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무림맹(1).
아! 무림맹.
“으음....! 이럴 수가.....!”
하림이 익숙하지 않은 깊은 신음을 뱉어냈다.
“주....주공....! 무슨.....?”
하림의 안색에 도림의 얼굴도 침중해졌다.
-화르르르륵...!
한 장의 정갈한 서신은 하림의 손안에서 회색재로 변해버렸다.
“도림, 혈마가 무림맹을 덮쳤다.”
“허억....!”
“헉....! 어찌 그런 일이.....?”
도림과 운령이 대경해서 한 발짝씩 물러났다.
“예상대로 무림맹이 대패해서 간신히 몸을 뺀, 각파사람들이 도주 중이라는군.”
“이...이런 일이......! 주공, 그럼 맹주님은.....?”
“일선께서는 한 팔을 잃으시고 무당의 호위 속에 역시 도주 중이라는군.”
“아........!”
무림맹주인 무당일선 도경진인이 한 팔을 잃고 도주 중이라는 말에 팽도림의 안색이 까맣게 죽어갔다.
그렇다면 팽가의 사람들은........
차마 입 밖으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하림은 그의 얼굴만 보고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다행이 팽가의 피해는 적은 것 같다하니, 서둘러서 그들을 쫓아 도와야겠네.”
“주공, 그렇다면 개방의 소식도 있습니까?”
“운령, 걱정 말아라, 그나마 맹의 사람들이 몸을 뺄 수 있었던 것도, 개방방주 할아버지와 검각 어머니, 그리고 팽가의 도왕 덕분에 가능했다 하는구나.”
“아.....정말 다행이군요.”
“다행이지, 그분들이 내가 전해준 무공의 극의를 놓치지 않고 깨달은 것 같구나.”
“주공께서 이 또한 보이지 않게 무림에 도움을 주셨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운령의 말에 하림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니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쩐지 잘 짜여 진 각본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예? 각본요?”
“응...! 내가 그분들을 만나고 너희들과 엮이고. 모든 것이 내 자의로 이루어진 것이 없었거든.”
“아.....!”
“특히 혈마 사도옥 놈도 그래, 그놈이야 말로 내 인생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놈이었거든, 어쩌면 평생 만날 일도 없던 놈이었고,,,,,,”
“...........?”
“에효....! 아무튼 그래, 모든 것이 위에서 하는 허수아비놀음 같으니......!”
하림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도림과 운령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보아온 하림은 지독할 정도로,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처럼 몰아 붙었던 사람이었다.
마치 무공이 아니면 죽을 것 같던 사람.물론 자신들을 훈련시키면서도 말할 나위 없었다.
모두들 세상에서 이 생목숨 하나 하직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여겼었으니까.....
“이번 일에 육금황 놈이 앞장 선 것 같다”
“예엣...! 화산의 육가가요?”
“그래, 혈마는 꼭대기에서 무게만 잡고 있었고, 모든 지휘를 육금황이 했다고 적혀있네.”
“허.....이런,,,,그 심성 독한 놈이 급기야 독한 일을 하 기 시작 했군요,”
“끊어져 나간 팔도 원상복구를 했다는군.”
“헉! 그럴 수도 있나요?”
“아미도 혈마의 마공 덕이겠지. 그놈의 마공은 나도 어떡할 수 없는 노릇이니......”
세 사람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
하지만 이내 하림이 고개를 들고 온혁세를 바라본다.
“혁새, 여기서 돌아가거라.”
“주....주공! 그러시면...?”
“염려하지마라! 적어도 이중원에서 우리 세 사람을 곤혹스럽게 할 자는 없다.”
“그럼, 군사께는....?”
“으음......! 군사에게 전해, 어쩌면 도주하는 무림맹 무사들이 본방에 찾아 들지 모른다고,,,,,거기에 따른 방비를 해두라고 전해!”
“존명! 주공! 보중하시길.....!”
-쓰륵........!
온혁새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하림은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본다.
“자! 우리도 가자!”
“주공! 그럼 말을....?”
“말?...뭐 하려.....여기 말보다 더 훌륭한 이동수단이 있는걸...?”
-삐이이이익!“
의아해하던 도림과 운령이 그제야 하림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금아를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휘이이이이이잉......!
하림의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에 돌연 허공에서 돌풍이라도 일으킨 듯, 사위의 나무들이 뽑힐 듯이 휘청 거린다
그리고 여기 덩달아서 휘청거리는 사람이 하나 있다.
세 사람 중에 운령의 안색이 핏기를 잃기 시작했다.
“주....주공....!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또, 금아를 타고....?”
“하하....운령의 울렁증이 또 도졌나보군. 사태가 시급할 때 당연히 금아의 도움을 받아야지.”
“허억......!”
온몸에 맥이 풀린 것처럼 주저앉는 운령을 한쪽팔로 부축하면서 도림이 혀를 끌끌 찬다.
이때 하림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금아! 쫒기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도와야 해!”
(들어서 알고 있어, 어린주인아!)
짧은 금아의 말에 하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림은 빙긋 웃으며 본신을 드러낸 금아의 등위로 올라앉는다.
이어서 도림이 올라서고 운령이 거의 울기 직전의 모습으로 금아의 깃털을 움켜쥔다.
-까아아아악.....!
-휘루루루루룽......!
-휘이이이이잉...!
금아의 괴조소리와 강한돌풍과 나무들의 부딪힘 소리가 극에 달하며, 금아의 본신이 서서히 허공을 부유하며 멀어지기 시작한다.
“아아아아악.......!”
