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두 마리 토끼를 위한 먹이.
넌 남의 머리 탐험할 때 허락받고 읽니? 난 몰래 들어가~ 왜? 더 짜릿하니까. 당연한 걸 물어~ 우아한 척, 고상한 척, 도도한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들조차도 머릿 속은 모두 평등했어. 탐욕, 질투, 분노, 사랑, 연민 말로 다 표현 못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 데 그걸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 쉽게 내놓지 않아서 더 궁금한 속사정 내가 먼저 알아내어 긁어주니 멱살을 잡을 줄 알았는데 내 손을 잡으며 고마워했어.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분노하지 않고 차분해지게 만드는 나만의 비결 궁금하지 않니? 그럼 조용히 따라와 그들만의 비밀이야기를 들려줄테니.
“ 일어나셨어요? ”
더 자고 싶다고 투정 부리며 이불을 끌어
올리는 데 야속하게도 자린은 창문을 활짝
열어 바깥공기가 머리를 쓸어 넘기도록
하더니 꼬옥 쥐고 있던 이불을 냅다 뺏어
버렸다.
“ 너무해 자린.. 으응 후하아암~ 어제
얼마나 힘들었는데 ”
“ 그래서 제가 미리 말씀드렸지요. 사람
수를 제한하자고 ”
“ 그렇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는 데
모른 척 할 수는 없잖아. ”
“ 그럼 그 사람들은 작은 주인님의 사정은
기다려 주던가요? ”
“ 그건... ”
“ 말 못하겠죠? 이기적인 인간들 상대
하느라 내 몸 상하는 줄 모르다간 대부님
꼴 납니다. 멀쩡하게 생기신 것처럼
보여도 약을 달고 사신다구요. 그 꼴은
한번 보는 걸로 족하니까 어서 일어나서
식당으로 갑시다 얼른~!! ”
나는 신부님을 대부로 받아들인 그 날부터
헥터가에서 독립했다. 사용인들은 보통
귀족의 저택에서 상주를 하지만 나처럼
특별한 경우나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렸을
땐 가능한 일이다. 처음에는 루이가 걱정
되어 망설였지만 헥터백작이 고용한
루이의 호위기사인 얀의 루이를 대하는
모습이 믿을 만해 전적으로 맡기기로
하고 나는 정해진 낮 시간 동안 곁에서
지키기로 했다. 말이 지킨다는 것이지
숨통을 튀워 주는 것이라 어렵지 않았고
외출도 일일이 허락받지 않아도 되어
훨씬 활동이 자유로워졌다.
아침식사로 나온 뜨끈한 닭고기스튜에서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면서 남아있던
잠을 몽땅 날려버렸다. 갓 구운 바게트를
스튜에 포옥 담가 충분히 촉촉해진 빵을
한입 베어 물며 오물거리고 있으니
신부님께서 말을 하셨다.
“ 아펠 이젠 소문을 듣고 오는 이들이
늘어나 조금 벅찰 것 같구나. 차라리
예약을 하여 의뢰인을 분류하고 수를
제한 한다면 조금 수월하지 않을까? ”
“ 안 그래도 신부님께 말씀드릴
참이었는데 의뢰인들이 늘어나면서
정리를 할 시간이랑 중간에 휴식을
취해야 할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해요.
충분히 쉬고 다음 의뢰를 들어야 는데
그게 부족하니까 머릿속의 내용이
잘 들어오지도 않고 보이지도않을
때도 있어요. ”
“ 아직은 능력을 안정화하는 데 들어갈
훈련치곤 너무 벅찰 수도 있겠구나.
