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즉흥적인 패는 내게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
넌 남의 머리 탐험할 때 허락받고 읽니? 난 몰래 들어가~ 왜? 더 짜릿하니까. 당연한 걸 물어~ 우아한 척, 고상한 척, 도도한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들조차도 머릿 속은 모두 평등했어. 탐욕, 질투, 분노, 사랑, 연민 말로 다 표현 못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 데 그걸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 쉽게 내놓지 않아서 더 궁금한 속사정 내가 먼저 알아내어 긁어주니 멱살을 잡을 줄 알았는데 내 손을 잡으며 고마워했어.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분노하지 않고 차분해지게 만드는 나만의 비결 궁금하지 않니? 그럼 조용히 따라와 그들만의 비밀이야기를 들려줄테니.
" 이 것들을 루이라는 아이에게 건네면서
자린이 주는 것이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한
뒤 데려오게. 도박 빚은 절반으로 줄어 들
걸세. 어차피 자네도 속아서 잃은 게 아닌가
만약 나머지 빚까지 청산할 방법이 있다는
것에 생각이 있거들랑 재판 결과 전 내게
잠시 들리도록 하게. "
낯빛이 하얗다가 퍼렇게 변하는 카이트의
손에 들려주며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
재판정으로 걸어 들어오는 초췌한 아이
하나.
루이였다.
못 본 새에 제대로 먹지 못해 많이 핼쑥
하고 야윈 모습에 눈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루이와 눈을 마주하자
녀석은 놀람과 동시에 안심 하며 그제야
울기 시작했다.
' 많이 기다렸지. 걱정 하 지마 이젠 내가
다 꺼내 줄 테니까. '
" 울지 말거라 아이야. 너를 혼내기 위해
여기에 부른 것이 아니니 너는 그저 본
것을 그대로 말하면 된다. "
재판장의 말에 어리둥절 하는 루이는 그저
내 입만 쳐다보았다. 끌려나온 것이 풀려
나는 줄 알았다가 갑자기 증언이라니 몸을
움츠리는 게 긴장한 듯 해 난 서둘러 수석
행정관 말에 뒤를 이어갔다.
" 발트호스에서 공녀님을 위협하여 물에
빠트린 이가 공녀님의 물건을 가져가려다
놓친 뒤 아무렇게 버려져 있던 그것을 누군
가가 주웠다가 네게 넘기는 것을 보았다는
제보가 있어서 말이지. 네게 그것을 준 자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겠니? ”
" 네..네?? 그...게.. 무슨.. "
“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안다.
거리의 아이들이 제일로 무서워하는 것이지.
하지만 그 물건은 검은 빵과 밀 껍질 죽과
맞바꾸기에는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란다.
네가 그 자를 지목해준다면 흰 빵과 우유를
넘치도록 나누어 주도록 할 테니. 어떻게
나와 이 재판정에 있는 높으신 분들에게
말을 하기 어렵다면 지목이라도 해 줄 수
있겠니? ”
당황하는 루이가 엉뚱한 대답을 말하기
전에 나는 재빨리 우리들만의 수신호를
보냈다. 몬스터 앞에서 욱하는 날 말리며
조용히 몬스터를 가리키는 제스처를 내게
알려주어 키득거리면서 맘 편히 눈치 못
채게 욕할 수 있었다. 우리가 주고받았던
자기가 만들어서 기가 막히지 않냐며
이야기했던 우리들만의 미친 제스처~!
그것을 눈치 빠르게 알아 챈 루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뻗어 몬스터를 가리켰다.
순간 말문이 막힌 몬스터는 기가 막히다 는
표정을 지으며 더듬대다
" 너..너... 무슨 소리야~!!! "
" 그 날.. 그.. 날.. 주머니를 쉼터에 있던
내게 건내면서 저녁 때 라쿤에게로 가라고
했잖아 그걸 보여주면 알 거라고. "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내가 언제
내가~!! "
" 좀 전에 증인으로 나왔던 파이랑 라쿤
아지트에 같이 갔었잖아. 나중에..
아펠에게서 내가 두들겨 맞았다는 말을
듣자마자. "
" 무슨.. 그건~! 네가 뺏겼다고 해서~ "
" 그래~!! 그냥 뺏겼다고 하니 불같이 화내
면서 아펠을 대동해서 갔잖아. 근데..
아...페.ㄹ... 흐..흑... 안... 흐..흑.. 끅..
