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탕마대(5)
<무림탕마대(5)>
열여섯 명의 고수.
비록 개개인의 능력은 하림의 아래라 하지만 이들이 협공을 한다면 결코 쉽지 않을 터.
“자, 준비 됐으면 시작 해볼까?”
“대...대주....! 정말 우리 모두가 협공을 해도 되겠소?”
사마갈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어보지만 하림의 표정은 여유롭다.
“마갈, 그대는 그래도 나를 좀 아는 편일 텐데, 내말을 믿지 않는군.”
“아,,,아니오, 대주의 말이 너무 뜻밖이라 놀라서 그렇소.”
“후훗.....! 좋아, 그렇다 치고 이제 시작해볼까?”
슬금슬금 십육 인이 하림을 가운데 두고 원진으로 포위를 하 기 시작했다.
(잘되었어, 이참에 콧대 높은 우리 어린대주에게 쓴맛을 보여주자고.....)
(하하...그거 통쾌하겠는데....)
(하하......!)
(흐흐........!)
그들은 저마다 전음을 날리면서 무기를 꺼내들었다.
하림의 미소는 더욱 짙어 졌다.
“준비 된 것 같으니 나부터 가지.....!”
-쒜에에에엑........!
“허억....!”
“헉......대주가 사라졌다.”
분명히 중앙에 확실하게 포위당하고 있던 하림이 그들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퍼벅....!
“으악...!”
“자....하나...”
난데없는 타격소리가 들리면서 한사람이 쓰러진다.
보이지 않는 적,
듣도 보도 못한 하림의 신법에 귀신에 홀린 것처럼 잔뜩 경계를 하며 긴장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하림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있는 십육인.
그들은 어느새 이마에서 땀이 솟아나는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긴장해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퍽..!“
“악....!”
“아아악....!”
“둘...셋...넷.....다섯......여섯,,,,이오!”
-퍽....!
-퍼벅...!
-퍽....퍽....퍽...!
“일곱에 여덣이면 아홉이요.....!
“으아악.....!”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들은 땅위에 머리를 대는 순간에 기절한 듯 움직일 줄 몰랐다.
어느새 반수가 땅위에 고개를 박고 기절해있으며, 남아 있는 자들은 어찌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하림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모든 공력을 쏟아 부어 대원들로 하여금 어린자신을 경시하지 못하도록 군기라도 잡을 요량이었다.
몽둥이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퍽...퍽....퍼버버벅.....!
-퍽...!
“열넷...열다섯....열여섯....! 호이챠.....!
“으아아아아...!”
마지막 긴 비명을 지른 자는 사마갈로 그의 목소리에는 공포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그를 마지막으로 모든 대원이 땅위에 고개를 묻었다.
하림은 그제야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느새 극성으로 익혀버린 귀영신보.
이 신법을 극성으로 익히면 환영이 나타난다 했던가?
바로 귀신의 모습으로.
하지만 대원들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보고 싶어도 이미 기절을 해버린 터라 죽었다 깨어나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일다경이 흘러갔을까?
“끄...응......!”
제일 먼저 기절했던 관중일검 황이연이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면서 눈을 뜬다.
그 뒤로 빠르게 정신들이 돌아오고 있었지만, 웬일인지 아무도 벌떡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눈앞의 사태에 벌어진 이일이 수습도 안 되고 믿어지지도 않는 것이었다.
자신들 열여섯 명이 마지막까지 땅위에 쓰러진 시간이 한마디로 촌각이라 해도 아무도 토를 달수 없었던 것.
한마디로 쪽이 팔려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모두 눈뜨고 멀뚱거리는 거 다 알아!”
“..........?”
“자, 저위 산 정상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다, 그 나무에 각자 지풍을 남기고 내려온다. 물론 내공을 쓰면 실격이고 삼등까지 열외, 나머지는 다시 기합이다. 준비 시이....작.........!”
“우아아아아.....!”
“와아......!”