보이지 않을 정도면 오히려 잠시 쉬는 게
다음을 위해서도 좋으니까. 의뢰를 하기
전 미리 예약을 하며 상의할 내용까지
함께 전달받도록 하마. 그래야 너도 생각
할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 ”
“ 네. 그렇게 된다면 제가 능력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도록 훈련할 수 있는 시간도
벌게 되니 나중을 위해선 그게 현명할 것
같아요. ”
“ 그럼 예약을 어떻게 진행했으면 좋겠니? ”
“ 간단한 내용은 제한을 두지 않겠지만
집중도를 요할 정도로 어려운 의뢰일
경우는 시간을 두고 진행을 해야 하니
최소 기한을 일주일로 정해주세요. 만약
일주일도 턱 없이 부족할 경우는 당분간
받지 말아 주세요. ”
“ 훈련의 강도가 높을수록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니. ”
“ 그럴 수도 있겠지만 까다롭다는 건
신분이 높은 경우 일 확률이 높잖아요.
전 재촉 받기 싫어요. 그리고 위험부담도
감수해야하는 데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샤말왕자 때 앗산을 놓쳤다면 저희가
당했을 거에요. 그런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당분간은 적당한 수준에서
의뢰를 해결하고 싶어요. ”
“ 알았다. 우선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고
헥터공과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느냐? ”
“ 남들 눈에 띄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자존심이 세신 분이라 형제들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해요. 특히나 바로 아래
동생은 제법 경계를 하는 듯 해 그걸 이용
해서 부추긴다면 좀 더 제게 기댈 것
같아요. ”
“ 헥터가에 아직 묶여 있는 상태라 자유
시간이 부족해서도 의뢰 건을 해결하기
힘드니 최대한 발을 빨리 뺄 수 있도록
하거라. 자존심이 강한 자일수록 자극에
민감한 편이니까 그걸 잘만 이용한다면
쉽게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게다. ”
“ 네. ”
핏셔백작과의 만남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음에도 아직 헥터공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신부님이 나의 대부가 되어
뒷배가 생기는 바람에 나를 잡으려다
놓친 던컨의 그가 심기가 불편해져
헥터공에게 아직 광산계약권을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원래가
사교계에 무관심하고 귀찮은 일엔 질색을
하던 인간이라 쉽사리 바뀌지 않은 탓도
한 몫 했다. 그러나 나의 목표는 헥터공을
가주에 앉히는 것이기에 꼼짝도 앉는
그를 자극하여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의 관심을 끌지를
골똘히 생각하다 떠오르는 것이 있어
조금 일찍 나섰다.
헥터가에 도착하자마자 루이를 찾으니
몸이 불편한 상태임을 감안해 얀의 도움을
받아 근처 잡화점에 나갔다고 하녀에게
전해들은 나는 곧바로 헥터공의 집무실을
향했다. 방에 들어서니 술 냄새가 진동
하는 게 어디서 또 진탕 마시고 놀다
늦게 들어온 모양이다.
“ 좋은 곳이라도 찾으신 모양입니다. ”
“ 핏셔백작과 말문을 텄다는 게 소문이
났는지 이놈 저놈 할 거 없이 아부를
해대며 접대를 하는 데 내가 뺄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
“ 그래도 가려서 나가셔야 합니다. 공의
말씀대로 겨우 입을 뗀 정도인데 그것을
원점으로 돌리게 된다면 지금의 재미도
영영 맛보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
“ 오자마자 잔소리구나. 어차피 더 이상
엮일 일도 없으니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야지. ”
“ 이번 수확제 때 카지노에서 재미있는
경매가 이뤄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아시고 계신지요? ”
“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면 더 흥미
롭겠지만 소문이라면 어차피 공개적인
경매일 가능성이 높을 텐데 별다른 게
있을라고. ”
“ 물론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핏셔백작께서 관심을 보이실
정도로 대단한 것이 나올 모양입니다. ”
“ 온의 도자기라면 질리도록 보았고
아슬란의 향유는 취향에 맞지 않아서
관심도 없다. ”
“ 헥터공께서는 지금 제가 드리는 말씀을
잘못 이해하시는 듯합니다. 헥터공께서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핏셔백작님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고위층 분들께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 분들이 탐낼만한 것이 이번
경매에 오른다고 하니 헥터공께서
원하신다면 그것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 무슨 수로 말이냐. 그렇게 귀하신
분들도 목을 빼는 것을 말이다. ”
“ 그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어떻게 경매에
참여해 보시겠습니까? ”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묘한 능력을
발휘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마치 무언가
있는 듯 하게 포장을 하여 호기심이 강한
이를 자극하기에 너무나도 유혹적이다.
