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미끼를 문 그들의 성급한 진행
넌 남의 머리 탐험할 때 허락받고 읽니? 난 몰래 들어가~ 왜? 더 짜릿하니까. 당연한 걸 물어~ 우아한 척, 고상한 척, 도도한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들조차도 머릿 속은 모두 평등했어. 탐욕, 질투, 분노, 사랑, 연민 말로 다 표현 못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 데 그걸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 쉽게 내놓지 않아서 더 궁금한 속사정 내가 먼저 알아내어 긁어주니 멱살을 잡을 줄 알았는데 내 손을 잡으며 고마워했어.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분노하지 않고 차분해지게 만드는 나만의 비결 궁금하지 않니? 그럼 조용히 따라와 그들만의 비밀이야기를 들려줄테니.
" 무슨 말이냐? 지금 광산계약권을 그 자에게
넘겨야 한다니. "
" 그 자에게 정보를 받은 대가입니다. "
"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야? "
" 파엘 곁에 있어야 할 이가 부쩍 바깥출입이
잦아진 듯 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새벽녘쯤 1층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몰래 저택을 빠져나가려는 유모를
발견했습니다. “
" 파엘의 방을 지켜야 할 그가 무슨 일로? "
" 도대체가... 이제껏 처방받았던 파엘의
약을 게일에게 먹였던 것입니까~!!
그 약의 부작용으로 이젠 게일이 아프기
시작해 결국 유모가 독단으로 해결 하려
했나봅니다. 우리 몰래요~! "
생각지도 못한 일에 부인은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고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 어차피 광산은 제겐 더 이상 쓸모없으니
파엘의 유언장에 메어리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유산관리 대리를 제 이름으로
메꾸면 될 일입니다. 파엘의 몫을 현 사업에
투자하면 곧 회수될 것이니 지금부턴
내일 메어리를 가문의 사람들에게 소개
시키는 것과 그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들에만
우선 집중 하도록 하세요. 마냥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
" 알았다. 나는 그럼 유모를 단속하도록 할
터이니 너는 그에게 기회가 될 만한 것들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정리하도록 해라.
난 메어리에게 내일 있을 일에 대해 다시금
확인시키도록 할 테니. “
무식한 용병들을 거느리고 정보랍시고
거들먹거리며 귀족들 뒤치다꺼리만
하는 이로 얕봤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라올은 자신의 주변부터 확인하며
그 어떤 틈도 보이지 않기 위해 이를
갈았다.
* 핏셔가의 혈연임을 확인하는 자리
그동안 잠잠했던 핏셔가에서 뜻밖에 기쁜
소식이라며 백작부인이 보낸 서신을 확인
하자마자 올라 온 친지들을 비롯한 관련인들이
하나 둘 속속들이 도착해 접견실에 모였다.
그리고는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백작부인과
라올을 기다리는 동안 회포를 풀 듯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풀었다.
" 몇 년 동안 자리 보존하던 파엘에게
자식이라니?"
" 모르지. 죽을 날만 받아두고 있던 자식의
돈줄이 사라질까 어디서 비슷한 아이를 데려
와서 우기는 것인지. "
" 쯧쯧 백작부인을 몰라서 하는 소리야? “
" 아무렴. 철저하게 연극을 하겠지. 우리는
두 눈 부릅뜨고 가문 재산 지키면 되는 것을
뭘 벌써부터 기운을 낭비하고 그러나. "
그렇게 여기저기서 말들이 이어질 때쯤
접견실로 백작부인이 아이를 대동하여
나타났다. 허름한 옷을 손으로 가리며
소심한 태도를 보였던 주근깨 말라깽이
소녀는 어디가고 주홍빛 머릿결을
단정하게 내려묶은 화사한 메어리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곧장 아이에게
집중됐다.
* 전날 밤.
