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또 다른 목격자로 인해 사건이 리셋되다
넌 남의 머리 탐험할 때 허락받고 읽니? 난 몰래 들어가~ 왜? 더 짜릿하니까. 당연한 걸 물어~ 우아한 척, 고상한 척, 도도한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들조차도 머릿 속은 모두 평등했어. 탐욕, 질투, 분노, 사랑, 연민 말로 다 표현 못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 데 그걸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 쉽게 내놓지 않아서 더 궁금한 속사정 내가 먼저 알아내어 긁어주니 멱살을 잡을 줄 알았는데 내 손을 잡으며 고마워했어.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분노하지 않고 차분해지게 만드는 나만의 비결 궁금하지 않니? 그럼 조용히 따라와 그들만의 비밀이야기를 들려줄테니.
" 이번 사건은 분명 사고를 가장한 살인
사건입니다~~!!! "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하나 이렇게
성미가 급해서야 파이는 자신이 좌중해야
할 상황임에도 빠져나가는 먹이를 놓치기
싫어 대기실에서 나와 성급히 나의 말을
잘라냈다.
신성한 재판정에서 그것도 귀족의 말을
가로막는 다는 건 처벌을 각오한 행동
이다. 그렇다면 과연 녀석은 어떻게 이
둘을 다시금 자신의 통발로 밀어 넣을지
궁금해진 난 한 번 더 기회를 줘보기로
했다. 어차피 머릿속을 헤집지 않아도
준비 된 패를 모두 쓴 지금 모든 것이
즉흥적으로 이뤄질게 뻔 하니. 그렇게
난 파이를 제지하려는 행정관에게 허락을
구한 뒤 계속할 수 있도록 놔두었다.
" 헥터영식께선 분명 보았을 테지만 전부를
본 것은 아닙니다. 제가 뒤늦게 도착하여
공녀님을 해하려 한 자와 실랑이를 벌인 것
까지는 일치하지만 또 한 사람이 있었던
것은 놓치셨습니다. 물론 이 일과 무관하나
유일한 증거물을 눈앞에서 훔치고 달아난
아이가 있었습니다. ”
이..미친 놈..
감옥에서 분명 루이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을 텐데...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무런 죄도
없는 루이를 끌어들이다니.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그 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사그라들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 자를 찾아 부리나케 시선을
돌리니 그 자는 나와 마주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부정이다.
즉, 파이는 루이에게 그 어떤 해도 끼치지
못했다는 것.
지금 말은 말 그대로 즉흥적으로 뱉어낸
파이의 실수다.
" 자네의 주인은 개를 아직 제대로 다루질
못하나 보군. 목줄을 끊고 난동을 부리는
꼴을 보니. "
"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허나 헥터영식께서
보신 것이 다가 아니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주인을 잃은 개가 울부짖는다 생각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
"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이지? "
" 그것은 앞서 증언에서 말씀 올렸지만
분명한 증거물인 양산의 장신구 3개가 그
자리에서 분실되었습니다. 지금 감옥 안에
들어앉아있는 아이가 직접 실토한 것이
구요. "
" 실토라고 하였나? 이런...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곳의 재판정은 너무
나도 순수한가봅니다. 한낱 사용인에 불과한
이도 감옥에 있는 이를 심판할 수 있다니
말입니다. 너무나도 넓은 아량이군요. "
중앙재판정과는 다른 곳이기는 하나 엄연히
규율이 엄격한 신성한 장소임은 분명하다.
그것을 비꼬기라도 하듯 재판관을 향해
말을 올린 뒤 곧바로 두 명의 행정관 중
파이에게 매수된 자를 향해 시선을 고정
하여 그 자를 몰아세웠다.
" 설명해보겠나. 카이트행정관 "
나의 말을 받고 곧바로 지목된 행정관에게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묻는 재판관.
이에 얼굴색이 바뀐 그자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한 채 시선을 여기저기 흘린다.
* * * *
" 아이 하나가 피의자에게로 와 건넨 물건
입니다. 이것이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될 수
있게 단속을 해주시면 섭섭지 않게 해드리
지요. "
" 내겐 그런 권한도 없거니와 있다하여도
그건 곤란하네. "
" 아픈 막내딸을 위해서라도 한번쯤은
용기를 내보시는 게 어떨른지... "
" 자... 자네... "
" 주머니가 비는 것도 모자라 거기에 빚이
채워지니 답답해서 말입니다. 그럼 전
카이트행정관님만 믿겠습니다. "
있지도 않은 것을 마치 사실처럼 꾸민다는
것은 소심한 그로썬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도박 빚으로 독촉에 시달리는 데다 수사
기관에서 일하는 자가 도박관련 일에 연루
되어있다면 그건 곧 파면을 뜻한다.
