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천신검의 장진도(2).
백천신검의 장진도(2).
“과연 장문주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오, 성혁이 그놈이 그러 더 라 이 말이지요?”
제갈성혁이 하림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제갈성혁의 말을 꺼내는 그의 눈에 가느다란 그늘이 스쳐 지나는 것이 보인다.
“소생이 생각해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군요.”
“우리 제갈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필독서가 있는데, 이런 말이 있소이다. 대체로 뜬소문은 팔 할이 거창하고 그 범위가 크다, 그리고 옮겨가는 말들이 달리는 말보다 빠르다면, 그것은 반드시 음모가 있다할 수 있다 라 고 말이오. 어떻소?”
“역시 누군가의 음모로 보는 편이 낮겠군요.”
“커험.....! 누가....왜...?”
말을 듣고 있던 홍삼공이 나서서 묻는다.
“방주님, 그것은 이제부터 들여 다 보아야지요. 우선 생각나는 것이 있는 분들은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지요.”
“글쎄....방금 들었는데, 우리에게 무슨 생각이 떠오르겠는가?”
홍삼공은 제갈성곡의 말에 고개를 젓고 하림은 조용히 머리를 끄덕인다.
“우선 돌아가는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예주야!”
“예..주공, 하명하시어요.”
“지금당장, 본문에 특급명령을 하달해라! 장진도에 대해서 샅샅이 알아낼 것, 누구 손에 있고 누구 손으로 넘어가는지, 그리고 그 목적지는 어디인지....하나도 놓치지 말고 정보를 얻어서 내게 가져와!”
“특급으로요?”
“그래, 무엇보다 우선한다!”
“존명!”
예주는 쏜살같이 방을 빠져 나가고 세 사람의 사이에는 침묵이 맴돌았다.
한참 뒤에 제갈성곡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본 맹에서는 이제야 소식을 접했을 것 같은데, 하오문에서는 벌써부터 듣고 이곳까지 대책을 물어오다니, 과연 빠르군요.”
“아무래도 도처에 사람이 많으니 그럴 수밖에요.”
“하하...아무튼 대단해요, 장문주.”
“감사합니다. 그보다 제가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군웅들을 끌어들이려한다면 간단하게 말해서 두 군데 밖에 없어요.”
“두 군데? 장문주, 그곳이 어디요?”
“뭐 대략 짐작들 하실 것입니다, 바로 혈마와 백마방, 덧붙여서 한군데 더 첨언하자면 황궁정도?”
“앗, 황궁까지...? 림아 황궁은 왜 또...?”
“글쎄요, 아직은 뭐라 말씀드릴 수 없군요.”
이호란이 뾰족하게 놀라며 하림을 바라보고 묻자, 하림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겠구나, 당금의 강호사정을 본다면 그 세 군데가 제일 의심스럽지.”
“하지만 방주님, 만약에 장진도가 사실이라면.....?”
홍삼공의 말에 제갈성곡이 말을 이었다.
홍삼공은 그를 힐끗 올려다보고 바로 말을 잇는다.
“총사도, 참! 사실이라면 인연 있는 놈이 낚아채겠지.”
“그...그런 건가요....?”
“왜, 총사도 한다리 껴보게.....?”
“하핫....방주님도 참, 제가 무슨 그런 욕심을 가지겠습니까?”
“왜에....천하의 기물은 하늘에서 점지 한다 하던가? 총사라 해서 인연이 없으란 법 없지.”
“하핫....에구...됐습니다...방주님....!”
“헹....! 싫음 말게? 그럼 노개나 가보아야겠네....”
홍삼공이 바로 갈 것처럼 몸을 들썩인다.
그런 모습을 하림이 바라보며 말을 한자씩 끊어서 한다.
“할. 아. 버. 지! 저와의 약속 잊지 않았겠죠? 두 분은 어서 머리에 있는 장진도를 지우고 자파로 돌아가시죠?”
“헉...! 지금 바로 말이냐?”
“그럼, 혈마가 쳐들어오면 가실 겁니까?”
“아니.....뭐......그런 건 아니지만...!”
하림이 홍삼공을 노려보고 눈을 돌려 이호란까지 번갈아가면서 쳐다보자, 이호란은 찔끔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아...알..알았어....림아! 지금 갈게....!”