" 아가. 내일은 가문의 중요한 친지 분들과
원로원들을 비롯한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일것이야. 그들에게 할미는 네가 우리
사람인 것을 증명하는 아주 뜻 깊은 자리임을
알릴 생각이다. 명예를 중시하는 핏셔가는
분명하고 정확한 것을 지키기 위해 네가 감당
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을 것이나 그 어떤 것도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까지 할미와 너의
숙부가 알려주었던 것을 머릿속에 새기고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야. “
“ 네 할머니. 가문에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
모든 이들의 이목을 받게 된 메어리는 백작
부인인 할머님과 백부님의 말씀을 다시금
되새기며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자신을 위해
모여든 이들을 똑바로 응시한 뒤 작은 손에
힘을 실은 뒤 가득 치맛자락을 잡아 정중히
인사했다.
" 저를 위해 먼 걸음을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존경을 올립니다. "
그렇게 메어리의 인사를 시작으로 파엘과
라올의 숙부인 크렌백작부터 하나둘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자 차례차례 차분히 부인이
답했고 라올은 거기에 맞는 서류를 가져와
대조해 가며 하나둘 씩 설득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며칠 전 첫 번째 걸림돌이 될
출생일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고자
원로원에 먼저 증인을 요구했고 기다렸다는
듯 라올은 먼저 메어리를 받은 산파부터
호출했다. 자리에 착석한 산파에게 크렌
백작이 먼저 질문했다.
" 자네가 아이를 받은 산파인가? "
" 네 그럽지요. "
" 아이가 태어난 날을 어찌 확신하지? "
" 저는~ 그저 그런 산파가 아닙니다.
그 곳에서 제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를 받았고 또
그 수만큼의 아이들을 하늘로 올려
보내기도 했지요. 뭐 그 곳이
워낙에나 어두운 곳이다 보니
받는 것보다 지우는 일이 많아 아이
엄마들의 변덕을 막고자 일이 진행
될 때 각서를 받는 데 그때 날짜도
함께 기록하도록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받을 때도 버릇처럼 기록을
해놓았지요. 지금 보시는 것이
그 기록지입니다. "
" 이 기록지가 날조되지 않았다는 것을
어찌 믿지? "
크렌백작의 날카로운 지적에 백작부인이 대신
답을 하였다.
" 거기에 있는 산모의 사인과 수녀원에서 보낸
편지의 필체를 대조해보면 될 것이네. "
" 필체는 조작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이자말고 더 증언을 해줄만한 이가 있습니까? "
의심을 거두지 않는 크렌백작의 말에 라올은
" 메어리의 어미를 보호하고 있었던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출산할 당시 곁을 지켰다고
하더군요. "
" 제3자라.. "
" 들여보내게. "
산파는 볼일이 끝났음에 자리에 일어나
나갔고 밖에는 리안이 초조하게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 자네 들어가 보게. 내 일은 끝났으니. "
" 다른 말은 없던가? "
" 자네와 나는 모르는 사이인데 내게 뭘 더
캐묻겠나 쯧쯧. 로아를 아낀다면 술부터
끊게나. "
" 그건 내가 알아서.... 뭐..뭐~? "
생각지도 못한 로아의 이름이 산파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리안은 들어가던 발길을 돌려
산파를 잡았다.
" 난 산모의 이름을 말한 적 없어. 그자도
그렇고 우리는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 여야
했기에 함구했는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
" 쯧쯧쯧. 이런 머저리가 뭐가 불쌍해서
살려줬을꼬. 나라면 버리고 멀리멀리
도망쳤을 텐데 아이고~ 아야~~!!!
이거 놓으래도~!! "
부러 큰소리를 내자 문 입구에 서서 리안을
기다리던 라올이 고개를 돌려 실랑이를
확인 후 황급히 둘을 떼어놓아 산파를
보낸 뒤 리안에게 경고했다.
