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간만에 달콤하게 끝난 첫 번째 의뢰
넌 남의 머리 탐험할 때 허락받고 읽니? 난 몰래 들어가~ 왜? 더 짜릿하니까. 당연한 걸 물어~ 우아한 척, 고상한 척, 도도한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들조차도 머릿 속은 모두 평등했어. 탐욕, 질투, 분노, 사랑, 연민 말로 다 표현 못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 데 그걸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 쉽게 내놓지 않아서 더 궁금한 속사정 내가 먼저 알아내어 긁어주니 멱살을 잡을 줄 알았는데 내 손을 잡으며 고마워했어.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분노하지 않고 차분해지게 만드는 나만의 비결 궁금하지 않니? 그럼 조용히 따라와 그들만의 비밀이야기를 들려줄테니.

" 어떻게 백작님의 선택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나요? "
" 자네.. 아침부터 그게 그렇게 궁금해서
찾아온겐가? "
" 의뢰의 끝은 의뢰인의 만족까지이므로
절차상의 방문인 것을요, 그리고 무엇보다
들은 후 해결되지 않았거나 부작용이 일어
났을 때를 대비하여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해야 하니 말이지요. “
" 허.. 왠지 꼭두각시가 된 듯한 이 불쾌한
기분은 뭘까.. "
" 무슨~ 그런 감히 제가 백작님을 농락
하기라도 하신 듯하네요. "
" 자네처럼 귀족을 보고 무서워하지 않는 이가
또 있을까. 뭐어..품위만 떨어졌을 뿐 모든 건
원래대로 돌아간 듯 해. "
" 흐음... 아직 뭔가가 부족한데.. "
" 또 무엇을 말인가? 이제 되었네 많이
지쳤어. "
" 정말 이걸로 만족하시는 겁니까?
그럼 자비원의 일은 이제 마무리 하시는
건가요? "
" 어..어.. 그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
하아.. 이리 미적지근해서야..
답이 뻔한 데도 어찌 저리 나오니 의뢰는 매듭
지어졌지만, 이 찜찜한 기분 때문에 결국 또
나서야 할 판이다. 그냥 있다간 화장실 물을
내렸는지 안 내렸는지 알 수 없는 찝찝함을
개운하게 처리해야지. 오지랖도 이 정도면
병이란 말을 자린에게 또 들을지언정...
외출금지령이 풀렸다.
자비원의 일을 할 수 있게 된 건 물론이거니와
보육원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해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고용한다는 조건으로 이 또한
수월히 해결되었다.
그러나 아일라는 마냥 좋지 많은 않았다.
사실이 아닌 소문으로 인해 생긴 오명도
사라져 자유로워진 데 반해 자신을 감싸기
위해 나섰던 헤론백작은 여전히 다른
귀족들의 입에 연신 오르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나서면 백작이
기껏 해놓은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 이었다.
" 아가씨"
" 아~ 에이미.. "
"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계세요? "
" 으응.. 그냥 이것저것."
" 혹시 헤론백작님에 대한 이야기를 맘에 두고
계신 거세요? "
" 아.. 그게.. "
" 전 아가씨가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
" 응? 뜬금없이 무슨. "
" 그냥요. 이번에 아가씨에게 생긴 일들을
볼 때 다른 이였다면 이렇게나 아가씨를 위해
자신을 낮출 수 있을까 해서요. 솔직히
백작님이 완벽하게 맘에 든 건 아니지만 뭐. "
" 쓸데없는 소리. 그저 백작님의 성정이
남다르셔서 지나치지 못하신걸꺼야. "
" 그래도.. "
"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물론 이제껏
보아왔던 이들과는 다르시긴 하지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 테고 에이미 걱정마
중요한 선택은 꼭 스스로 결정 할 테니까 "
* 정보상저택
" 아가씨께서 그리 말씀하셨니? "
" 네."
혹시나 헤론백작님의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칠까 예의주시한 결과 잘만 하면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 완벽히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백작님을 구하지 못한 것이
찜찜했으니.
" 그래. 지금처럼 곁에서 아가씨의 심경변화를
내게 알려주렴. 레나 "
" 전처럼 그리 곤란하게만 안하시다면야 "
" 어차피 오래 머무를 생각도 없었잖아.