“허...험.....! 노...노부도.....일어나보마!”
갑자기 두 사람이 자파로 돌아간다고 일어나는 것을 보고, 제갈성곡이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쫘 벌린다.
“아...아아...두 분, 이렇게 바로 가시려고 하십니까? 오신지 하루도 안 되셨는데요.”
“허허....어쩌겠는가? 저 매정한 놈이 어서 돌아가라고 난리지 않은가?”
“장문주, 어인까닭인가요?”
“총사님, 저 두 분께서는 자파에서 할일이 있습니다. 어서 가서 마무리하고 저를 도우러 오라고 돌려보내는 겁니다.”
“아.....! 그런....거요.”
“그럼요, 아시다시피 개방과 검각에 저 두 분의 후계자가 없는 상태잖아요.”
“아....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그럼요.”
“역시 장문주는 생각이 넓으십니다. 하긴 혈마를 상대하다가 혹시라도 잘못되는 날이면, 두 분의 후계가 없는 상태가 자파에 큰 손실이 되겠지요.”
“당연하지요.”
하림이 제갈성곡과 궁짝이 너무 잘 맞자, 홍삼공과 이호란이 입맛을 다시면서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어쩔 수 없군요. 림아, 다시 볼 때까지 절대로 다치면 안 된다. 알았지?”
“이놈아, 나중에 두고 보자구나!”
“네, 두 분 잘 살펴 가시고 제 말대로 잘해주세요.”
“알았다, 이놈아!”
“호호....그래 알았어...! 총사님도 고생하세요.”
“아이고 이거 만나자마자 이별이라니요. 잘 살펴 가시고 또 뵙기로 하지요.”
“총사, 수고하게...그럼!”
두 사람의 신형이 방문을 빠져나갔다.
제갈성곡은 두 사람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돌려보내는 것을 보고 하림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문주를 보기위해 불원천리 오신 분들인데, 하루저녁도 안 재우고 쫒듯이 보내다니 문주도 참 대단한 인물이시요, 천하의 개왕과 검후가 장문주의 한마디에 오던 길을 되돌아 갔다한다면 누가 믿기나 하겠소.”
“하하...오해하지마세요, 총사님. 우리에겐 그만큼 무서운 적인 혈마가 있다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된답니다.”
“후우....하긴...혈마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오.”
“이번 장진도 사건은 아무래도 백마방이나 혈마의 짓이 분명할겁니다.”
“어떻게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이오, 들어보고 싶구려.”
“장진도를 빌미로 궁웅들을 한꺼번에 불러들여서 몰살을 시키려는 계획 쪽으로 머리가 돌아가는군요.”
“헉...! 정말이오?”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됩니다, 총사님.”
“흐흠.....!”
하림의 말이 끝이 났지만 제갈성곡은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총사님?”
“아, 장문주, 무슨 하실 말이라도.....”
“제 생각은 장진도 상황이 파악 될 때까지 원래 계획대로 백마방을 밀어 붙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아....! 백마방....!”
“두 곳의 적을 한 등에 모두 업고 갈수 없으니, 이번기회에 백마방을 모조리 뿌리 뽑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그건 맞습니다만, 지금 전력으로 그것이 가능할까요. 장문주?”
“네, 제가 보기에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하는 하림을 보고 제갈성곡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 문주께서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요. 그럼 바로 가실까요?”“가능할까요?”
“뭐, 지황대와 인봉대는 문제없을 것 같은데요.”
“그럼 당왕어르신 뵙고 움직일까요.”
“그러지요, 장진도 때문에 시간이 급해졌으니 서둘러 봅시다.”
두 사람이 무언의 눈빛으로 눈을 마주치고 일어서려는데 운령이 안으로 들어온다.
“주공.!”
“운령, 무슨 일?”
“주공, 당왕께서 찾으십니다.”
“아....마침 잘됐군, 하시던 일이 성과가 있었나보군, 어디 계시는가?”
“당문의 뒷산으로 오시랍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주공.”
“음. 그래, 총사님, 같이 가시지요.”
“나도 말이오?”
