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교혈전(4).
마교혈전(4).
“허억......!”
경악하는 냉소혼의 두 눈이 두려움으로 파랗게 질려가고,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 나왔다.
“저....저...놈.......!”
“막아라! 소교주님을 지켜라!”
“몸으로 막아서라! 뚫리면 안 된다.”
-고오오오오오.....!
-쿠와와와앙!
-우르르르릉!
-꽈과과과쾅!
감히 저 성난 파도 같은 스물두 명 종사(宗師)들의 위압적인 공세를 막아 낼 수 있겠는가?
하늘이 갈래갈래 쪼개져 나가고 땅거죽은 뒤집어지며, 지진이라도 난 듯이 천지가 흔들렸다.
난전을 벌이고 있던 군웅들은 정마를 막론하고, 이 돌연한 사태에 경악하며 멍하게 냉소혼을 향해 휘몰아쳐가는 폭풍을 바라보고 있다.
“아......저들이 정녕 인간들인가?”
“누가 있어 저들의 앞을 막을 수 있을까?”
“대하오문의 무력이 상상을 불허하는구나!”
-꽈과과과꽝!
하림이 쏘아낸 화염의 검이 어느새 냉소혼을 덮치고 있다.
“헉...!”
“우우,,,,욱.....!”
“하하하하아악.....!”
냉소혼의 앞을 막고 있던 호위들이 비명을 흘리며, 도검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화염에 대항하느라 혼신의 내력을 쥐어짜고 있다.
그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무력에 머릿속조차 하얗게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온몸으로 하오문 무력대의 공세를 막아내는 호위들 덕분으로, 냉소혼의 신형이 기이한 각도로 꺾이며 훌쩍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금 새 몸으로 막아내던 호위들이 뒤쪽으로 밀리면서 그의 곁까지 주르륵 미끄러져온다.
“이익...! 어디서 저런 놈이.....!”
앞을 막아선 호위들의 입에서 피 화살이 뿜어져 나가고, 어느새 덮쳐온 이십일웅의 도검이 그들을 산산조각으로 날려 버렸다.
“아악.....!”
“악...!”
“컥....!”
“커헉....!”
“흐흐흐흐......! 냉소혼......너의 악명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 하지만 오늘 그 질긴 목숨도 여기서 끝이 나겠구나....!”
하림이 한발 한발 다가서며 스산하게 입을 열자, 냉소혼의 세모꼴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냉소혼의 무공도 이미 세상에 알려진 대로 만만찮은 고수였지만, 하림등이 전개하는 무력은 그의 상상을 넘어선 것이었다.
더욱이 스물한명이 펼쳐내는 무력은 마교 전체의 사기를 사정없이 저하시키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아직도 장내에는 천여 명 가까운 마교제자들이 남아있다.
저 장가 놈의 검만 피해서 몸만 뺄 수 있다면 그 제자들을 사지에 밀어 넣고 그나마 자신은 도망갈 수 있으리라.
장가 놈의 무공이 아무리 개세적이라도 일시에 천명이나 되는 무인들을 어찌할 수 없을 테니까.
실로 악독한 심성을 가진 자가 아닌가?
그러나 하림은 이미 냉소혼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대하고 그의 간계를 눈치 챌 수 있었다.
그의 입에서 피식 고소가 피워 오른다.
“후후.....냉소혼...! 도망가려고.....? 과연 내손에서 도망갈 수 있을까?”
“이...이놈...! 무...무슨 말이냐. 도망이라니....본 공자를 어떻게 보고.....! 이놈아, 아직도 나에게는 천명이나 되는 많은 제자들이 남아있다. 그런데 네놈은 벌써부터 승자라도 된 것처럼 떠들어대는 것이 말이나 되는 것이냐?”
냉소혼은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호위들을 손으로 잡아 당겨, 하림과의 사이에 공백을 매우기 바빴다.
하림은 그 모양새를 보고 이 천하에 망종을 더 이상 살려 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자비도 아까운 놈! 주인을 잘못만난 죄로 네놈들도 함께 가거라! 앞을 막고 있는 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버려라!”
