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교혈전(6)--------6권 完
마교혈전(6).
-휘리리리릭...!
그중에서도 강호칠협을 뒤로하고 곤륜오자가 빠르다.
“오....! 장문주, 이렇게 무사한걸 보게 되다니....천지신명께 감사해야겠소.”
“정말 다행스럽소.....!”
“...무량수불....살아있어서 정말 고맙소....!”
땅에 발이 채 닿기도 전에 곤륜오자가 하림을 향해 저마다 한마디씩 쏟아낸다.
하림도 날아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밝게 웃음을 머금었다.
“저를 향한 도장님들의 마지막 도호소리가 어찌나 슬프게 들리던지, 덕분에 힘을 내어 무사하게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오....정말 다행이오, 본도들은 장문주의 도움으로 사지를 탈출하면서, 문주의 마지막 모습에 어찌나 놀라고 당황했던지 정말 앞이 캄캄했었소.”
장진자등이 겪었던 심적 고통이 하림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하림은 그들을 향해 포권을 하며 웃음을 지어냈다.
“제가 살아난 것은 모두가 도장님들 염려 덕분입니다, 사실 우리의 내력이 조금만 부족했었어도, 그곳을 빠져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때마침 이친구들도 와주었고요.”
“오......! 이분들은.....대하오문의 이십일웅들....맞소?......아아....!”
하림의 말에 뒤쪽으로 시선을 돌리던, 장진자를 포함한 곤륜오자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하림을 중심으로 반원을 이루며 둘러싼 이십일웅의 기세에 곤륜오자들은 두 눈을 크게 뜬다.
곤륜오자는 이십일웅 전신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기세에 당황했다.
자신들도 소문으로 대하오문의 이십일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엄청난 위압감을 느끼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가 이들을 몇 년 전에 겨우 일류고수의 반열에 발을 들어놓았던, 강호 신진고수들이라 말하면 믿겠는가?
“대....대단하오....!”
“아.....! 하오문의 젊은 전신(戰神)들이라더니.....진정 강호의 청룡(淸龍)들이 아니신가?”
사실 오래전부터 이십일웅들은, 지금과 같이 하림을 호위하며 둘러싼 대형에서는, 의도적으로 위압의 기세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하림이 눈살을 찌푸리며 기세를 거두라 해보았지만, 그들은 한사코 지존의 위상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며 따르지 않았다.
여러 명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바람에 하림은 고개를 흔들고 말았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그들이 은연중에 흘러내고 있는 기세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곤륜오자같은 강호고수들도 뒤로 물러 날정도이니 말해서 뭐할까.
아마도 강호에서 이름깨나 날리는 어지간한고수들 조차 첫 대면부터 주눅이 들고 말 것이다.
“하하....과찬이십니다.”
하림이 나서며 곤륜오자의 말에 포권을 가볍게 올린다.
이때, 강호팔협들이 앞으로 나서면서 하림을 향해 다가선다.
유일하게 화산의 육금황이 빠진, 이제는 본의 아니게 강호칠협이 되고 말았지만, 이들은 오늘 마교의 도발을 막아낸 구세영웅들인 것이다.
아마도 이들이 적시에 나서지 않았다면, 이 섬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이미 하림과 안면이 있는 모용성, 제갈노청, 양석호등이 먼저 다가와서 하림의 손을 잡는다.
“장아우, 무사해서 다행이다!”
양석호의 말에 하림이 밝게 웃으면서 그들을 맞이한다.
“과연 형님들께서도 와주셨군요, 때마침 오셔서 마교를 토벌하다니, 소생이 강호칠협 선배님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하림이 정중하게 두 손을 들어 포권을 하자, 강호칠협들이 펄쩍뛰며 손 사례를 친다.
“허허....정작 마교를 물리친 것은 장아우 아니신가? 이 우형은 장아우에게 목숨을 구함 받았고....!”
“그러게 말이네. 필도의 말대로 인품마저도 나무랄 데가 없군.”
“하하....그럼그럼....장아우가 누구의 아우인데....하하....!”
남궁필도가 활짝 웃으며 가슴을 두드린다.
모용성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앞으로 나온다.
“장아우, 자네가 마침 나서지 않았다면 사실 이곳에 멀쩡하게 서있을 사람은 없었을 것이네, 우리 거의 궤멸직전이었으니까.”
“맞아! 난 아우의 얼굴도 못보고 죽는 것이 제일 아쉬웠었지. 그때 생각만하면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끔찍하군.”
“하하....! 난 말일세, 압도적으로 우리 쪽 군웅들이 수적으로 우세했지만, 오합지졸이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이번에야 절실히 알게 되었다네.”
그들은 하림에 의해 살아난 목숨이라면서 내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으니 하나같이 하림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외지심이 섞여있다.
