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가자(3).
앞으로 가자(3).
“다음은 명운성 대협!”
“아....부르셨소, 문주!”
제일 끝자락에 앉아 있던 봉천검객 명운성은 뜻밖에 하림의 호출에 깜짝 놀란다.
“네, 명대협, 그동안 문도들의 무공사부가 되어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것을 알아요.”
“허허....문주, 문주가 애초에 명하신 것도 그것이지만, 저야말로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소이다.”
이미 반백이 훌쩍 넘어간 그가 백설이 흠뻑 내려앉은 것 같은 백발을 쓸어 올리며 웃는다.
그미소가 편안한 것을 보고 하림 또한 미소를 띠운다.
“세 의형과 문도들의 무공을 봐주는 일도 쉽지는 않지요, 그 점에 문주로서 심심한 감사를 표해요.”
“허허, 감사하오, 문주...! 하지만 점점 강성해가는 본문을 보는 것도 저의 즐거움의 하나이니, 이 모든 것이 문주의 위업 때문 일거요.”
“하하.....저 또한 과분한 칭찬에 감사해요, 그런 의미에서 명대협은 오늘부로 교룡각의 각주로 임명합니다, 예하 세 의형들 또한 각주 밑에 단주가 되어, 문도들의 교육을 전담해 주세요, 예상 인원은 약 오륙천 명이상입니다.”
“숫자가 엄청나오, 문주!”
“하하....왜자신이 없으신가요?”
하림이 낮은 목소리로 은근하게 묻자, 명운성이 허허롭게 웃는다.
“허허,,,,문주, 저야 윗대가리가 되니 입으로 시키면 된다지만, 문주의 의형들 되는 제 제자 세 놈은 죽어나지 않겠습니까?”
“하하....그런가요? 하지만 문도들의 기초를 잡아서 여러 각에 충원을 시켜주려면, 그 정도는 감당하셔야 합니다, 금성형, 복상형, 무쌍형, 어때 자신 없어?”
하림이 세 의형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묻자, 세 사람은 고개를 내젖는다.
그들도 어느새 어설펐던 모습을 벗어나 이제는 어엿한 일류고수의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해서 수련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하...문주, 염려하지 말게, 우리 또한 사명감을 가지고 본문을 강성하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람 중에, 그 마음만은 으뜸이라고 자부하네, 아...물론, 그동안 그렇게 임해왔고, 난, 이 대하오문이 정말 자랑스럽다”
“나도 금성과 마찬가지이지, 그간 문주는 밖으로 위업을 떨치며 치세를 해왔지만, 우리는 문내에서 개판이었던 문도들의 기강을 잡아왔다, 그중 대표적으로 우리가 가진 마음들은 바로 강성한 하오문이라는 기치였다.”
“하하하...그랬었지, 아거 더욱 잘됐네. 오륙천 명이라니....하하....! 내일의 본문이 참으로 기대 되는군.”
세 사람이 한 마디씩 하면서 자신감을 맘껏 내비친다.
그들의 호기스런 모습에 하림이 방긋 미소를 짓는다.
“맞아, 형들.....! 우리는 지옥 같은 어린 시절을 함께 이 하오문에서 견디며 살아왔지. 그때는 문주라는 작자의 얼굴을 보면, 꼭 한주먹을 날리고 말 것이라 이를 갈며 살았었지 아마...?”
하림이 의식적의 전 문주였던 전횡을 힐끔 쳐다본다.
전횡은 뜬금없이 자신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흠칫하며, 이어 다가온 하림의 눈초리에 가볍게 어깨를 떤다.
그 모습에 하림이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어간다.
“그러나 지금의 하오문의 위세는 많이 달라졌지.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거야, 달라진 대하오문, 알겠어?”
“하하....! 그럼...그럼! 우리에게 맡겨둬!”
“하하....알았어....! 교룡각주도 자신 있지요?”
“문주, 대임을 맡겨주셔서 감사하오.!”
그가 깊이 포권 하는 것을 바라본 하림의 시선이 전횡에게로 돌아간다.
전횡은 찔끔하며 그와 겨우 눈을 맞추고 하림은 빙긋 미소를 짓는다.
“전호법에게는 법룡각을 맡기고 싶어요.”
“문주, 법룡각이라 하셨소?”