“존명!”
“존명!”
-콰아아아아앙!
-쿠아아앙!“
드디어 하림의 입에서 살생부가 떨어졌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십일웅의 도검에서는 하림에 비해도 손색이 없는 검강들이 쏟아져 나간다.
“아아아악....!”
“커흐흑...!”
“살려줘.......아악...!”
처절한 비명이 격랑으로 소용돌이치는 호수 면을 꿰뚫고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그들 한 번의 공세는 냉소혼의 주위에 있던 수신 호위들과 마교 제자들 백여 명을 한꺼번에 집어 삼켜버렸다.
아비규환 속 수많은 시신에 둘러싸인 냉소혼은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어댄다.
“악....악마들......!”
냉소혼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 불쑥 튀어 나왔다.
그 말은 자신이 평소 남들에게 숱하게 들어왔던 말이기도 하다.
그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이십일웅의 천지개벽 같은 무력에 혼백은 이미 저승 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주위에서 자신을 보호해주던 호위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처절하게 느끼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후후....이제 대단하신 마교 소교주 차례인가......?”
“오....오지 마....! 이.....이 악마.....가까이 오지 마....!”
“후후....악마라.....! 잔인함의 대명사라는 네놈에게 그 소리를 듣는 것도 나름 괜찮구나....!”
하림의 신형이 서서히 냉소혼을 향해 다가가고, 그 주위에 있던 마교제자들은 본능적으로 그와 배 이상 뒷걸음질 쳤다.
하림은 서서히 움직였다.
그럴수록 냉소혼의 안색은 썩은 돼지 간 색깔로 변해갔다.
“으....으......! 오지 말라고......!”
“후후......!”
차가운 살소를 머금던 하림이 우수에 든 검을 들어 올리는 찰라,
“아우....! 잠깐만.....멈추시게...!”
-휘리리리릭.....!
허공에서 옷자락 날리는 소리가 세차게 들리면서 헌앙한 백의인이 떨어져 내렸다.
“아! 대형, 인사가 늦었어요, 어떻게 이곳까지 오셨어요.”
하림이 이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한사람밖에 없다.
바로 하오문 본문에 있어야 될 남궁필도인 것이다.
하림이 워낙 깍듯이 포권을 하자, 남궁필도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예의 밝은 미소를 입가에 떠올린다.
“문주, 못 본 사이에 더욱 높이 올라갔군, 이십일웅마저 괴물이 돼버렸어...하하....!”
“대호법님을 뵙습니다!”
“대호법님을 뵈어요...!”
이십일웅이 절도 있게 포권하며 깍듯이 고개를 숙이자, 그의 미소가 더 깊어진다.
“반갑네, 우리는 이따가 회포를 푸세. 그보다 문주!”
“말씀하세요, 대형!”
“이 우형의 생각으로는 저인간의 목숨은 살려서 보내는 것이 낮겠네.”
“예에....? 아니 대형, 저런 인간을 살려 보내다니요, 마교는 우리가 필히 무찔러야 될 적 아닙니까?”
하림이 남궁필도의 말에 놀란 빛을 띠며 큰소리로 묻자, 남궁필도는 턱을 한번 쓸어내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문주의 말이 맞네, 하지만 주위를 한번 둘러보시게, 이미 마교는 전의를 상실했네.”
“음.....!”
하림은 그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고, 과연 그의 말대로 아까보다 더욱 멀찍이 물러나서 그의 눈을 애써 피하는 자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싸움은 이미 우리가 이겼네, 그러니 더 이상 피를 흘릴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
하림은 온몸에 피워 올리던 살의가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남궁필도의 말이 백번 맞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미 두려움에 쌓여 몸을 빼는 적들을 쫒아가서 모조리 죽인들, 그것이 작혹한 마교와 다를게 무엇이겠는가?“
그는 침중한 신음을 뱉어냈다.
“크흠.......!”
