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무림맹(3)
아! 무림맹(3).
-쿵......쿵....쿵....쿵...쿵..쿵..!
천지를 은은하게 울리는 북소리.....!
거침없이 부숴버리고 돌진하고 있는 삼인의 앞을 누가 막을 것인가?
세상천지에는 오직 혈마만이 그들의 장군보를 멈추게 하리라!
“으....으악.....! 저....저....저놈들을 막아라.....!”
-쿵쿵쿵쿵쿵쿵......쿵......!
은은하던 북소리의 박자가 빨라졌다.
하림등은 은연중에 그음에 맞춰 발을 내려찍고 있었다.
바위가 부셔져 나가고 단단한 흙은 사방으로 비산했다.
격렬한 몸놀림은 허공을 격하고, 겁을 잔뜩 먹은 혈방총관의 파리하게 죽은 면상이 그들의 눈앞에 그대로 드러났다.
-푸화화화화......확.....!
순식간에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날카로운 검강에 화염을 품은 도, 거기에 새하얀 수강....!
“으....으..으....아아아아악.......!”
-꽈과과과과......꽈광....!
“으아아아악....!”
“아아악......!”
혈방총관이 있던 근처에 있던 군소 마두들 또한, 이 천지재앙에 버금가는 벼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움푹 파인 구덩이 안에는 단지 몇 개의 핏덩어리만 곳곳에 흩어져있고, 영욕의 세상을 살다간 그들은 아무것도 남길 수 없었다.
-쿵.....쿵,,,,,,!
빨라졌던 북소리가 다시 박자를 맞춰 제자리를 찾아갔다.
_꽝....! 꽝......!
하지만 세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오직 무표정한 표정으로 지축을 뒤흔드는 장군보를 밟아가며 독수를 전개하고 있을 뿐.
“으악.......!”
“아악.....!”
“악......악귀들이다....!”
“모두 피해라! 총관이 사라졌다."
“이....이놈아, 총관은 죽었단 말이다."
“허억....정말인가? 본방의 총관이 죽다니......!”
비교적 뒤쪽에 있던 자들은 창졸간에 일어난 상황에 도망도 못가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총관이 분시 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모두들 저 악귀로 부터 도망쳐라...!”
“우우우우.....이쪽으로 온다....빨리 달아나자....!”
-쿵...쿵..쿵.쿵......!
느려졌던 북소리가 마치 현장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박자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혈방의 마두들의 사기는 오히려 무지막지한 공포를 불러 들었다.
-쿵......꽝......쿵.......꽝!
“으....아악....! 살려주.....!”
혈방의 마두들은 죽어라 달아났다.
민첩한 그들의 행동은 빨랐다.
하지만 하림은 그들을 끝까지 쫒아간다.
그들이 휘두르는 무공에 즐비한 시체들이 지나갈 길을 막고 있었다.
애초에 혈방의 인원은 삼백 정도였다.
단, 삼백 명으로 칠백 명 가까이 되는, 사기조차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무림맹을 뒤 쫒았던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사람의 사기가 얼마나 몇 곱의 일을 가능케 하는지 능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삽시간에 단 세 명에 의해 백여 명의 마두들이 폭사해버렸다.
혈방의 마두들은 저 세 인간이 자신들처럼 피륙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온몸에 황금빛으로 둘러싸인 저 악마들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도망가는 것만이 자신들의 일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사실만 머릿속에 가득할 뿐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정반대인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세 사람의 엄청난 무위를 보고 환호성을 내지르며 열렬하게 호응했지만, 어느새 자신들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조차 잊어버리고, 장엄한 장군보를 펼치고 있는 세 사람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가슴속에서 풀어져 나가는 것을 느끼던 그들은, 그것이 눈물로 변해 눈을 통하여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빨을 깨물며 하림등이 만들어놓은 구릉에 내려서는 자들이 있었다.
