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밀무
환희밀무.
-고오오오오........!
“하아아......학.....! 흐으......흥.......! 아....흑.......!”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여인의 달뜬 애욕의 신음소리.
그 소리는 객루에서 좀 떨어진 별채 밖까지 크게 들려왔다.
그러나 그곳은 마치 금지라도 되는지 아무도 기웃거리지 못하고 있다.
단, 두 사람만 빼고 말이다.
“아학.....흐흑....!.....상....상공.....천첩은 죽어요.....아....흑...!”
끝없이 새어나오는 여인의 끈적거리는 소리에도, 문 앞을 지키고 서있는 도림과 운령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다.
그들을 넘어 방안으로 들어가자, 안의 공기는 확연하게 달랐다.
지금 침상에서 죽은 듯 누워있는 여인. 바로 달뜬 신음을 연신 뱉어내고 있는 환희백화 미향이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그녀의 입에서는 끝없이 달뜬 신음이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감은 듯 긴속눈썹은 쉴 새 없이 떨렸고, 살짝 벌어진 꽃잎 같은 입술에서는 차마 흉내도 내지 못할 것 같은 신음이 계속 흘러 나왔다.
그녀의 전신에서는 흥건하게 땀이 솟아나 흐르고 있었고, 그 위로 희뿌연 엷은 홍색의 기류가 안개처럼 뒤덮고 있었다.
또, 그녀의 음부위에는 여인의 그것처럼 하얀 사내의 손이 금방이라도 닿을 것처럼 자리하고 있었고. 그 섬섬옥수 같은 손은 점차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죽은 듯 누워있는 미향의 앞에 정좌를 하고, 마치 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앉아있는 사내는 물론 하림이다.
미향은 지금 환상 속에서 하림의 부드러운 동체를 안고, 미친 듯이 흔들어대고 있는 환상에 깊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녀의 중요한 부위에서는 이미 질퍽하게 주체하지 못하는 (***이 부분은 심의에 걸릴듯하여 더 이상의 표현은 빼겠습니다. 이미 한번 데었으니 심히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그것들은 모조리 하림의 장심으로 빨려 들어갔다.
색황의 비전속의 마지막 장에 있었던 환희밀무.
그것은 직접 상대와 교접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천상의 환상을 겪게 한다.
그리고 환상 속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온몸을 쥐어짜는 것 같은 쾌락에 몸부림치며, 정기를 잃고 자신의 생명과 맞바꾸고 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여인의 달뜬 신음을 배제한다면, 그사이사이 스며들어있는 기이한 소리가 있다.
-고오오오오.......!
하림을 감싸고 미향의 전신에서 새어나오는 기류가 마치 반항이라도 하듯이 거세게 휘도는 소리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주관하고 있는 하림의 얼굴은, 감은 눈 밖으로, 의외로 편안한 표정이다.
그의 신색은 엷은 홍조를 띠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여인의 그것과 같이, 피부는 빙기옥골처럼 맑게 변해간다.
그러나 실상 그의 내부에서는 거센 회오리가 전신을 휘돌고 있었으니, 그것은 미향에게서 빠져나와 그에게 물밀듯이 들어오는 많은 양의 음기 탓이다.
음양의 이기를 가지고 있는 하림으로서는 또 한 번의 기연을 맞고 있는 셈이다.
그의 내부는 폭발할 것처럼 팽창했지만, 하림은 조용히 양기를 휘돌리며 거센 음기를 합일해 나갔다.
이미 수없이 음양의 이기를 수련해가는 그인지라, 거센 음기가 휘몰아쳐 들어와도 그의 장심을 중심으로 차츰 합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음기들은 성질을 한층 죽인 부드러운 양기에 휩싸여 어느새 순한 음기가 되어 깊은 내력 속에 동화되어갔다.
쌓여만 가는 음기로 하림이 피부색은 물론 여인의 그것처럼 전신이 고혹적으로 변해갔다.