" 우리가 찾은 것이 아닌 너의 선택임을
아이가 알아서 좋을 게 없지. 메어리의
행복을 바란다면 끝까지 약속을 지켜야
할 꺼다. "
그런 라올의 말에 끌려가다 시피 한 리안은
그래도 자꾸만 찜찜한 기분에 혼란스러움을
안고 증인석에 자리 했다. 리안이 자리하자
마자 그것을 알아줄리 없는 매서운 눈들은
하나같이 앞 다투어 답을 요구했고
소란스러운 장내 분위기에 짜증이 난
원로장은 그런 시끄러운 이들을 침묵시킨 후
질문을 이어갔다.
" 자네는 아이엄마를 어떻게 알게 된 거지? "
" 다리를 다치기 전엔 사냥꾼으로 일했습죠.
그날도 산길을 따라 토끼사냥을 하러 가던
길이였는데 숲속에서 신음소리가 들려 달려
가보니 만삭의 여인이 쓰러져 있더군요. "
" 자네 말고 또 다른 자는 없었나? "
" 해는 떨어져 가고 위험할 것 같아 안절부절
하던 차 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대장장이의
수레를 얻어 타고 급하게 가까운 마을로
갔지요. "
리안의 규칙적인 대답에 실눈으로 앞을
향하던 크렌백작은 무심하게 툭 질문을
던졌다.
" 그날은 전날 눈이 제법 많이 내려 와
꽤 추웠던 날로 기억하네만.. "
* 같은 시각 파엘의 방
" 거기 누구 없나요~~ 내 말 좀 들어줘요~~!!!
나 좀 나가게 해 줘요~~~!!
흐..흑... 제발... 큰 도련님~~!! "
열이 펄펄 끓어오르고 안색이 창백해지는
아들의 모습에 유모는 주먹 쥔 손이 피멍이
들도록 세차게 두들기고 또 두들겼다.
그러나 오늘 하루 파엘의 방이 있는
이층으로는 계단아래에서부터 사용인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출입이 통제 된데다
문까지 바깥에서 잠근 상태라 아무리
외치고 부서져라 문짝을 내리쳐 목청을
높여도 소용이 없었다.
" 아이고 귀족들이 사는 집이라서 그런가..
뭐 이리 넓누~~ 도대체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아이고.. 아~이고 허리야.
대체 나가는 문이 어디 있는 게야? "
눈물범벅으로 문 앞에 주저앉아있던 유모는
어렴풋이 들리는 인기척에 벌떡 일어나 다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 질렀다.
" 거..거기 누구 있어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제발~~. "
다행히 그 소리를 들은 것인지 누군가가
문고리를 잡는 듯해 문에 입을 바짝 갖다
대며 유모는 최선을 다해 애원했다.
그러자 약하지만 들리는 목소리.
" 아니 도움은 내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
" 부탁할 게요~~ 이 문만 열어주시면 뭐든
~뭐든 다 도와드릴 테니 제발..흐흑.. "
간절히 애원하는 이의 말을 모른 척할 수
없었던지 누군가 문을 열어주었고 이에
황급히 나오는 유모가 그이와 부딪혔다.
" 아이쿠야~~ "
" 죄..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급해서.. "
" 이봐. 내가 자넬 도와줬으니 응당 날
일으켜 세워서 마저 도와줘야지.
이리 내빼기야~!
" 아..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죠? "
" 별건 아니고 노인네가 길눈이 어두워서
말이지 이 무슨 저택이 미로도 아니고
나 원.. 나가는 길 좀 알려주게나. “
“ 마침 잘됐네요. 절 따라오세요. "
그렇게 자신을 따라오라며 먼저 앞장 서
서둘러 나가는 유모를 따라 산파는 느린
걸음을 재촉했다.