“모두, 마두들을 쫒읍시다. 한 놈이라도 제거를 하는 것이 훗날 역조창생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잘들 알고 있을 것이오.”
그는 한쪽 팔을 잃은 도경진인 현 무림 맹주였다.
그의 곁에는 어느새 구파일방의 수뇌들까지 같이 하고 있었다.
“옳소....! 맹주님 말씀대로 저놈들을 어서 쳐 죽입시다!”
“와아아아아아......!”
“우와와와와...!”
군웅들이 움직인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몸놀림에 이제는 쫒기는 자가 아닌, 쫒는 집행자의 입장으로 바뀐 몸을 날래게 움직인다.
“와아! 죽여라.....!”
“복수다....이놈들.....어서 내게 오너라! 껍질조차 남기지 않으리라....!”
전장은 또다시 참혹한 혈전장으로 바뀌었다.
다만 아까처럼 죽는 자들이 백팔십도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하림은 군웅들이 난립하자, 몸을 일으켜 세우며 손을 멈추었다.
그의 곁을 지나 마두를 쫒는 무림맹의 무사들은, 하림 등을 향해 간략한 포권으로 경외심을 드러냈고, 하림은 그들을 향해 활짝 웃어주었다.
“앗..! 주공의 머리가......!”
운령이 뾰족하게 소리치며 놀란 눈을 치켜떴다.
“으응.....? 내 머리....?”
하림은 등 뒤의 긴 머리를 손으로 잡아 돌려보더니 눈빛을 가라앉혔다.
긴 흑발에 윤기까지 찰랑거렸던 탐스런 하림의 머리가 어느 사이에 새하얀 백발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백발의 하림....!
조금은 중성의 무시할 수없는 기이한 매력을 띤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누구나 한번 마주친다면 그가 흘려내는 기이한 매력을 평생 동안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운령, 괜찮아! 이것은 환골탈태했을 때 외형이 변하는 것처럼, 내 몸에 들어있는 음기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증거이니 놀랄 것 없어.”
“아....! 그렇습니까?”
“주공! 감축 드립니다. 드디어 음공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군요.”
“하하...! 고마워, 도림! 이제 양기를 끌어다가 이놈 옆에 붙들어 매줘야겠지....”
“감축 드립니다.”
“고마워, 운령! 지금부터 잠시 호위 좀 부탁해!”
“아.....예!”
하림은 장군보를 펼치면서 얻었던 음기의 족적을 따라 서서히 운기 해 들어갔다.
서서 조용히 눈을 감고 운기를 하는 하림의 모습은 거대해보였다.
그리고 그의 주위를 스멀스멀 감싸는 새하얀 광채는 그를 더욱 거대하게 만들고 남음이 있었다.
멀찍이서 바라보는 군웅들 중에는 그런 하림의 모습에 합장까지 하며 감격해 하였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만, 서서히 그 열기가 잠잠해지고 있었다.
군웅들은 장엄한 기세로 이제는 새하얀 광채로 몸을 반쯤 가려진 하림일행을 눈부시게 바라봤다.
******
하림은 무아의 경지에서 끓어오르는 음기를 갈무리하는데 총력을 쏟았다.
사납게 굴던 음기는 하림에 의해 순순히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안색에 내천 자를 그리고 있던 하림의 표정이 수시로 그것을 전해준다.
하림은 내친김에 기승을 부리는 음기덕분에 잠잠해진 양기를 끌어 올렸다.
-우우우우우웅......!
순식간의 그의 주위로 붉은 화기가 치솟아 올랐다.
갑작스런 소음과 급격한 온도차이로 도림 등이 뒤 돌아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거대한 바위처럼 전방을 노려보았다.
아까와는 달리 화염에 휩싸이는 듯, 그런 모습으로 전방을 향해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하림 쪽을 향해서, 싸움을 끝낸 무림맹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들은 이내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춰서야만 했다.
