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향.
색향
이름을 모르는 그리 높지 않은 산길을 걸어 들어가는 세 사람이 있다,
일신이 범상치 않은 무림인의 복색으로, 그중에서 유독 젊은 서생차림의 미소년만이 한눈에 들어 올만큼 그 인물이 보기 드물게 출중하다.
그러나 그를 좌우에서 호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청년들 또한 범상치 않다.
주위로 흐르는 기류는 산 벌레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묵직하게 발산하고 있다.
그런 삼인의 모습은 유유자적하다.
마치 부자 집 막내아들이 유람을 떠나는 것처럼 여유가 있고 분위기 또한 밝다.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처절하게 문주를 외치며 절규하는 제갈성혁을 단숨에 외면하고 천목산으로 향하는 하림일행이다.
“하하...역시 산길이 여유롭고 좋네, 매일 이러고 유람이나 다녔으면 좋겠다.”
“주공, 곧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겠지? 그나저나 도림도 가정을 꾸려야, 내가 팽왕께 미움을 덜 받을 텐데, 어때 슬슬 노력해봐야 되지 않겠어? 내가듣기에는 일도단천 팽도림이라면 어여쁜 낭자들이 줄을 선다하던데.....?”
“하아....! 주공, 또 그런 말씀을.....속하는 주공께서 모든 것을 이루신후에 저의 후사를 생각해본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만.....!”
“사람 또, 진지해지기는......! 아무튼 더 늙다리되기 전에 좋은 사람 찾아보도록 해! 이건 명령이야!”
무료했던 하림은 진지하게 받아치는 도림을 한심스럽게 쳐다보고, 마지막말을 힘주어 내뱉고 힐끗 운령을 바라본다.
갑작스런 시선을 받은 운령은 화들짝 놀라면서 가던 길을 멈춘다.
“주....주공.....!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전 아직 아닙니다, 그리고 거지출신인 저를 좋아할 여인도 없고요.”
“어...? 이게 무슨 소리야, 신행유검 운령하면 이미 하오문의 기남자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하하....주공, 설....설마요, 아무튼 저는 아직 무공이 좋습니다. 그런 말씀 말아주세요.”
“.........?”
하림이 빤히 쳐다보면서 또 무슨 말인가 꺼내려 할 때, 운령이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는다,
“하하....주공! 마침 일리밖에 객주가 있는 모양입니다, 주향과 음식 냄새가 그럴싸한데요?”
“어?...그렇군, 마침 잘되었다, 이곳에서 멀지않은 곳이, 소홍주로 유명한 소흥의 입구쯤 되겠지. 이번 기회에 소홍주의 매력에 한번 빠져볼까?”
“하하....역시 풍류공자로 꼽자면 천하미남 주공께서 일 순위가 되겠지요. 주공 제가 모시겠습니다.”
뒤쳐져있던 운령이 이때다 싶게 빠르게 하림의 곁을 스치면서 앞선다.
그는 하림의 입에서 또 여인의 이야기가 나올까봐 미리 그의 입을 막으면서 빠져 나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하림은 운령에게 했던 말을 어느새 까마득히 잊고 밝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좋아 가보자고, 간만에 우리 오붓하게 한잔하기?”
“좋습니다, 가시죠, 주공!”
팽도림의 말에 하림이 헤벌쭉 웃는다.
사실 요즘 그는 많이 부드럽고 여유가 넘쳐흐르고 있다.
무엇이 하림을 그렇게 이끌었는지 모르지만, 도림의 하림의 변화를 내심 기꺼워했다.
자신이 모시는 주공의 경지가 한 단계 더 상승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본인과의 차이는 이미 넘볼 수없는 경지에 다다른 그를 옆에서 보필하면서, 그의 변화는 곧 자신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도림은 그래서 요즘 웃음이 많아졌다.
그 모습을 보고 하림이 놀리듯 여인의 말을 꺼낸 것이었고.....
아무튼 숲길을 걸어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걸었을까?
목재로 건축한 이층규모의 크기가 가히 작지 않은 누각이 눈에 들어온다.
<환희루>
환희루라는 주루 이름에 살짝 이채를 띠는 하림에게 도림의 전음이 들려온다.