“예, 보시면 총사님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말을 마친 하림이 웃음을 머금자, 고개를 갸웃거린 제갈성곡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좋아요, 어디 가봅시다.”
밖을 나가니 팽도림을 위시해서 이십일웅 전체가 도열에 맞추어 서있다.
제갈성곡은 그들의 기운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과연......과연.....이로다!”
운령의 뒤를 따라 하림이 앞장서고 그의 주위로 조소접을 비롯한 세 여인이 호위하듯 따른다.
밀물처럼 밀고 나가는 이십일웅의 기세에, 저쪽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지황대와 인봉대의 대원들이, 입만 뻥끗거리면서 할 말을 잃고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
“오...마침 총사도 왔는가?”
당가의 뒤쪽으로 깊숙이 자리를 잡은 당왕과 당독호가, 숲을 들어서는 하림일행을 보고 반색을 한다.
숲의 공터 중안에는 약 십오 척 간격으로 사람모습을 한 목인상이 둥그렇게 여섯 개나 놓여있고, 당왕과 당독호는 그 안 중심에 서있었다.
하림과 제갈성곡이 중앙으로 들어서고 이십일웅이 넓게 원진을 형성해서 둘러싼다.
“부르셨습니까. 어르신!”
“허허.....문주의 도움을 실망시키지 않게 될 것 같으이.”
“아...그럼 완성하셨군요.”
“허허...어디 한번 봐 줄 텐가?”
당왕은 들뜬 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하림을 향해 말한다.
하림도 따라 웃으며 일행을 데리고 뒤로 물러난다.
당왕은 목인상의 중앙에 서서 엄지손톱보다 조금 커 보이는 쇠구슬 네 개를 꺼내 오른 손가락 사이에 모두 끼웠다.
“가랏! 만천화우!”
_슈아아아악!
그의 손가락사이에서 담문의 절기인 만천화우수법으로 네 개의 쇠구슬이 하늘을 날았다.
그 속도는 과하게 빠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았다.
각기 목인상을 향해 날아간 쇠구슬이 순간적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꽃잎처럼 하늘거리더니 갑자기 터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펑....펑.....펑....펑!
“앗...!”
깜짝 놀란 재갈성곡이 비명을 질렀고 장내는 휘뿌연 연기에 휩싸였다.
당왕의 입가에는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의 생각처럼 시연이 성공한 것이다.
안개 같은 연기가 빠르게 겉이고 장내가 드러나는 순간에 곳곳에서 탄성이 올라온다.
“아...!”
“아....!”
사방으로 서있던 여섯 개나 되던 목인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어...떤가...?”
당왕과 당독호는 제갈성곡과 다른 이들과는 달리, 하림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적잖게 긴장해서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하림은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 만드시느라 짧은 시간에 고생이 많으셨군요.”
“..........?”
“하지만 말입니다......!”
하림이 말끝을 흐린다.
당왕은 초조해져서 그의 말을 바로 잇는다.
“맘...맘에 안 드는 것인가...?”
“어르신, 폭약의 위력은 늘리고 펑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소음은 줄였으니 첫 작품치고는 성공입니다, 그러나 소생의 생각과는 틀리군요.”
“아......!”
“아아.....!”
당왕과 당독호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들의 지상과제는 하림의 마음에 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왕은 무너지는 가슴속을 겨우 되잡으며 하림을 올려다보고 힘겹게 말한다.
“그럼...그럼....어찌해야하는가?”
하림은 그들의 표정을 보고 그 심정도 알아챘지만 멈추지 않았다.
“아르신, 지금 상태라면 황궁에서 금지시키고 있는 진천뢰와 뭐가 다릅니까?”
“그...그것이........?”
“역시 말씀을 못 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이것은 황궁에서 안다면 역적이라 단정하고, 바로 군사를 일으켜 당문을 초토화 시키러 몰려 올 것입니다.”
“크...흠....!”
그의 말에 당왕과 당독호의 안색이 새카맣게 변해갔다.
하림은 그들의 안색을 보면서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두 분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문주, 무슨 방법이 있는가?”
“어르신 어디 죽으라는 법이 있겠습니까?”
“아.....말해주게...! 뭘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당왕이 살았다는 듯 반색하며 하림의 팔을 잡는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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