" 아이고.. 늙은이 생각은 좀 해줘야지. "
" 죄송해요 할머니. 제가 너무 급해서.. "
" 아이고오~ 숨 차라.. 그래봐야 늙은이보다
앞서가진 않을 테니.. 천천히 좀 가 "
" 아들이.. 아니 이 댁 둘째 도련님이 많이
안 좋아요~ "
" 으이구~ 아들이 아프다면 진즉에
말했어야지. 열 내리는 데는 이게
특효지~ "
산파는 품안에서 해열제를 꺼내 유모에게
건넸다.
" 감사합... 아니? 열이 난다는 걸 어떻게? "
" 내가 뭐 보려고 본 건 아니고 물그릇이랑
젖은 수건이 쌓여 있기에 열을 식히는 가
했지. 내 산파노릇 하면서 애기들 처방도
간단히 해주는 터라 늘 상비하는 약일세.
하루정도는 뭐 버틸 만할 테니. 우선 급한
대로 쓰게나. "
" 할머니 흐... 흐...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 감사는 무슨.. 에효.. 아이들 떠나보내는
엄마심정을 누가 알아주기나 해. 놓치고
나서 후회 말고 정신 차리게나. "
그렇게 중얼대듯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사라지는 산파를 잠시 바라보다 퍼뜩
정신을 차린 유모는 다시금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다행히 열이 잡혀 고른 숨을 쉬며
잠이 든 아들. 게일의 머리맡에서 한숨을
돌린 유모는 그제야 아까 만났던 산파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너무 절박해
누군지도 알아보지 않고 붙든 건 아닌가
걱정이 들어 파엘의 방을 나서 백작
부인에게로 향했다. 혹여 자신의 실수로
인해 일이 나빠진다면 약속이 틀어질
수도 있으니.
* 백작부인의 방
“ 오늘 하루를 보고 아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긴 어렵겠지. "
" 그렇다고 시간을 끌게 되면 불리 할 테니
저들에게 조금이라도 빈틈을 주지 않으려면
빨리 일을 진행 시켜야 합니다. 유모의 말도
다 믿을 수 없고. "
" 아니다. 내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이야.
섣부른 판단을 해선 안돼. "
" 아니요. 게일의 병세가 나날이 나빠진다면
유모는 무슨 짓이든 할 겁니다. 우리 몰래
바깥으로 나간 것만 봐도 그녀가 우리에게
등 돌리는 건 시간문제에요. 어쩜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
" 그렇다면 게일을 그대로 내버려둬 가신들과
원로들의 동정표를 얻자는 말이냐? "
" 자손이 귀한 집안입니다. 오죽하면
할아버님께서 가정을 만들면 허락한다는
조건을 남기셨겠습니까. 사경을 헤매는
조카 앞에서 더는 숙부님도 고집을 부리시진
못 할 테니 우리 편에 서 있는 가신들에게
파엘의 상태를 흘리도록 하여 여론을 형성
한 뒤 메어리를 앞세우면 됩니다. "
" 그러다 게일이 정말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 그 자에게 더 이상은 기회를 만들지
않아야겠죠. "
그랬다.
라올은 게일의 상태는 안중에도 없었다.
메어리의 입적이 허락됨과 동시에 파엘의
유언장에 자신이 법적대리인으로써 이름을
올리기 위한 도구일 뿐. 일이 마무리되고
나면 더 이상은 가치가 없다. 오히려 그
자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기에 빨리 처리
하는 것이 안전했다.
남의 이야기는 끄집어 내어 해결하면서 정작 주인공의 이야기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인 모엘신부외엔 알아주지 못해 아쉬웠네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현실에선 소심하고 콩알만한 심장이 이야기 속에서는 대담하고 솔직하며 단단한 심장으로 버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 작가의말
매사가 꼼꼼해서 피곤한 것과 순간의 즉흥적인 선택으로
피곤한 것 중 어느 것이 머리 아플 지...
사과c는 좀 즉흥적인 편이라 신중하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즉흥적일 때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아 고치기
싫어 도망다니는 게 즐거운 참으로 엉뚱한 사과c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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