<주공, 이상한 곳입니다. 마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맞아, 이건 정확히 말하면 음기야, 그것도 인간이 지니기 힘든 상상이상의 음기...도대체 어떤 종자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 되는구나.>
<주공, 꽃과 같은 미녀가 기다리고 있는데요?>
운령의 말대로 그 순간 누각 문 앞에 홍의미부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아하....! 과연 천상의 우물이군.>
하림의 신안으로 비친 그 여인의 기류는 온통 흉험한 붉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그것은 지독한 음기로 아마 일반인이었다면, 저 홍의미부를 보는 순간, 덮쳐오는 싸늘하고 끈적거리는 음기에,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으리라.
<조심해, 이정도 마기는 거의 이무기 급이야.>
<예...주공!>
<옛...!>
“호호호......소녀가 이런 산간오지에서 본 남자 중에 귀공자분들을 본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없군요. 오늘 소녀가 뜻하지 않게 눈 호강을 하는군요.”
“호오.....이런...! 정말로 아름다운 여인이오.”
하림의 눈이 휘면서 입가에는 천진스러웠던 미소가 헤벌쭉 바뀐다.
그 모습은 마치 부잣집 철없는 공자 같은 모습이랄까?
하림이 앞서 나서는 것을 본 홍의여인은 봉황처럼 아름다운 눈을 반짝였다.
“호호호....공자. 소녀 미향이라 부른답니다, 저의 환희루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해요.”
“하하하....그대가 환희루주요?”
“호호호....그렀답니다. 언니가 한분 있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소녀인 셈이랍니다.”
“호오...! 그렇군, 그런데 이런 미모로 어떻게 산중객잔을 여시게 된 것이랍니까?”
“호호호.....성미가 급하신 공자님이시네요, 먼저 들어오시기부터 하세요. 호호호...!”
“아참...그런가?”
딱 부잣집 철없는 모습으로 돌아온 하림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객잔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산중객잔이라고는 실내는 보기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이미 스무 명가량이 삼삼오호 짝을 이루어 음식을 먹고 있었고, 하림일행의 등장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그들은 홍의를 입은 반라의 여인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으니....
“호오.....!”
객잔 안을 둘러본 하림의 입에서 휘파람 비슷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과연 환희루라 할 만하군. 루주, 하하....이 깊은 산중에 이런 기루나니....본 공자의 마음에 쏙 드는 곳이오,”
“호호...공자, 그래요? 그럼 오늘 특별히 소녀가 상공을 모시지요. 어서 이쪽 상석으로 앉으세요.”
“하하...고맙소, 그보다 꽤 의외요, 이런 곳에 기루라니...? 루주의 미모라면 당연히 진회하로 간다한들 적수를 찾아 볼 수도 없으련만....?””
“호호...그래요?, 역시 상공께서는 소녀의 진가를 꿰뚫어 보시는 군요. 이래보여도 인근에서는 암암리에 산중기루라 하여, 뭇 사내들이 진정한 색선(色仙)의 도를 찾는다하여 단골이 아주 많은 곳이랍니다.”
“하하....색선의 도라....정말 그렇소?”
“호호.....! 상공, 오늘밤이면 소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마 몸으로 직접 느끼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녀는 끈적끈적한 교소를 터트리면서 몸을 묘하게 비비꼰다.
순간, 그녀의 몸에서 진한 방향이 사르르 퍼져 나왔다.
하림은 기다렸다는 듯이 지그시 눈을 감고 그 향을 음미라도 하는 것처럼 코를 벌름거린다.
“호오....! 정말 천상의 향이 따로 없군, 이향은 루주의 몸에서 나는 향이오?”
“호호호....! 공자. 소녀는 태생부터 특이한 체질이라서 날 때부터 이런 향을 가지고 태어났답니다.”
“아...아! 내 얼핏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소. 선천적으로 그런 체질이 있다는 것을.....크킁.....!”
하림이 그녀의 가슴에 얼굴이라도 묻을 것처럼 머리를 들이대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불룩하다못해 풍만한 가슴을 더욱 내미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뜨악한 표정의 도림이 앞으로 나서다가 주춤거렸다.
“저.....공자..! 갈 길이 먼데 여기서 이러심은......?”
말끝을 흐리는 도림을 돌아본 하림이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내젖는다.
