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대회(1)
<무림대회(1)>
“정파의 내공과는 기질적으로 다른 마교의 일월신공을 어찌 익힐 수 있다고.....그것도 반쪽짜리를......?”
홍삼공의 두 눈에 강한 의혹을 담고, 마치 하림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린다.
그도 그럴 것이 옆에 있는 이호란의 얼굴빛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림아, 이게 어떻게 된 것이니?”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몇몇 문파가 차마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말았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마교가 쳐놓은 덫에 그대로 걸려들고 만 것이에요.”
“쯧쯧.....그 몇몇 문파라는 것이 어디더냐? 그리고 너는 어떻게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고?”
하림은 홍삼공을 바라보면서 사실을 모두 털어놔야하는 것인지 잠시 고민하게 되었다.
그가 입 밖으로 이일의 전모를 털어놓는 순간에 무림맴은 큰 혼란이 닥치게 될 것이다.
이게 맞는 것인가, 잠시 생각을 거듭하던 그는 고개를 흔든다.
“할아버지....나중에요, 제가 무림맹을 크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일로 혼란을 가져온다면 후에 혈마와 먀교를 상대할 때 사분오열 될 수도 있어요,”
“혹시 이 할애비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
“그건 아니에요, 다만 이일은 아는 사람이 극히 적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말하는 하림의 진지한 표정을 읽은 홍삼공은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네 말이 맞구나...그럼 그 사실을 알게 된 출처는 말해줄 수 있겠지?”
“당연하지요, 어젯밤에 하오문의 전횡을 만났어요.”
“헛...만사불통 전횡을 말이냐?”
“어머.....림아, 네가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더니 기어코 만났구나. 그래 목적한 것은 이루었니?”
“네, 어머니. 과연 그는 모르는 것이 없더군요.”
“어머....다행이구나. 워낙 안개 속에 쌓여있는 사람이라, 이어미도 호기심이 강하게 일어났었는데....그래, 그는 어떤 사람이디....?”
이호란과 홍삼공의 표정을 보면서 하림이 빙긋 웃는다.
“두 분은 정말 전횡이 궁금한가보군요. 그런데 그는 무공도 모르는 그저 그렇게 평범한 노인일 뿐이에요.”
“헛...그가 내공도 없는 평범한 늙은이라고....?”
“어머...정말...?”
“네, 맞아요.”
“그럼 그 정보도 그가 내어주었고.....?”
“네....그래요.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제가 하오문도 넘겨받고 말았어요.”
“............?”
“............?”
하림의 마지막 말에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이 대경실색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큰소리로 묻는다.
“뭣이? 네가 하오문을 넘겨받았다고...?”
“어머....하오문을 림아 네가....?”
두 사람의 더 할 수없이 커진 두 눈을 바라보며 하림은 살며시 미소를 띤다.
“역시 놀라시는군요. 하오문의 조사의 비사 속에, 저의 사문과의 얽힌 인연이 있더군요, 그 인연 덕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어요. 더 이상은 두 분께 깊은 말씀 못 드리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으음.......!”
“음.....!”
“하지만 훗날 어쩌면 모두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이에요.”
“호호.....역시 내 아들이구나. 하룻밤사이에 하오문을 꿀꺽하다니 말이야.”
검후의 찰랑거리는 교소와 청아한 목소리에 방안의 분위기는 다시 밝아졌다.
“허허...그놈, 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예사 놈이 아니다 싶었었다.”
홍삼공도 안면에 미소을 띠워 올리면서 봉두난발한 머리를 쓸어 올렸다.
하림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홍삼공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맹주는 어떤 성향의 사람입니까?”
“맹주 말이더냐?”
“네.....!”
“흠....무당일선 도경진인이다, 그의 별호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도를 닦는 도인과 같은 사람이지. 말수가 적어서 속내를 비추지 않으니 적이 없고, 말을 아끼고 적게 하니 많이 들어 줄 수가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며 따르는 편이지.”
“흠...도인 같은 사람이라......”
