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가자(4)
앞으로 가자(4).
“형,”
“............!”
“형이 힘든 일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내 빈자리까지 메꾸며 이 넓은 문파를 관리한다는 것은, 형 아니면 누구도 못해.”
“왜이래, 또 무슨 덤터기를 씌우려고,,,,,,?”
“아니, 진심이야, 그래서 비돈을 전각주에게 보낸 것도, 그는 전각주와 있을 때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형도 잘 알겠지.”
“커흠....!”
“형,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제는 제갈가 사람들이 손을 내밀 때, 적당히 호의를 가지고 대하도록 해.“
“제갈가?”
“그래, 제갈가, 멀지 않아 혈마의 공습이 무차별하게 이루어질 때, 분명 제갈가도 그 피해를 보게 될 거야,”
“그...그게 무슨,,,,,? 네 말은 지금 혈마가 제갈가를 칠 수도 있다는 말, 이 말이야?”
“물론 지금은 가정이지, 하지만 중원인이라면 누구도 혈마의 마수를 피해갈수 없을 거야, 우리 하오문 말고는.....!”
“으음......!”
“이 중원 천지에 혈마와 대적할만한 집단은 우리 밖에 없거든...그때 제갈가나 다른 문파들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게 될 것이고, 우리 하오문은 분명 의도치 않았지만, 중원의 중심으로 서게 될 거야.”
“그건 나도 짐작하고 있지. 그래서 문파를 확장하는 의미도 있었던 것이고....!”
“맞아, 나도 그래서 형이 본문의 규모를 키우는 것을 굳이 막지 않았지. 그러나 때가되면 형은 제갈가를 손에 넣고 그들과 더불어 본문을 이끌어 나가야돼.”
“하림아, 그것이 말이 되는 소리야?”
“응, 분명 그렇게 될 거야, 그러니 그때를 위해서 그들과의 관계를 지금보다 더 돈독하게 만들어둬.”
“끙.....그렇게 살갑게 대하기는 무척 껄끄러운 사람들인데.....”
“그래도 훗날을 위해 그들이 진심으로 형에게 탄복해서 스스로 따를 수 있도록 만들어봐!”
“휴우....알았다, 노력해보마.”
하림은 한숨을 내쉬는 성혁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는다.
“형, 요즘, 초설낭자와 가깝게 지낸다고....?”
“허억...! 어...떻게.....그것을.....?”
“하하....내 경지가 되면 앉아서 천리를 보거든.....!”
“웃기는 소리....혹시....송령이 이 녀석이......”
“하하.....! 그녀를 탓하지 마, 형의 기운이 온통 붉은색이라 아무래도 이상해서 물어본 것뿐이니까? 어쩐지 이상했어....하하...! 아무튼 잘해봐!”
“림아, 그녀는 초가장의 여식인데......!”
성혁이 뒤통수를 쓸어내리며 차분하게 입을 열자, 하림이 웃으면서 손을 내젖는다.
“알아, 초가장의 무남독녀라는 것, 또 초가장은 조정에서 벼슬을 하던,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하는 가문이 라는 것 정도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어,”
“무서운 놈, 너 정말 천리를 내다보는 거야?”
“푸하하하....설마.....그럴 리가 없잖아...!”
어깨를 늘어뜨리는 성혁을 바라보면서 하림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형, 지금은 아주 중요한때야, 놓았던 섭선을 다시 들고 폐관이라도 할 요량으로 수련을 해야 해.”
“그래 아우의 말이니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 볼께,”
“내가 보내주는 영단을 아끼지 말고 먹도록 하고......!”
“그래...!”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원에서 화타 버금가는 의원을 찾을 수 있을까?”
성혁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의원?”
“그래,,,,적어도 화타에 버금간다는 평이 있는 사람이 필요해?”
“화타...? 림아, 화타를 어디 옆집에 개똥이 이름으로 알고 있는 것이야?”
“하하하.....! 아니 형이라면 분명알고 있을 거야.”
“끄응.....하여간에......말을 말아야지.”
고개를 내젖는 그를 바라보며 하림이 미소를 짓는다.
“우리가 완성할 대계에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을 마저 채워 넣어야지.”
“음.....화타라 칭송받는 사람은 현 강호에서 성수신의밖에 없어, 하지만 그분의 종적은 바람과 같아서 행방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지.”
“음...성수신의라.....들어본 적이 있지.”
“그래 그 성수신의...하지만 찾을 수 없단다.”
“으음.....!”
이번에는 하림에 길게 신음을 내쉰다.
“형, 방법이 없을까?”