하림은 아직도 저 먼 곳에서 피를 튀기는 혈전을 벌이고 있는 군웅들과 마교인들을 바라보며, 마치 한편의 경극을 보는 것 같은 현실과 전혀 다른 생경한 마음이 들었다.
왜들 저렇게 아귀다툼하며 싸우지..?
“정말 치열하게 싸우고들 있군요.”
“그러게 말일세, 그런데 우리가 안가도 되겠는가?”
“놔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보물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그들 중에 죽은 사람들과 인과관계가 좀 많겠습니까? 원한은 갚아야 남은사람들이 여한이 없겠지요,”
“하긴 ...그 말도 옳은 말이네.”
“장아우, 혹시 말일세, 백천신검의 검은 보았는가?”
무당천룡 양석호의 말에 하림이 흘낏 소접을 향했다가 재빨리 시선을 바꾸며 쓴웃음을 지었다.
“백천신검 동호관대협이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석실은 발견했지만, 이미 텅 비어있었죠.”
“끄응.....!”
“흐음......!”
“마교놈들이 몽땅 쓸어가고 텅 비어버린 곳으로 중원인들을 유인하였구나, 간악한 놈들....!”
비분강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하림은 미안한감이 없지 않았으나, 여기서 백천신검의 진실을 밝힐 하림도 아니었기에 그저 쓴웃음으로 위장하고 있을 수밖에...
그의 뒤에 일렬로 서서 하림을 바라보는 이십일웅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생각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저 표정....저 말 빨..! 역시 주군은 우린 실망시키지 않아.....
그들은 동시에 먼 하늘로 시선을 두었다.
그런데 그 방향은 대하오문이 있는 쪽 아닌가?
아마도 지금쯤 백천신검의 보물들은, 금아에 의해 하오문으로 힘껏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림과 이십일웅의 속내를 짐작도 못하고 중인들은 마교를 향해 이빨들을 갈고 있다.
아마도 누군가가 말리지 않았으면 먼 곳에서 일어나는 혈겁에 뛰어들고 말았으리라.
“장아우, 이대로 마교도들이 마교로 돌아간다면 추후에 강호로 대거 침공해오지 않겠는가?”
귀산 제갈노청이 학이 그려진 섭선을 흔들면서 말을 꺼냈다.
“아마도 전처럼 쉽게 넘나들지 못할 것 같은데요?”
“어찌 그리 생각하시는가?”
“흠....! 일부러 검봉을 불러 독하게 대결하게 했고, 예상대로 소교주는 한쪽 팔과다리가 사분되며 처절하게 망가졌습니다. 마교에는 그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화타에 버금가는 신의(神醫)가 있고, 신의가 소교주의 수급을 치료하는 동안은, 아마도 소교주의 입을 통해 저와 여기에 있는 형제들의 무위가 전해질 겁니다. 그놈의 성정으로 보아 더 과장해서 부풀려 말할 것은 틀림없을 것이고요.”
“흠.....! 그렇군, 장문주는 애초에 복안이 있었군.”
“하하...복안이라 하기 보다는 언감생심, 강호를 섣불리 보고 넘어오지 마란 뜻에서 독하게 손을 쓴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문주의 뜻이 제대로 통할 것 같군, 난 마교도들이 누군가에게 겁을 먹고, 저토록 꽁지가 빠져라 달아나리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 문주, 정말 탄복했소,, 혼전 중에도 그리 대단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소.”
제갈노청이 하림을 향해 포권을 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의 말을 쏟아낸다.
하림 또한 그와 정중하게 포권을 나누었다.
그만큼 제갈노청은 하림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자존심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제갈가 사람이 말이다.
“대협들, 백도의 유일한 적은 아시겠지만 마교가 아닌 혈마입니다. 아마도 마교는 혈마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소생이 걱정하는 것은 혈마가 그런 마교를 흡수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돼버린다면, 우린 오늘 이곳에 없던 마교의 진짜 정예들과 맞서서 싸워야 되니 얼마나 희생이 크겠어요.”
“흐음....!혈마...역시 혈마가 문제야....! 어디서 그런 놈이 나타나서는......!”
모용성은 말을 이으며 한숨을 쉰다.
“혈마는 마기에 잡아먹힌 존재에요, 그 마기는 숙주가 강성해지면 질수록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혈마가 전 강호에 마기를 퍼트리고 다닐 것이 염려가 됩니다. 백마방을 먹어치운 혈마는 앞으로 어디로 튈지 누구도 모릅니다.”
“아아.....큰일이군...그려...!”
“혈마의 전신인 사도옥은 아주 영악한 자였죠, 그런 자가 혈마로 변했으니 아마도 우린 쉽게 그를 제압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도옥....?”
“네, 전에 우연히 남해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자와 구원(仇怨)이 있습니다.”
“흠...그래서 그렇게 혈마의 일에 장문주가 적극적이었구나.”