그걸 어떻게 알고 교묘하게 식은땀을 닦을
새도 없이 선택을 해야만 했다. 어차피
거리 아이 하나 잘못 된다한들 신경 쓰는
이 누가 있으라고.
* * * *
그렇게 생각하고만 있던 카이트는 자신을
보며 말을 하라는 듯한 헥터영식의 시선에
고개를 떨구고 손을 떨어댔다. 어떻게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
' 쯧쯧. 저렇게 소심한 사람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짓과 말을 행했을 리 없지. 법
집행과 관련된 자가 도박이라니 하아...
저 자를 흔들 좋은 방법이 없을까. '
너무 깊게 들어간다면 되려 내가 공격받게
될 테고 시간을 끌자니 파이의 똑똑한
머리가 순식간에 돌아가서 반박하기 힘들
수도 있게 되니...
" 지금 감옥에 있는 아이들 중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는 아이를 불러주시면 어떻
겠습니까? 제가 확인을 해본 다면 바로
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
" 영식께선 분명 다 보지 못하였지 않습
니까. "
" 충성스러운 개라도 흥분하면 눈이 금방
흐려지게 마련이지. 자신의 주인에게 맹목
적이 되어 주인 외엔 모두가 적으로 보이니
그날 보았던 아이가 정녕 사심을 품고
물건을 들고 갔을지... 불러보면 아는
것이지 않나? "
자신의 거짓이 들통 날까 전전긍긍하는
파이. 행정관이 제대로 일처리를 했다면
다행이겠지만 자신 없는 파이의 태도에서
결과가 보였다. 이미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앉아 있는 내 앞에서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 리 없는 녀석은 여유
로운 내 앞에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속으로 웃으며 왜 그렇게 자신 없어 하냐는
눈빛으로 재촉하며 감히 감히 귀족의 말이
우습냐고 호통을 치려는 순간
" 제.. 제가 몸싸움을 벌인 이는......
이 자입니다~!! "
" 무..무.. 무슨.... 야~~!!! 약속이~ 약속이
틀리잖아~!!! "
갑작스런 태세전환에 당황한 라쿤은 파이를
향해 핏대를 세웠다. 함께 탄 배가 위태
위태하니 바로 손절당한 라쿤. 몬스터를
빠트리기 위해 미끼가 되기로 자처한 그
날을 땅을 치고 후회할 테지. 아주그냥
이야기가 재미있게 돌아간다. 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아직은 흔들어야
할 파이를 향했다.
" 너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 그 사이에 거지
아이 하나가 중요한 물건을 훔쳐갔다는
말인가..? "
" 네. "
" 쯧쯧 너야말로 분명 이 자와 싸움을
벌이고 있었으면서 그 새 떨어진 물건을
주은 아이를 제대로 보기라도 했을까 "
" 보았습니다. "
혹시나 하고 던졌지만
자신 없는 말투.
난 파이의 말을 받아치기 전 라쿤의
옷자락을 잡아 피고석에서 증인석으로
끌어내었다. 안 그래도 분을 주체 못해
얼굴이 시뻘겋게 달궈진 녀석이었기에
무방비 상태에서 쉽게 내 손에 잡혀
끌려왔다가 파이가 눈앞에 있는 걸 확인
하자마자 파이를 향해 공격을 해댔다.
순간 당황한 파이는 뒤로 물러서 재판정
소속 가드들이 나서기를 바랐지만 라쿤의
손이 생각 외로 빨리 파이의 멱살을 쥐어
흔들었다.
" 말이 다르잖아~!!
나는 빠져나갈 수 있다고~!!!
네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
갑작스런 장내의 소란에 수석행정관이
나서려하자 난 잠시 놔두라는 듯 손짓으로
제지한 뒤 다음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길거리에서 굴러다닌 시정잡배들의 무작위
손길과 철저하게 훈련된 손길은 어디까지나
차이가 있다. 기초도 없는 이가 아니라면
한번 맞붙은 이의 특징을 꿰뚫을 테지.
" 이.. 이거 놓고~~ 뭐하시는 겁니까~ "
파이가 라쿤에게 깔려 소리치기 무섭게
흥미를 잃은 내 손이 다시금 움직이자 이를
확인 한 행정관들이 그제야 가드를 불러
라쿤을 내보냈다.
" 넌 분명 저 자와 맞붙었다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는 노릇
인데 어떻게 뭔가 말할 수 없는 것이라도
있는 것인가? ”
" 무.. 무..슨 그런 억측을~~~ 여긴 신성한
재판정입니다. "
" 그냥 물어본 것에 너무 예민하게 구는군.