“굳이 성수신의를 찾는다면 아쉽게도 방법이 없어, 적어도 십여 년 동안 그를 보았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꼭 성수신의만 찾아야 될까? 본방에도 실력 좋은 의원들이 상당한데....?”
“형, 만약에 말이야, 문도들이 적과 대치를 했을 경우, 자신이 중상을 당해도 목숨만 붙어 있다면, 신의 의술을 가진 신의가 살려낼 거라는 그런 믿음이 생긴다면 어떨까?”
“아...아마도 칼밥을 먹고 있는 자들은 크게 사기가 오르겠지...”
“맞아, 바로 그거야! 신의를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차이는 무려 세배이상의 승률이 왔다 갔다 한다고 전해져. 그래서 꼭 필요해.”
“............!”
성혁의 이마에 골이 깊어지고 검은 눈동자는 더욱 깊어진다.
한참동안 두 사람사이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그런 침묵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짝!
갑자기 성혁이 박수를 치며 몸을 바로 세웠다.
“맞다! 활인당!”
“으응?”
“하하하.....이제야 생각이 나다니.....!”
성혁은 밝게 웃으면서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쥐어박는다.
그는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하림을 향해 주먹을 치켜 올렸다.
“림아, 활인당은 이곳 절강성 천목산 아래에 있다, 그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양민을 위한 의술을 펼치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
“그 활인당에 성수신의가 있나?”
“아니, 성수신의는 아니어도 양민들로부터 의선인이란 칭송을 듣는 이가 있지.”
“의선인..?”
“응, 그는 대략, 사십여 년 전부터 그곳에 의관을 열었어, 그리고 양민은 싸게, 고관대작들은 아주 비싸게 치료비를 받는 것으로 유명했지.”
“으음.....!”
“그곳의 운영비는 그 비싸게 받아내는 것으로 유지가 되고 있다고 보면 돼.”
“그 의선인의 의술은....?”
“신의라 소문이 났어, 못 고치는 병이 없고, 들리는 전설로는 환자의 배도 가르는 의술도 펼쳤다고 하드라.”
“헉, 배도 갈라...?”
“하하하.....! 전설....하하하....!”
“음....! 그래도 소문만으로도 대단한데...?”
“맞아, 내가 그 사람을 잊고 있었다니....하하.....!”
“하하하....초낭자한테 온통 빠졌으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잊고 살았겠지 뭐...”
“림아! 좀.....!”
“하하하하........!”
발끈하는 성혁의 쌍심지가 허공으로 솟을 때, 하림이 대소를 터트리면서 몸을 날린다.
“저....저........!”
얼굴이 붉으락거리던 성혁이, 사라지는 하림의 뒤를 가리키며 뜨거운 콧김을 불어낸다.
그 뒤를 도림과 운령이 비호같이 사라져 갔다.
덜렁 혼자 남은 성혁이 고개를 내젖고 몸을 일으켰다.
“에허....내가 참아야지....저 천하제일 장난꾸러기를 어찌 감당하겠어......밀린 일이나 해야겠다, 그나저나 우리 예쁜 초낭자는 뭐하고 있으려나....흐흐흐흐.....!”
회의청을 나서는 그의 시선이 전각 넘어 저 동쪽을 향해 있다.
그시각 하림은 하오문의 입구에서 멀지 않는 곳을 지나고 있었다.
-깡!
-깡!
-땅!....땅!
-챙...챙...!
어느 지점으로 들어섰을 때 고막을 어지럽히는 소리가 난무하는 곳이 눈앞에 나타난다.
<조가철방>
대장간이다.
웃통을 벗어던진 검게 그을린 장한들이 규칙적으로 달궈진 쇠를 때려내고 있다.
“하하....이곳은 여전하군,”
쇠를 때리는 시끄러운 소리에도 하림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조아저씨.....!”
“헉....넌 꼬맹이...아니 문...문주님이구나....?”
하림은 사십 후반으로 보이는 장한을 향해 말을 던지자, 그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하핫....여전하네, 조아저씨....?”
“아....정말 우리 하오문 문주님 아니신가?”
조맹, 하림의 어린 시절을 쭈욱 봐왔던 사람이다.
물론 그에게 적혈마도라는 명호를 안겨준 보도를 만들어준 사림이기도하다.
“하하....문주는 무슨, 아저씨 옛날처럼 해.”
“허허....그럼...그럴까? 꼬맹아...?”
“하하하.....! 잘 지내고 있네, 규모도 커졌고...?”
“우리 꼬맹이 문주덕분에 먹고사는 걱정은 없으니 뱃속은 편하고, 일하는 놈들이 많이 생기니 수족 또한 편하지?”
“하핫...! 잘됐네....! 조아저씨...?”