그렇기에 또 다시 헥터공은 내 손을 잡았고
나는 진짜 마지막이라고 중얼거리며
던컨으로 향했다.
* 던컨
“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는군. ”
“ 제가 많이 보고 싶으셨나봅니다. ”
“ 글쎄.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 ”
“ 다이아스포어 광산계약권을 아직
헥터공과 공유하지 않으셨더군요. ”
“ 관심 두지 않는 것을 억지로 강요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
‘ 거짓말 ’
다이아스포어광산계약권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랬기에 헥터공의 입지를
굳히는 데 좋을 것 같아 그에게 2왕자와의
계약을 원한다면 헥터공과의 공유가 전제
되어야 한다고 분명 말을 하였다.
헥터공이 이것을 가지고 핏셔백작과 거래
라도 할 수 있게 된다면 충분히 헥터
백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
믿었고 만에 하나 유언장이라도 고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당당히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여 던컨 수장에게 진 빚을
모두 청산할 생각이었는데 일부러
헥터공에게 알리지 않아 기회를 놓쳤다.
말은 헥터공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내게 질척일
모양인데 절대 그렇게 되는 될 리
없다는 걸 다시금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한숨을 한번 쉰 뒤
천천히 말을 이었다.
“ 헥터가를 이용할 수 있다면 좀 더 크게
장사를 할 수 있으실 텐데 말입니다. ”
“ 그건 어디까지나 헥터공이 움직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
“ 그래서 경매장에 내걸은 것입니까?
보란 듯이 말이죠? ”
“ 빠르기도 하지. ”
“ 소문이라는 건 발 없는 말보다도 빠른
법입니다. 뒷거래도 없이 그렇게 드러내면
특별함이 반감되어 금방 흥미를 잃을 텐데
말입니다. ”
“ 그렇게 걱정이 되면 내 곁에서 좀 더
조언을 해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나의
어리석은 선택을 말릴 수도 있을 테고. ”
여전히 모엘신부를 택한 것에 뿔이 나
있다는 걸 이젠 대놓고 이야기하며 나의
반응을 보는 듯 했지만 그것을 외면하며
나는 보석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물었다.
“ 이번 다이아스포어는 특별하다는 말이
들리던데 ”
“ 너의 말에 혹하여 계약을 하긴 하였으나
아슬란에서 들어오는 다이아스포어를 처음
보았을 땐 실망을 하였지. 투명한 크리
스탈과 별반 차이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몰라 세공사를 부르니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각도로 보석을
향해 빛을 넣는 데 그 순간 왜 이 보석에
그리도 목을 매는지 알겠더군. 빛의 반사
되는 각도를 달리 할 때마다 바뀌는
색채를 보는 순간 부르는 게 값이라는
보석이 맞다는 것을 확신하여 이번 카지노
경매물품으로 나올 만한 것을 채굴하는
즉시 보내도록 연락하였는데 때마침
큰 게 나왔다는 답신이 왔지.