“왜 그러느냐? 혹시 걸리는 것이라도 있는 것이냐?”
“아...아니요, 지금까지 맹주라는 사람에 대해서 별다른 평을 들어 본적이 없어서 여쭈어 본 것입니다.”
“맹주가 너를 만나고 싶어 했다는 것은 알고 있느냐?”
“예, 도림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삼매경에 들었을 때 제갈총사가 다녀가셨다더군요.”
“그는 평범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무공의 조예 또한 그 깊이를 알기 어려우니 말이다.”
“흠....그렇게 말씀하시니 한번 꼭 만나 뵐 걸 기회를 놓친 모양이군요.”
“허허...다시 볼 수 있지 않겠느냐?”
“아마...그렇겠지요?”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서 조소접의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대화가 끊어졌다.
“소접이옵니다. 아침식사를 가져왔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아....들어 오거라...!”
“예”
조소접이 안으로 들어오고 뒤에 검각의 여인들이 줄줄이 음식을 들고 들어와서 탁자에 늘어 놓는다.
“네 것은 안 가져 왔느냐?”
“사부님, 저는 제자들과 같이 하겠습니다.”
“음...그래 그럼...”
그녀가 목례를 하고 마지막으로 하림을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잠시 떠 올리더니 밖으로 나간다.
“자, 아버님도 림아도 맛있게 드시지요.”
“허허....검후에게 아버님 소리를 듣다니 지금도 믿을 수 없구나....”
“하하...그것이 모두 이 잘난 손주 덕인 줄 아시지요?”
“이...이놈....또 잘난 체를.....”
“어?...잘 모르시나 보네, 도림 그거 가져오지 마! 다시 넣어놔!”
홍삼공의 고개가 빛의 속도로 팽도림을 향해 돌아간다.
“헉! 그건 금..금존청 아니더냐?”
-휘이이.....익!
팽도림이 말안장에 매달고 다니던 보퉁이에서, 자기병을 꺼내서 몸을 돌리다가 하림의 말에 엉거주춤 몸을 멈추는 사이, 어느 순간 그의 손에 들린 자기병이 사라져 버렸다.
“흐흐....고놈, 어쩐지 아까부터 계속 이놈의 냄새가 난다했어, 역시 이 노개의 코는 못 속이지...암..그렇고말고...”
섬전 같은 빠르기로 금존청을 낚아챈 홍삼공이 득의한 표정으로, 흡족하게 술병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하림은 고개를 내젓고 이호란은 깔깔대고 방안이 떠나가라 웃는다.
어느새 그들은 단란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시종일관 하림과 투닥거리는 홍삼공의 걸쭉한 말투에, 이호란의 찰랑거리는 교소는 멈추지 않았다.
-뎅.....!“
이때 무림맹안을 진동시키는 커다란 종소리가 곳곳으로 울려 퍼진다.
“음...드디어 무림대회가 시작되려나 보다. 그래 우승은 자신하느냐?”
“두고 봐야지요. 하지만 며칠 전에 본, 화산일학이라는 육금황 수준이라면 어렵지 않게 우승할 수 있을 거예요.”
“허허.....화산의 고고한 학이라던 그 놈 말이더냐?”
“네, 의형과 같은 강호팔협에 속해 있다 들었는데, 인품은 최악이더군요, 거기다 그 풍겨 나오는 악취란....”
하림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자, 두 사람의 두 눈이 의혹으로 물들어간다.
“림아...악취라니.....?”
“두 분도 곧 알게 되실 거예요.”
“흐음...그래, 네 말이 그렇다면 그렇겠지. 자, 우리도 일어나자구나.”
“네, 아버님.....호호....!”
이호란의 교소에 하림이 팔뚝에 일어나는 소름을 빡빡 문지르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밖은 벌써 인산인해이다.
가만히 서있어도 무림맹 뒤편에 있는 야산의 광활한 광장으로 인파에 밀려 자동이동 할 판이다.