양석호의 말에 지금까지 얌전하게 있던 아미의 혈관음이라 부르는 요지신니가 말을 받는다.
그녀는 외모로 봐서는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십 중반에 접어든 나이었다.
단아한 외모의 그녀가 하림을 향해 몸을 돌리고 묻는다.
“장문주, 그럼 이제 우린 어찌해야하죠? 마교로 갈까요, 아님 중원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예, 신니께서 마침 말씀을 잘해주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교의 뒤를 쫓아 본진을 친다면 실익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림맹의 제갈 총군사님과 같이 움직이다가 저만 이곳으로 온 것이니까요.”
“아...그럼 제갈 총군사는 어디에 있나요?”
“아마도 맹으로 돌아가고 있겠지요, 백마방의 방수들조차 이끌고 사라져버린 혈마를 찾는 것이 우선 시급하니까요.”
“장문주, 아까도 말했지만 본녀를 비롯해 우리 칠협들의 목숨을 구해준 셈이니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하하....신니께서는 과례이십니다, 사해가 동도인데 새삼스럽습니다.”
“호호.....하오문...아니 대하오문의 앞날이 아주 밝군요. 젋은 소협들의 무위가 우리 칠협들을 훌쩍 넘어섰어요.”
“하하...과찬이십니다. 신니!”
“요지, 그런 의미에서 본 대하오문으로 올 생각 없어?”
요지신니의 말에 남궁필도가 껄껄 웃으면서 말한다.
“호호....정말요? 남궁대가, 대하오문 내에 도관이라도 하나 지어주면 생각해보죠?...호호호....!”
“하하...그쯤이야, 아예 아미를 통째로 옮겨올 수도 있지, 물론 요지가 원한다면 말이야....하하...!”
남궁필도의 말에 좌중이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하림은 문득 궁금한 듯 남궁필도에게 묻는다.
“대형, 그런데 어쩌다 이곳까지 오시게 된 것입니까?”
“아....아우, 그것이...글쎄, 화산의 육가가 빠져서 의기가 시들해진 우리들이, 이번기회에 칠협이 모여 사기를 돋우자는 모임이 섬서성 서안에서 있었다네, 거기서 마침 백천신검의 소문을 듣고, 아무래도 마교가 수상하다 여긴 탓에 뒤를 쫒아서 여기까지 들어오게 된 걸세.”
“아....일이 그렇게 된 것이군요.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하하....나도 이곳에서 아우를 보게 될 줄이야 진정 몰랐다네, 아까 장진자 도우께 자네가 화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처음 겪어보았네.”
“대형, 심려 끼쳐서 미안해요,”
“하하...아닐세,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돌아왔으니 됐네 그려...!”
남궁필도가 하림의 손을 잡고 다독거린다.
“우리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섬을 나가 식사라도 하는 것이 어떻겠소.”
“아....그러고 보니 정말 이 섬은 얼른 나가고 싶군요.”
“마침 저들의 싸움도 막바지 같소.”
배를 타고 도주하는 자, 그 뒤를 땟목에 몸을 싣고 뒤를 쫒는 자. 혹은 탈것이 없어서 어쩔 수없이 바다로 뛰어든 자들, 그리고 또, 그들의 머리위로 도검을 날리는 자들......
그렇게 마교와의 혈전이 막바질 치닫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는 무얼 타고 이 섬을 벗어날까?”
남궁필도의 말에 하림이 빙긋 웃는다.
“대형, 염려마세요, 소제가 이미 이곳 분타주에게 소식을 넣었답니다. 아마 우리를 태울 배가 올 것이에요.”
“오오......그런가?”
“아....그럼 혹시 저배가 아닌가?”
양석호의 손가락이 바다 위를 향했다
때마침 수평선위로 조그만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그것은 곧 중인들이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크게 확대되었다.
매우 속도가 빠른 거선이다.
하림의 입가에 빙긋 미소가 어린다.
“오늘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구고 독한 화주 한잔이 그립구나!”
“주공, 도착하는 대로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도림, 그냥 그렇다는 말이야, 자넨 너무 진지해.”
“하하...그렇습니까? 주공. 속하 생각도 똑같아서 그만 바로 튀어나와 버렸습니다.”
“하하...그래? 좋아! 그렇다면 오늘 우리만의 호사를 한번 누려볼까?”
“예, 주공! 맡겨 주시지요.”
쏜살같이 물살을 헤치며 다가오는 거선을 바라보고 있던 중인들은, 두 사람의 속닥거리는 소리에 영문도 모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배다....거선이 오고 있어....!”
“우릴 태우려고 배가오고 있다!”
“얼른 저쪽으로 가자!”
어느새 학살을 마치고 섬으로 올라온 군웅들이 이쪽을 향해서 몸을 날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하림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정말 꿈도 야무지군...!”
제6권 完.
- 작가의말
나름 길었던 시간이었습니다.
6권을 마무리지었네요.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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