그럼 물어보는 김에 하나 더 물어보지. 좀
전 너를 덮친 용의자를 데려간 가드의
얼굴을 기억하나? "
" 무슨 말씀이십니까? "
" 조금이라도 기억나는 게 있다면 여기서
한번 말을 해보라는 것이지. "
"크큭.. 이거~이거 베팅금액을 좀 더 올려
봐야겠는 걸. 간만에 짜릿하게 룰렛을 돌려
보는군. "
아펠의 연기에 당황하는 파이 둘을 보던
던컨의 수장은 흥미로운 연극에 열이 올랐다.
사실 그는 성공, 실패 그 어디에도 기대를
올려 두지 않았다.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여차
하면 녀석을 루루로 보내버리면 그만이었으니
그저 지루했던 일상에 변덕을 한 번 부려볼까
한 정도였는데 머리 굴리는 게 보통내기가
아니다싶어 루루로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입맛을 다신
그는 자신의 가드에게 베팅금액을 올리도록
했다. 그에게 장소는 중요한 게 아닌가 보다.
암암리에 여기저기서 베팅금액을 확인하는
것을 보면.
" 제가 그것을 어찌 압니까. "
" 그렇지만 저 자와 발트호수에서 싸울 때
보다도 좀 전이 더 여유롭지 않았나?"
" 그.. 그건... "
" 재판관님 이 자는 그 날 주머니를 주운
이를 보았다는 말도 되지 않고 정확하지도
않는 말로 신성한 재판정을 흐리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까요. 제 인내는 이미
바닥을 보인 듯 합니다만. "
" 끌어내게~!! "
" 아..아니~~!! "
조금이라도 버티려고 하는 파이의 곁으로
바짝 다가간 녀석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
였다.
" 그냥 조용히 페이가의 개로 남아라.
넌 짖을 만큼 짖었다. "
흠칫...
자신의 정체가 들통 날 줄은 몰랐겠지.
순간 얼어붙어 말문을 막힌 그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끌려 나갔다. 이젠 방해하는
이도 없으니 마무리를 해야겠지. 남은
몬스터가 나를 향해 조용히 미소 지었다.
마치 수고했다는 듯 한 눈빛.
‘ 내 이야기는 아직 다 끝나지 않았어.
아직 그렇게 웃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난 분명 모노에게 약속을 지킨다고 했어.
두고 봐. 평생 추운 겨울 속에 살게 해줄
테니. 아무리 후회해도 결코... 돌아오지
않을 거야 너의 봄 따윈.. ’
난장판을 피우던 라쿤과 자신의 차례도
아님에도 발악하던 파이까지 마무리를
한 나는 몸에 붙은 먼지 한 톨까지
얌전히 털어낸 뒤 다리를 끌어 자리에
앉았다.
" 앞서 나간 증인이 보았다는 아이에 대한
증언을 헥터영식은 동의하는 가? 아니면
다른 증명할 것이 있는가? ”
“ 그가 본 아이와 제가 본 이가 동일인물
인지는 알 수 없으나 훔친 것은 분명합니다.”
“ 크흠... 그 자의 인상착의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주게. 바로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
“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 자는 장신구를
손에 쥐자마자 자리를 벗어나 근처에 있던
아이에게 건네며 재빨리 도망쳤습니다. ”
“ 이런. ”
“ 허나 다행이도 그 아이가 지금 훔친 자와
함께 감옥에 갇혔다는 말을 우연찮게 들어
그 아이를 불러온다면 더 확실한 대답을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안 그런가 카이트행정관..? "
" 예... 예..에??? "
" 카이트행정관은 정이 넘치는 분이십니다.
아까 안절부절 하지 못했던 것은 지하
감옥에 있는 이들이 모두 막내딸과 같은
또래거나 더 어리다 보니 망설였을 겁니다.
걱정 마시오 카이트 행정관. 그저 한 가지만
물어보면 되네. 아이들에게 이걸 건네면 좀
불안함이 가실지도 모르네. "
그것은 자린이 아이들을 위해 사다 준 사탕.
아이들이 풀려날 때를 대비하여 가져온
것이다. 울음을 터트리는 녀석들 입에 쏘옥
직접 넣어주려 했지만 뭐.. 아무려면 어때.
잠시만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그렇게 생각을 마친 뒤 나가려는 카이트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한마디 속삭여 주는
걸 잊지 않았다.
남의 이야기는 끄집어 내어 해결하면서 정작 주인공의 이야기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인 모엘신부외엔 알아주지 못해 아쉬웠네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현실에선 소심하고 콩알만한 심장이 이야기 속에서는 대담하고 솔직하며 단단한 심장으로 버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 작가의말
일타이피, 일따쌍피
그물에 들어 온 물고기를 구분해서
방생하지 않았다. 모두 풀어주던 지
모두 잡아가던 지.
아... 갑자기 회가 먹고 싶어진다. 츄릅
낚시도 가고 싶고 요새는 뭐가 잡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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