여차하면 다른 곳을 소개해 줄 텐데 "
" 거기가 좋아질 것 같아요. 급여도 좋지만 뭐
사람들이 잘해줘요. 옮겨 다니는 것도 이젠
질렸구요. "
" 뭐 그럼 다행이고. "
어찌되었든 영애의 마음이 이렇다하니 헤론
백작이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을 듯 그럼
이제 헤론백작을 슬슬 움직여 봐야하나.
의뢰는 끝났고 덤이 시작되었는데 왜 이리 더
신날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뭐 기분
좋으면 그만이다는 생각에 가벼운 발걸음을
서재로 향했다.
* 백만 번째 제자리걸음 중
" 아놔~~~ 새로운 의뢰 건은 없고
둘은 아직도.. 소심한 성격까지 똑같아서는
진전이 없잖아 진전이~~ "
" 그~래~서~요~~ "
" 카. 온.... 넌 노크란 것도 모르니~! "
" 무슨 소리세요. 주인님.
문이 부서져라 두드리고 면전에서 헛기침까지
해도 못 들으신 건 주인님이신데요. "
이 꼬맹이가.. 갈수록
" 주인님 닮아가는 것 같죠? "
" 자..리인~~~ "
" 그래서 제가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
것 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자린과
자기를 빼고 진행하니 샘통이라는 듯
싱글거리는 카온.
" 그냥 놔둘 걸 그랬나 아오~~!! 짜증나. "
" 쯧쯧.. 그러게 처음부터 시작을 마셔야죠.
의뢰는 이미 해결되었는데 무슨
오지랖이세요. "
" 그~~러~게 말이에요. "
" 거.슬.리.니까 다들.. 나가~~!! "
" 에~이~ 또 그러신다. 레나누나가 좋은
소식이라며 알려주던데 그리 정색하며
나가시라면 어쩔 수~ “
" 잠깐~ 레나가 뭐라고? "
" 레나누나가 어제 키온공작님과 키온영애의
대화를 우연히 엿들었다고 하더라구요."
" 그래서? "
" 이번 일로 공작님께선 마음을 굳히신 듯
해요. 처음이 어렵지 또 이런 소문이 안
난다는 보장도 없으니 이 참에 공식적으로
키온영애의 혼약대상을 물색 중이시라고. "
* 키온공작저
“ 소문이라는 것이 힘을 얻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처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이라면 더더욱.
높은 곳으로 갈수록 동경보단 시기가 거세어
지기 마련이니, 항상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라는 것이지. 이번일로 깨달은 것이
많을 것이다. "
" 네. 아버지 제가 많이 경솔했습니다.
다음부턴 가문에 누가 되지 않도록 몸가짐에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
" 그래서.. 아일라 내 너를 믿는다만
소문이라는 것이 또 나지 말란 법도 없거니와
이번 일로 마음을 굳힌바 너의 혼처를 찾으려
하니 자비원의 일은 어느 정도 선을 지키거라.
헤나도 이번 일을 계기로 홀로서기 충분할
테니 귀족들과의 모임에 좀 더 신경 쓰도록
해라. "
" 아버지 제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 하고 나서도 자비원의 일은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요. 제 일을 이해해 줄.."
" 쓸데없는 소리~! 아직도 모르겠느냐~
그 안일한 생각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결혼 역시 가문의 일이다.
그대로 따르도록 하거라~! “
갑작스런 결혼이야기에 가슴이 답답해져
버렸다. 물론 혼기가 차면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귀족 가에서
정략결혼은 일상인 것을 알지만 막상
자신의 일이 되고 보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막다른 길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도와줄 이는 더더욱
없었다.
* 자비원
헤론백작은 며칠 쉰 뒤 자비원에 나왔다.
물론 키온영애가 나올 테니 굳이 매일 올
필요는 없었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데 아침에 일어나 이런저런 일을
보고받은 뒤 습관처럼 자연스레 발길을
향하디 보니 어느 새 이 곳 이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나 생각하니
우스웠지만 곧 마리가 나오는 걸 보고
웃었다. 좋아서 오는 일이라고 남은
공부를 마저 가르쳐야 하지라고 혼자
중얼거리듯 얼버무리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환하게 마리에게 인사를
하는 데 아이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이 조그마한 천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걱정에
" 마리~ 오늘따라 왜 이리 기운이 없을까?
