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령구궁천뢰옥(2)--> 5권시작.
<마령구궁천뢰옥(2)>
-쿵......!
하림의 등 뒤로 거센 진동과 굉음이 울리면서 바위 문이 닫혔다.
그리고 찾아온 칠흑 같은 어둠은 주위의 경물을 하나도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하림은 내공을 끌어올려 희미한 윤곽을 빠짐없이 알아볼 수 있었다.
“흠......이곳은 위험한 곳이라고 광고라도 하는 것처럼 스산한 곳이군.”
그는 조금 더 전진을 해서 앞을 가로 막고 있는 거대한 바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바위를 전횡은 문이라 하였다.
문이라 함은 어딘가에 반드시 갈라진 곳이 있을 것 아닌가?
내력을 좀 더 끌어올려 본다.
순간, 시야가 대낮처럼 밝아진다.
하림의 두 눈에 어둠속에서도 불이 번쩍번쩍하게 흘러나온다.
그러나 어디에도 갈라진 곳이라든지 여타의 다른 상흔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적잖게 실망한 하림이 시선을 거두다 말고, 우연히 쳐다보게 된 곳에 얼음이라도 된 것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정중앙의 높은 곳에 마치 주먹으로 지긋이 눌러놓은 것처럼 움푹 팬 두 곳.
그곳은 검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었으며, 그 모양이 마치 불꽃을 닮아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저....모양....저 불꽃모양.....어딘지 눈에 익다!”
하림의 눈동자에 모호한 의문이 내려앉았다.
도대체 자신의 뇌리 속에 왜 저모양이 눈에 익었을까?
분명히 봤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본적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힘들다.
“왜지.....? 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지? 그리고 이 괴이한 느낌은 뭐란 말인가?”
-부르르르.......!
돌연 그의 가슴팍 한구석이 뇌전이라도 맞은 것처럼 찌릿하게 떨려오는 것이 아닌가?
“앗....! 왜.....?”
가슴으로 손을 가져간 하림은 아직도 자신의 가슴팍에서 강한 진동이 수차 울리는 것을 감지했다.
“아......!”
그 느낌에 하림은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짧은 탄성을 지른 그의 손이 급하게 품속으로 들어간다.
-지이이이잉......!....지잉.....!
“아아.....!”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려 나온 물체를 확인하는 순간, 하림은 그 가슴 떨림의 정체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바로......?”
언젠가 검후 이호란에게 색마로 오인 받아 일 검을 맞고 절벽으로 떨어졌을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동굴에서 귀영살막의 비급과 동시에 얻게 되었던 두개의 붉은 팔찌.
이것은 어느 유명한 도둑의 물건이었다 하였던가?
무엇에 쓰는 용도는 모르겠지만, 아주 귀한 것이라 전해온다 하였던 것 같다.
지금 손에 들린 그 팔찌에서 격한 떨림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붉은 불꽃의 모양.
바로 바위에 새겨져 있는 불꽃모양과 완전 똑같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바위위에 패인 곳의 크기나 모양이 여지없이 팔찌와 닮았다.
분명히 이것의 용도는 천뢰옥을 열 수 있는 열쇠일 것이다.
하림은 한줄기 소름이 등골을 훑고 허리 아래로 지나가는 것처럼, 갑자기 허리가 주저앉을 것처럼 뻐근해왔다.
“으음......이럴 수가 있다니......이것도 과연 성승할아버지의 안배일까? 그래서 그때 무심경에 대해서 되물었을 때 마냥 웃기만 하셨던 것일까?”
하림은 허리에 힘을 주고 버티면서 조심스럽게 팔찌를 바위 문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딸깍......!
하나가 맞춘 듯이 딱 들어맞는다.
어느새 하림의 이마에서 땀이 흘려내려, 그의 눈가를 적시면서 굴러 떨어지고 있다.
-딸컥......!
마침내 두개의 팔찌가 빈틈하나 없이 제자리에 찾아간 것처럼 들어갔다.