그냥 내보내기엔 아까운 감이 없지 않아
아직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다. ”
‘ 그럼 그렇지. 말은 굴러가는 돌보듯
하면서도 이미 계산은 다 하고 있으니
쳇~ 능구렁이 같으니라고. 그건 그렇고
특별한 건 측근 외엔 알 수 없으니 내가
알고 있다는 것에 전혀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게 이상한데... ’
특별한 다이아스포어는 그 자의 머릿속을
들여다 본 바로도 확실히 경매물품에서
빠져 있다.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것에
평소라면 특유의 표정을 하며 어떻게
아냐는 듯 물을 텐데 그냥 넘어간다. 내가
자신을 떠보려고 그냥 한 말이라 생각하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 것인지 괜시리 찜찜
해졌지만 말을 아낀다면 진짜 의심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아 머릿속을 헤집던 걸
멈춘 뒤 말을 이었다.
“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
“ 알아서 무엇 하려고? ”
“ 헥터가와 손을 잡으셔서 조금 더 큰
거래로 이어지도록 힘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점이면 아무래도 지금 원하시는
금액보다 높게 책정될 수도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
“ 부르는 게 값이 될 텐데 이걸 헥터가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
“ 헥터가는 불가능하지만 헥터가라는
통로를 통과하는 이라면 가능하겠지요. ”
내 말에 무언가 생각이 잠긴 듯 침묵하는
그를 놓치지 않고 노려보았다. 이 자는
간도 크게 황실까지도 넘보는 듯 했다.
아슬란왕국의 2왕자와 거래를 한 것이
무슨 자신의 능력인 듯 착각하는 것에
나는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 좋다. 이번 다이아스포어는 6가지 색채가
빛의 각도에 따라 2가지씩 섞여서 나오는
녀석이다. 채굴한 곳에서도 이런 건 처음
본다고 연락이 와 빠른 이동을 위해
물건을 확인하는 검수관들까지 매수했지.
확실히 세공사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올 만
하더군. ”
“ 그럼 경매장에 올리는 것들은
눈속임용이겠군요. ”
“ 녀석 점점... ”
“ 닮아간다는 말씀을 하신다면 과찬이십니다.
제가 던컨의 수장님 발끝에 닿는 정도면
모를까 아직은 멀었습니다. ”
아부는 어릴 적부터 몬스터와 많은 이들을
상대로 수없이 연습을 해왔던 터라 자연스럽
나왔다.
“ 거리에서 제대로 배웠나보군. ”
“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이지요.
어쨌든 이번 일을 위해선 우선 헥터공과
다이아스포어 광산 계약권을 공유하셔야
합니다. ”
“ 내 손에 순수하게 떨어져야 할 텐데. ”
“ 헥터공은 수수료에 그리 연연에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귀찮은 일일 뿐이니
단, 대가는 필요 할 테지요. 그래서 핏셔가와
거래를 할 시 헥터공의 공을 아낌없이 보여
주십시오. 그렇게 언급만으로 핏셔가와
제대로만 연결된다면 그 뒤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 그건 어려울 것 없지. ”
“ 그럼 우선 헥터공과 약속날짜를 먼저
잡으실까요? ”
어렵게 구슬려 다이아스포어 광산계약권을
공유할 수 있게 허락받은 나는 이 소식을
들고 헥터가로 향했다. 물론 나는 이 소식을
루이의 입을 통해 헥터가 사람들이 모처럼
모두 모인 저녁 식사시간 중에 나오도록
하는 걸 잊지 않았다.
남의 이야기는 끄집어 내어 해결하면서 정작 주인공의 이야기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인 모엘신부외엔 알아주지 못해 아쉬웠네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현실에선 소심하고 콩알만한 심장이 이야기 속에서는 대담하고 솔직하며 단단한 심장으로 버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 작가의말
낮의 스위치를 꺼버린 듯
구름만 잔뜩인 오늘입니다.
바가지에 담긴 물을 손으로
한움쿰 쥐어 흩어 뿌리 듯
감질나게 내렸다 말다를 반복하는
덕에 데크 위는 점박이 무늬만
가득하고 객식구 웅군은 짝지랑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네요.
보통 이런 날씨는 사람들을
처지게 한다는 데 사과c는 은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딱... 음산한 것이
동굴 파기 너무 좋은
시간이라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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