죽은 듯 꼼짝 안하고 있던 대원들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벼락처럼 튀어 오르더니 산 정상을 죽어라 뛰기 시작한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먼지구름으로 인하여 금 새 그들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날, 열여섯 명의 군기가 바짝 들었다.
누구하나 농담이라도 전처럼 어린대주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림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이미 질려 있었다.
저마다 어디 한군데씩 온전치 못한 곳이 생기고, 천룡대는 자신의 상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 후에야, 지긋지긋한 산을 내려 올수 있었다.
정주현 내에서 제일 크다는 만화루.
하림일행은 이곳에서도 큼지막한 방을 예약하여 저녁을 맞았다.
그 자리에는 제갈송령까지 나왔는데, 천룡대의 유일한 여자였던 금서옥과 나란히 앉아있었다.
금서옥은 이번 무림대회를 통하여 화봉이란 별호를 얻었는데, 여자 몸인데도 옆에 남자들이 전혀 여자로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이면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오늘 이 자리는 우리 천룡대가 정식으로 인사하는 자리가 되어버렸군, 일단 여러분들 외에도 몇 사람들이 더 합류 할 테고 그때가 되면 다시 한 번 자리를 갖도록 하지.”
“예, 대주님.”
우렁차게 대답하는 그들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하나같이 모두 기대가 크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하림의 무위에 반해 그를 따르게 된 사람들이다.
비록 들어오고 나서야 자신들이 무림맹이 아닌 적혈마도 장하림 개인의 부하가 되어 버린걸 알았지만, 이미 화살은 떠났고 되돌릴 길 또한 없다.
더욱이 종신노예계약이라고 불려도 이견이 없는 계약서에 인장까지 찍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 희망이 넘쳐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바로 한시진전에 있었던 십육 대 일의 비무를 겪고 난 뒤였다.
환사(幻邪).
하림의 신형이 도저히 사람이라 볼 수 없다하여 자신들도 모르게 이단어가 튀어나와버렸다.
그 뒤로 툭하면 그들은 하림을 환사라 불렸다.
그에게 밉보이면 죽음의 환영이 찾아든다.
아마 그런 의미였던 것 같다.
어딘지 으스스하고 사이한 하림의 몸놀림을 떠올린 대원들은 다시 한 번 자신들도 모르게 몸서리친다.
하지만 그런 환사가 자신들에게는 오로지 희망이다.
이곳에 모인 자들은 암암리에 일등하고는 거리가 멀던 자들이었다.
항상 남보다 우월해도 가문이 그들보다 못하였기에 뒷전으로 밀렸다.
세상에는 그들만이 몸으로 체득한 우선순위란 것이 있었다.
구파일방 오대세가, 이안에 들지 못한 자들은 항상 일등을 하여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난 것이다.
금수저와 목수저의 차이, 그것은 상상외로 그 간격이 크다.
이 자리에 사천당문 출신인 독비절도 당수영이 앉아 있지만, 그도 엄밀히 따진다면 당가의 직계가 아닌 방계사람이다.
직계와 방계,
그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그런데 말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무림에 일어났다.
혹자들은 하오문의 역사가 천년이나 된다고 떠들어 됐지만, 아무도 그걸 증명해주는 사람이 없다.
천년이면 뭘 할 것인가?
그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무림에 이렇다 할 발자취를 남긴 자가 없지 않은가?
한마디로 오랜 역사를 가진 하오문임에도 강호에서 인정해주는 고수하나 만들어내지 못한, 무능력하고 시궁창처럼 더럽고 지저분한 하오문이라 하지 않던가?
그런데 작금은 어떠한가?
이제 겨우 약관의 나이에 솜털도 가시지 않은 하오문의 애송이가 천지를 떠들썩하게 울리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그 속을 알 수없는 거대한 하오문의 수장이란다.
그래서 반했다.
자신들보다 못한 출신의 어린사내가 세상을 말아먹으려 하고 있다.