돌아..왔다..구.. 흐..흑..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는데.. 흐..흑.. "
울다가 웃으면 안 되는 데... 난 실소가
터져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아주
그냥 명연기가 끝내준다.
‘ 어떠냐 네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루이의 연기에 제대로 뒤통수 맞은 기분이. ’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몬스터의 입을 막아
달라는 손짓을 하니 가드들이 다시 나서서
자리에 앉혔다가 멈추지 않자 그대로 끌고
나갔다. 루이는 몸을 떨며 겁을 잔뜩 집어
먹은 표정으로 재판장을 바라보았고 측은
지심이 물씬 오른 재판장은 돌려보내라
명한 뒤 재판결과 논의를 위한 10분간의
휴정을 내렸다.
마무리를 위한 시간 10분을 남겨두고 과연
어떻게 결정을 내릴지...
경중을 따진다면 죽음에 직접적인 위해는
없었으나 상대방이 원치 않는 행동을 구사
하여 사고를 유발한 바 라쿤은 극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몬스터다.
훔치는 것을 알았다는 것만이 사실로 확인
되었을 뿐 루이가 몬스터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 라쿤과 엮을 수 있지만 몬스터가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거짓을 말한 것이라고
우긴다면 골치 아파진다. 그렇다면 단순
절도로 끝날 게 뻔하므로 오래 지 않아
보복을 할 것이 분명했다.
" 저..기... "
그렇게 혼자서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던
내게 말을 건네는 이는 카이트 행정관이다.
" 무슨 일이지? "
" 아까 제게 하셨던 말...때문에.. "
‘ 딸아이 약값도 없는 판국에 아무리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였어도 엄두가 나질 않겠지 싶어.
혹시나 하고 던졌는데 하~ 스스로 헤어 나올
용기는 없나보지. ’
이런 자일수록 이용하기 쉽다.
신부님의 특훈 덕에 능력을 자제하는 방법과
함께 사람을 보는 눈도 키워졌으니 이번
기회에 확인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뜸을
잠시 들이다 대꾸하였다.
" 아~ 절반이라고 말했지만 정확한 금전을
모르니 뭐... "
"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있습니다.
아는 이들에게 빌린 돈도 한참이거니와... "
" 흐음... 자네의 도박빚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자네를 협박한 그 자가 아니더라도
결국엔 밝혀지겠군. "
" 네.. 제발 ...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요... "
" 뭐.. 그것이야 자네하기 달렸지. "
" 무슨 일이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도와주십시오. "
" 정 그렇게라도 하겠다면야 지금부터 내가
한 말을 잘 기억했다가 수석행정관이 부를
때 말하도록 하게. "
그렇게 카이트는 내게서 전달받은 내용을
다시금 확인 하기 무섭게 재판장방으로
오라는 호출을 듣자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 재판장실
“ 흐음... ”
“ 무엇을 더 고민하십니까 재판장님. 결말이
지어진 마당에. "
이미 끝난 이야기에 매듭을 짓지 못한 듯
말을 흐리는 재판관을 바라보며 수석행정관인
클라우드는 못마땅한 듯한 표정으로 재촉했다.
그러나 수석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재판장은
고심이 더해졌다. 그것은 행정관들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
이 사건을 맡기 전 재판관 호프자작은
비밀리에 서신 하나를 받았다. 서신의
내용에는 이번 일을 크게 키워 세간의
이목을 끌어주기만 한다면 중앙 정계로의
통로를 열어주겠다는 말이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허영심이 넘치는 아내와 딸들을
충족시킬 도피처일 뿐 아니라 평소 늘
명예와 권력욕에 목말라 있던 그에겐
황금동아줄이나 마찬가지인 제안이었
기에 욕심이 났다. 그러나 덥석 잡았
다가 혹여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게다가
그 어떤 출처도 없는 것이 꺼림칙해
재판을 다른 이에게 넘기려 했다. 그러다
증인으로 나온 이 중 하나가 대공가의
사람이란 것을 알고 나선 무리하게 힘을
써 다시금 자신이 맡기로 한 것이다.
물론 처음엔 대공가의 사용인이며 목격자
이긴 하나 평민의 증언이라 무게가 실리지
않는 듯하다 그 자의 말 속에서 나온 장인
쉘의 증언으로 최소 대공가에 연줄이 닿아
있는 가문인 핏셔가가 떠올라 자신에게
접근한 가문이 핏셔가임을 짐작했다.