상반신을 벗고 있는 그의 상체는 울퉁불퉁했던 근육들이, 연한 살 속으로 차츰 파고들어 자취를 감추고 있었고, 그의 외형은 무공 한 톨도 없는 미소년의 모습으로 변하가고 있었다.
외형뿐만 아니라, 외모조차 여인의 그것과 같이 턱 선마저 갸름하게 변해갔고, 그것은 마치 기이한 마력을 가진 외형으로 변해버렸다.
아마도 그와 한번이라도 눈을 마주치며 그의 미안을 바라보게 된다면, 그 여인은 평생 가슴앓이를 해야 할 것이고, 하림이 가진 아름다움에 끝내 상사병까지 얻게 될 것이 자명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 극치를 이룬다.
문밖을 지키고 있는 도림과 운령은 얼굴에 그 어떤 표정도 떠올리지 않았고 사실은 긴장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하림의 부름을 받고 새로 나타날 적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미향 말고도 언니가 있다고 해. 동생이 이정도 마기를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그녀 또한 무시하지 못할 마기와 음기로 가득 차 있을 거야. 밤이 되면 돌아 온다했으니 곧 나타나겠지. 내가 나갈 때까지 그녀를 막도록 해.)
이것이 하림에게 들었던 전음의 내용이다.
사실, 미향의 언니, 하림이 미향에게서 알아낸 바로는, 그녀의 별호와 이름은 흑사화 미호였다.
오로지 색을 즐기는 미향과 달리 미호는 음양교접으로 사내의 양기를 흡정하고, 이내 죽이기를 즐기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
아마도 그녀는 미향보다도 더 짙은 음마기를 연마했을 것이다.
이때, 도림과 운령의 눈썹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꿈틀대며 서로를 동시에 바라봤다.
“형님, 그녀가 오는 것 같은데요.”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도림은 등 뒤에 매고 있던 거도를 서서히 쥐어갔다.
-사라라라라랑.......!
-챠라라라라락....!
음악소리도 아닌 것이 순수 바람을 가르며 내는 소리치고는 기이하게 아름다운 소리로 들려왔다.
운령마저 검을 빼들었을 때 그들의 전면에는 허공을 부유하며 나타나는, 스무 명이 넘어 보이는 피빛 적의를 입은 여인들이 눈앞에 나타나있었다.
-파라라라락....!
-사라라라락.....!
마치 붉은 꽃잎위에 하얀 눈발이 내려앉는 것처럼 그녀들은 사뿐하게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서서히 두 사람이 서있는 방 쪽으로 좁혀오는 것이다.
그리고 거의 흑의에 가까운 적의로 감싼 백발여인이 앞으로 걸어 나온다.
-쿵....!
그녀의 전신이 앞으로 나설 때, 장내의 공기마저 소리 내어 내려앉는 것처럼, 두 사람에게 무겁게 다가왔다.
“으음....!”
“마기가 대단 하군요, 형님.”
도림과 운령의 눈가가 미미하게 살짝 변했다.
전신을 감싼 짙은 적의에 윤기가 넘쳐흘러 빛까지 발하는 백발을 가진 아름다운 얼굴.
삼십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인은 진한 죽음의 빛을 띠고 있는 흑장미 같은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하얀 상아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활짝 웃는다면, 그녀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매력에 홀리지 않을 남자는 아마도 이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지금, 그녀의 얼굴은 상당히 굳어져 있었다.
“네놈들은 누군가?”
그녀의 첫마디는 잔뜩 날이 서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이미 방안에서 들려오는 미향의 산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녀는 사내들이 자신과의 교접에서 쏟아내는 신음소리가 어떠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동생이 내뱉고 있는 저 극락을 휘도는 신음소리가, 마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지 않던가?
당연히 그녀는 지금 충분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첫마디가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많이 거칠군.”