그의 침음을 들은 도림이 가까이 다가온다.
“주공, 대호법님의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
“도림, 너도 저 인간을 살려서 보내야 된다는 것이냐?”
“주공, 저자는 당연히 죽어 마땅하지요,”
“그럼 여기 대형의 말씀을 반하고 저자를 죽이자는 말인가?”
하림이 눈을 크게 뜨고 되묻는다.
팽도림은 고개를 저의면서 차갑게 얼굴을 굳힌다.
“주공, 아니지요, 적어도 저자는 팔과 다리 한쪽씩은 내놔야 될 것입니다.”
하림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아무리 살의가 동해도 우리마저 저자들 같은 인간이 될 필요는 없겠지.”
“맞습니다, 주공! 이후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거구의 팽도림이 등에서 거도를 스르릉 뽑아든다.
“도림, 철저하게 몸으로 깨닫게 해줘야 된다. 적어도 우리 대하오문이 강호에 존재하는 한, 함부로 중원을 넘볼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존명! 저자의 뇌 속까지 본문에 대한 공포를 심어 주겠습니다.”
“좋아....! 주제도 모르고 중원을 넘본 마교 소교주의 팔다리를 가지고 와라!”
“존명....!”
하림은 뒤로 물러나고 한쪽무릎을 꿇고 명을 받던 팽도림이 차가운 얼굴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휘이이이잉......!
그가 향하는 곳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떠는 냉소혼이 서있는 곳이다.
-저벅저벅.....!
냉소혼은 이미 하림이 저들과 하는 말을 모두 들었다.
그리고 적어도 하림이 출수하지 않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그렇다면 나에게도...기회가....!)
그러나 생각과 달리 몸은 사시나무가 되어 떨림을 멈출 수가 없다.
냉소혼의 눈에 팽도림의 거구가 시리게 다가온 탓이리라!
한발 한발......점점 다가오는 팽도림을 바라보는 냉소혼의 눈에 서서히 잔혹한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우뚝.......!
적당한 거리에 팽도림이 신형을 멈춰 섰다.
이제 곧 저 거도를 들어 치고 들어 올 것이다.
(놈...! 와 보거라! 난 대 천년마교의 소교주란 말이다!)
-주르륵....!
입술을 피가 나게 깨문 냉소혼의 얼굴이 서서히 투기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잠깐, 도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하림의 한마디가 장내를 차갑게 식혀 내렸다.
그의 말에 팽도림이 거구를 돌린다.
“주공, 하실 말씀이라도........?”
“도림, 들어오고, 소접이 대신 저자의 팔과 다리를 가져온다!”
“존명!”
“존....존명...!”
소접은 하림의 말에 반색을 하며 걸어 나오고, 팽도림은 한껏 올리던 투기를 가라앉히느라 말을 더듬거린다.
하림의 말은 곧, 법이니까.
-사라라라락......!
허공을 부드럽게 유영하듯 떨어져 내리는 소접의 봉황보갑의 백의가 하늘거리며 아름답게 펄럭거렸다.
그러고 보니 보의라는 말이 당연한 것처럼 소접의 백의 궁장에는 피한방울도 묻어있지 않았다.
옷만 본다면 그녀가 치열한 격전을 치루며 혈로를 딛고 왔다고 누가 믿을 것인가?
“호호.....무슨 복이래, 본녀가 마교 소교주의 팔다리를 벨 수 있다니.....호호....!”
하늘거리는 백의에 휩싸인 소접이 깔깔거리며 아까 팽도림이 섰던 자리에 떨어져 내렸다.
“이이이이......익! 이..놈....이년들...이....!”
투기가 오르고 있던 냉소혼의 얼굴에 노기가 새파랗게 피워 오르면서 이빨을 세차게 갈아 부친다.
마치 이들이 자신을 잡아놓은 고기 취급을 하고 있지 않은가?
수치심에 얼굴빛이 빨갛게 달아 오른 냉소혼이 대갈을 터트린다.
"아아아아아아.........!"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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