속과 달리 로아를
죽이려고 했어요. “
" 이..이런~~!! 아이만 데려가고 왜 아이
엄마는 찾지 않아 이상하다 했는데 이런
썩을 놈들. "
“ 언제 어떻게 마음이 바뀔지 알 수 없어
불안해요. 지금이야 자신들이 필요로 해 저리
지극정성이지만 만에 하나 일이 틀어진다면
아이를 어떻게 할지... ”
" 내가 도와줄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산실
기록지 진본을 내놓은 터라 내겐 중요한
정보거든 그걸 돌려받을 겸 아이를 살짜기
보고 오겠네. 그러니 자네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아이가 좋아할만한 걸 주게나. ”
" 그래주시겠어요? 그럼 할머니 정말 제가
잘못했다고 정말 잘못했으니 용서해달라고
너무 보고 싶어 한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 "
" 으이구.. 보고 싶다는 말은 직접 해.
나는 그저 쪼끔 아주 쬐끔 도와줄 거니까.
아~ 그리고 이건 돈 받을껴~ "
" 네네~ 제가 일해서 꼭 갚을게요. "
그렇게 산실을 나선 리안은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동전 몇닢을 확인하고 곧장 내달렸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메론 사탕 몇 알을 사고
집에 들러 몇 번이고 고쳐가며 쓴 구김이 많이
간 쪽지를 챙긴 뒤 다시 산실로 돌아와
산파에게 내밀며 연신 고개를 숙여
부탁했다. 지은 죄가 많아 한 번에 용서
받을 수 없을 거란 걸 알지만 진심이
전해졌으면 한다는 리안의 말에
흐뭇해진 산파는 그러마하며 리안을
돌려보낸 뒤 핏셔가로 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드디어 메어리의 입적을 확정짓는
날이다. 이제 오늘만 지나면 백작영애로서
모든 것을 누리게 된다고 하니 긴장이 되는
메어리였다. 라올백부께서 어제 내내 주의를
주셨고 할머니께서 격려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떨리는 마음을 어쩔 수 없는 영락없는 어린
아이.
메어리는 곱게 빗어 땋아 내린 갈래머리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자리에 일어선 뒤
바깥으로 나가 중앙에 있는 정원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엄마를 위해 수선화로 정원을
가득 채워 놓았다던 그 곳엔 봉우리가 드문
드문 올라오는 수선화들이 아기자기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꽃들을 보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셨는지
알 것 같아 그제야 조금은 불안함이 덜어
졌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려는 데
" 이야~ 이 곳은 또 어딘고? "
혼자일거라 생각했던 메어리는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하니
백발성성한 노인이 두리번거리며 마치
길을 잃은 듯 해보였다.
" 할머니는 누구세요? "
" 아이고 고와라. 꽃보다도 예쁜 아이구나. "
" 여긴 어떻게.. "
" 아아~ 내 정신 좀 보게. 나는 이 댁 백작
부인의 손녀를 받은 산파란다. "
" 산파할머니셨어요? "
" 그래. "
* 산파가 정원에 들기 몇 시간 전.
" 할머니? "
" 내 유모에게 받을 빚이 있어서 들렀네만 "
며칠 전 유모가 마지막으로 산파를 만난
그 날 리안이 떠나고 자신 또한 걸음을 돌리려
할 때 노인네가 자신에게 쪽지 하나를 건네
주었는데 그 쪽지엔 노만선생의 거취가 적혀
있었다. 그렇게 해 노만을 불러들일 수 있게
되었으니 유모는 산파에게 빚을 진 것이라
그것을 오늘 갚으라며 우기는 산파에게
어쩔 수 없이 메어리가 있는 곳을 알려준
것이다.
" 저에요. 할머니께서 받았다던 그 아이. "
" 아이고 이런 핏셔가의 영애께 이런 결례를."
머리를 깊이 조아리는 산파를 메어리는 얼른
일으키고는
" 할머니는 저를 이 세상에 나오게 해주신
고마우신 분인걸요. 다른 이들이 있을 땐
몰라도 이렇게 단둘이 있을 땐 격식 안
차리셔도 되요. "
" 아이구 이리 마음씨도 예쁘기도 하지.
그런 의미에서 별건 아니지만. "
치마를 살짝 젖혀 속치마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어 뒤적이다 무언가를 꺼내어 메어리의
손에 쥐어주는 데 손을 펼치니 아이가 좋아
하는 메론사탕이었다. 사실 여기 와서
달콤한 디저트들을 실컷 맛보긴 했지만
가난한 형편에도 가끔씩 입에 넣어주던 메론
사탕이 생각나곤 했다. 물론 투박한 곰 손의
기억도 함께 떠올라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젓긴
했지만.