그러나 어떤 반응이 오기를 기다리는 하림의 귀에는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어떻게 된 것이지.....분명히 팔찌가 열쇠인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왜 반응이 없는 것이지? 혹시 천년이 넘어가다보니 기관자체에 고장이 나버린 것은 아닐까?”
-텅.....! 터..엉...!
하림은 벽을 두어 차례 강하게 쳐봤다.
그러나 마치 속에 빈공간만 있는 것처럼 울리는 소리가 났지만, 그가 기다리는 반응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적지 않게 실망한 하림의 얼굴에 은근슬쩍 짜증이 묻어난다.
“그렇단 말이지....?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기관이라서 녹이라도 단단히 슬어 열쇠를 집어넣었는데도 반응조차 못한다는 말이지? 그럼 부셔주마!”
하림은 적아를 끌러 내며 내력을 모으기 시작한다.
적아의 도신이 금 새 붉은 도기를 내뿜으며 빨간 이빨을 드러낸다.
“대답이 없다면 일관부터 돌파하는 한이 있어도, 널 부숴주마! 팔만사천도! 한, 월, 패, 도!”
-우르르르릉......!
-꽈꽈과과과......! 꽝! 꽝!
낭랑한 하림의 외침이 바위 속을 울리면서, 우뇌를 동반한 하림의 도가 바위 문에 작렬한다.
그러나 수많은 불꽃들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면서, 하림의 신형도 반탄력에 의해 뒤로 수발이나 물러났다.
몸을 가누고 정면을 주시하던 하림의 인상이 구겨졌다.
마치 하림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패인 곳 만 생겼을 뿐 너무 그대로인 것 아닌가?
하림은 어이가 없어서 눈앞의 바위를 멍하게 바라보며 읊조린다.
“뭐야. 이거 바위 돌 맞아? 이정도 위력이면 산산조각이 나야 되는 것이 정상 아니야?”
하림의 생각대로 분명히 산산조각 날 수 있는 위력이었다.
그런데 멀쩡해도 너무나 멀쩡하다.
그는 바위 면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손으로 일일이 만져가면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오로지 그를 비웃기하는 것처럼 바위문의 네 글자가 그를 내려다 볼 따름이다.
<침입자사> 침입자는 죽는다.
글자를 바라보는 하림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하오문의 문주자격으로 오는 자들, 그래봐야 백년에 두세 사람 정도 일 것이다.
그런데 굳이 들어오면 죽인다는 글을 남겨놔서, 이곳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단 말인가?
하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글을 남겨 이곳에 보물이라도 숨겨 놨다고 알려주는 격이다. 이것은....”
뭔가 빼놓고 놓친 것이 있단 말인가?
하림은 팔찌가 들어 있는 곳부터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눈길이 다시 네 글자에 머무는 순간 그의 눈빛에서 기묘한 빛이 흘러 나왔다.
“저것.....이다....분명....!”
네 글자 중에 두 번째 글씨인 입(入)자가 이상하다.
“흐흐.....!”
하림은 바위와 두뇌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흐흐....세 글자는 양각으로 돌출되어있고, 유독 입자 하나만 음각으로 파여 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하림은 입지를 눌러도 보고, 잡아 빼보려고 용을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바위는 그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일체의 미동도 없다.
제풀에 지친 하림은 온몸에 힘이 빠져 나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가다듬고 내력을 휘돌리며 고개를 흔든다.
힘이 빠져 파김치가 되어가던 그에게 다시 활력이 찾아든다.
그러다가 문득 하림이 온몸의 행동을 멈췄다.
“가만......가만.....입(入)자라....입자라........으하....으하...으하하하하.....찾았다! 분명히 그 뜻 일거야!”
하림은 벌떡 일어나서 바위 앞에 글씨를 마주보고 내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분명, 내공으로 입(入)자를 눌러라하는 뜻! 너의 뜻에 이 하림이 진정 탄복하도다. 야아압!”
-휘이이이이이......!
어디선가 미풍이 불어오는 것일까?
소리까지 동반하여 마치 하림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김새는 소리로 들렸다.
기대에 부풀었던 하림의 얼굴이 또다시 굳어져 갔다.
“안돼........!”