항상 알게 모르게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던 이들이 한껏 고무되어 그의 밑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각설하고,
몸 안으로 흘러드는 술기운에 약간은 긴장하고 어색했던 주종사이가 훨씬 부드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때 말이야, 만약에 여기 환사께서 안도와줬다면 나는 식인광마의 만두소가 돼버리고 말았을 것이네.”
“아.....! 소문으로만 들었었는데 그게 바로 사형님이셨군요.”
“그렇지 난 현상금 사냥꾼이었으니까 말이지.”
술에 얼큰해진 포화검 사마갈이 식인광마와 싸우던 때를 열을 올리며 이야기하고, 대원들은 자신의 상관인 하림과 연관된 일이라서 하나같이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었다.
특히 하림의 옆에 앉아있는 두 여자, 제갈송령과 금서옥은 두 눈을 반짝이며 눈도 깜짝하지 않고 듣는다.
이때하림이 더 듣기 뭐하여 사마갈의 말을 끊는다.
“모두 잘 알고 있겠지만 우리의 일 단계 적은 혈마다. 난 유일하게 혈마와 싸워본 사람이다. 하지만 곧 다시 만나게 될 혈마는 끔찍하게 강할 것이다. 어쩌면 대주인 나도 여러분들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흐음......!”
“아.....!”
들떠있던 대원들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는다.
그들의 입에서 놀란 만큼 신음이 새어 나온다.
하림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더 놀랄 것이다, 혈마의 그 강함과 사이함에 어쩌면 치를 떨지도 모른다. 그런 아비규환의 전장에 여러분이 선봉을 맡게 될 것이다. 왜? 그를 아니, 혈마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결코 내일이 없을 테니까.”
하림의 말이 끝났다.
하지만 방안에는 누구도 움직이지도 또, 말도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냉냉한 고요함에 빠져 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주눅부터 들 필요는 없어, 앞으로 우리는 무림맹에서 얻을 걸을 얻은 다음, 절강성 영파로 가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여러분들은 지옥의 수련을 하게 될 것이다. 간략하게 더 말해준다면 내공을 올릴 수 있는 영약을 만들어 나눠 줄 것이고, 맹에서 주는 비급은 덤으로 얻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무공도 어쩌면 나누어 주겠지.”
“아아....!”
“대주님 무공까지.....?”
그들은 식어가던 열망의 불꽃이 다시 점화되기 시작했다.
하림의 말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난 나의 규칙이 반드시 있다. 그것은 바로 절실하게 아쉽지 않으면 하나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절실하지 않은 자에게 뭔가를 내 주겠다 한들, 그자가 고맙게 받겠는가. 난 절실하게 원하는 자만 끝까지 같이 갈 것이다.”
-두둥......!
“저어....대주님....!”
“소양,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군?”
이미 구겨지고 더러워진 백의에 옆구리에 찬 옥소가 그를 옥소서생 설소양이라 말해 주고 있다.
“혈마가 우리의 적인 것은 익히 알지만 우리는 아직 대주님의 포부를 듣지 못하였소,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갖는 포부가 있지 않겠소, 더욱이 우리는 주군을 모시는 자들로 주군의 포부가 뭔지를 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요.”
설소양의 말에 모두가 눈빛을 초롱초롱 빛낸다.
하림은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나의 포부는 강호 정복이다, 뭐 이런 거 말인가? 하핫.....난 그런 거 없다네, 단, 난 나만의 강호를 만들고 싶을 뿐이야,”
“대주님의 강호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나만의 강호. 내가 있는 곳은 누구도 넘볼 수없는 절대적 나만의 성. 난 그런 것을 나만의 강호라 한다네.”
“아.......!”
“아아.....!”
둘러말한다면 절대자의 외침과 같은 것이 아닌가?
잔잔한 하림의 한마디가 그들의 가슴속에 비수처럼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 작가의말
하림의 강호,
이제 슬슬 그만의 세계가 펼쳐지려 하고 있는건가요.
조금 더 가봐야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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