" 아이는 작은 어른이라고도 하지. 그러기에
어른과 마찬가지로 힘들고 지치는 법이야.
그걸 아는 이가 많지 않은 게 흠이지만 어찌
되었든 그럴 땐 단것만큼 좋은 게 없어.
그래서 내 뭐 따로 줄 건 없고 이거라도
받아주렴. "
" 아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에요. 가끔
생각이 나서 하녀들에게 부탁하면 서민들이
먹는 걸 아가씨께서 드시냐고 절대 안된다
손사래를 치는 통에 더 간절했었는걸요. "
" 그랬더냐? 잘 되었구나. 그래. 이젠 귀족이
된다는 게 실감이 나니? "
" 음... 아직은 그건 잘 모르겠고 그것보다
친아빠를 만날 수 있다는 게 더 설레요.
엄마가 걱정돼서라도 아빠를 만난 걸 빨리
알려드리고 싶은데 이 곳에 온 후론 나갈
수 없으니. "
" 아니 그럼 여태 엄마를 못 본 게야? "
" 네에... "
" 이런~이런. 손녀를 보았으면 얼른 며느리도
데려왔어야지 뭐하는 게야. "
" 모르겠어요. 사용인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그냥 잘 있다고만 말을 할 뿐이에요. "
" 쯧쯧쯧.. 그럼 이것도 모르겠구나. "
" 뭘요? "
" 너 보내고 나서 네 양 아버지 소식 말이다. "
" 아니 그 사람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
" 그래도 그러는 거 아니야. 너 태어났을 때
제일 기뻐했던 이인걸. "
" 네? "
" 갓 태어난 널 안고는 아주그냥 세상에 그런
바보천치가 없을 만큼 헤벌쭉하다가 펑펑
울다가 가관도 그런 가관은 없었어. 진짜
딸 바보가 따로 없었다니깐 "
" 거짓말. "
" 에잉~ 네가 좋아하는 메론 사탕도 딱 맞추는
할미를 못 믿는 게야? "
" 사탕은 애들이 다 좋아하는 거에요. "
" 사탕이야 다 그렇지. 그래도 네가 메론
사탕을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겠니. "
순간 산파를 빤히 바라보는 메어리.
" 그런 거란다. 기억이라는 게 지워버리고
싶은 것도 있지만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도 있다는 걸. 아마도 리안에게 메론
사탕은 그게 아니었나 싶다. "
" 안 먹을래요. "
" 에헤이~ 리안이 사준 것도 아니고 내가
주는 건데 섭섭하게. "
" 그래도... "
" 어이쿠야~ 저기 하녀들이 오는 구나. 얼른
먹거라 괜히 걸렸다가 할미 곤혹 치를라. "
서두르는 말에 얼른 깨물어 씹어 삼키는
메어리. 그것을 매의 눈으로 확인한 뒤
산파는 몇 번이나 고쳐 썼는지도 모를
너덜너덜한 쪽지를 메어리에게 꼭 쥐어주며
" 아가. 어른들도 말이다 가끔은 실수란 걸
한단다. 그러곤 우기기도 하지. 하지만
말이다. 후회란 걸 할 줄 아는 어른들은
반성을 하며 진심을 다해 용서를 구할
줄도 알지. 어쩌면 이게 리안의 마지막
진심일지도 모를 것 같아 네가 싫어할 줄
알면서도 전하마. 그냥 버려도 되지만
네가 아까 말한 것처럼 세상의 빛을
보게끔 도와 준 것에 감사하다면 할미의
소원이다 생각하고 봐주렴. "
그렇게 주름하나하나 사이로 간절함을 뿜어
내는 모습에 메어리는 마지못한 듯 쪽지를
받아 자리를 떠났다. 겨우겨우 전달은 했지만
아직 어린아이라 지금의 행복을 쉬이 놓치는
못할 테지. 그래도 리안의 마음을 알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뒤로 한 채 저택을
나섰다.
남의 이야기는 끄집어 내어 해결하면서 정작 주인공의 이야기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인 모엘신부외엔 알아주지 못해 아쉬웠네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현실에선 소심하고 콩알만한 심장이 이야기 속에서는 대담하고 솔직하며 단단한 심장으로 버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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