“너희들은 오늘밤 본 공자를 호위할 필요 없다. 그러니 알아서들 하도록 해!”
“공....공자.....그래도....!”아...글쎄, 난 상관 말라니까. 본 공자는 오늘밤 여기....여기루주.....?“
“호호....천첩은 미향이옵니다, 공자!”“아, 여기 미향낭자와 같이 진정한 색선의 도를 깨우쳐 볼 것이야!”
“공....공자...!”
“아, 그럴 것 없이 미향소저, 저들에게도 색도를 깨우칠 기회를 주시겠소?”
“어머...호호호....진정 소녀가 바라는 일이옵니다. 밑에 동생들이 충분히 잘할 거에요.”
“들었지? 두 사람도 오늘밤 진정 아름다운 색도를 걸어보도록.....!”
“공....공자...!”
도림은 하림이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젖자, 운령과 같이 조용히 물러 나왔다.
그들의 표정은 일말의 변화도 없다.
하림의 풀린 눈을 확인했음에도 그의 의도를 안듯이 말을 맞춘 것이다.
그들이 어느새 다가온 아름다운 반라의 여인들에게 휩싸인채 사라지고, 하림은 그사이 미향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다.
곧이어 탁자에는 각종의 산해진미가 깔리기 시작했다.
하림의 손에 들린 술잔은 마치 갈증을 느낀 사람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의 풀린 눈을 바라보는 미향의 눈에서 한순간 칼날 같은 예기가 반짝였다.
(호호호....이런 멍청한 놈이 의외로 측정할 수없는 내공을 지니고 있다니, 아무래도 부모 잘 만난 덕에 영약을 밥 먹듯이 한 놈 같구나, 호호호,,,,나에게 이런 복이....언니가 돌아오기 전에 얼른 나꿔채야겠다. 호호호......! 저 내공이면 삼화취정의 경지도 틀린 말이 아니리라.))
그녀의 눈은 연신 호선을 그으며 섬섬옥수를 들어 하림의 입에 안주를 넣어주며, 얼굴까지 쓰다듬으며 입까지 맞추는 것이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몸을 부비며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기 바쁘다.
“오....낭자, 오늘 밤은 낭자의 향취에 흠뻑 빠져버리고 말겠소, 이런 천상의 향을 지닌 여인을 만났다니 내 일생의 복이오.”
“호호....상공, 소녀의 가슴도 지금 너무도 뜨겁사옵니다.”
“흐흐흐.....그럼 우리, 안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어떻겠소.
“호호....정말...? 상공, 우리 정말 그럴까요?”
“흐흐......내 분명, 당신의 이 풍만한 유실을 꼭 맛보아야겠소,”
어느새 하림은 천하의 호색한이 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진한 애무를 서슴없이 하며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밀착한 몸을 일으킨다.
“자...! 갑시다, 아무도 없는 우리 둘만이 있는 곳으로....흐흐흐.....!”
“호호호.....상공, 간지러워요.....흐음.....!”
그녀는 간드러지게 웃으며 몸을 비틀다가 하림의 손이 어디를 건드렸는지, 야릇한 신음을 발한다.
“흐흥.....상공....그곳은....소첩이 제일....좋아하는 곳이 랍니다.”
“이런...이런.....흐흐흐...그렇소....? 내 그대에게 오늘밤에 극락이 무엇인지 그 끝을 보여 주고 말겠소.”
“상공...흐...응......아....하악....!”
걸음을 옳기지 못할 정도로 미향은 어느새 한 마리의 암캐가 되어 몸을 비비꼬고 있다.
색이라면 이미 몇 백 년 전에 중원에 이름을 떨쳤던 색황의 방중비급한권이 통 채로 하림의 머릿속에 들어 있다.
이미 조소접과의 관계에서도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고, 색황의 비전을 떠올리는 순간에 이미 하림은 색황지존으로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손놀림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미향은 자신도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거미줄에 걸려든 사람이 눈앞의 이 얼빠진 놈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흐흐흐.....갑시다..낭자...!”
“흐흐흥......! 그래요, 상공.....처첩의 몸이 이미 불덩이처럼 뜨거워요.”
“흐흐흐.......!”
하림의 입에서도 끈끈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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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좀 늦었지요,
할일이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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