“그래요, 법룡각, 이곳은 모든 문도들의 잘잘못을 징치하는 곳입니다, 본 대하오문이 바로 설수 있게 만들어줄 중요한 곳이죠,”
“아....그럼, 문도는 얼마나.....?”
“전 중원에 나가있는 제자들의 행동까지 살피려면 천명은 기본이겠지요?”
“아....알겠습니다, 문주....!”
“비돈도 전각주를 깍듯이 모시고......!”
전횡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뚱뚱한 청년이 의자에 끼인 몸을 겨우 바로 잡고 일어선다.
예전에 하오문의 군사를 맡았던 자다.
그러나 지금은 제갈성혁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전횡의 뒤를 봐주고 있다 하였다.
그는 푸들거리는 볼 살을 움직이며 하림에게 포권을 한다.
“중용해줘서 감사드립니다, 문주님.”
“비돈, 군사의 자리보다 지금의 법룡각의 일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 난 생각해, 하오삼계가 뭐지?”
“에, 하오삼계는 강도, 강간, 살인을 금하라는 문주님께서 내거신 계율입니다.
“맞아, 전 문도들은 도둑질과 강간, 그리고 이유 없는 살인을 저질렀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중형에 처해야 할 것이야, 만 명이 넘는 문도들을 살피려면 비돈 자네의 역량이 아주 중요해.”
“문주, 맡겨만 주시지요.”
-쿵....!“
비돈의 육중한 몸이 마룻바닥으로 내려 찧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하림이 전횡에게 고개를 돌렸다.
“전각주, 잘할 수 있겠죠?”
“존명, 혼신의 힘으로 살피겠습니다. 문주님”
“좋아요,”
하림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필도에게로 다가선다.
남궁필도는 찔끔하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입을 연다.
“아...문주...! 나에게도 할 말이 있...있으신가...?”
“하하....그럼요, 본문의 대 공봉이신데, 당연하지요?”
“무...무엇을 말인가?”
“대형!”
“으응....아...! 말해보시게!”
“이제 그만 놀고 일 좀 하셔야지요?”
“자...자네..알....알고 있었나...?”
“하하....! 아마도 본문에서 제일 자유로운 사람으로 꼽자면 대형이라고 모두가 그러던데요?”
“뭐어.....! 정말인가? 도대체 어느 놈들이.....!”
움찔거리며 하림의 눈을 피하던 그가 얼핏 살기가 도는 눈으로 장내를 훑어본다.
영문도 모르고 그와 눈이 부딪힌 사람들이 번개같이 눈길을 돌린다.
“아니....!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농땡이나 피우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다니....문주, 아니, 문주님...그렇게 말한 놈이 도대체...어...어느 놈이요.”
“하하.....대형, 내심 찔끔 하셨나 봅니다.”
“으윽.....!이것...참, 혹시 문주께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가?”
“네...아마 그렇죠?”
“커헉.....! 이럴 수가.....!”
일어서서 언성을 높이던 그가 하림의 즉각 나오는 빠른 대답에 온몸의 힘을 빼고 주저앉았다.
“그러니 대형, 이제 일 좀 하세요.”
“문...문주.....무슨 일 말인가?”
“전룡각을 맡아주세요.”
“전룡각......?”
“네, 바로 대하오문의 실질적인 전투부대의 막강한 힘을 가진 전룡각의 각주자리를 맡아 주세요.”
“막강한......그러니까 본문에서 제일 강한 자들이 모인....하하....! 역시 그렇지, 그런 자리는 내가 적임이지.....하하...!”
“하시겠습니까?”
“그럼,,,문주....! 당연한 말 아니겠는가? 대하오문의 대 전룡각주 자리인데.....사양할리가 없지 않은가?”
엄지손가락까지 치켜세우면서 대소를 터트리는 그를 바라보며 하림이 넌지시 말을 전한다.
“대형, 이제 막중한 자리를 맡았으니 일 피해 도망 다니시면 안 됩니다?”
“컥...! 자네, 다 알고 있었는가?”
“하하.....!당연하지요, 대형의 움직임은 항상 제가 지켜보고 있었으니까요.”
“커...험...! 알겠네.....그나저나 요즘 본문에 사람이 넘쳐나니, 쥐새끼들까지 늘어난 모양이구나. 쥐덫을 놓아야 하겠어.”
-찌릿...!
말을 하는 동안 그의 시선이 제갈성혁에게 멈춰 있다.