“흥, 감히 이 흑사화 앞에서 그런 식으로 말을 받는 자가 있다니, 분명 무명소졸은 아닐 터 네놈들은 누구냐?”
도림이 말을 받자 흑사화 미호의 안색이 살짝 변해갔다.
그사이 도림이 짧게 대답한다.
“일도단천!”
“뭐, 일도단천 팽도림...?”
도림의 말에 미호의 눈이 커진다.
그녀의 커진 눈이 옆에 있는 운령에게 향한다.
그녀의 시선을 받은 운령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짧게 입을 열었다.
“운령!”
“신...신행유검?”
“우리를 아주 잘 알고 있군.”
그녀의 놀람만큼 도림도 내심 상당히 놀랐다.
미호의 반응이 산속에 몸을 숨기며 살고 있는 자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흥....잘 알고 있지, 우리가 주적인 너희들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느냐.”
“주적....?”
“백마방.....!”
“오호라......백마방도였군.”
“그럼 저 안에 동생과 함께 있는 자가 너희들의 주군인 하오문주 환사 장하림이겠군.”
“맞아! 주군께서 안에 계시지.”
-촤라라라락...!
도림이 순순히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하자, 그녀는 하늘거리는 연검을 허리춤애서 풀어낸다.
“비켜!”
“아니 될 소리, 누구도 주군이 행사를 방해할 수 없다!”
“흥, 그럼 말로는 해서 안 되지, 모두저자들을 덮쳐라!”
“예, 천모님!”
“예에....천모님!”
미모의 명을 받은 스무 명가량의 적의 여인들이 허공으로 솟으며 쏘아온다.
붉은 채대를 쏘아내며 두 사람을 덮쳐오는 기세가 사뭇 거세다.
-휘리리릭....!
도림과 운령은 온몸에 기를 휘돌리며 도와 검을 한 차례 소리 나게 털어낸다.
“누구든 접근하는 자는 벤다!”
“죽어랏!”
“죽여....!”
쏘아오는 여인들의 입에서 거센 폭갈들이 터지고. 그들의 채대와 두 사람의 병기가 맞부딪쳤다.
“야아....합.....!”
-콰과....! 꽝!...!
-후루루루루룩....! 팡..! 팡...!
뿌연 먼지가 시야를 가리며 순식간에 장내는 아수라장으로 변해갔다.
이때, 허공으로 몸을 날려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몸을 지탱하고 있던 미호의 신형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 순간 미호의 신형은 빈틈을 보이는 방문으로 쏘아 들어가고, 도림의 입에서는 벽력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요녀, 어딜 가느냐! 이 팽모가 있는 한 어림없다! 하아아아....합....!”
-후루루루룩!
-까가가가가꽝!
“아아아악!
-아아악....!
“악....!
도림에게 덮쳐들던 여인들이 깊고 짧은 비명을 쏟아내면서, 속수무책으로 빠르게 떨어져나가 바닥으로 나뒹군다.
그 순간 어느새 도림의 모습은 방문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의 입가로 가느다란 혈이 비친다.
한꺼번에 무리하게 진기를 끌어올린 부작용이리라.
-깡.....!”
-챙....챙!“
“호오....역시 일도단천이군, 예사롭지가 않구나. 그러나 아쉽구나, 단둘이 만났다면 천상의 극치를 맛볼 수 있었을 것을.........!”
“요녀, 그 더러운 입을 더 이상 나불거리지 말고 덤벼보시지...!”
“호호.....방안의 미향년만 아니었으면 좋은 먹잇감이 되었을 것인데 너무 아쉽구나.”
그녀는 못내 아쉽다는 듯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붉은 입술을 핥으며 서서히 걸어온다.
도림과는 불과 대여섯 걸음 거리.
갑자기 몸을 솟구쳐 소리 없이 튀어 오른 그녀의 연검이, 마치 뱀의 혓바닥처럼 요사스럽게 움직이며 여러 방향으로 쏘아 오는 것이 아닌가?
.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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