누가 우리 마리를 괴롭히기라도 한 거야? "
" 백작님은... 거.짓.말.쟁.이. "
" 으..응?? "
" 백작님이 아일라선생님이랑 결혼한다고
해서.. 결혼한다고오~오~~ 으아앙~~~ "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트린 마리를 본 백작은
순간 당황하다 얼른 마리를 안아 달래었다.
우는 아이만큼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없으니
그렇게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까...
훌쩍거림이 좀 사그라드니
" 히끅.. 백작님이랑 아일라 언니선생님이랑
히끅..결혼하면 주려고 흑..만들었다구요.흑..
정말.. 열심히... 언니들도...흑.. 도와줘서.. "
“ 마리야~~ 백..백작님 죄송해요. 저희가
데리고갈께요. "
" 안나야 마리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이니? "
" 그..그게.. "
" 안나야~! 백작님 아니에요. 저의가 마리
잘 달랠께요. "
아이들은 끝까지 말해주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마치 너는 몰라도 된다는
듯한 느낌. 왠지 소외된 기분에 그랬지만
별게 있겠냐싶어 돌아섰다.
큰 아이들과의 수업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엄한 소문들이 사라졌지만 키온공작이 이번
일로 키온영애의 자비원의 직접적인 개입을
막았고 보육원일도 예외가 아닐 거라는
생각에 백작은 키온영애를 끝까지 도와주기로
마음먹고 먼저 공작가로 서신을 보낸 덕에
아이들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헤론백작님이셨어요? "
키온영애는 오늘 아이들을 가르칠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는 헤나의 말에 서둘러 교실로
향했다.
선생님이 자주 바뀌게 되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할까 걱정되어 자신이
함께하면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질
않을 까 해서 와 보았는데 뜻밖에
거기엔 백작이 웃으며 반겼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화사하게 웃는 아일라.
그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는
아이들과 헤나.
그리고 그제서야 환하게 웃는 마리.
" 아니 이게 뭐에요.. 다들~
나만 몰랐던거에요? "
" 아가씨 죄송해요. 아이들이 하도 비밀로
하자고 졸라대서..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머~ 마리 눈이
토끼눈이 됐네. 무슨 일이니?"
" 백작님이 거짓말 했어요. 마리는 백작님이랑
아일라선생님이랑 결혼한다고 해서 화관까지
만들어 두었는데 "
" 이런.. 마리가 속상해 하니 나도 맘이
아픈 걸. 어쩌죠 백작님~? "
" 어..어.. 그게... "
갑작스런 아일라의 말에 백작은
어찌할 줄 모르고 타오르는 얼굴을 푸욱
숙이려니
" 정말~ 눈치 없는 백작님이시다 그지?
백작님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마리인데
소원 하나 못 들어주세요? "
" 백작님 바보~ "
" 아..아니.. 그러니까 그게.. "
" 백작님.. 같은 공간에 있을 때도 단둘이
있을 때도 이러실 거에요? "
" 네..네? "
" 흐응.. 저 그냥 백작님이랑 결혼 안할래요. "
" 네..네???? 아니~~~~ 안됩니다. 절대
안돼요~!!! “
" 흐음~ 지금 한말 무르기 없기에요~ "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결실을 맺게 됐다.
후일담이지만 사실 키온공작도 은근 백작을
염두 해 두고 있었다고... 단지, 이번 일로
백작에게 혼담을 넣었다가 퇴짜를
맞으면 어쩌나 하고 괜한 걱정을 했을 뿐.
약혼식도 넘긴 채 결혼식을 바로 올린 그들.
그들의 증인으로 불려간 나.
귀족이 아니라고 한사코 거절했지만 두
사람이 기어코 나여야만 한다고 고집을 부린
덕에 팔자에도 없는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나섰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사람의 마음을 함부로 읽으면 안 된다고
신부님께선 누누이 말씀 하셨지만 지금의
결과를 또 낳을 수만 있다면 안전한 선에
한해 가끔씩은 선을 넘어도 괜찮지
않겠냐며 하늘을 향해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남의 이야기는 끄집어 내어 해결하면서 정작 주인공의 이야기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인 모엘신부외엔 알아주지 못해 아쉬웠네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현실에선 소심하고 콩알만한 심장이 이야기 속에서는 대담하고 솔직하며 단단한 심장으로 버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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