사라져가는 금아의 그림자 속에서 사내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긴 꼬리를 남기며 동시에 사라지고 있었다.
******
하림은 매의 눈을 치켜뜨고 획 휙 사라지는 주위경관을 살피고 있었다.
“금아, 여기서 부터는 안휘성이니 천천히 날자!”
(알았어, 하지만 나의 신안에는 쫒기는 자들이 걸리지 않는데....?)
“어....너 멀리 볼 수 있.....아! 볼 수 있겠구나! 괜히 눈에 힘주고 찾았네. 하하....!”
하림은 멋쩍은 듯 뒤통수를 매만지고 금아의 깃털을 부드럽게 쓸었다.
“금아! 한두 명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쫒기면서 싸우고 있을 거야, 그 기척을 찾아서 움직여줘!”
“까아아악. 염려마라, 어린주인아! 그런 것은 금아의 전문이라는 걸 알았어야지.”
시큰둥한 금아의 말에 하림은 슬쩍 미소를 베어 문다.
“그래, 너 잘났다! 하하....!”
그는 한마디를 던지고 아예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고 앉아버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혈마의 흉포한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하림은 애써 고개를 흔들고 가만히 눈을 떴다.
돌연 그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하하....! 운령이 기절한 거야?”
“예..엣....! 주공....그것이.....!”
“하하....! 하여간 재미있는 친구야!”
“하하.....네......그러긴 합니다, 주공!”
“도림,”
“예, 주공...!”
“이번에 무림맹을 쫒는 혈마의 개들과 맞부딪친다면, 하늘을 쪼개더라도 산산 조각을 내버려.”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아니....최선은 부족해! 극한까지 끌어올려서 부숴 버리라는 것이지....”
“아.....알겠습니다, 주공! 본문을 향해 두려움을 갖도록 공포감을 심어주라는 말씀이시군요.”
“맞아! 무림맹을 집어삼킨 혈마가 그리고 육금황이 다음 차례로 어디를 노릴 것 같아?”
하림의 물음에 도림의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거야.... 당연히...본문을....?”
“아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순서는 내 생각하고는 틀려.”
“예?....주공 그렇다면.....?”
“으음.....바로 자금성이지!”
-쿠궁........!
“헉....설마.....혈마가.....!”
대경실색하던 도림과 죽은 듯 고개를 꺾고 있던 운령까지, 두 눈이 황소의 그것처럼 커져갔다.
“설마 정말로 혈마가 황궁까지 노릴까요?”
운령이 조심스레 묻자 하림의 고개가 움직였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혈마가 아니라 육금황이겠지, 그자는 혈마의 신임을 얻어 모든 것을 혈마의 지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거야.”
“예....? 주공, 그 말뜻은....?”
“운령, 생각해보라, 육금황의 심성이 어떠했는지를.....그자는 혈마의 신임을 얻어 세상에 복수를 꾀하고 있다, 심지어 황제자리라도 꿰차려고 그런지도 모르지.....”
“설......설마요....주공..?”
“후후.....! 혈마는 절대로 그런 머리는 없었다. 자신의 마기로 세상을 뒤덮으려만 하였지, 그는 내 앞에서 한 번도 그런 욕망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헉....이런.......육금황 그자가 더욱 무서운 자였군요....”
“혈마처럼 힘을 내세우면 싸우기가 쉽지만, 음흉한 흉계를 가지고 노리는 육가 같은 자들은 막기 어렵다.”
“..........!”
얼굴이 하얗게 변한 운령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하림은 금아를 바라보았다.
“금아! 뭐 보이는 거 없어?”
(응. 아직 아무것도 없어.)
“음....그럼 지금 지나는 곳이 어디쯤 일까?”
(음....금아가 숙주에서 회남쪽으로 훑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쪽은 아닌 것 같아!)
“음....숙주에서 회남이라.......! 금아...그럼 남궁세가를 아나?”
(남궁세가? 황산 아닌가?)
“아는구나! 우리 금아 똑똑한데....?”
(까아아아악! 이정도야 뭐......!)
“좋아 , 그럼 남궁세가가 있는 황산쪽으로 움직이면서 살펴보자! 할 수 있겠지?”
(맡겨둬! 어린주인아!)
임무의 중요성을 아는지 금아는 하림을 향해 흔히 하던 딴지가 없었다.
하림도 고개를 돌려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황산에 이르기 전에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안휘에 들어선지 오 일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뒤를 쫒고 있다니 정말로 지독한 놈들이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주공! 내 앞에 나타난다면 껍질을 벗기고 말 것입니다.”
“하하....운령, 속은 가라앉았느냐?”
“예, 주공, 이제조금 적응이 되가는 것 같습니다.”
“하하....그렇다면 혈마의 주구들과 부딪친다면 아까 이야기한대로 껍질을 벗길 수 있겠군?”
“존명, 주공 팽형님께 넌지시 들었습니다. 주공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하하....! 그래.”
하림은 대소를 터트렸다.
얼마 지나지 않는다면 필히 그들을 볼 수 있으리라.
그는 그들에게 지옥이 뭔지를 톡톡 보여줄 참이다.
비록 도림과 운령을 포함해서 단 세 명뿐이지만, 요즘 차오르는 음기로 하림은 또 다른 경지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림의 뾰족한 턱 선에서 한줄기 요요한 빛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
바로 그때였다.
“까아아아아악.......!
천천히 날던 금아가 길게 울음을 토해낸 것이다.
하지만 여느 때와는 틀린 금아의 소리는 세 사람의 전신에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동시에 하림일행은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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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그래도 끝을 봐야겠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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