좀처럼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하림이었지만, 혼자 갇혀있는 이 상황에 살짝 정신이 혼미해오는 것처럼 어지러움까지 느꼈다.
“가만, 열쇠를 집어넣었으면 된 거지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을까? 과연 성승할아버지의 의도가 깔린 것인가, 아님 순전히 하오대제만의 생각이 가미된 것인가? 가만...가만.....우선 성승 할아버지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면.......뭐가 있을까? 뭐가 있을까? 내공? 남과 다른 음양합공의 내공? 그래 맞아, 방금 전에 나는 양강지공만을 끄집어내어 밀었었지. 그렇다면 음양합공으로 밀어 넣는다면.....?”
하림은 추론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서서히 장을 펼쳐 두 팔을 크게 돌리면서 음양합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 홍조가 어리고 붉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야아아압....!”
꼭 다문 그의 입에서 기합이 흘러나오면서 음양합공의 공력이 입(入)자를 통하여 노도와 같이 밀려갔다.
_휘루루루룽.....!
-크궁......!
순간, 하림은 몸의 균형을 잃을 뻔했다.
내공이 입(入)자에 들어가는 순간, 훅하고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위에 맞댄 장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내공이 흘러들기 시작하면서 그의 손바닥조차 빨아 당겼기 때문이다.
거친 흡인력에 놀라 움찔거렸지만 하림은 내공을 끊지 않았다.
-쿠구구구.....
이때부터였을까.
뭔가가 진동을 주며 움직이는 느낌이 하림의 장심을 통해 뚜렷하게 전해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크르르르르......!
드디어 아득히 먼 아래쪽에서도 기관이 반응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꽈르르르르....!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온다.
-쿠릉르르르릉......!
이번에는 거의 앞쪽에서 커다랗게 울려 퍼진다.
-덜컹.....쿠르르르르.....!
그리고 마침내 바위 문이 움찔거리는 느낌이 오면서, 심한 진동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하림의 내공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
-쿠르르르릉.
서서히 밀러나는 거대한 바위 문.
그리고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처럼 드러나는 끝없이 이어진 계단으로 만들어진 암도.
동굴천장에 용필휘지의 필체로 큼직하게 쓰여 있는 네 글자.
<연자지도(緣者之道)>.
필체를 바라보는 하림의 눈에 감탄이 흘러나온다.
이 글씨를 쓴 자의 공력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엄청 강하고 부드럽다.....지금까지 한 번도 저런 강한 힘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곳에서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하림은 드디어 길을 찾았다는 환희보다는, 그 뒤에 찾아올 호기심에 두 눈이 반짝거린다.
그는 서서히 칠흑 같은 암흑으로 넘실거리는 암도 계단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이윽고 서서히 그의 넓은 등도 까맣게 지워졌다.
***
한편 하림이 하오문의 금지(禁地)로 들어섰을 때, 강호상에도 암운이 깃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미 마교의 준동은 그 낌새를 쉽게 알아차릴 정도로 노골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교가 드디어 모든 제자들을 불러 모아, 중원침공의 출정식이나 마찬가지인 중원성토대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조만간 그들의 선방대가 신강을 넘으리라.
마교의 발호와 거의 같은 시기에 무림맹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세력이 바로, 마뢰옥을 탈출해서 그들이 모여 만든, 흑천마방의 마두들로 보이는 자들이 일으키는 혈겁이, 동시 다발적으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조용하던 무림맹이 바빠지기 시작하고, 그들은 천룡대를 급하게 호출하였지만, 돌아온 답변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천룡대주 장하림과 그의 휘하 천룡대원들이 하룻밤사이에 전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답장이 전해져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하오문의 전횡이름으로 보내져왔고 이유를 다시 물었지만, 그에게서는 역시 전혀 알 수 없다는 내용이 다시 보내져 왔다.
마두들의 혈겁자행과 천룡대 전체의 알 수 없는 실종까지......수많은 억측들과 괴담이 난무하는 가운데, 강호는 이제 폭풍전야의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 작가의말
으라챠챠.....!
5권시작입니다. ㅋㅋ...
강한 태풍에 피해없으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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