그곳은 평소에 연무장으로 쓰이는 곳으로, 마치 산의 중턱을 밀어내서 개간한 것처럼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미 그곳에는 그름같이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고, 거대한 단상에는 수뇌들로 보이는 인물들이 올라가 있었다.
홍삼공과 이호란도 하림의 어깨를 두드려준 후 단상으로 ,하림은 비교적 한적한 후미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끝 쪽에 앉아서 단상을 바라보면, 방금 올라간 홍삼공의 얼굴도 못 알아 볼만큼 작게 보였으나, 하림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는다.
“아...저 사람도 이곳에 왔군.”
“아시는 분입니까? 주공.”
하림이 고개를 돌린 곳으로 팽도림이 바라보니, 그곳에는 마치 원숭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한사람이 하림을 먼저 알아 본 듯, 연신 뒤를 돌아보며 좌불안석(坐不安席)의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림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두어 걸음 나서면서 포권을 한다.
“이거 포화검 사대협 아니십니까? 이곳에서 뵙는군요.”
그는 바로 식인광마를 쫒아 다니던 포화검 사마갈이었다.
사마갈은 하림이 먼저 아는 체하며 포권을 하자, 온통 털투성이인 얼굴에 가득한 웃음을 터트리면서 앞으로 다가선다.
그는 하림을 먼저 알아보고 이제나 저제나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누구시오, 이 사마갈의 생명의 은인이신 적혈마도 장소협 아니시오?”
“헉! 적혈마도?”
“적혈마도다...”
그의 한마디가 일으킨 반향은 컸다.
근처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림에게 쏠리면서 일대는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와아....생각보다 어리군.”
“엄청나게 미남이지 않은가?”
“그렇군, 마치 나의 젊은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네, 그려.”
“예끼....사람, 자네의 육십년 지기인 내 앞인데도 거짓말 할 셈인가?”
“커험...아무튼 나도 저 정도는 아니었어도 호남이라는 소리는 많이 듣질 않았는가, 하지만 정말 잘생겼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게 되면서, 하림은 이제 전과 달리 별 감흥이 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뿐이었기 살짝 눈썹을 찡그렸을 뿐이다.
그가 눈썹을 찡그리자, 사마갈이 흠칫하면서 뒤로 주춤거린다.
“장소협,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아니에요. 근데 그렇게 가시더니 이곳에서 뵙는군요.”
“하아...이거 장소협께 못 보일 추태를 보여드려서 죄송하오. 그때는 순간적으로 욱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그만, 보여서는 안 될 추태를 보인 모양이오.”
“추태라니오? 소생의 실수도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모두 한두 가지씩의 역린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저지른 언행이었으니 사대협께서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아....역시 장소협은 대인이시군요, 이 사모가 진심으로 탄복하는 바이오.”
하림이 포권을 하자, 사마갈도 따라서 팔을 올리며 감복한 듯 하림을 바라보는 두 눈에 존경심이 가득하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주위의 사람들이 점차 모여들자, 어느새 나타났는지 하오문의 비호대차림의 인물들이 두 사람 주위에서 사람들을 밀쳐내기 시작한다.
하림의 뒤에는 여전히 팽도림이 호목을 부라리며 서있고, 그 뒤쪽으로 개방의 수신호위인 운령까지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사대협, 대회에 참석하시는 모양이군요?”
“아...저번에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요? 이제는 현상금 사냥꾼 노릇을 그만하려합니다.”
“아...그러시구나...”
하림은 그때 식인광마에 의해 목숨이 경각까지 갔었던 그를 떠올리며, 이해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이미 단상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한사람이 대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조용히 해 주십시오.”
그의 심후한 공력 탓에 장내를 커다랗게 울려 퍼지기는 했지만, 단번에 이 많은 사람들을 통솔하기에는 버거웠다.
몇 차례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드디어 커다란 종소리가 세 번 울려 퍼졌을 때, 장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질 수 있었다.
“여러분, 드디어 무림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자리에 앉아계시는 분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주시기 바랍니다.”
-웅성웅성,,,,,,!
- 작가의말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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