도림과 운령이 무형의 강기를 그들에게로 쏘아낸 것이다.
그것을 도경진인이 감지하고 하나 남은 왼손을 들어 올렸고, 곧, 모든 사람들은 더 이상 다가올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분명히 두 눈을 크게 뜨고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
장엄한 서기와 화염에 휩싸여 있는 하림의 모습을......!
그리고 두려움이 섞인 경외감에 잔뜩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려보더니, 누구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나 합장을 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한사람의 행동이 동행심리를 불러 엄청난 경외감에 이끌려 자신들도 모르게 같은 동작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주위는 바늘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없이 정적에 휩싸여 갔다.
서쪽하늘로 떨어져가는 낙조와 어울려 도림과 운령이 호목을 번뜩이고, 낙조의 빛으로 화한 하림이 거대한 서광을 뿜어내고 있다.
아.....!
그것은 엄청난 광경이었다.
훗날, 하림의 일화중 하나로 남게 되는 그의 안휘성의 광휘라는 일화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점점 흘러 낙조가 완전히 서산너머로 넘어갈 때, 하림의 전신을 뒤덮던 화염도 서서히 줄어드는 것 같았다.
“아.....!”
“와아....!”
“아....하오문주가 깨어났나 보다.......!”
“와아아아.....!”
숨이 막히는 정적에 숨소리한번 크게 내지 못하던 중인들의 숨통이 일시에 터져 나왔다.
도림도 그들의 반응에 고개를 자신의 주군에게로 돌리다 급히 다가섰다.
하림이 어느새 눈을 뜨고 깊이를 알 수없는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주공, 일어 나섰군요.”“아....주공.....깨어나셨군요.”
하림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가 움직임에 따라 도림과 운령의 두 눈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달.......달라 지셨어.....엄청난 저 신위.....!)
(아! 주공께서 또 한 단계를 넘으셨구나!)
“두 사람, 수고했어! 나 때문에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나보군. 모두가 저기서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니 어서가자!”
“주공! 대공을 축하드립니다!”
“주공, 감축 드립니다.”
“하하....축하...? 그래, 어찌 보면 그럴 수도......고마워!”
앞을 휘적휘적 걸어가는 하림,
그 뒤를 따르던 두 사람은 우연히 하림의 등에서 머리로 시선을 옮기다가 깜짝 놀랐다.
하림의 머리가 새하얀 백색이 섞인 붉은 빛을 띠었기 때문이다.
“주공...! 머리 결 색이.......?”
“하하! 또 변했어...? 괜찮아, 아마도 평생 이대로 일 것이야!”
“아.....! 그렇다면 드디어 음양합일을 하셨군요?”
“하하하....! 아마도 그렇다고 보아야겠지....!”
“아아아아...!”
“아.....!”
두 사람의 감탄사가 등 뒤에서 흘러나올 때, 하림은 모여 있는 무림맹 사람들 앞에 다가서고 있었다.
“맹주님, 힘이 드실 텐데 여기서 이러고 있다니 저 때문에 괜한 고생을 하셨군요. 불초가 민망스럽습니다.”
“하하하.....! 역시 본도의 예상이 딱 맞아 떨어 졌소. 문주, 어느새 눈앞에 벽을 허물었군요.”
“하하....! 맹주님, 그런가요? 운기하고 났더니 웬 지 속이 따뜻하군요.”
“허허....! 이사람 장문주, 그 한마디 농이 본도의 피곤했던 여정을 싹 밀어내주는 구료.”
“하하하하.....! 그런가요? 맹주님, 아주 큰 다행입니다.”
“하하하하하하....!”
“하하하....!”
“허허허.....!”
하림의 익살스런 표정에 모두들 대소를 터트렸다.
그것은 그동안 잔뜩 억눌러있던 압박감이 내부에서 터져 나온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따라 웃고 있는 하림의 두 눈이 더욱 깊어져 갔다.
-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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