핏셔가라면 대공각하께서 페이가와 손을
잡은 것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불안해하는
걸 잘 아는 그로선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떻게든 대공을 핏셔가의 시선으로 돌리
려는 속셈으로 파악했다. 그랬기에 헥터가의
증인을 마치 비밀을 내 놓을 것 같은 자로
분하여 여태 말미를 주고 사건을 정리해
간 것인데...
" 글러먹었어... "
" 무슨... "
" 저기... 재판장님... 드릴 말씀이.. "
" 무슨 말인가 카이트 행정관? "
" 익명의 긴급제보가 들어왔습니다. "
" 이제 와서? "
* 재판장실에 들어가기 몇 분 전.
" 카이트 행정관은 지금부터 하는 말에 그
어떤 의문도 담지 말고 그대로 재판장님에게
보고 드리게. "
" 네. 말씀하십시오. "
" 이번 사건은 그저 단순한 실족사가 아니야. "
" 네? "
" 내가 분명하지 않은 마당에 공녀님의 살인
사건으로 치부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
생각해 우선은 그리 말했지만 좀 전 내가
의뢰를 했던 정보상에 따른 말에 의하면
이건 그냥 단순 실족사가 아닐 수도 있겠
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
" 그..무슨... "
" 거리패거리들은 자기들의 영역을 두고
서열 정리를 한다고 하네. 무슨 동물들처럼
상스럽게도 말이지 쯧.. 근데 이번 용의자들이
우습게도 그런 모양새더란 말이야. ”
“ 앙숙이라고는 하나 둘 다 같이 잡혀온
마당에. ”
“ 머리가 이렇게 안 돌아가서야 원.
그러니 그 큰돈을 눈앞에서 뺏기는 줄도
모르고 넘어가지 쯧쯧. 이번 사건은 단순
실족사가 아니라 두 패거리 우두머리들의
이권다툼으로 인해 공녀께서 희생을 당하신
것이란 말일세.~! ”
“ 예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
“ 그들 둘 다 공녀를 구할 수 있었어.
내가 그들을 향해 소리쳤을 때도 말이지.
그런데 그들은 그러질 않았어.. 뭔가 이상
하지 않아? ”
“ 제 머리로는.. ”
“ 이렇게 답답해서야 원. 정보상 말에
따르면 값진 양산의 보석장신구를 뺏기
위해 공녀를 위협했던 녀석의 의중을
알아차린 나머지 녀석이 기회를 엿보다가
엎치락뒷치락 할 때 그것을 재빨리 낚아
채어 협박을 시도했다는군. 아까 울며
말하던 그 아이의 말이 그것인 것이지.
그 아이는 단순히 심부름을 한 것 일
테지만. ”
“ 이런... 이야기가 그렇게 된 거라니. ”
“ 공녀님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 주어야
하지 않은가. 고작 다섯 살이었네. 만약 그
자리에 자네 딸이 그런 사고를 당했다고
상상해보게. 저 자들을 그저 단순 사고유발
및 물품 절도로 끝낼 수 있는지. ”
“ 그럴 순 없지요. 절대로... 차라리 제가
말씀 드려 영식께서 추가 발언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
“ 아니 그렇게 되면 다시금 재판을 열어야
할 명분만 만들게 되네. 그럼 그 둘 중
하나에겐 기회를 주는 꼴만 만드는 걸세.
끝까지 우긴다면 이 재판은 끝이 없어.
그러니 내가 시킨 대로 익명의 제보라고
말한 뒤 정확한 내용의 서신을 전달하면
된다는 것이야. 알아듣겠나? "
* 다시 재판장실
" 이제야 무슨 제보라니.. 카이트 행정관 "
며칠을 이 재판 하나로 끌고 가는 것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클라우드는 카이트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끔 말을 잘라
버렸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카이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 아닙니다. 익명을 보장해 달라는 말과
함께 이것을 전달 받았습니다. "
" 재판관님 이제 와서 제보라니요. 뜬끔
없는 말입니다. 정치적인 눈속임일 수도
있으니 소신대로 행동하심이 옳습니다. "
정치적인 문제라는 말에 눈이 반짝이는
재판징은 손을 내밀어 서신을 낚아챈 뒤
서둘러 뜯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행동에 수석행정관은 어이가 없어
카이트행정관을 노려보았지만 카이트
행정관은 눈을 아래로 내린 채 아무런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남의 이야기는 끄집어 내어 해결하면서 정작 주인공의 이야기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인 모엘신부외엔 알아주지 못해 아쉬웠네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현실에선 소심하고 콩알만한 심장이 이야기 속에서는 대담하고 솔직하며 단단한 심장으로 버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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