성혁은 찔끔하며 고개를 다른 곳으로 자연스럽게 돌려버렸다.
그 모양이 얼마나 자연스럽던지 남궁필도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난다.
“저......저......! 에휴.....참자....!”
“예? 대형...! 무엇을 참아요?”
하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그가 손을 내젖는다.
“아..아니...문주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네.”
“아...! 그렇군요. 일단 전룡각 각주예하에 열여섯 개의 전단을 꾸립니다. 바로 이십일웅 중에 도림과 운령, 그리고 세 명의 여인들은 뺀 나머지 형제들 모두이고, 개개인이 전룡각의 단주가 되어 단을 꾸린다. 각자, 백명의 정예를 양성해야 한다87.”
“존명!”
“존명....!”
회의청이 떠나가도록 큰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림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들을 배재한 하림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는 소접과 송령, 서옥을 돌아본다.
“세 사람은 검후께서 맡으실 화봉각의 세 명의 단주가 될 거야.”
“사...사부님이.....?”
“그래, 소접, 내가 부탁드렸고 검후께서 쾌히 승락 하셨지, 화봉각의 업무는 본문의 여자들을 살피는 일이야. 일이 단조롭다고 실망하지 마, 군룡각주에게 들은 보고는 여자라 하여 모든 일들이 부드럽지는 않아, 사내들 못지않게 거칠고 쉽지 않겠더라고.....우독 여인들이 많은 본문의 특성상, 그대들의 힘이 많이 필요해, 각자 삼백 명씩 문도를 기르도록....”
“아....네....알겠어요.”
“예.”
그녀들은 정중하게 하림에게 례를 취한다.
-짝! 짝!
하림은 홀가분하게 손바닥을 치면서 태사의로 돌아와 앉는다.
그동안 혹처럼 달고 다니던 스무 명이 넘는 자들을 모조리 떼 내는 작업이 방금 끝났다.
그것도 나름 성황리(?)에.....
그러니 일신의 묵은 때를 훌훌 벗겨낸 것처럼 개운할 수밖에 없다.
그는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자...! 질문 없지....? 없으면 모두 나가고 군룡각주만 잠깐 나를 보지.”
“............!”
그들은 하림의 말대로 정말 할 말이 없는 사람들처럼 포권으로 읍을 하고 나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하림은 짙게 미소를 띤다.
저들은 아마도 오늘부터 쉬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그랬었던 것처럼...
속으로 키득거리고 웃는 하림을 제갈성혁이 바라본다.
“문주, 지금 무척 행복해하시는 것 같은데.....?”
“으응.....? 내가...무슨....?”
“속하 눈에는 그리 보이는군요.”
“흐흐....그...그렇다면 각주 눈이 잘못 된 거야.”
“문주, 말 나온 김에 좀 따져볼까요?”
“뭘.....뭘 따져?”
“아니 이자리가 얼마나 바쁘고 잠도 못자는 자리인데, 각주라는 직함까지 씌워서....아예 날 죽일 작정인겁니까?”
“그렇게 힘든 자리였어....? 거기가....?”
“아...문주, 그걸 말이라고 해요? 문도들이 무려 만 명이 넘어갑니다. 거기다가 새로 신설되는 각들의 에하 인원들까지.....휴우....정말 절 죽일 작정인겁니까?”
“음....그러고 보니 힘들겠구나....우리 성혁형이 정말 힘들겠어....!”
“그걸 꼭 이렇게 말로 해야 아는 겁니까?”
“난, 몰랐지, 성혁형이 나보다 힘들 줄은...?”
“네에,,,?”
“아니....나보다 힘들 것 같다고 하니 하는 말...!”
“커헉....!”
성혁이 사례라도 걸린 듯 켁켁 거린다.
하림은 그런 그를 향해서 씨익 웃는다.
“형이 나보다 많이 힘들어?”
“커험.....문....문주? 아.....! 아닙니다, 누가 힘들다 그래요, 전 하나도 힘 안 듭니다.
“하하....방금 힘들다고.....?”
“헉...아니오, 말이 헛 나온 것이오.”
“하하....그럼 그렇지, 내 그럴 줄 알았어....하하....!”
“커험....!”
성혁이 울상을 짓고 하림이 크게 웃는다.
뒤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도림과 운령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따라 웃고 있다.
.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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