“문주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다, 네가 이렇게 천하제일고수에 이름을 올려놓았다니 어찌나 감개무량하던지......!”
말끝을 흐리는 그가 새삼스레 하림을 올려다본다.
하림은 거칠고 투박한 그의 손을 가만히 잡는다.
굵은 그의 힘줄이 불끈불끈, 하림의 손바닥을 간지럽힐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인다.
“이게 모두 조아저씨 덕분이야, 아저씨의 특제 광막탄 덕분에, 나와 남궁대형의 목숨도 살아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오늘날에 내가 있는 것이지..”
“허허허...그거야 뭐 나도 돈 받고 팔았으니 당연한 것이지.”
“아냐, 그때 비록 나는 어렸지만 나에게 만큼은 다른 광막탄과는 다르게, 조아저씨가 광막탄을 더욱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줬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어, 어린 내가 눈먼 칼에 혹여 어이없이 죽을까봐 걱정해서 만들어 줬던 것이지.”
“헛...알고 있었느냐?”
“후훗.....알지 그럼, 그래서 내가 특제 광막탄이라 했었잖아.”
“아,,,,그랬구나.....!”
“아저씨, 그 광막탄 지금은 안 만들어?”
“만들지 않은지 오래됐지.”
“으음....그거 말이야, 지금부터 좀 만들어야 될 거 같은데, 어쩌지?”
“다시 만들라고?”
“응, 되도록 많이 만들어줘, 그거 한개 당 사람목숨 몇 명이 왔다갔다 할거야, 만들어서 제갈군사한테 보내, 그럼 알아서 챙겨 줄 거야.”
“음,,,,굳이 재물이 필요치 않으니 신경 쓰지 말거라, 사람 목숨을 살리는 광막탄이라면 기를 쓰고 만들어야지, 그럼...!”
“하하하....고마워! 역시 조아저씨야.”
“꼬맹이 문주, 강호행하면서 조심해야해, 앞에서 쏘아오는 화살은 피해도 뒤에서 오는 창은 감당하기 어렵다했다.”
“하하....조아저씨, 감히 누가 나에게 덤비겠어....야아....합...!”
말을 마친 하림이 검을 뽑는 동작을 취하며 익살스럽게 웃는다.
“앗! 그러고 보니 꼬맹아, 도를 버렸구나, 내가 만들어준 적혈마도를....?”
“버리긴, 무공이 바꿔서 지금은 검을 들고 있는 거야, 마도는 깊은 곳에 잘 모셔놨으니 걱정 마!”
“하하....난 또....버렸는 줄 알았다, 꼬맹아!”
“하하...설마...내가 그러겠어..?
“그래 다음에 올 때 한번 보여줘, 지나간 여인보고 싶듯이 보고 싶다.”
“하하....조아저씨 비유가 죽이는군, 알았어, 다음에 꼭 챙겨 올께.”
하림은 고개를 끄덕이는 조맹을 바라보며 손을 놓는다.
“그럼 조아저씨, 하오문을 부탁해!”
“하오문을 왜 나에게 부탁하누, 하릴없는 대장장이한테....?”
“하하......앞으로 엄청 바빠 질거야, 문도들이 많이 늘어났거든, 아마도 밤잠 못자고 병장기를 만들어야 될 걸...?”
“이런......!요즘은 일을 안 해서 몸이 녹슬었는데 ....”
“하하하....아저씨, 그럼 담에 봐!”
조맹이 환하게 웃는 하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얼굴에 아쉬움 섞인 진한 정이 흐르고 있다.
“오냐, 우리 꼬맹이 다음에 보면 꼭 화주한잔 하자구나!”
“하하....화주....좋지...!”
하림이 몸을 돌리고 도림과 운령이 조맹에게 포권을 하고 그의 뒤를 쫒는다.
사라지는 하림을 바라보며 조맹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부디 보중하게나, 문주!”
***
“주공, 어디를 그리 바쁘게 가시는 겁니까?”
“쉬이....잇! 도림, 어서 성혁형 눈에 띄기 전에 사라지자고...”
“목적지가....?”
“천목산 가야지, 의선인을 만나러.....”
“예, 모시겠습니다.”
그들의 신형이 일으키는 먼지가 구름을 만들 정도로 부지런히 발을 놀려 사라져갔다.
잠시 후, 하오문에서 제갈성혁의 비명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아악....! 또 사라졌어.....! 일 좀 하자구.... 이 게으름뱅이 문주야아아아....!”
- 작가의말
제가 이사를 갑니다, 입주청소에 자잘한 공사까지 할 일이 좀 많을 것 같습니다.
수요일 날 이사를 마치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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